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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몰랐다. 간혹 어떤 기사에선가 중국에도 에이즈 환자가 많다고 했던 그 사실 하나 말고는, 에이즈의 감염 경로라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던가 또 남은 이들이 얼마나 많이 고통받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딩씨 마을의 꿈>>을 처음 펼치고 채 한 장도 넘기기 전에 "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는 도대체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하고 의아해했다.
"십 년 전 피를 팔았던 사람들 모두가 틀림없이 열병에 걸려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병에 걸리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가 버리는 것이다."...17p
충격이었다!!! "피"와 "열병"은, 바로 에이즈를 말하는 것이었다. 90년대 중국에서 각 지방마다, 마을마다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다는 "매혈 운동". 그렇게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도나도 피를 팔았고 그 피를 통해, 아니 하나로 사용된 약솜과 주사기를 통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에이즈가 퍼져나갔다. 십년 후... 주민들은 한 사람씩 그리고 마치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죽어나갔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던 사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소설은 꿈과 현실을 오고간다. 독특하다. 반복되는 문체를 통해 가슴이 더욱 아려오는 듯하고, 딩씨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또 한 번 한숨이 가득 쌓인다. 화자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딩씨 할아버지의 손자이다. 그런데 이 아이, 아버지가 매혈운동의 앞잡이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사 독 넣은 토마토를 먹고 죽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을 끌고나간다. 때문에 소설은 계속해서 현실과 꿈을 오고갈 수 있다. 딩씨 할아버지가 속내로는 알고싶어하지 않았던, 아들(소년의 아버지)의 나쁜 짓은 모두 할아버지의 꿈을 통해 설명된다. 어쩌면 이 꿈은 그냥 가문의 명예를 위해 덮어놓고 싶었던 할아버니의 의중을 찌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마을의 선생님으로 통하던 할아버지는 끝까지 곧고 바른 이로 남을 수가 없다. 그도 한 가문을 지키려는 나약한 한 사람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사랑을, 명예를, 부를 원하는 마을 사람들의 욕망이 너무나 처절하게 묘사된다. 딩후이는 진정한 악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다른 사람에 의해 당하기만 한 것이라고 피해자처럼 굴던 마을 사람들 또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누구 하나 옳다고 할 수 없는, 그저 평범한 범인의 모습이 가득하다. 어째서 마을 촌장의 관인이 그토록 소중한 것인지, 자신이 묻힐 관 하나에 목숨거는 이들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미쳐갔다. 마을의 학교 기물을 모두 자신의 관으로 만들만큼, 마을의 나무를 모두 베어 황량하게 만들만큼.
"이제 딩씨 마을은 예전의 딩씨 마을이 아니었다."...209p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제안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협상하기 위해 제안하는 것일 뿐이다. 죽음을 앞에두고 그들은 더욱 그들의 본능을 드러낸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과연 딩씨 마을에는 희망이 생길 것인가. 딩씨 마을의 꿈은 무엇인가!
<<딩씨 마을의 꿈>>의 옌롄커는 중국에서 "별종" 또는 "이단아"로 불린단다. 그가 출판하는 책마다 판금조치 되었다고. 소설 속에 다른 나라에 알리고 싶지 않은 중국의 비밀이 가득하기 때문일까. 비밀을 담은 책들이 출판될 때마다 중국은 판금조치를 하고 작가를 잡아들인다고 일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걸까. 중국에서는 매혈을 직업으로 하는 마을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한다.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그렇게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팔았던 그 많은 피들은.... 어디로 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