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제15회 독일 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절판


꽉 막힌 도심지의 도로에서 붉은 등과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서 사고가 난건가?' 구급차로 불리우는 하얀바탕의 붉은 장식이 그려진 이 차는 생명을 다루는 위급한 상황에서만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고 교통법규의 구애를 받지 않은채 답답하게 조금씩 꿈틀거리기만 하는 도심지의 도로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특혜받은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문에 그들이 답답한 도시에서 누리는 특혜에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을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


도심지를 질주하는 구급차와 대원, 그들의 긴박한 일상

볼프 하스의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은 바로 그 구급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평생에 한번 닥칠까 말까 한 촌각을 다투는 일, 그리고 그들의 그 일분 일초에 하나의 생명이 살고 죽는 일들을 매일 겪어야 하며, 그 위급한 상황이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생존과 연결되는 직업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늘 맞딱드리는 일상일 뿐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일분일초가 긴박한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인 사람들의 숨가쁨은 그래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에서는 조금 색다르게 표현된다.

구급대간의 경쟁, 그리고 살인사건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의 주인공 브랜너는 형사로 재직하다가 구급대원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구급대원으로 이직하기 바로 직전에는 사립탐정으로도 잠시 일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일을 하고 있는 구급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자신과 함께 일을 했던 또다른 구급대원, 그리고 용의자는 역시 자신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다른 구급대원이다. 두명의 동료 구급대원이 관련된 이 살인사건에 대해 브랜너는 추적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사건이 단순한 사고나 원한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다.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십자구급대와 또 다른 구급대인 구조연맹사이의 갈등에서부터 그들간의 경쟁, 그리고 그 경쟁 속에 녹아 있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드러내고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십자구급대나 구조연맹 모두가 이런 비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아채는 과정은 브랜너가 그가 일아고 있는 구조대의 존재에 대해 점점 의심을 키우게 한다.


도심을 질주하는 사람들, 그들만의 사는 방식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을 질주하는 구급대원들의 모습을 실제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사실적인 표현력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일상인 이 상황들을 그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겨내며, 때로는 이해하고 즐기기까지 하며 생활하는가에 대한 묘사 역시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색다른 표현과 무겁지 않은 이야기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는 자연스럽게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평범한 문장의 이야기는 아니다. 살인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와 여기에 꽤 복잡한 구조대간의 정치적 싸움이 얽혀들어있기 때문에 사뭇진지하고 어둡게 끌어내야할 이야기이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농담과 조소가 순간순간 녹아들어 문장만으로는 이 글이 진지해야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의 문장만이 지니는 특이한 분위기가 이야기를 더욱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듯 하다.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는 분명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맞추어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데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기 보다는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과 인간들의 이기심들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나는 점에 그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한다. 일분일초의 시각으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대 사이에도 이런 알력다툼이 있다는 것이 못내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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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루프의 사랑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절판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것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음악도, 미술도, 그리고 한 권의 책도.. 수 많은 세월동안 세상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 중에는 단지 사랑이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오래 자리 잡고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을텐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인생을 바꾸며, 때로는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나보다.


3부작 무한카논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

<이투루프의 사랑>은 시마다 마사히코라는 작가가 7년에 걸쳐 완성해낸 무한카논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끝내는 그 사랑으로 조국에서 버려진 남자의 이야기. 그러나 마지막까지 그 사랑을 잊지 못해 그곳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투루프의 사랑>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다. 무한카논 시리즈의 전작들을 먼저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이투루프의 사랑>에 언급된 잠깐의 이야기만으로 그 이야기들을 짐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이야기의 가장 아래에 사람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깔려있음은 이 마지막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운명을 걸고, 다시 그것을 위해 이투루푸를 향한 사람의 이야기.

카운터테너로 이름을 알리던 한 남자가 사랑을 얻어 행복을 가지고, 다시 그 행복을 가져온 여인이 그의 조국의 황태자비가 되어버린 이야기. 누군가의 인생이라면 정말 드라마 같다며 안쓰러운 눈을 했을 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이투루프의 사랑>의 주인공인 가오루이다. 손을 놓친 그녀의 곁으로 다시 가기 위해 조국에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영토분쟁 속에 놓인 이투루프 섬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볼 것도 가질 것도 없는, 그래서 영토분쟁속에 있다는 특수상황만이 도드라지는 섬 이투루프. 가오루의 이투루프 행은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리라는 목적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그 섬에서 만나게 되는 우연과 운명의 만남들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투루프의 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이투루프 섬에서 만난 니나와 코스챠, 그리고 가오루의 이야기.

가오루는 이투루프에서의 시간동안 그곳의 샤먼인 마리아와 그의 딸 니나와 동생 코스챠등과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이투루프에서 그들과의 관계는 점점 가오루에게 안정과 함께 새로운 평화를 가져다 주게 되고 니나와의 사이에서는 그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사랑의 감정까지 일깨워준다. 아무것도 없기에 어느것도 기대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작은 섬 이투루프에서 그는 그가 잃어버렸던 마음과 몸의 감정들을 조금씩 되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여인의 사랑이 아니라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변화를 만나는 가오루. 가오루의 변화는 그저 한 여인의 남자로써만이 인생의 의미를 찾았던 그의 지난 과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과 교감하고 스스로를 되찾는 과정. 그것 속에서도 사랑이상의 의미들을 찾을 수 있었단 가오루는 자신만큼이나 힘겨운 사연을 품고 살았던 니나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법을 알려준 코스챠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곳. 이투루프에서 말이다.


그가 찾아낸 현실을 이겨내는 방법

가오루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투루프에서의 생활에서 점차 스스로를 찾아가게 된다. 이전의 그가 그토록 원했던 사랑이 자신의 곁에 있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그 이상의 것들을 얻어가는 과정과 함께 사랑의 새로운 형태를 찾아간다. 그 안에는 그의 연인 후지코를 기다리는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이투루프에서의 시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다. 가오루가 오랜 시간지 지난 후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이투루프의 영토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그의 연인이 후지코가 남아 있던 일본으로 돌아갔는지, 또는 그 나름의 행복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단지 그가 이투루프에서 지난 시간동안 해왔던 사랑과는 다른 모습의 그만의 사랑을 찾아내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사랑은 어쩌면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두가 사랑이라 말하지만 그래서 사랑은 수만가지 모습으로 세상에 남아있기도 할것이다. 그것이 수 없이 많은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도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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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에서의 대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5
엘리오 비토리니 지음, 김운찬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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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담고 있는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번 다른 정보가 필요하다. 때로는 그저 그 책 안에 담고 있는 내용자체만으로 무언가를 말하기도 하고, 때로는 책을 둘러싼 수 많은 배경과 지식들이 있어야만 그 내용과 의미를 내것으로 만들 수 있는 때도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만드는 것은 그저 종이위의 글자만이 아니다. 그 책이 쓰여진 시간, 그 책이 그려낸 나라, 그 책을 감싸는 문화와 국민성등 수 없이 많은 요소들이 책의 내용을 이루고 그 책을 이해하는데 필요하기도 하다.


종이 위의 글자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시칠리아에서의 대화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라는 제목의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책 속에 쓰여진 내용만으로는 완전하게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는 책. 그래서 책 속에 담겨 있는 이야기뿐 아니라 그 외의 배경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책이 바로 <시칠리아에서의 대화>이다. 그저 아름다운 절경과 문화의 나라로 기억되는 이탈리아, 그래서 이 책을 잡기 전까진 그저 아름다운 관광의 나라로만 알고 있던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책 속에서 만나는 시칠리아의 이야기는 너무도 생소하고 어렵기만 하다.

15년만에 고향을 방문한 아들과 그곳에 남아있던 어머니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는 어린날 고향을 떠나 15년 동안 한번도 고향에 들르지 않았던 한 가족의 아들 실베스트로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어느날 그 앞으로 도착한 한통의 편지, 그 편지는 아버지가 보낸 것으로 어머니를 떠나 다른 여인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내용과 함께 이제 실베스트로의 어머니는 고향에 홀로 남아있으며 조금 있으면 그녀의 영명축일이니 어머니에게 전할 축하를 잊지말라는 한마디를 담고 있다. 15년의 세월동안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고향, 아버지의 외도, 홀로 남은 어머니의 모습들이 복잡하게 그의 주변을 맴도는 중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기차표를 끊고 오랜시간 발길을 끊었던 그곳,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가 환상과 현실이 어지럽게 뒤섞인 세상

실베스트르는 고향을 향하는 기차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롬바르디아 거인부터 무수염과 콧수염, 조그만 시칠리아의 사내, 목도리에 둘러쌓인 젊은이 등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안에서 그가 만나는 수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시칠리아의 현실을 보여준다. 오랜시간 발길을 하지 않았기에 이제는 기억속에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고향의 모습, 실베스트로에게 남아있는 고향의 모습은 15년 전의 과거이지만 그 15년의 시간이 흘러 지금의 시칠리아를 따라잡는 과정이 기차여행의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시칠리아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이 바로 시칠리아의 현재이며, 이제 실베스트로가 시칠리아에서 맞딱드려야할 고향의 현재를 알리는 전주곡과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고향에 당도한 실베스트르는 어머니를 만나고 어머니의 환자들을 만나며 그곳의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나게 된다. 책의 제목처럼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들로 만들어지는 그 시간들은 실베스트로에게 잃어버린 15년의 시간이자 그의 어머니가 살아왔던 시간이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불화이며, 가족의 슬픔으로 모습을 바꾸어 다가오게 된다.



시칠리아, 과거와 현재속에 모욕당한 그들의 세상

실베스트르는 <시칠리아에서의 대화>를 통해 시칠리아에서 자신이 보내지 않았던 15년의 시간동안 그곳을 살아온 사람들의 시간을 경험한다. 15년의 시간은 현재가 되어 뒤섞이고 그에게 거대한 혼돈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어린 동생을 전쟁터로 내몰아 버린 조국의 현실과 모욕당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모욕당한 사람들의 시간이 바로 그들의 부모님의 시간이며 그토록 외면했던 자신의 가족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아간다. 실베스트르가 시칠리아에서 보낸 <시칠리아에서의 대화>의 시간은 그에게 잃어버린 15년이자 잃어버린 가족이며 곧 그들의 현실인것이다.


외면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모욕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들.

사람들은 그들이 놓여 있는 현실이 자신의 이상와 맞지 않을때, 혹은 그 현실을 이겨낼 수 없으리라는 절망을 경험할때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외면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실베스트로가 15년의 긴 시간동안 고향을 떠나 단 한번도 발걸음하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런 외면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속해있으나 스스로 그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그곳에서 벗어나 조금 더 사람이고 싶었던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고 가족을 떠나고 자신을 떠나야만 새로운 자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그저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현실을 알고, 현실을 경험했으며 그 현실처럼 어려운 미래도 조금은 눈치 챌 수 있는 능력이 사람들에게는 있으니까. 실베스트로는 어쩌면 고향을 떠나던 그 때에 자신의 외면이 영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 단지 고개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말이다. 그가 말하는 모욕당하는 세상 속에 모욕당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간에는 실베스트로 자신의 시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 모욕당하는 세상의 진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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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회상록
뀌도 미나 디 쏘스피로 지음, 박선옥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9년 9월
품절


몇년 전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방송 프로그램 중, 가을연가라는 이름의 드라마가 있었다. 송혜교와 송승헌이 주인공이었던, 그리고 수 많은 패러디 작품을 낳았던 '얼마면 돼',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등의 대사를 낳았던 바로 그 드라마.. 유난히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던 그 드라마에 바로 이런 대사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시 태어나면 나무로 태어나고 싶어요..'라는.. 그저 나무로 태어나서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원없이 바라만 보면서 살아가고 싶다던 그 소원. 그것은 아마 나무라는 존재가 어느것에도 휩쓸리지 않고 생을 다할때까지 지긋히 한 자리에 서서 모두를 굽어봄을 부러워하는 말이었을 것이다.


숲의 여왕 주목의 성장, 그리고 시간들

<나무 회상록>은 바로 그 나무의 시선을 담고 있다. 그저 그런 작고 아담한 수십년 수명의 나무가 아니라 수천년을 살아온 시간 그 자체인 나무 한그루. 그래서 이 나무 회상록은 시간의 기록이자 자연의 기록이고 인간의 기록이자 신의 섭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수많은 세월을 살아온 한 그루의 나무가 스스로 성장이라는 필수의 과정을 겪으며 지켜보아온 많은 것들. 그저 한 곳에 서서 오랜시간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기에 더욱 섬세하고 잔인하리만큼 객관적인 누군가의 시선을 <나무 회상록>이라는 제목으로, 또 나무라는 존재의 시선으로 만나게 되는 책이 바로 <나무 회상록>이라 하겠다.

주목의 눈을 통해 보는 시간의 역사

<나무 회상록>의 주인공은 거대한 숲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존재인 주목이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오랜 시간 숲의 절대자로서 시간을 보내온 존재이며 어린 주목이 싹의 틔워 점점 성장하는 시간을 겪는 동안 그녀의 어머니는 노화라는 과정을 겪고 그녀는 푸르르고 거대한 또 하나의 숲의 위대한 존재로 성장한다.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주목. 때문에 많은 숲의 존재에게 추앙을 받고 그래서 다른 존재의 가치에 대한 사고가 미흡했던 어린시절을 지나 스스로의 변화처럼 변화하는 숲과 자연의 모습들을 경험하며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이 <나무 회상록>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다. 장구하다는 표현이 걸맞는 주목의 생명주기를 따라 그 주변에서 펼쳐지는 수 많은 사건들은 때로는 자연 그대로의 섭리이기도 하고, 때로는 인류의 역사이며, 때로는 문명의 탄생이기도 하고, 때로는 종교의 발생이 되기도 한다. 그만큼 오랜 시간동안 바라보아온 세계를 통해 주목은 스스로 성장하며 관찰하고 배워나가는 것이다.


숲의 여왕도 자연의 거대함을 거스를 수 없었다.

<나무 회상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을 짚어보라 한다면 나는 주목이 그녀의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하는 순간을 떠올릴 것이다. 오랜 시간 숲의 가장 위대한 존재로 추앙받던 엄마, 숲의 모든 이들이 엄마의 노화되어가는 과정과 곧 다가올 그녀의 죽음을 알아차리고 있었지만 어쩐일인지 그녀의 딸인 주목만큼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엄마의 죽음과 맞딱드린다. 그리고 그녀는 좌절하고 슬퍼하며 스스로에게 분노한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로 뭉쳐 아래만 바라보고 누리며 살아갔던 주목으로서의 삶, 그 옆에서 그녀의 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엄마가 죽어가는지도 모르는채 그저 푸르르기만 했다는 자조섞인 주목의 회한은 다른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 나에게 한없이 관심과 사랑을 쏟아부었던 나의 엄마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가지지 못한 어린 자식들의 후회와 너무 닮아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녀는 이 엄마의 죽음을 겪으며 스스로 깊은 잠에 빠진다. 마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 순간이 어렸던 주목이 가장 크게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잠에서 깨어난 주목의 시선이 그녀 안에서 바깥으로 변화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인상을 준다. 가장 소중한 것을 잃었지만 그 대신 더 깊고 넓은 마음을 얻기도 하는 인간들 처럼 말이다.


삶은 모두가 공평히 나누어 갖는 시간의 조각.

<나무 회상록>은 주목이라는 한 그루의 나무가 태어나고 자라 성장하고 노화하는 인간의 삶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 다르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것을 갖추고 태어나지 못해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일생을 뛰고 달리며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지니는 대신, 주목은 태어나면서 부터 주목이라는 선택받은 존재이기에 그녀 자신이 이루어야 할 것 보다는 물려받고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은 우월한 존재라는 점일것이다. 이런 선택받은 존재로서의 주목은 때문에 자신을 향하는 시선과 존경을 당연시 하고 때로는 거만하기까지 하다. 어머니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만나기전까지는 말이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주목의 시선은 전과는 다르다. 거만하거나 굽어보지 않고 좀 더 멀리, 그리고 더 깊게 보는 시선을 갖추는 새로운 존재로 깨어나 자연의 섭리와 위대함앞에 자신도 별것 아닌 하나의 존재일 뿐임을 자각하고 모두가 그저 존재 하나만으로도 가치를 가지는 동등한 존재임을 깨우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특별한 힘을 부여받고 때로는 스스로가 특별했으나 그저 자연을 이루는 하나의 존재일 뿐이기에 한없이 위대하고 한없이 보잘것 없음을 깨달아가는 주목의 의식은 그래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는 듯 하다. <나무 회상록> 안에 담긴 내용은 그래서 <나무 회상록>이라기엔 너무도 사실적인 인간의 회상록이자 시간의 회상록이 아닐까? 이 책의 부제는 나무가 들려주는 세상이야기 이지만 사실은 나무가 들려주는 섭리의 이야기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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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의 홈베이킹 - 마요가 알려 주는 스위트 레시피
한마요 지음 / 나무수 / 2009년 10월
절판


특별한 날엔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케익을 굽고, 즐거운 사람과의 만남엔 그 만남을 기념할 수 있는 손수 구운 쿠키를 곱게 포장에 들고가는 일. 해본적은 없지만 한번쯤은 모두가 특별한 사람과 특별한 시간을 위해 그럴 수 있기를 바람해본적이 있을 것 같다. 물론 홈 베이킹이라는 것이 워낙 전문적인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복잡하고 어려워보여 선뜻 시도해보기엔 여러모로 부담기 가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나만을 위한 주방에서 직접 만든 케익과 과자를 만들어보는 꿈. 참 달콤하고 즐겁지 않은가?


계절따라 어울리는 홈 베이킹 메뉴들

<사계절의 홈 베이킹>에는 제목 그대로 계절 따라 그 계절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과 제철 과일들을 가지고 집에서 만들 수 있는 너무 어렵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멋진 홈 베이킹 아이템들을 소개하고 있다. 봄에는 벚꽃모양의 쿠기와 딸기로 만든 케익과 과자들, 여름에는 레몬으로 만든 차부터 블루베리 음료와 빵, 가을에는 각종 견과류로 만든 쿠케와 비스코티에 푸딩, 겨울에는 따뜻하고 달콤한 초콜릿으로 만든 브라우니와 케익까지 각각의 계절에 맞는 과일과 아이템들로 각종 케익과 쿠키부터 음료와 잼까지 다양한 아이템들로 계절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먹을거리를 선보인다.


가끔 가보고 싶은 맛있는 디저트 카페

계절에 어울리는 각종 과일들과 아이템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한권의 책을 채우고도 넘치겠지만 <사계절의 홈 베이킹>에는 홈 베이킹 아이템만을 소개하는 것으로 한권의 책을 채우지 않는다. 직접 만들어 먹는 홈 베이킹 과정을 담았지만 그것에 더해 가끔씩 들러 전문가의 손으로 만든 디저트의 맛을 느끼고 싶을때 그 소망을 충분히 충족시켜줄만한 저자의 추천 디저트 카페들도 포함하고 있다. 물론 거의 서울에 위치하고 있는 디저트 카페라는 점에서 서울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느낌을 전하긴 하지만 한번쯤 서울에 들를 일이 있다면 쌉싸름한 커피한잔과 달콤한 컵케익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디저트 카페를 들러보는데에도 꽤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쿠키부터 케익까지..

아이템의 종류도 한가지에 치우치지 않고 각 계절에 어울리는 재료로 만드는 다양한 종류의 아이템이 고루 소개되어 있다는 것 역시 <사계절의 홈 베이킹>의 장점. 케익과 쿠키, 음료와 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각양각색 매력을 조금씩 느낄 수 있는 음식들로 소개되어 있으니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오늘은 쿠키를 내일은 타르트를 선택해 만들어보는것도 홈 베이킹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물론 어울리는 다양하고도 맛있는 차와 함께 말이다.


스스로 만드는 홈베이킹의 즐거움.

<사계절의 홈 베이킹>에는 베이킹하는 과정만을 다루고 있지 않다. 베이킹을 하는 과정부터 즐기는 방법, 그리고 선물할때 요긴한 포장법까지 홈 베이킹을 즐길 수 있는 여러방면의 정보를 담고 있다. 그저 만드는 법 하나만으로도 많은 양의 내용을 담을 수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준비하고 만들고 그것을 나누는 전체적인 과정에 대한 정보를 작지만 알차게 선별적으로 골라 담은 책이 바로 <사계절의 홈 베이킹>. 그래서 이 한권의 책으로도 충분히 쿠키를 만들어 예쁘게 포장을 하고 특별한 사람들과 특별한 시간을 만드는데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소화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으니 홈 베이킹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 쉽게 더 많은 기쁨을 누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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