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 9 - District 9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같은 존재와 같지 않은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디스트릭트9은 이제까지 수없이 많이 존재해왔던 외계인을 다룬 영화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대체적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외계의 생명체에 대해 인류보다 우월한 테크놀로지를 지닌 높은 지능의 존재들로 그린다. 그리고 인간들은 그들의 침략에서 지구와 인류를 지켜내기 위해 그들에 비해 비교적 하급수준의 기술과 무기들을 하지고 대항하지만 고전하게 되고, 여기에 영웅의 역할을 하는 주인공 한명이 배치되어 기지와 놀라울 정도의 활약으로 인류를 구해낸다. 이것이 그동안 외계인을 소재로 한 영화들의 대체적인 줄거리였다.

하지만 디스트릭트9은 완전히 정 반대이다.디
스트릭트 9의 외계인들은 사고수준이 떨어지고 본능에 보다 충실한, 그래서 하등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외계인은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수준을 가지고 있으나 그들이 살고 있는 행성이 환경적으로 우리보다 부족하기에 보다 나은 땅을 찾아 지구를 점령하려 한다는 외계스토리가 아닌, 외계인을 그저 하등한 난민으로 표현한 디스트릭트9..

하지만 이 하나의 관점 차이가 이 영화를 단순한 SF영화가 아닌 것으로 만들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그저 화려한 볼거리와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친 SF영화가 아니라 난민이라는 단어로 연상되는 우리와 함께 지구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뭔가 다른 사회적 메세지를 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디스트릭트 9에서의 외계인은 처음에는 신기하고 경이로운 존재로 관찰의 대상이 되다가 그들이 땅에 발을 내딛고 일반적인 지구인에 비해 수준이 떨어지는 종족임이 확인되는 순간 격리를 당하게 된다. 그들만의 구역을 만들어 그들을 인간들과 나누어 놓고 비난과 경멸의 시선으로 점차 그들을 하대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선은 어느곳에도 착륙하지 않고 그저 상공에 떠 있는 상태로 움직이지 않는다. 어느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누군가의 존재처럼 말이다. 


나와는 다른 종의 존재로 분류되어진 외계인들의 생명은 같이 숨쉬고 있는 인간들에 비해 너무도 쉽게 살상되고, 외계인을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닌 그저 외계의 존재로만 인식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생명에 대해 재고의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그저 흉측하고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 인류의 골치덩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디스트릭트9은 외계인으로 표현된 인류의 또다른 잊혀지거나 혹은 잊고 싶은 존재들을 연상시키며 나와는 다른 존재로 인식된 이들에게 인간이 얼마나 잔혹하고 잔인할 수 있는가를 상기시킨다. 외계인이라는 미지의 생명체가 등장하긴 하지만 여기에 우리가 우리 아닌 다른 존재로 인식하는 집단 혹은 단체를 대입한다면, 인간이 인간을 향해 인간에게 보낼 수 없는 경멸과 비난의 시선을 얼마나 잔인하게 그리고 당연시하며 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도 지구 어딘가에서 끝없이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전쟁을 우리가 얼마나 쉽게 잊고 쉽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재고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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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렌 포스터 작가정신 청소년문학 1
케이 기본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11월
절판


대부분의 사람은 살아가면서 조금씩 스스로의 모습을 다듬어 나간다. 모난 곳은 둥글게 다듬고, 남들보다 뛰어난 내 모습은 조금 더 잘 보이도록 공을 들이며 말이다. 그렇게 각자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각자 다른 인생을 설계하는 인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개인의 초석을 다듬으며 과거보다는 현재가 현재보다는 미래에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것을 성장이라고 말한다. 성장은 말 그대로 과거보다 조금 나은 현재의 모습이며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이다. 언제나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만들어가는 성장, 그 성장은 인생 전체를 통해 천천히 이루어나가는 것인만큼 어느 한 곳도 중요하지 않은 때가 없지만 때로는 사람에 따라 가장 시작이 되었던 그곳에서 작거나 혹은 큰 상처를 가지게 되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고통을 기억하게 되기도 한다. 누군가의 어린시절은 그래서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끼치기도 한다.


고통스러운 어린시절의 기억.

<엘렌 포스터>의 주인공은 엘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소녀이다. 그녀는 병든 엄마와 무능력한 아빠를 가족으로 두고 있으며, 병들고 약한 몸의 엄마에게는 한없는 안쓰러움을, 무능력하고 난폭한 아빠에게는 무시와 경멸의 시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을 거두게 되고 아빠와 함께 집에 남아 얼마간의 시간을 보낸 엘렌은 차마 말로 할 수 없는 참혹한 기억을 얻고 아빠를 떠나 이모들과 학교의 선생님 집을 배회하기 시작한다. 법원은 엘렌에게 엄마의 엄마와 함께 생활할 것을 지시하고 그녀는 그때부터 엄마의 엄마, 즉, 외할머니의 집에서 기거하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줄것이라 기대했던 엄마의 엄마와의 생활은 엘렌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려지고, 엄마의 엄마는 엘렌에게서 보이는 엘렌의 아빠의 모습에 분노하며 엘렌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런 외할머니도 병에 들고, 엘렌은 이제 하녀하나 남지 않은 집에서 엄마의 엄마를 돌보게 된다. 자신을 괴롭혔지만 그것이 자신의 딸을 죽음으로 몰고간 아빠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발견했음이 이유라는 것을 알게 된 엘렌, 그녀 자신도 경멸을 마다하지 않았던 아빠의 모습을 자신에게 발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엘렌은 엄마의 엄마를 이해하고 돌보며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최선을 다해 지켜내는 것으로 그녀만의 성장을 이루어 나가게 된다.


불행을 만든 어린시절을 조용히 읊조리다.

<엘렌 포스터>는 현재의 엘렌이 새로이 소속되어 이루어낸 새로운 가정의 모습과 과거의 그녀가 빠져나오길 원했던 불행했던 가족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혈연으로 맺어졌던 과거의 가족들이 그녀를 바깥으로 내몰고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냉정한 시선의 어린아이로 만들었다면 현재의 가족은 그녀를 과거의 상처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이다. 여전히 상처로 가득하기에 남의 이야기를 하듯 심드렁한 말투로 내뱉을 수 밖에는 없지만 이제 그것들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사랑과 보호를 받고 있기에 불행을 마주하고 조금은 차분한 마음으로 그것들을 털어버리기 위한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엘런 포스터>를 채우고 있는 이야기들은 마치 누군가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을 전할 뿐이다.


그렇게 그녀는 성장한다.

엘런은 불행한 과거 속에서도 그녀는 끝없이 성장의 과정을 겪는다. 그리고 그 불행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자신의 원래 이름을 버리고 스스로가 선택한 포스터라는 성을 원하게 된다. 이름을 바꾼다고 하여 그녀의 과거가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름을 바꾸는 그 순간부터 자신의 불행과 이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삶으로 편입되기를 바라는 그녀의 바람이 포스터라는 성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 역시 그녀를 엘런 포스터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부자연스럽게 요란을 떨지 않고 원래 그랬듯 자연스럽게.. 그 자연스러운 이름의 변화처럼 자신역시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길 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엘런 포스터로 살아가기를..

엘렌은 이제 엘렌 포스터로 살아가길 원한다. 과거의 불행을 고통스러운 상처 받아들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도 끝없이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내었던 지나치게 똑똑했던 소녀 엘렌에게 이제 새로운 가정이 만들어졌듯이 그녀의 이름에도 새로운 인생이 담겨 있을 것이다. 병든 엄마와 무능력한 아빠가 주었던 엘렌이라는 이름 뒤의 성을 스스로 떼어버리고 새로운 가정을 스스로 선택했듯 스스로 선택한 이름 엘렌 포스터, 과거의 엘렌을 모두 지워버리지 않고 그 안에서 새로운 포스터를 발견했듯 엘렌은 끝없이 과거보다 나은 엘렌 포스터를 그리고 지금 보다 나은 미래의 엘렌 포스터의 위치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렇게 과거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새로움을 찾아내는 엘렌의 지혜로움이 과거의 고통에서 그녀를 꺼내고 현재를 만든 그녀의 성장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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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
신유경 지음 / 사람in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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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교부터 영어를 배운다지만, 나는 중학교때부터 영어를 배운 세대이다. 지금보다야 조금 느리긴 하지만 중학교3년, 고등학교3년의 교과과정을 지나 영어 안하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대학4년까지 영어를 했다고 계산하면 도합 10년이 넘는 시간을 영어라는 과목에 투자를 한것이 되는데, 이 영어라는 언어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학교 다닐땐 문법은 어려우니까 던져버리고 독해만 해댔고, 대학 들어가 뒤늦게 문법 좀 해볼려고 했더니 이제는 실생활에 필요한 회화가 대세라고 한다. 영어도 분위기를 타는지 매번 바뀌는 중요포인트 때문에 매번 헛갈리긴 하지만, 회화라.. 사실 그건 정말 중요한것 같긴 하다. 10년을 영어공부를 하고도 여전히 외국인이 길을 물으면 말이 나오는게 아니라 단어들만 머리를 돌아다니는 실정이니, 10년 배운 영어, 토익 토플 점수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한번 써먹어보려면 실제 상황에 어울리는 실전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지금 당장 뉴욕으로 가야한다면?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는 바로 이 당신이 지금 당장 뉴욕으로 가야한다면이라는 상황의 설정으로부터 시작하는 회화책이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가기 위해 미국땅에 첫번째 발을 내딛은 그 장소, JKF공항에서 수화물을 찾고, 짐을 옮겨야 하는 당신이 처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상황까지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으로 설정하여 그 상황에서 당신이 구사할 수 있는 영어를 시범적으로 먼저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말 그대로 현장 적용 실전회화가 바로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이다.


뉴욕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모두 즐기게 해주는 영어

자! 이제 뉴욕에 발을 내딛었다면 호텔에 짐을 푸는 것 부터 하여 당장 밥을 먹는 것까지 모두 영어로 해야한다. 기왕 뉴욕까지 왔으니 여행을 즐겁게해줄 볼거리와 먹을 거리들을 찾아나서는 것 또한 뉴욕에서 해야할 일이다. 뉴욕을 즐기기 위해 가방 가득 여행 가이드북을 챙겨오지 못했더라도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챙겼다면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길을 묻고 이동수단을 이용하는 질문들 이외에 뉴욕! 바로 그곳에서는 꼭 보아야 할 것들과 먹어야 할 것들 또한 이 한권의 책에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는 뉴욕을 여행하기 위한 맞춤 회화책이기도 하다. 한권의 책에 간단한 영어회화는 물론 뉴욕이기 때문에 특별이 더욱 신경써서 골라야 하는 쇼핑의 거리와 먹을 거리 그리고 볼거리들을 찾기 위한 안내와 영어들도 가득히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글로 먼저 경험하는 뉴욕 여행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의 가장 큰 특징은 말 그대로 시뮬레이션화 되어 있는 상황 설정들에 있다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것처럼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상황들의 설명을 쭉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레 뉴욕에서 맞딱드릴것 같은 상황들에 부딪히게 되고 그 상황에서 내게 필요한 영어회화들이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령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쇼핑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옷을 골라 들고 피팅룸에서 직접 옷을 착용하기 위해 피팅룸으로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옷의 수가 제한되어 있다거나 도난 방지차원에서 행해지는 특수한 그들만의 방법들을 소개하고 이런 순간에 맞딱드렸을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대화들을 구성하여 페이지의 마지막에 시뮬레이션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상황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활용도 면에선 아주 효과적인 문장들이니 실제 뉴욕에 갔을때 어마어마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 권의 책으로 여행과 영어를 모두 정복하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나라의 도시, 그것도 언어에 자신이 없는 곳이라면 내가 챙겨야 할 짐가방 속에는 옷과 생필품보다 회화책과 여행가이드북이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사할때 짐 싸본 사람들은 모두다 아는 사실, 책이 얼마나 무거운가? 즐거운 여행을 무거운 책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철저한 사전준비가 중요하겠지만 아무리 준비를 해도 낯선 나라 여행에는 늘 여러 불안요소들이 도사리고 있다. 당신이 뉴욕을 간다면, 그런데 더도 덜도 말고 딱 한권의 책만 들고 갈 수 있다면 어쩌겠는가? 나라면 바로 이 책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추천할 것 같다. 뉴욕이라는 한정된 도시에서 반드시 맞딱드릴것 같은 현장의 대화, 그리고 그곳에서 꼭 보고 듣고 먹고 와야할 정보들이 한 권에 모두 들어있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참 요긴하지 않을까? 앞으로 <뉴욕 그 생생한 시뮬레이션과 잉글리시>를 시작으로 세계 유명 여행지의 여러 언어와 여행 가이드북이 시리즈로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드는건, 생각보다 알차고 요긴해보이는 바로 이 한권의 책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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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 - 김형경 애도 심리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11월
구판절판


어떤 사람도 이별을 피해갈 수는 없다. 물론 사람에 따라 더 많은 이별을 경험하고 더 적은 이별을 경험하는 횟수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가족간의 이별이든, 연인간의 이별이든, 동료간의 이별이든..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떤 이유에서건 이별을 경험한다. 이별은 아픈 상처이지만 그 상처는 누군가와의 관계의 증거이며 내 마음에서 넘쳐났던 애정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별을 어떻게 겪어내느냐가 그 다음의 관계와 그 다음의 나의 마음을 다듬는 또 하나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좋은 이별이란게 있긴 하니?

<좋은 이별>은 사실 제목만으로는 뭔가 미심쩍은 느낌을 전달한다. 이별은 분명 상처이고 아픔인데 그런 이별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는가. 아무리 좋아도 이별은 이별일 뿐이고, 결국 좋은 이별이란것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제목. 그래서 <좋은 이별>은 어딘지 모르게 조금은 먼듯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좋은 이별>을 펴들기 전 <좋은 이별>의 첫인상이었다. 약간의 호기심과 약간의 반감, 그리고 그안에서 어쩌면 정말 좋은 이별을 찾아낼지도 모른다는 아주 약간의 기대를 안고 책을 펴들었다.


이별에서 나를 구해내라.

<좋은 이별>은 이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전한다. 그리고 한 두 번의 이별을 경험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그 이별을 충분히 잘 겪어내고 난 다음 이별 뒤의 나의 모습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하기 위해 쓰여진 안내서이다. 술픔을 내색하지 않고 무덤덤하게 이겨내는 것이 사실은 이별을 잘 겪어내는 것이 아니며 그러한 잘못된 이별의 경험은 훗날 당신의 감정을 굳게하고 상처를 향해 고개조차도 돌리지 못하게 한다고 <좋은 이별>은 말한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이별을 잘 겪어내고 그 이별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인생의 한 고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 바로 <좋은 이별>이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 책들은 많았다. 하지만 <좋은 이별>이 조금 다른 이유는 짧은 몇줄의 말로 이별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슬픔은 창피하지 않다. 아플때에는 아프다고 말하라 등의 그저그렇고 뻔한 이별에 대한 충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과 같은 이별을 똑같이 경험하고 때로는 더욱 큰 상처로 남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이별을 돌아보고 나는 어떤 경우에 속하는지 진단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데에 있을 것이다. 너의 지나간 이별에는 신경쓰지 말고 이제부터 잘하라는 막연한 말이 아닌, 너의 이별이 이런 모습은 아니었는지를 먼저 묻고, 그것은 너만의 아픔이 아니며, 그보다 더 깊게 아팠던 사람들도 있었노라고, 그러니 그 이별의 상처를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마주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별의 모습을 마주보고 그 이별을 충분히 겪고 난 다음에야 당신은 그 이별을 조금은 더 침착하게 마주 볼 수 있을것이라고 말이다.


좋은 이별을 충분히 겪기 위해 나를 찾는 것 부터 시작하게 한다.

<좋은 이별>안에 담긴 무수히 많은 이별의 후유증으로 시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실제로 그 안에서 나의 모습도 발견했다. 이별을 겪어낼 자신이 없어 스스로의 감정을 무덤덤하게 만들고 그 이후에는 이별이 될 수 있는 것들에게 감정을 나누어주지 않는 모습, 그리고 언젠가부터 무슨일에나 눈물이 없어, 친구들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 그런것들이 모두 책 속의 누군가에게 있던 나의 모습들이었다. 아마 수 많은 <좋은 이별>속의 이별의 모습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이별을 맞딱드렸을때 보였던 이별의 후유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후에 나에게 어떤 모습이 되어 딱지가 되어 버렸는지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것부터 <좋은 이별>은 시작하라고 했다. 내 모습을 그 안에서 찾았다면 이제 그 안에서 해야할 일은 그들에게 내릴 저자의 작은 처방들을 읽어볼 차례이다. 물론 책을 한 권 읽는다고 해서 오랜시간 외면했던 이별을 겪는 나의 행동습관이 한순간에 확 바뀌지는 않을 테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달라지지 않을까? 바로 그런 나의 모습이 나에게 옹이가 되어 오랜 흉터로 남는 다는 것 말이다. 아마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은 이별>을 겪어내는 첫 단계를 순조롭게 밟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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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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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을 선택할 때 나는 가끔 책의 안과 바깥을 덮고 있는 짧막한 추천사들을 참고하곤 한다. 때로는 국내의 저명한 인사, 혹은 세계적인 인사들이 먼저 책을 읽고 추천하는 한마디의 말이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매체들에서 책을 소개하는 글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그 책의 수상경력이 되기도 하는 짧은 말들.. 그 글들을 통해 책의 느낌을 먼저 느끼고 내용을 짐작해보는 것으로 책을 맛보기 하는 것이랄까? 그래서 이 책을 만났을 때 나는 사뭇 흥분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한 복합적인 느낌의 이미지와 칭찬을 넘은 극찬과 칭송의 한마디 말들을 보며 에드가 커렛이라는 작가의 글들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반전으로 시작하다.

이 책을 집어든 또 하나의 이유를 들어보라 한다면 나는 아마 이 책의 제목을 언급할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꾸었던 미지의 존재가 되는 꿈, 그 꿈을 꾸었으나 현실에서는 버스 운전사인 누군가를 말하는 것만으로 이 작가의 글 안에서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미래의 나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공감되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책을 펴들어 첫번째 이야기를 만났다. 바로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첫 이야기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였다. 여기서부터 바로 이 책의 반전이 시작된다. 책의 소개글에서는 단편이란 말이 없었기 때문에.. 이 책은 22편의 단편소설 모음집니다. 그래서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길고 긴 인생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처음부터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제목의 이야기가 달랑 3페이지 분량의 짧아도 너무 짧은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 이야기라는 것이 너무 오묘하다. 엄청난 칭송으로 가득찬 추천사에서 기대하게 했던 위대한 천재성이라기엔 뭔가 애매했다고 해야할까?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몇개의 단편이 이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나를 뭔가 석연치 않게 만들었다.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다.

내내 석연치 않던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던 내가 이 단편들이 가지는 하나의 일관된 느낌을 부여잡은 것은 책의 중반즈음이 되어서였던것 같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로 시작되는 여러개듸 짧디 짧은 단편들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은 장면을 포작하여 그 장면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이끌어낸다. 때로는 어린날의 꿈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사형수를 이야기하고, 때로는 지옥을 말하는 이야기들, 누구나 처할 수 있지만 혹은 누구나 스쳐지나갔지만 한번도 그곳에 나를 대입시켜본적이 없는 그 장면들에 들어가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끌어내는 능력으로 사람들의 가장 아래에 깔려있는 환상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반전을 꾀하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의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는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단편 크넬러의 행복한 캠프생활자들이다. 자살한 사람들의 세상에 떨어진 모두가 자살한 사람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로, 그들이 그들만의 세상에 떨어져 현생에서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삶을 살아간다는 설정부터 신선했던 이야기인데다, 그 실감나는 자살하여 죽은 자들의 생활이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끔은 이들이 죽은자들이라는 생각조차 잊게 하는 매력적인 이야기이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들이 떨어지는 구역,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주인공들, 메시아로 불리운다는 J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이지 기상천외하다 싶을만큼의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고 나면 그때서야 책의 추천사들이 조금은 공감이 가기 시작한다. 아.. 이래서 그가 천재성을 지닌 작가라 칭송을 받는구나..하고 말이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은 분명 일반적인 구성을 가진 이야기 모음집은 아니다. 다소 황당하고 다소 말도 안되는 이야기들, 그리고 도대체 이 이야기를 왜 썼을까 싶은 이야기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에 이야기되는 인간의 상상력과 어린날의 환상을 만나게 된다면 애드카 커렛이라는 이 작가의 이름이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임에는 분명하다. 그 이유가 황당함이든 감탄할만한 천재성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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