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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루프의 사랑 ㅣ 무한카논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1월
절판
세상에 존재하는 수 많은 것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음악도, 미술도, 그리고 한 권의 책도.. 수 많은 세월동안 세상에는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 중에는 단지 사랑이 아니더라도 세상 사람들의 머릿속에 더 오래 자리 잡고 더 충격적인 사건들이 많았을텐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한다. 사랑이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도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리게 하고 인생을 바꾸며, 때로는 역사를 바꾸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나보다.
3부작 무한카논 시리즈. 그 마지막 이야기.
<이투루프의 사랑>은 시마다 마사히코라는 작가가 7년에 걸쳐 완성해낸 무한카논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끝내는 그 사랑으로 조국에서 버려진 남자의 이야기. 그러나 마지막까지 그 사랑을 잊지 못해 그곳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한 남자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투루프의 사랑>으로 마무리 되는 것이다. 무한카논 시리즈의 전작들을 먼저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는 <이투루프의 사랑>에 언급된 잠깐의 이야기만으로 그 이야기들을 짐작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이야기의 가장 아래에 사람들이 그토록 오랜 시간을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깔려있음은 이 마지막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랑을 얻기 위해 운명을 걸고, 다시 그것을 위해 이투루푸를 향한 사람의 이야기.
카운터테너로 이름을 알리던 한 남자가 사랑을 얻어 행복을 가지고, 다시 그 행복을 가져온 여인이 그의 조국의 황태자비가 되어버린 이야기. 누군가의 인생이라면 정말 드라마 같다며 안쓰러운 눈을 했을 법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이 <이투루프의 사랑>의 주인공인 가오루이다. 손을 놓친 그녀의 곁으로 다시 가기 위해 조국에 무언가를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영토분쟁 속에 놓인 이투루프 섬으로 향한다. 아무것도 볼 것도 가질 것도 없는, 그래서 영토분쟁속에 있다는 특수상황만이 도드라지는 섬 이투루프. 가오루의 이투루프 행은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리라는 목적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그 섬에서 만나게 되는 우연과 운명의 만남들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바로 <이투루프의 사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이투루프 섬에서 만난 니나와 코스챠, 그리고 가오루의 이야기.
가오루는 이투루프에서의 시간동안 그곳의 샤먼인 마리아와 그의 딸 니나와 동생 코스챠등과 유대감을 형성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살지 않는 이투루프에서 그들과의 관계는 점점 가오루에게 안정과 함께 새로운 평화를 가져다 주게 되고 니나와의 사이에서는 그가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사랑의 감정까지 일깨워준다. 아무것도 없기에 어느것도 기대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작은 섬 이투루프에서 그는 그가 잃어버렸던 마음과 몸의 감정들을 조금씩 되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가 그토록 원했던 여인의 사랑이 아니라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변화를 만나는 가오루. 가오루의 변화는 그저 한 여인의 남자로써만이 인생의 의미를 찾았던 그의 지난 과거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사람들과 교감하고 스스로를 되찾는 과정. 그것 속에서도 사랑이상의 의미들을 찾을 수 있었단 가오루는 자신만큼이나 힘겨운 사연을 품고 살았던 니나와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법을 알려준 코스챠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삶의 모습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곳. 이투루프에서 말이다.
그가 찾아낸 현실을 이겨내는 방법
가오루는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진 이투루프에서의 생활에서 점차 스스로를 찾아가게 된다. 이전의 그가 그토록 원했던 사랑이 자신의 곁에 있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그 이상의 것들을 얻어가는 과정과 함께 사랑의 새로운 형태를 찾아간다. 그 안에는 그의 연인 후지코를 기다리는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이투루프에서의 시간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또한 포함되어 있다. 가오루가 오랜 시간지 지난 후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이투루프의 영토분쟁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고 그의 연인이 후지코가 남아 있던 일본으로 돌아갔는지, 또는 그 나름의 행복을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단지 그가 이투루프에서 지난 시간동안 해왔던 사랑과는 다른 모습의 그만의 사랑을 찾아내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을 뿐이다. 사랑은 어쩌면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른 모습일 것이다. 모두가 사랑이라 말하지만 그래서 사랑은 수만가지 모습으로 세상에 남아있기도 할것이다. 그것이 수 없이 많은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도 여전히 사랑을 이야기 하는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