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소년 - 바람개비가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폴 플라이쉬만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리가 행한 모든 일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물결치듯 퍼져나간다! “(p.103)




언젠가 자신의 삶을 통제하며 지배하는 소재로 이루어 진 “나비효과”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우고 싶은 어두운 과거의 모습을 다시금 재창조한다는 시간을 지배하는 이야기이지만 하찮은 일이 미래에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온다는 제법 흥미로웠던 이야기로 기억된다. 이 책 「바람을 만드는 소년」의 이야기 또한 그러한 일련의 맥락을 뒤쫓고 있으나 내용은 판이하게 다른 감성적 성장소설이라 하겠다.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가 행한 일들이 타자의 삶속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그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하는 인과율의 법칙에 따라 움직임을 알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브렌트가 겪은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의 바람을 몰고 온다. 저자의 감성어린 소묘와 여행을 통해 미처 알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는 그만의 감동이 묻어난다.




이야기는 브렌트의 호기로운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이성을 잃은 행동에서 그의 삶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18세 소녀 리를 치여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발단이 된다. 이 과정에서 브랜트는 실형을 선고받게 되나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소년 범죄자에 대한 계도과정이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용서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 관용과 제도적 계도대신 진정한 의미의 화해를 실천함으로써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막는 조치의 일환이 아닐까 싶다. 




용서의 과정을 죽은 소녀의 어머니 잠모아 부인은 미국의 끝단 4곳에 바람개비를 세우는 것으로 브렌트의 잘못을 대신하고자 한다. 브렌트는 조심스럽게 용서의 약속을 받아들이며 버스여행을 통해 새로운 세상과 조우하게 되며 엉성하기만 하였던 자신의 가치관을 재정립하고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힘을 더불어 얻게 된다.




브렌트가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과 수고를 통해 만든 바람개비는 영원의 메시지를 담은 리의 형상으로 펄럭이게 된다.  바람개비는 더 이상 한 소년의 용서의 과정이 아닌 꿈을 먹고 살아 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로운 메시아로 탄생한다. 바람개비를 통해 꿈꾸어 왔던 염원을 성취하고, 희망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게 되고, 부모로부터 엇나간 기대로부터 해방되며, 추억이 묻어 있는 아름다운 지난날의 이야기가 바람을 타고 전해 온다. 브랜트의 이야기 외에 옴니버스 식으로 삽입된 4명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의 바람이 묻어온다.




이렇듯 저자는 아직 정신적으로 독립적이고 온전치 못한 청소년의 심리세계를 여과 없이 잘 반영하고 있다. 더불어 소외받은 인간들의 어두운 모습을 반영하여 희망으로 가득한 따사롭게 내리 비치는 햇살처럼 환한 빛을 담은 희망의 바람을 일으킨다. 언제든지 들어도 지루할 것 같지 않은 가슴속 따스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는 메마른 삶에 단비와 같은 존재이지 싶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제 아무리 분별 있게 행동한다 하더라도 우린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실수가 다시 반복되고 실수가 담은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지 못한다면 영원히 소통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진실된 자아의 발자국을 따라 가는 브랜트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줄 것이다. 리를 닮은 바람개비를 타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향 사진관
김정현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읽는 내내 가슴 한켠이 저릿하고 무겁기만 하더니 종내에는 눈 자락을 붉게 물들어 버렸다. 너도 나도 제 몸 살피기에 급급한 시절에 당체 이런 사람이 있다니? 마음으로 보고도 머리로는 온전히 믿기 힘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에 절로 숙연해 지게 한다.

무엇으로 그의 삶을 논 할 수 있을까? 놓아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었을 세월이 글로나마 이렇듯 아리고 시린데 어찌 무엇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몇 번을 들었다 놓았다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표현으로 살아 움직이듯 담담히 뿜어내는 이야기에 온몸을 내맡기게 되니 말이다.  


이 책 「고향 사진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저자 김정현의 절친한 벗 故서용준씨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 져 17년을 몸소 병수발을 해 내며 그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접고 아버지의 곁을 지킨 채 평생을 바친 친구의 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저자의 감성을 울리는 필력에 더 해 애절한 이야기가 포개지니 어지간해 서는 눈시울을 붉히지 않고는 못 배겨 나게 한다.  

  

곁에 있어 그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는 산소와 같이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는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 그런 존재이지 싶다. 허나 그가 걸어 온 삶처럼 이 땅의 아들로 장남으로 태어 나 운명처럼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 수 있을 런지는 자신할 수 없다. 이미 그 자체로서 감당해야 할 커다란 현실이 두렵기만 하고 옹송그러지게 하는 것은 애써 숨기기조차 힘든 비열함의 발로이다. 이러하기에 그의 삶을 존경과 위대함이라는 상투적 의미로 표현하기에는 한참을 못 미치게 하는 진정한 이유에 다르지 않다.  


이야기는 용준의 대학입학을 즈음을 시작으로 아버지가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상태로 맞은 현실로부터 정지한다. 충격과도 같은 젊은 용준에게 현실은 무겁고 힘겹기만 하다. 다른 형제들이 있건만 장남이라는 허울로 홀로 감내하려 한다. 그러기를 17년. 그 사이 중매를 통해 천사와 같은 희순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 셋을 낳아 키우지만 언제나 그의 중심에는 아버지만 자리 잡고 있다. 신혼여행에서도, 모임에서도, 그의 삶의 나침반은 아버지를 기준으로 회전한다. 이런 모든 과정을 함께 감내하며 아무런 불평 없이 벗이 되어 준 희순 또한 그 대단함을 금할 길이 없다.  


믿기지 않을 만큼 지극한 효심을 외부로 내색조차하지 않은 채 아버지가 깨어 날 것이라는 한줄기 희망의 끈을 붙들어 매고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을 끝끝내 지키며 당신이 멈췄던 17년전의 모습 그대로 간직한다. 그런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부질없이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눈을 감던 날, 그의 가슴 속 깊이 막혀 버린 답답함은 꼬여 풀리지 못하고 텅 빈 아버지의 빈자리에 맥없이 주저앉아 버리게 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의 채취가 깃든 낡은 사진관속 암실을 위안삼아 오랜 세월 숨겨 두었던 회한의 심정을 날것으로 마음껏 토해낸다.

이렇게 끝이 날지라도 그의 삶이 대단해 보일 진데, 그를 짓눌러 오던 뼈 속 깊이 파묻힌 채 멈춰 서 버린 현실의 무게가 다른 몹쓸 병으로 그에게 찾아온다. 결국 아무것도 자신을 위해서 어떠한 열정도 희망의 꿈도 펼쳐 보이지 못한 채 남겨 진 빈껍데기를 가슴에 끌어안고 그렇게 흙으로 돌아간다. 참으로 눈물 나는 삶이다.

시간을 멈춘 것 같은 옛것을 그대로 간직한 「고향 사진관」의 낡은 사진기를 통해 훈훈한 사진이 바람을 타고 전해온다. 사진 속 비워 둔 아버지의 자리에 굵은 눈물로 목이 메게 하고 더 잘 해 주지 못한 불효의 심정에 가슴 져 미게 하는 가족이라는 사진이 뜨겁게 전해 온다. 그가 보인 가족애의 우직하고 선 굵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는 시대를 초월한 아가페적인 사랑의 남다른 표현이리라.

용준과 그의 아이들이 허름한 사진관 옥상 밤하늘을 보며 별을 헤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밟힌다. 비록 인생의 참맛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바람에 묻혀 사라져 갔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이제 더 큰 바람을 타고 사람들의 가슴속을 찾아 메마른 영혼을 달래 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마음은 따스한 미풍이 되어 또 어디에선가 그의 이야기를 읽고 목메어 눈물짓는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 줄 런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싱가포르 에듀 트레블 - 아이와 함께하는 교육여행
권수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싱가포르를 통째로 옮겨 왔다. 아름다운 자연과 쾌적한 도시 싱가포르의 모든 것을 알짜배기만 골라 담아 여행의 설레임을 더 한다. 이 책 「싱가포르 에듀 트래블」은 아이와 함께 여행을 계획하고 있거나 아이에게 보다 넓은 안목을 키워 주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를 위해 아주 상세하고 정확하게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 저자 권수인씨는 잦은 여행으로부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를 동반한 여행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생생한 사진과 설명으로 부모들이 겪을 여행준비의 고통으로부터 오롯이 해방시켜 준다.


일상에 쫓겨 모처럼 휴가를 내어 가족여행을 하려 손치더라도 어디를 갈지, 어떻게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해 질 때가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여행사에서 판매하는 비싸기만 한 패키지여행에 슬며시 기대게 되며 결국에는 2%로 부족한 애매한 여행이 되고 만다.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부모들의 심정을 엿보았기에 대신하여 멋지고 옹골지게 이 한권으로 모든 게 정리되는 책을 내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싱가포르여행을 계획하고 일정을 짜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친절한 배려로 출발한다. 익히 알고 있다 해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 공항에서의 에티켓, 비행도중 알아두면 좋을 TIP 등 저자가 여행을 통해 불편했거나 당황스러웠던 것을 talk로 분류해서 강조해 두었다. 게다가 여행지를 익히는 것에는 사진만한 것이 없기에 사진과 부연설명으로 사실감을 더 했음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한마디로 싱가포르 여행의 A부터 Z까지라고 부를 만 하다.


굳이 싱가포르가 아닌 어는 곳을 여행하더라도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잘 곳에 대한 설레임과과 한편 드는 불안감은 여행의 공통점이다. 이 책은 여행의 큰 줄기에 맞춰 싱가포르의 구석구석을 소개시켜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해결한다. 그로부터 무궁무진한 여행의 즐거움을 한 아름 안겨주는 싱가포르의 참맛을 날것으로 보여 준다. 오히려 일러 주는 모든 곳마다 가고픈 욕심에 여행 전부터 가슴 들뜨게 하는 맛보기도 즐길거리라 하겠다. 여기에 싱가포르유학을 계획 중인 가족의 고민도 더불어 해결해 준다.


뭐니 뭐니 해도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아이중심으로 맞춰 놓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 내 교통편 사용법을 통한 다양한 경험습득, 모험심을 자극하는 나이트 사파리체험, 어린이 식물원, 사이언스 센터, 아시아 문명박물관, 센토사섬 즐기기, 왈왈윗이라는 불리는 와일드와일드 웨트에서의 즐거운 물놀이, 빈탄섬에서의 휴양 등등. 모든 것이 아이를 위한 환타지 세상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좋으니 가보라는 식상함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으며 편리성, 비용 대비 만족도, 교육성, 아이평가의 항목으로 장단점을 분류해 선택의 즐거움을 마음껏 펼쳐 놓았다.


이렇게 감성을 자극하는 것으로 심신이 즐거웠다면 여기에 먹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포르 전통음식부터 뷔페식, 레스토랑식, 한식 등 여러 가지 맛집을 소개하여 어느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지 맛은 어떤지 꼼꼼하게 하나하나 빠짐없이 일러주어 즐거움을 더 한다.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된 가치가 있다. 단순하게 남들이 하는 대로 유행에 맞춰 계획 없이 떠나는 것은 여행이 아이에게 심어 줄 상상력의 확장을 반감케 하는 일이라 할 것이다. 여행으로부터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시켜 주고 몸소 체험해 보면서 상상의 힘을 키워 온전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곳으로 싱가포르는 참으로 부럽고 멋진 곳임에는 틀림없다. 더 넓은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는 가족이라면 싱가포르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필
존 그리샴 지음, 유소영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존 그리샴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번 그의 시간 속으로 흠뻑 젖게 한다. 빠른 전개와 다양한 인물설정으로 지루함 없이 긴장관계를 유지시켜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더구나 지루하고 딱딱하기만 한 법정풍경을 주제로 말이다. 이번 작품 「어필」은 그가 가진 삶에 대한 철학과 깊이 뿌리 내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저자의 사상과 정치적 함의를 뚜렷이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성향으로 이 책 「어필」은 민주주의 국가의 대명사로 일컫어 지는 미국의 권력층 사회의 부조리와 민주적 절차의 수호에 따른 부작용 및 역차별을 여과 없이 소개함으로서 미국 비평가협회의 날카로운 시선과 이목을 받아 독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우리나라와는 역사적, 절차적, 구조적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대부분의 국가가 3심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같으나 재판과정의 참여와 재판관 임명방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이는 배심원제도의 채택으로 법리적 판단 외에 민주적 참여를 높여 사법부의 개방성을 엿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형평법재판을 통한 판사주재의 재판을 통해 심리가 가능케 하여 이해득실에 따라 재판채택의 다양성을 부여하고 있다.


소설은 유독물질을 무단 방출하여 식수를 오염시킨 트루도 그룹의 제조물책임에 관한 손해배상판결을 구하는 보우모우시의 피해자를 중심으로 출발한다. 법정대결을 통해 거대 자본집단과 결탁한 정치세력의 악취 나는 몰인간성에 집중하며 법정변호사 페이튼부부의 투철한 사명의식과 소송절차의 구조적 모순에 끝까지 저항해 나가는 선악대결의 전형을 따른다.


저자는 큰 틀 속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등장시켜 미국사회의 선거구조, 재판구조의 구조적 모순을 유감없이 들춰낸다. 미국은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가 건실하게 발달되어 있다. 지방의회, 지방정부, 지방사법부의 중요 직책은 주민의 투표로 선출하게 된다. 이러한 선출과정에 이해득실관계에 있는 거대자본과 결탁하고 다수당이 편식하기 위해 오염된 정치놀음으로 뒤바뀌는 것은 어제의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정치브로커를 통해 허수아비와 같은 후보를 배출하는 지방의원, 주 대법관, 도지사 등은 행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한된 반쪽의 대표로 추락하게 되는 모순적 현실을 생산한다. 이는 비단 미국사회의 문제만은 아니며 미국전체의 문제는 더 더욱 아닐지라도 간과해서 지나칠 수 없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 사회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아마도 이러한 모습이 우리에게도 낯익은 풍경임은 두말할 나위 없이 분명하다.


저자는 법치주의의 진정한 옹호와 사법제도의 독립이라는 숨겨진 진실에 대한 희망을 담고 대법원장 선출과정에 희생된 맥카시의 모습에서 통렬하게 현실을 꼬집는다. 또한 다수결의 원칙의 치명적인 허점인 객관성의 담보를 역이용한 거대자본주의의 사법부 통제에서 일그러진 사법정의에 분개하게 한다. 이렇듯 유전무죄에 대한 삐뚤어진 허망한 현실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된다. 

"민주주의여, 고맙다. 시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몰입해서 읽었다. 저자가 내포한 이야기 속 진실이 부유한 나라의 구조적 한계를 통찰하고 있으나 남의 일처럼 가볍게 넘길 소재는 아닌 것 같다. 우리나라 또한 빠른 경제성장과 경제일변도의 정책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권사각지대를 형성하여 왔다. 현재는 제조물 등에 관한 책임법이 그 체계를 갖추고 인과관계에 대한 입증책임을 피고(제조물회사)에 전가하여 피해자 우선보호를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법의 구축으로 인권보호를 최우선 법익으로 끌어 올려 실체적 진실과 평등을 구현한다 하겠다.

하지만 재판과정의 접근의 엄격한 보수성 및 높은 장벽과 과다한 재판비용, 시간소요 등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임은 틀림없다. 덜 익은 제도보다 인권보호에 대한 제조물회사의 높은 윤리의식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현실이라 하겠다. 여기에 성숙한 권리의식과 참여의식은 헐겁고 엉성한 법의 테두리를 보다 나은 우리 옷으로 맞추어 나가는 첩경이 아닐까 한다.

이렇듯 이 책 「어필」은 민주주의 허점과 일그러진 인간군상에 대한 통찰이 탁월한 작품이라 하겠다.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 갈수록 공감하게 되고 어지럽게 얽힌 이해집단에 희생당하는 가진 것 없는 보우모우 희생자들의 심정을 가슴깊이 절절히 느끼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아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두행숙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카마르그, 그곳은 세상의 끝입니다.

                                            “

휘뿌윰한 대기 중으로 바스락 바스락 빨려 들어가 소리 없이 흩어져 버릴 것 같은 잿빛이 감도는 이야기에 시선을 멈추게 한다. 아픔을 겪은 기억의 조각들이 인간의 감정을 황폐하게 만들고 또 다른 아픔을 조장하는 것은 일종의 강박 관념일까? 더 이상 소통할 길 없어 평행선을 달리는 인간들에 대한 심리세계의 소묘는 가히 이 소설의 백미라 할만하다.


예정된 것 없는 우연의 시간 속에서 전직 외과의사 아드리안 헤르초크와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레아의 아버지인 대학교수 반 블리에트는 서로의 아픔을 붙들어 매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두 인물간의 낯설음을 매개체로 그들 속에 내재된 감정변화에 따른 기복에 맞춰 스멀스멀 다가오듯 어색하게 내맡긴다. 아드리안의 시점을 통해 반 블리에크의 레아에 대한 집착과 애증이 생산한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기억의 편린을 바라보듯 진득하게 투영한다.


반 블리에크는 지독하게 사랑했던 아내 세실의 죽음으로 8살 레아와 아픔의 상처를 마음속 깊이 각각 안고 살아간다. 우연히 베른의 한 역사에서 마주친 기이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장면을 목격한 레아는 엄마의 부재에 대한 허무함을 바이올린을 통해 치환하려 한다. 반면 반 블리에크는 바이올린이 딸과의 관계를 개선시켜 주는 동시에 자신으로부터 앗아 가 버릴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러한 불안감은 레아의 천재적이고 매혹적인 선율을 통해 현실에 반영되고 타인의 감정이 레아의 마음속에 깃드는 또 다른 아픔을 겪게 된다. 성장할수록 레아는 바이올린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소통의 유일한 매개체로 이용하고자 하나 어둡고 음습한 감정들에 지배당하게 되며 교만과 광기 어린 모습으로 정상인의 범주를 벗어난다.


광기의 소나타는 레아의 레슨교사 마리를 통해 서서히 드러나며 스폰서 레이와의 조우에서 폭발적인 감정의 변주 속으로 빠져든다. 레아의 황폐한 감정은 더욱 피폐하게 되고 반 블리에크는 나약함과 불안 속에 어린 시절 꿈꾸었던 도박사, 지폐위조를 꿈꾸던 소년의 허상을 간절히 갈구하게 되는 훗날 갈등의 소재가 될 것을 암시한다.


저자는 반 블리에크와 아드리안을 통해 소통부재에서 오는 신경성 강박 증상을 공유하게 되며 서로 간에 일종의 심리적 유대감과 묘한 연대의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관계 속에 반 블리에크는 레아가 레이와의 허무하게 무너진 결별의 충격으로 침잠된 감정을 회복시키고자 한다. 반 블리에크는 자신의 연구지원금을 횡령하게 되고 최고의 바이올린 과르네리 델 제수를 얻기 위해 일생일대의 도박을 벌이게 되는 이성적 제어를 상실하게 된다.


결국 반 블리에크가 레아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해 보인 비현실적이고 위험천만한 현실은 길을 잃고 어둠 속으로 잦아들게 되며 피할 수 없는 지독하고 냉정한 현실만이 그를 반기게 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반 블리에크가 행한 비윤리적 행위가 자기 위안에서부터 파생된 억눌려진 자아의 또 다른 표출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무엇을, 우리가 무엇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나요?

                                                                  “


역설적 현실은 무자비하고 파괴적인 종국을 예고하게 되며 레아와 반 블리에크를 이어 주던 바이올린은 더 이상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아드리안은 극도로 우울한 감정의 끝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냉소적 허무함과 조우하게 되고 자신의 영혼을 갉아 먹고 있는 감정의 그늘이 릴리아네의 부재임을 인식하게 된다. 
 


델마와 루이스. 지나 데이비스와 수전 서랜드가 열연한 그랜드 캐년의 벼랑 끝으로 질주하게 되는 라스트 신과 반 블리에크의 광란의 질주 속에는 잃어 버린 그들의 인생을 살기 위한 서투른 몸짓에 불과하였음을 저자는 대비시켜 보여 준다.   

 






익숙지 않은 바라보기에 머뭇거림이 다소 거슬리게 하지만 독특한 서사구조의 낯선 스케치로 이내 적응하게 한다. 이렇듯 저자는 자아의 인식이 타자의 인식 속에 교차되듯 넘나드는 교감관계와 자연스럽게 처리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라 하겠다.  몽환적인 레아를 중심으로 흘러가듯 풀어가는 이야기의 깊은 심연으로 빨려 들어 갈수록 알 수 없는 그들의 방황에 모종의 연대감과 연민의식을 느끼게 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