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편지
정민.박동욱 엮음 / 김영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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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로 아버지의 내리사랑은 같은 모양새인가 보다. 나의 아버지도 당신의 안위보다 우선하여 자식의 바른길로 향함을 제일로 두셨다. 그런 깊은 부정이 계셨기에 오늘에 내가 있음은 당연지사이다. 이런 선 굵은 사랑이 담긴 아버지의 가르침은 500년전 에도 환경과 모습만 달리 할 뿐 그 깊이가 달리 보이지 않는다.




이 책 「아버지의 편지」는 조선시대 최고의 선비인 이황, 백광훈, 유성룡, 이식, 박세당, 안정복, 강세황, 박지원, 박제가, 김정희가 그들의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를 풀어 엮었다. 한문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딱딱한 색깔이 짙게 깔려 있으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흔히 말하는 영판 우리네 보통 아버지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저절로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알기 쉽게 풀어 써 하나하나에 해설을 더해 놓았다. 평소 그들에게서 보기 드문 곰살 맞은 모습이나 자식에게 연약한 마음을 내 비취는 인간적인 모습에서 아버지가 가진 어깨가 달리 보이게 하며 어머니와 다른 내리사랑에 새삼 숙연해 지기까지 한다. 




이렇듯 한 시대를 풍미했던 쟁쟁한 선비들의 편지 속에는 여러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맑은 정신에서 올바른 기운이 발현됨을 몸소 실천해 보인 위대한 아버지들이기에 남달라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들에게 있어 가난은 고통이 아닌 지조로 여기며 개의치 않았으며 오로지 학업에 매진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하기에 전념하면 그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 말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어디에나 있는 불가피한 모습인가 보다. 매사 하는 것이 못미더워 보이고 여간해서 성에 차지 못하는 것이 아비가 가진 감출 수 없는 본시 마음이며 이를 받아들이는 자식 또한 마땅치 않은 게 인지상정인가 보다. 허나 이 속에 담긴 사랑의 깊이가 얼마나 크고 도타운지 모르는 바 아님을 안다. 그 시절엔 몰랐던 아비의 마음을 아비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어리석음과 함께 말이다.




가난에 겨워 학업이 늦은 아들에게 젊은이들과 헛되이 보내지 마라는 퇴계 이황의 그윽한 충고, 진득이 학업에 매진하지 않고 쉽게 얻을 궁리만 하는 것은 허위임을 근엄하게 지적하는 서애 유성룡의 마음, 조근 조근 상세하게 독서의 방법과 목적을 일러 주며 다 잡아 주는 서계 박세당, 독서야말로 인간의 지극히 좋은 맛이라 추켜세우며 진득하기를 바라는 택당 이식과 구방심 공부에 힘쓰라는 순암 안정복선생의 가르침.




반면 이런 근엄하고 무뚝뚝한 가르침 뒤에 아비로서의 사랑과 인간미가 가득 묻어난다. 손수 직접 고추장을 담가 자식의 건강을 살피는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인 연암 박지원, 시시콜콜 생기는 소소한 일상에 애정을 기울이는 표암 강세황, 손주의 얼굴이 너무도 보고 싶어 오매불망한다는 엄살을 떠는 퇴계 이황과 연암 박지원의 손자 사랑에서 나의 아버지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아버지의 편지」에는 아버지의 자상한 면모와 함께 자식의 학업이나 인생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세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하기 어려운 준엄한 질책도 담겨 있다. 여기에 더해 아비가 겪은 인생살이에 대해 자분자분 일러 주며 인생 선배로서의 격려를 곁들였다. 근래 보기 드문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요즘과 같이 아버지와 자식 간의 정이 살갑지 않은 이 때 곁에 두고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으며, 이 책이 주는 책 그 이상의 남다른 의미를 만끽 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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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
박성수 지음 / 왕의서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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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역사 중 암울하고 어두운 시기를 꼽으라면 단연 일제 강점기를 읊조릴 것이다. 학창 시절 역사교과서를 통해 배운 침통한 과거사이기에 나의 폐부 깊숙이 각인되어 있음이 이유다. 허나 이런 피 끊는 역사의식에 반해 우리의 이성적 관점은 그 시기를 통과해야 하는 학습으로서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음을 기억 한다. 그저 나의 절친하였던 녀석과 -무채색의 감정만을 남긴 채- 그 시기의 중요한 역사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필요에서 습득하였던 일종의 수단으로서 말이다.




이러한 맹목적인 주입식 교육의 지식습득에만 주력하다 보니 그 속에 깃든 민족의 아픔과 고통을 온전히 알지 못 한다. 이러한 계기에 「남가몽 조선 최후의 48년」을 만난 것은 나로서는 실로 고마운 일이라 하겠다. 제대로 뿌리 잡지 못한 엉성한 역사의식을 치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여 주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조선후기부터 한일합병까지 고종과 순종의 최측근에서 요즘의 수행비서관을 하였던 정환덕이라는 분이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비서秘書의 일종으로, 역사학자 박성수교수가 간추려 편집하였다. 기존에 배운 역사 교과서가 담고 있는 경직성을 벗어 나 그 시대 역사를 생동감 있게 몽타주할 수 있게 한다.




남가몽南柯夢. 오백년 종묘사직 조선왕조가 덧없이 한순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갔음을 통한해 하며 눈물로 적은 글 일게다. 이 글을 읽는 내내 치욕과 무능의 역사에 비분강개悲憤慷慨의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더불어 이 책을 통해 편협한 역사의식에 다시금 성토하게 되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가려진 새로운 역사적 사실의 진실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한다.




정환덕은 남가몽을 통해 세상을 엿보았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성에 겨워 그가 바라 본 기울어 져 가는 세상의 풍광을 고스란히 녹아냈다. 책 속에서 우리는 배우지 못한 진실과 어색한 조우를 하게 되며 너무도 깊게 새겨 진 편중된 진실과의 혼돈이 뒤섞이게 됨을 알게 된다.




또한 궁 내외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을 담담한 필체로 유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정환덕의 마음을 얻어 벼슬자리를 얻기 위한 줄 대기, 어지러운 시국을 이용하여 허위 기술로 사기 치기 , 김천의 기생 고부댁의 매관매직일화를 통해 부패한 조선의 모습을 통찰하고 있으며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은 조선의 운명을 개탄해 하는 마음을 안타깝게 그리고 있다.




역사 속 고종황제는 과연 무능하기만 하여 수구적이고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관하였을까? 정환덕은 그리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고종을 둘러 싼 간신배들과 열강의 간섭에 꿋꿋이 한나라의 국왕으로서 면모를 오롯이 지켜 낸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다.




짐이 대통을 이은 뒤 생민은 도탄에 빠지고 사직은 위태로워 망할지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환란과 재난이 없는 해가 없었던 것은 치안유지에 실패한 탓이었으며 짐이 부덕한 탓으로 그 화가 2천만 국민에게 미쳤다. 지금 뉘우친들 무엇하겠는가? 세 부득하여 동궁에게 전위한다. 천지신명과 종묘사직에 성심으로 이를 고하는 바이다. p-203 




고종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황제로서의 자질이 부족하여 근대화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과 외세에 굴복당한 것에 대해 아직도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고종황제의 업적에 대한 재조명을 차치하더라도 황제가 겪었을 무력한 설움과 고뇌, 그 와중에도 온갖 계략으로 황실을 괴롭혀 일제에 충성하는 윤덕영, 이완용, 송병준 등 친일파들의 작태에 대해 겪었을 황제의 마음을 정환덕은 고스란히 대변해 주고 있다.




이렇듯 조선왕조의 최후는 애절하고 비통하게 끝났다는 역자의 말에 공감함을 뼈 속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역사학자 카는 역사를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다. 이는 역사의 현재와 오늘이 덧쌓여져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직 못 다한 치환의 역사가 남아 있음을 안다. 아마도 정환덕은 남가몽을 통해 현재를 사는 오늘에게 시침을 주는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여 줄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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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동안의 과부 1
존 어빙 지음, 임재서 옮김 / 사피엔스21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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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미루어 놓은 숙제를 끝마친 기분이다. 두께에서 가져오는 심리적 압박보다 내용에서 주는 현란한 심리적 변화의 무게감으로부터의 해방이 오히려 더 홀가분하게 한다. 저자는 무엇인가를 말할 듯 말 듯 자신만의 일정한 심리적 마지노선을 그어 놓고 그 범주를 넘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쓰며 어느 샌가 홀연 달아나 버린다. 또한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작중인물들의 심리적 묘사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게 하여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며 그가 만들어 낸 상상속의 세계로 고스란히 빠져 들게 한다.

 

현재를 바라보고 있으나 어느 사이엔가 과거를 회상하며 등장인물이 겪어 온 삶의 무게와 질곡을 그려 내고 있다. 지속적으로 피드백 되는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는 그들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되고 이어 진 관계가 현재에도 과거에도 그림자처럼 따라 다녀 무수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전지적 작가 시점에 대한 철저한 지배가 존 어빙의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시리도록 차가울 만큼 내면 깊숙이 파고들어 독자의 흐려진 판단을 여지없이 차단시켜 버리며 궤도를 벗어나지 않는 계산된 결론에 이르도록 재촉한다.


불의의 사고로 멋지게 성장한 두 아이들을 잃은 부부가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에서부터 이야기는 전개된다. 사고의 여파로 지독스러운 우울증에 빠져 현실감마저 잃게 되어 버린 아내 메리엄과 편집광적인 성도착 증세를 보이며 방탕한 생활로 일관하는 동화작가 남편 테드를 중심으로 이러한 부모로부터 온전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오빠들의 과거에 사로잡혀 자신을 잃어 가는 4살짜리 꼬마 루스 홀의 불안한 관계 속에 의도된 16살 소년 에드가 끼어들게 된다. 1958년 여름 이들이 겪은 이야기가 32년 후 미래의 그들이 받아들일 모습까지 치밀한 연결고리로 얽혀 전개되며 그 두터움이 놀랍기만 하다.

16살 소년 에드와 39살 여인 메리엄과의 예정된 미완의 관계는 에드의 삶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여성에 대한 불완전한 시각을 견지한 어눌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더 이상 사회 통념의 사랑의 관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연상의 여인에게서만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되며 그로부터 허무하고 고독한 인생의 굴레에 빠져 헤어나질 못하게 한다.

한편 4살 소녀 루스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부재로 인하여 발생한 기능적 애정결여로 인해 마음속 깊숙이 억눌린 원망과 그리움이 성공한 작가가 되어서도 이분법적인 캐릭터를 형성하게 만들며 아버지 테드와의 애증으로 점철된 불안한 심리관계 속에서 일종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을까? 가슴이 답답할 만큼 짓누르는 무게에 읽는 내내 호흡이 가빠온다. 잠시도 상념에 빠질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저자의 익숙하지 않은 전개 방식이 어지러움에 울렁증까지 유발한다.

그러나 방대하게 뿌려 놓은 등장인물들의 기억의 편린과 내재된 감정을 끼어 맞추다 보면 서서히 드러나는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로 인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회상하며 공간적 영역을 무시하게 만드는 등장인물에 대한 심리적 묘사는 종국에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반추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 극적효과를 부각시키는 새로운 인물인 해나, 앨런, 하리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며 저자가 엮어 놓은 정밀한 부비트랩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칠흑 같은 어둠이 걷히고 앞이 환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루스는 종국에 가서 야 앨런을 잃은 아픔을 하리를 통해 치유하게 되고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힌 강박관념에서 빠져 나와 진정한 사랑을 얻게 되며 충만한 삶을 되찾게 된다. 에디 또한 자신의 동정을 바친 메리엄과 극적인 회후를 하게 되며 과거를 뛰어 넘어 영원불멸한 사랑의 완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상상력을 끝은 어디일까? 읽는 내내 튼튼한 플롯 전개로 인하여 작품 속 또 다른 이야기와의 연관관계가 이토록 치밀할 수 있음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저자는 스스로를 이야기를 만드는 목수라고 일컫는 데에 아무런 의심할 여지가 없음은 이 작품으로 모든 것을 말해 주리라. 현란한 리얼리즘이 무엇인지 느끼고 싶다면 일독하기를 권한다. 후회하지 않을 값진 시간을 선사해 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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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역사 - 진실과 거짓 사이의 끝없는 공방
황밍허 지음, 이철환 옮김 / 시그마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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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은 너도 나도 법의 잣대에 맞추어 시시비비를 가리고 분쟁을 해결코자 하는 세상이다. 그로 인해 소송이 남발하고 사법적 정의 구현과 소송경제에 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해 평균 민사소송 건수만 백 만건이 넘어 선다고 한다. 이것이 법치국가가 지향하는 실체적 진실추구와 사법적 정의를 실현시키는 시스템의 올바른 정착인지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러나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 다 보면 여전히 일반인들이 제대로 된 법률서비스를 보장받기에는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차별적 대우가 발생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더구나 현학적이고 난독 불가에 가까운 판례 및 법률조문과 여기에 절차적 복잡성, 소송에 따른 경제적 손실 등 가히 선별적 접근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총체적 불합리성의 문제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닌가 보다. 이 책의 저자인 황밍허의 중국 또한 그러하며 미국은 그 심각성이 더 할 나위없다. 한마디로 소송천국의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소송경제에 반하는 현실적 문제와 신뢰받는 법원이 되기 위해 추구하여야 할 혜안을 찾고자 각 나라별 법정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살피고자 하였다. 나아가 중국이 오랜 전통문화를 가진 문화의 중심임을 은연중에 각인시키고 뒤쳐진 자국의 법률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저자의 애국심에 찬 열의를 엿 볼 수 있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 법정을 중심으로 법정과 관련된 역사, 소송당사자, 재판관, 법정공방과정, 법정문화, 정의의 해석, 그 밖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심판을 중심으로 법치에 기반을 둔 각국 판례를 들어 전개하고 있다. 이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역사 속에 스며든 비화를 곁들였으며 현대 법치주의의 투쟁과정을 관련 사진과 자료를 통해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끔 조목조목 기술하고 있다.


두꺼운 책임에도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구성되었으며 법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다만 이 책이 중국의 현재 사법부를 염두에 두고 엮은 책이라, 우리 현실과는 동떨어진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유교문화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낯설게만 보이지 않으며 날로 발전하는 중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인다면 좋을 듯 싶다.


중국은 예로부터 유가사상이 지배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고 있던 터라 분쟁해결을 위한 소송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한다. 이를 통해 지방관은 소송을 직접 해결하는 것을 꺼려하였으며, 재판관으로 송사에 참여 하기는 하나 법률적 지식이 터무니없이 빈약하여 올바른 판단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구조를 돕고자 형조비랑과 같은 요즘의 별정직 공무원(?)이 등장하였으며 더불어 일반인들의 소송을 보조하는 송사(현대의 변호사)가 자연스레 생겨났다 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소개되고 있으며, 법치가 인본중심이 아닌 왕권중심의 도덕적 윤리관에 치우쳤던 어두운 역사와 이권에 결탁한 소송과정을 언급함으로서 인권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저자는 또한 현직 판사답게 근현대의 유명한 각국 사건의 판례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로 냉철하고 논리정연하게 담아내고 있다. 아테네의 현자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격언을 남긴 소송비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제국주의 망령에 얼룩진 나치전범재판과정, 우리의 아픈 역사와 무관치 않은 일본의 전범재판과정을 낱낱이 담았다.


또한 전대미문의 O.J.심슨 사건과 모순으로 점철된 사람과 원숭이에 관한 재판을 소개하였다. 이 두 사례 속에 담긴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사고와 성숙한 시민의식 및 법치에 대한 경외심을 알게 된다. 스스로 만든 규범(무죄 추정의 원칙)의 모순에 빠져 자가당착의 길로 빠지기는 하였으나 미국사회의 사법에 대한 개방성과 투명성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단편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서구 국가의 성숙한 법치에 대한 경외심과 그로부터 특권을 가진 자 없이 법 앞에서 만민이 평등함을 깨닫게 하여 준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서구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시민의식이 새삼 필요함을 못내 부러워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책이다. 실생활에 알아 두면 좋을 법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 지루하기만 한 법과 친숙하게 다가 설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저자의 해박한 철학, 세계사, 중국사에 관한 지식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부담 없이 일독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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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일상 - 생명공학시대의 건강과 의료
백영경.박연규 지음 / 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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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첨단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의 영향이 여타 다른 과학 분야보다 생명공학분야에서는 더욱 두드러진 발전을 이루었다. 인류의 미래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신기술의 출현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모양이다. 급격하게 변하는 생명과학기술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그리고 우리 사회를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어도 이를 안전과 윤리의 문제로 진지하게 담론화하거나 공론화하지 못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기회에 이 책을 만난 것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에 다양성이 필요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저자는 생명공학이 우리 사회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 아니라 실증주의의 사고에 길들여 고착화 된 접근방식에 대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 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를 비롯해 인류 사회학에 기반을 둔 관련분야의 전문가의 견해를(학술지에 발표된 사례들) 모아 나름의 가치기준으로 페미니즘관점에서 통찰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일상, 나에게 프랑켄슈타인은 공상과학물에 단골로 등장하는 음습한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 아마도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루어 진 주제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자본주의 매카니즘의 음습함을 대변코자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불임부부와 관련한 대리모 문제, 자본주의와 결탁한 의료관광의 맹점(인공수정과 보조생식술), 터너증후군을 앓고 있는 키 작은 사람들에 대한 고민, 여성검진의 당위성의 의문, 난자매매의 위험성, 체세포 줄기세포연구과정의 역차별 문제 등을 소수의견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접근방식에 대한 관념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는 황우석교수의 연구에 대해 모두가 열광하고 흥분케 만든 아픈 기억이 있다. 그가 이룬 연구 성과의 대부분이 한낱 사진조작에 근거한 쇼에 불과한 일로 드러나 버려 몹시 실망한 기억이 난다.


그러나 나 또한 그 연구과정에 제공된 난자의 출처과정의 비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다. 그저 생명윤리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재정립하고 이러한 시대적 사기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생명윤리에 대한 기준 법안을 제정한 것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나아가 생명공학이 가져 다 주는 불치병의 치료제 개발로 인한 생명연장에 대하여 맹목적인 긍정만을 받아 들였다. 이는 생명공학이 가진 실증적인 문제해결방법에 인간이 가진 나약함을 의탁하게 만드는 구조적 본성이라 하겠다. 그럼으로써 신약의 개발이 단연코 치료개선과 동시에 불치의 병을 정복하게 되어 우리 삶을 더욱 안정적이고 희망에 차게 만들어 주리라 믿었다.


이 모든 약들은 우리의 삶을 연장시켰고 현저히 향상시켰다. 내가 의학연구와 혁신적인 치료법의 가치를 깊이 신뢰하지 않았다면 나는 전문가로서의 삶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며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이 편견이고 사기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p-286


또한 여성의 사회적 참여가 당연시하게 받아들이는 오늘날에도 우리는 저 출산의 문제가 그녀들에게 있음을 넌지시 강요한다. 그로 인해 불임부부의 증가로 이어 지는 파생된 사회문제가 그녀들이 원인을 제공하였다고 확대시키기 까지 한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그녀들 또한 사회적 편견에 움츠려 들어 기존의 가치 관념 속으로 굴복해 간다. 이로서 끊임없는 고통과 불안 속에 내몰리게 되고 시험관아기를 넘어 이도저도 안 될 경우 현대판 씨받이를 감수하고서라도 그녀들의 책무를 다하게 된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러한 생명공학의 기술적 발전의 실증적 태도에 묻혀 수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음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더구나 여성을 상대로 행해지는 연구영역의 심각성은 나의 무지를 여지없이 보여 주게 만들며 이러한 인간 존엄성을 묵살당하는 여성에 대한 기본권 보장에 대한 우리의 편견에 커다란 경종을 울리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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