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제15회 독일 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절판


꽉 막힌 도심지의 도로에서 붉은 등과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를 듣게 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디서 사고가 난건가?' 구급차로 불리우는 하얀바탕의 붉은 장식이 그려진 이 차는 생명을 다루는 위급한 상황에서만 시끄러운 사이렌을 울리고 교통법규의 구애를 받지 않은채 답답하게 조금씩 꿈틀거리기만 하는 도심지의 도로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특혜받은 존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들이 어딘가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때문에 그들이 답답한 도시에서 누리는 특혜에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 그들은 생명을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


도심지를 질주하는 구급차와 대원, 그들의 긴박한 일상

볼프 하스의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은 바로 그 구급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평생에 한번 닥칠까 말까 한 촌각을 다투는 일, 그리고 그들의 그 일분 일초에 하나의 생명이 살고 죽는 일들을 매일 겪어야 하며, 그 위급한 상황이 다름아닌 그들 자신의 생존과 연결되는 직업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자면 누군가에게는 일생일대의 사건이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늘 맞딱드리는 일상일 뿐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일분일초가 긴박한 사람들, 그리고 그것이 일상인 사람들의 숨가쁨은 그래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에서는 조금 색다르게 표현된다.

구급대간의 경쟁, 그리고 살인사건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의 주인공 브랜너는 형사로 재직하다가 구급대원으로 전향한 인물이다. 구급대원으로 이직하기 바로 직전에는 사립탐정으로도 잠시 일을 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일을 하고 있는 구급대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살인사건의 피해자는 자신과 함께 일을 했던 또다른 구급대원, 그리고 용의자는 역시 자신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다른 구급대원이다. 두명의 동료 구급대원이 관련된 이 살인사건에 대해 브랜너는 추적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들의 사건이 단순한 사고나 원한관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챈다. 자신들이 일하고 있는 십자구급대와 또 다른 구급대인 구조연맹사이의 갈등에서부터 그들간의 경쟁, 그리고 그 경쟁 속에 녹아 있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드러내고 자신이 일하고 있는 십자구급대나 구조연맹 모두가 이런 비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아채는 과정은 브랜너가 그가 일아고 있는 구조대의 존재에 대해 점점 의심을 키우게 한다.


도심을 질주하는 사람들, 그들만의 사는 방식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의 가장 큰 매력은 도심을 질주하는 구급대원들의 모습을 실제 옆에서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사실적인 표현력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일상인 이 상황들을 그들이 어떻게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겨내며, 때로는 이해하고 즐기기까지 하며 생활하는가에 대한 묘사 역시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색다른 표현과 무겁지 않은 이야기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는 자연스럽게 글을 읽어내려가는 것만으로 내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평범한 문장의 이야기는 아니다. 살인사건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와 여기에 꽤 복잡한 구조대간의 정치적 싸움이 얽혀들어있기 때문에 사뭇진지하고 어둡게 끌어내야할 이야기이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농담과 조소가 순간순간 녹아들어 문장만으로는 이 글이 진지해야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이러한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의 문장만이 지니는 특이한 분위기가 이야기를 더욱 강렬하고 매력적으로 만든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듯 하다.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는 분명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에 맞추어 그저 사건을 해결하는데에 모든 이목이 집중되기 보다는 사회의 어두운 모습들과 인간들의 이기심들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나는 점에 그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한다. 일분일초의 시각으로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대 사이에도 이런 알력다툼이 있다는 것이 못내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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