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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한때는 예술인의 범주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그들과의 괴리감. 그들은 무언가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온 듯했고, 생각도 달랐고, 생활 패턴도 달랐다. "바른 생활"을 선호하며 융통성 없이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너무나 수동적인 나로서는 그들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범주로부터 벗어났다. 그들을 동경하지만 그들과 잘 어울릴 수는 없었다.
"자신의 욕망에 속아도 보고 꺾여도 본 자들, 한 번쯤 삶에 굴절되어도 보았으나 연민이란 거울방에 갇히지 않고 희망 없이 희망을 꿈꾸며 나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나는 '동무'라고 부른다. 이 인터뷰는 그런 '동무'들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했다. 한 걸음 한 걸음 그들이 지나왔을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는 글에서)
저자가 의도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이 책에서 인터뷰 된 11명의 주인공들은 모두... 예술인이다. 포토그래퍼, 패션 디자이너, 연극배우, 화가, 영화 감독에서 만화가, 뮤지션, 건축가와 시인까지... 처음엔 몰랐다. 그저 우연히 작가의 주변엔 그런 사람들이 많은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천히 읽어나가는 와중에 든 생각은, 작가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이다보니 당연히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게 된 것은 아닐까...싶었다.
이들의 이야기는 왠지 치열하다. 자신이 원하고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그들은 앞만 보며 내달렸다. 그저 주위에서 바라는대로 아니면 그 자리에 안주하는 편안한 삶을 원하는 나와는 역시나 다르다. 여유있는 어린 시절이었건, 어려운 시절이었건 그들은 고민과 역경을 안은 채 자신들만의 꿈을 향했다. 분노나 갈등이 그들에겐 전혀 낯설지 않다.
"의지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말, 한동안 그 말이 입안에 맴돌았다. 정작 삶은 자신의 의지를 비껴가는 일이 다반사다. 내 의지와 어긋나는 일들을 겪으며 때로 아파하고 좌절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26p
한 인터뷰마다 그 사람만의 "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그 공간은 걸으며 위로받았던 곳일 수도 있고, 감성이나 영감을 일깨우거나 용기를 주기도 하는 곳이다. 내게 그러한 공간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본다. 하루의 대부분을 앉아 책을 읽는 우리집 빨간 소파, 친구들과 함께했던 "아저씨네", 얼마 전 여행에서 발견한 "명옥헌원림", 나 혼자 책 읽고 싶을 때 가는 집 앞 M도날드...ㅋㅋㅋ 누구에게나 그러한 공간이 있다.
나와 많이 다르다고 느꼈던 그들의 삶이... 조금씩 비슷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도 나도 지금껏 최선을 다해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떠한 결과를 내야 좋은 삶을 살았다거나 괜찮은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각자의 환경에서 각자가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때문에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이라 말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