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장자 상상에 노닐다 10대 고전으로 날다 3
김정빈 지음, 김덕호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자니 노자 등의 중국의 옛 성현들의 사상에 대해서 나는 하나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름이야 많이 들어봤지만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에 관심도 없었다. 그래도 장자의 "나비와 꿈"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잘 알고 있었으니 옛기억을 되살려보면 어린 시절 열심히 읽었던 장자에 대한 만화책 덕분이었던 것 같다. 교육만화라는 분야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내 어린 시절에도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교육 만화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에 매우 새삼스럽고 놀랍다. 

그 세월만큼 교육만화는 그동안 큰 발전을 이룬 것 같다. 특히 주니어김영사의 <서울대 선정 인문 고전 50선>은 세계에서 인정받아 온 인문 고전을 청소년들을 위해 잘 각색하여 이해가 쉽도록 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10대 고전으로 날다> 시리즈 또한 고전의 원전을 충분히 인용하고 다른 사상과 비교 해설하여 이해를 돕고 만화의 특성으로 재미까지 더하였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장자의 생애와 전체적인 사상에 대하여 설명하고, 고전 <<장자>>의 해설편으로 내편, 외편, 잡편으로 나누어 그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장자>>의 원전을 인용하여 해설을 덧붙였다. 중간중간 기자와 장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장자의 사상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이로서 <<만화 장자 상상에 노닐다>>를 통해 적어도 "장자"에 대해서만큼은 전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현대로 오면서 "쓸모"가 얼마나 중요시되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장자의 "쓸모없는 쓸모"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감동적으로 공감된다. 장자는 <<장자>>를 통해 그당시도 위용을 떨치고 있던 공자의 이야기를 끌어와 자신의 사상에 맞도록 각색 편집하여 새롭게 창출해 내었다. 그럼으로서 공자의 유가와 비교되며 두 가지 모두 잘 이해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그저 자신의 사상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가지 예시나 우화를 통해 설명한 것을 보면 장자는 철학자인 동시에 문학가이자 예술가였음을 잘 알 수 있다. 

"진실한 입장에서 보면 큰 것도 없고 작은 것도 없네 또한 도로써 보면 사물에는 귀천이 없으므로 그대는 귀천의 차별로 뜻을 얽매지 말고.... 부디 자연의 본성으로 돌아가 안주하게나."...152p

"자연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장자 사상의 가장 큰 줄기가 될 것 같다.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말고 그저 물 흐르는 대로, 자연과 함께 그 본서대로 따르는 것. 이런 삶이 어쩌면 각박한 이 사회 속에서도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화초들이 잘 자라면 그만큼 화초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버리기 쉽다는 점을 밝혀둬야겠다. 화초들은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더라도 도망가버리는 경우가 없으며 듣기 싫은 음악을 연주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낸다거나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는 법도 없다. 화초들은 패션모델처럼 그냥 우두커니 서서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며 쑥쑥 자랄 뿐이다. 화초들이 이렇게 마음에 들기 전에는 미처 몰랐다."...62p

아마도 내가 화초에 푹~ 빠져버린 이유도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저 며칠에 한 번 물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날부터인가 (그 전까지는 그렇게 죽어버리던 화초들이) 놀랄 정도로 자라기 시작했다. 관심도 없던 화초들이 정말 이뻐보였다. 왠지 내게 애정을 기대하는 것 같아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러자 화초들은 더욱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그게 시작이다. 그렇게 한 번 빠지면 벗어날 수 없다. 

화초들은 모두 각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비록 사람들이 붙여준 의미이든 아니든 그 의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내려온 것이라 아주 자연스레 받아들여지곤 한다. 당연하다는 듯이. <<핫하우스 플라워>>는 "화초"에 대한 소설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가 아닌, 신비하고 놀랍고 끈적끈적하고 사악한 기운이 넘치는 소설이다. ^^ 사악하다니... 소설의 앞부분에서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다. 

세상에는 아홉 가지 욕망을 나타내는 화초가 있다고 전해진다. 사랑, 불멸, 재물, 출산과 여성의 성, 생명, 마법, 자유와 모험을 나타태는 아홉 가지 화초를 모두 가지게 되면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들을 다 이루고 가질 수 있다고. 그리고 또 하나. 그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열 번째 화초가 있다. 소설은 이 화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혼녀 릴라는 뉴욕의 잘 나가는 카피라이터이다. 하지만 사랑에 상처를 받고 아파하던 중 한 노점상에서 "극락조화"를 구입하며 화초와 처음 연을 맺게 된다. 또 그 노점상의 주인 엑슬리와도. 동시에 릴라는 신비한 화초들로 가득한 빨래방의 주인 아르망과도 친분을 맺게 되는데 그에게는 이 전설의 아홉 가지 화초가 있다. 릴라가 보고 싶어하던 그 아홉 가지 화초는 릴라의 어이없는 실수에 의해 사라지게 되고, 릴라는 아르망을 도와 아홉 가지 화초를 구하기 위해 멕시코로 떠난다. 그리고 펼쳐지는 끝없는 모험!

멕시코의 밀림과 화초들에 얽힌 신비한 이야기가 정말 멋지다. 다소 허황된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화초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왠지 그 아홉 가지 화초를 찾아 멕시코로 떠나고 싶어지지 않을까? 릴라는 엑슬리의 배신을 통해, 그리고 아르망과의 지속된 관계를 통해 매우 평범한 뉴욕의 여성에서 조금씩 눈뜨게 된다.

"마법과 특별한 능력, 주술사의 아들과 같은 이상에 반하지 말라고. 스스로 능력을 키워. 그래야 진짜 자기 능력이 되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지니고 있는 것들에 반하지 말게."...230p

남성에게 기대는 삶을 살아왔던 릴라에게는 이혼이라는 아픔이 견딜 수 없을만큼 큰 상처였고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사랑에 빠지려고 했다. 마치 엑슬리가 자신의 영혼의 동물 방울뱀에게 벗어나지 못하는것처럼. 멕시코 밀림을 탐험하고 욕망의 아홉 가지 화초를 찾는 모험을 하며 릴라는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핫하우스 플라워>>는 현재 줄리아 로버츠의 연출과 주연으로 영화화되고 있다고 한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의 이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표현해낼 수 있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딩씨마을의 꿈>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전혀 몰랐다. 간혹 어떤 기사에선가 중국에도 에이즈 환자가 많다고 했던 그 사실 하나 말고는, 에이즈의 감염 경로라든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던가 또 남은 이들이 얼마나 많이 고통받고 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딩씨 마을의 꿈>>을 처음 펼치고 채 한 장도 넘기기 전에 "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에는 도대체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하고 의아해했다. 

"십 년 전 피를 팔았던 사람들 모두가 틀림없이 열병에 걸려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열병에 걸리면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는 것처럼 가 버리는 것이다."...17p

충격이었다!!! "피"와 "열병"은, 바로 에이즈를 말하는 것이었다. 90년대 중국에서 각 지방마다, 마을마다 대대적으로 실시되었다는 "매혈 운동". 그렇게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너도나도 피를 팔았고 그 피를 통해, 아니 하나로 사용된 약솜과 주사기를 통해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에이즈가 퍼져나갔다. 십년 후... 주민들은 한 사람씩 그리고 마치 가을 낙엽처럼 우수수 죽어나갔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던 사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소설은 꿈과 현실을 오고간다. 독특하다. 반복되는 문체를 통해 가슴이 더욱 아려오는 듯하고, 딩씨 마을 사람들의 캐릭터가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또 한 번 한숨이 가득 쌓인다. 화자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딩씨 할아버지의 손자이다. 그런데 이 아이, 아버지가 매혈운동의 앞잡이였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원한을 사 독 넣은 토마토를 먹고 죽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을 끌고나간다. 때문에 소설은 계속해서 현실과 꿈을 오고갈 수 있다. 딩씨 할아버지가 속내로는 알고싶어하지 않았던, 아들(소년의 아버지)의 나쁜 짓은 모두 할아버지의 꿈을 통해 설명된다. 어쩌면 이 꿈은 그냥 가문의 명예를 위해 덮어놓고 싶었던 할아버니의 의중을 찌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마을의 선생님으로 통하던 할아버지는 끝까지 곧고 바른 이로 남을 수가 없다. 그도 한 가문을 지키려는 나약한 한 사람의 아버지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사랑을, 명예를, 부를 원하는 마을 사람들의 욕망이 너무나 처절하게 묘사된다. 딩후이는 진정한 악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다른 사람에 의해 당하기만 한 것이라고 피해자처럼 굴던 마을 사람들 또한 극한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며 누구 하나 옳다고 할 수 없는, 그저 평범한 범인의 모습이 가득하다. 어째서 마을 촌장의 관인이 그토록 소중한 것인지, 자신이 묻힐 관 하나에 목숨거는 이들을... 사실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미쳐갔다. 마을의 학교 기물을 모두 자신의 관으로 만들만큼, 마을의 나무를 모두 베어 황량하게 만들만큼. 

"이제 딩씨 마을은 예전의 딩씨 마을이 아니었다."...209p

마을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고 제안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협상하기 위해 제안하는 것일 뿐이다. 죽음을 앞에두고 그들은 더욱  그들의 본능을 드러낸다. 그저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서. 과연 딩씨 마을에는 희망이 생길 것인가. 딩씨 마을의 꿈은 무엇인가!

<<딩씨 마을의 꿈>>의 옌롄커는 중국에서 "별종" 또는 "이단아"로 불린단다. 그가 출판하는 책마다 판금조치 되었다고. 소설 속에 다른 나라에 알리고 싶지 않은 중국의 비밀이 가득하기 때문일까. 비밀을 담은 책들이 출판될 때마다 중국은 판금조치를 하고 작가를 잡아들인다고 일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걸까. 중국에서는 매혈을 직업으로 하는 마을이 아직도 존재한다고 한다. 가슴이 아프다. 도대체 그렇게 가난을 벗어나고 싶어 팔았던 그 많은 피들은.... 어디로 갔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날의 깨달음>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정해둔 잣대가 있다. 그건 책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인 듯 표지를 보고, 제목을 보고 자신이 정한 잣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듯하면... 왠만해선 그 책을 들춰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종교"라는 말이나 분위기만 풍겨도 방어 자세를 취하게 되는 내게는 아마도 이 책이 그런 책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성당 안에서 찍은 듯한 스님의 사진. 굉장히 불균형적이면서 왠지 어울리는, 그런 표지다. <<젊은 날의 깨달음>>이라는 무척이나 보편적이며 지루할 것 같은 제목만 봤으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이 책의 부제는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이다. 굉장히 잘 생긴 듯한 스님의 얼굴에서, 하버드라는 명문대학 이름에서... 왠지 궁금증이 인다. 그래서 선택했던 이 책.

"이 책의 제목 선정을 두고 출판사 측과 여러 이야기가 오가면서 종국에는 '하버드' 이 세 글자를 부제에서 빼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공부했다는 것이 옷의 브랜드 마크처럼 쓰이는 현재 한국의 현실이 당혹스럽고, 그것에 동조해 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이 승려로서 너무 난처하게만 느껴졌다. 사실 중요한 것은 하버드대에서 공부했고 안 했고가 아니라 졸업 후 어떻게 사는가 하는 것인데 말이다."...6p

허를 찔렸다. 겉만 보지 말자고, 그 안을 들여다보자고 나 자신에게 수없이 말해 왔어도 아직은 내게 수행이 부족한가보다. 나 또한 그 하버드라는 이름에서 궁금증을 일으켰으니 굉장히 죄송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가 하버드까지 가서 공부하시던 분이 출가를 결심학 됐을까...가 궁금했지만, 이 책에는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없다. 대신 출가한 이후 계속해서 공부를 하며 미국의 한 대학에서 종교학 강의를 하면서 느낀 여러가지 감정들, 생각, 느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였을까. 전혀 거리낌없이 편안하게 술술 읽힌다. "종교"라는 분야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서의 갖가지 생각들은 내게도 공감을 일으키고 동조하게 되고 깨달음을 준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왜 더욱 진척이 없는지, 어느 한 물건에 집착하며 즐기는 것과 일상 사이에서의 중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주변 사람들을 만나 느낀 점이라든지... 우리가 우리의 지인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을 만한 소재로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약 다른 사람의 어떤 부분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사람의 흉을 보고 있다면 십중팔구 내 안에도 그 사람의 결점과 일치하는 무언가가 똑같이 진동하고 있기 때문이다."...231p

그야말로 깨달음이 가득하다. 혜민 스님은 마치 자신의 깨달음인 양 이야기하고 있지만 글을 읽는 내가 깨닫는 즐거움이 더욱 큰 듯하다. 정말로 종교를 잘 이해하고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겐 다른 종교와의 반목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씀에 깊이 공감했다. 겉으로 드러난 종교는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조금 더 사람답게 살기위해, 행복하고 진실하게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던가.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마음이 심란할 때, 다른 이에게 상처받았을 때 한 번씩 읽어야겠다. 나 자신을 넘어 다른 이의 행복을 빌어주려 노력하는 나를 만들기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안에 사는 너 2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나중길 옮김 / 살림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간 여행자의 아내>> 저자의 두 번째 사랑이야기!"라는 문구가 보이시는지. 보통 저자의 첫 번째 책이 마음에 들면 두 번째 책도 믿음을 갖고 선택하게 된다. 비슷한 주제와 전개를 구사하는 작가가 있는 반면, 전혀 다른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가도 있다. 한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는 즐거움은, 그래서 매우 크다. 

<<내 안에 사는 너>> 1권을 읽는 동안은 도대체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무엇에 관한 이야기일지 탐색하고 상상하고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1권을 모두 읽었는데도 전체 책이 의미하는 것의 30%도 알아내지 못한 것 같아 2권이 정말 궁금했다. 그렇다고 1권의 흐름이 너무 느리거나 지루한 것은 아니다. 글 속에 독자를 잡아두는 흡인력이 있었다. 그러나 하나로 아우러지는 그 무언가가 없어 책을 읽는 나는 그저 열심히 추리를 해 볼 뿐이다. 

"유령"의 존재를 믿는가. 나는 나름 논리적이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을 좋아하고 감성적인 부분보다 이성적인 부분에 치우친 인간이지만 어두운 밤 어디선가 무언가가 나타날 것 같은 공포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어쩌면 내 내면에서는 이 유령의 존재를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 안에 사는 너>>는 제목만 보면 무척이나 달콤할 것 같은 로맨틱 소설일 것 같지만 사실은 쌍둥이들의 존재와 그들간의 미묘한 대립, 감정 등의 관계에 대하여 그리고 무엇보다 "유령"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 느닷없는 주인공의 "죽음"에서부터 시작한 이 소설은, 무언가 석연치 않은 윗 세대 쌍둥이들의 관계에서부터 그 아래 세대로 이어진 쌍둥이들의 대립과 자립으로 이어진다. 

나 자신이 쌍둥이가 아니고 내 아이 또한 쌍둥이가 아니기에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서로를 얼마나 의지하며 서로에게 얼마만큼 환멸을 느끼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과 똑같이 생긴 또다른 "나"를 바라보며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고 추측은 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또한 세 쌍둥이로 태어나 끊임없이 자아에 대해 고민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1권에서 무엇 하나 제대로 알려주지 않던 사건 전개는 2권에 이르러 무척이나 스피디하게 전개되고 사건은 극에 달한다. 전혀 상상치 못했던 상황. 너무나 쇼킹했다. 도대체 이러한 상황에서 이 책을 정확히 어떤 부류에 넣을 수 있을까. (스포일러가 될까봐 어떤 줄거리도 써넣지 못하겠다. 조금이라도 언급했다가는 읽는 재미를 확~ 깎아먹을 듯하다.) 이 책이 정말로 사랑 이야기라면.... 사랑보다는 "집착"과 "광기"에 가깝지 않을까. 또한 아주 평범한 쌍둥이들의 보편적 이야기를 다룰 줄 알았던 나의 예측을 무참히 깨트리고 쌍둥이들은 단지 이 소설 속에서만 온전히 그 캐릭터가 살아났다. 

"엘스페스는 두 사람이 부러웠다. 다음 순간 그녀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에디는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이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되돌리기에는 이제 너무 늦어 버렸다. 한때 중요해 보이던 것들이 지금은 우습고 하찮게 생각되었다."...2권 225p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문장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보편적이며 바람직한 결말을 끌어낼 수 있는 문장인 듯하다. 하지만 작가는 이 문장을 선택하지 않은 듯하다. 

자! 결말이 궁금하신지....^^ 그럼 일단 책을 들고 읽고 시작하시라. 그리고.... 절대로!!! 멈추어선 안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