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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컬처 - 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
데이비드 캘러헌 지음, 강미경 옮김 / 서돌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미국사회는 보이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에서 스스로 제어하고 통제한다는 기존의 관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보편적인 진실은 한낱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에 불과하고 쟁취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내몰리는 추악스러운 탐욕만이 가득한 오늘날 미국사회의 자화상을 보여 준다. 이 책 「치팅컬처」는 미국사회의 들추기 싫은 불편한 진실에 대한 담론을 수면위로 끌어 올린 획기적인 글로 저자의 용기 있는 행동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존 로크가 주장한 사회계약은 인간이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보다 더 효율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시민사회 내지 정치사회를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개인의 동의에 기초한 정치사회를 건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계약론은 미국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자유와 인권사상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건설의 토대를 제공하였다. 그리하여 미국사회는 기회의 균등과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의 나라로 불리어 왔다.
현재 미국사회는 냉철하고 엄격한 이성주의가 지배하였던 사회계약의 기반이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이다. 보수적인 사조가 지배한 1950년대를 지나 사회적 통념이 엄격한 이성에 기반을 두어 사회적 계약관계를 형성하여 왔으나 이후 빠른 성장 일변도의 정책변화로 승자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조명하는 비뚤어진 암묵적 합의 내지는 냉소주의가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다. 저자 데이비드 캘러헌은 이러한 승자독식주의 원칙의 일그러진 현실을 재조명하고 미국 내 만연한 속임수에 대한 위험성을 고발하며 편법에 너그러운 문화적 현상을 헤 짚어 암초에 걸려 위기에 빠진 거대 미국이라는 전함의 돌파구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렇듯 이 책 「치팅컬처」는 속임수에 관용적인 미국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승자의 잘못을 용인하는 문화적 현상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특히 상위 지도층계층의 화이트칼라범죄를 면밀하게 다루었으며 그러한 범죄현상이 사회 각 분야의 시스템으로 퍼져 스며드는 과정을 낱낱이 해부 하였다. 이를 통해 저자는 편법을 종용하고 속임수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통렬하고 날카로운 비판의 시각을 드러냈으며 광범위하고 다양한 시대적 단상을 담아냈다.
인간에게 있어서 사회적 행동 판단 기준은 누가 보지 않더라도 사회적 관습에 따라 윤리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는 이성적 자기본능억제력을 교육과 경험을 통해서 배우게 된다. 하지만 물리적 오류로 인식된 우연한 기회에 탐욕스러운 인간 본성의 표출행동은 고장 나 버린 ATM출금의 통제 불능의 예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지극히 본질적인 욕망에 가까운 행동에 쉽게 유혹되는 것은 나약한 인간본성에 근원이 있다 하겠으나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국민 건강을 담보로 하여 제약회사와 의사의 결탁행위는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저자는 속임수를 조장하고 편법을 부추기는 시대적 현상이 승자에 집중된 암울한 현실에 있음을 끊임없이 내비친다. 사회 전반에 걸친 일등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로 인해 되풀이 되는 성과에 대한 압력과 신분으로부터 불안정한 지위에 내몰린 미국사회의 기형적 사회구조는 근원적 문제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러한 경제적 압력과 성과에 대한 종용은 변호사의 고객서비스 편취, 스포츠계의 과다한 약물남용, 만연한 입시시험의 부정행위, 반칙에 너그러운 열패감에 가득 찬 문화, 물질의 소유로 인격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사회 등 숱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해 나간다.
이러한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내린 속임수와 편법의 현상은 다양한 사조가 출현하였다가 명맥을 잃어 간 시대와 궤를 같이 한다. 1950년대를 넘어 미국사회에 자유민주주의 이데올로기가 강력한 헤게모니로 정착하고 대중의 관심사가 자연스럽게 시장경제에 맞추어 지게 되면서 비열한 속임수의 문화가 자생하는 단초가 되었음을 저자는 설파한다. 이러한 현상은 시기적 선후만 달리 할 뿐 비단 미국사회의 문제가 아님을 깊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으로 우리사회가 미국사회의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겠다.
출발선에서부터 지속적인 부의 대물림을 위해 편법을 이용하게 되고 그러한 부모의 영향으로 스스럼없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미국 사회의 모습에서 남다른 사교육 광풍에 휩싸인 교육의 참된 정체성을 잃어버린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토시하나 틀리지 않고 일치한다. 명문대학에 입학하고 인터넷해적질을 통한 논문제출로 학위를 수여받고 허위로 작성된 이력서를 기반으로 대기업에 취업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고객들에게 쓰레기 기업에 투자할 것을 윤리적 고민 없이 강요하는 승자독식에서 살아남은 승자들을 통해 무엇에서 잘못되었는지를 분명하게 일깨워 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 담긴 광범위하게 퍼진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 가야할 사회의 암적인 요소라 하겠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적 우월에 대한 받아들이고 인식하기 힘든 계층적 분화를 이루고 있다. 가진 자에게 보다 더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시쳇말로 돈이 돈을 낳는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회에서 승자에게 보다 더 너그러운 인식의 부끄러운 미덕은 -비록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일이지라도- 이기는 계층에 진입하는 순간 모든 것이 결과를 만들기 위한 아름다운 에피소드로 포장되며 비열한 과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다. 마치 모든 사회 구성원이 단기적 집단 기억상실증이나 최면상태에 걸려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속임수문화를 근절하는 대책으로 새로운 사회계약에 대한 구조적인 합의와 비인간적인 성과주의를 개선하고 윤리규범을 준수할 것을 제시한다. 또한 자유방임주의에 빠진 경제논리에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부가 적절한 개입으로 진정한 파수꾼으로서의 제 기능을 다 할 때 열패감과 박탈감에 사로잡힌 대중적 함의를 창출해 낼 것으로 예견한다. 다소 추상적이고 현실적 적용이 요원하게 들리기는 하나 속임수문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얼마 전 우리는 공인이라고 일컫어 지는 지도층인사, 연예계스타의 학력위조사건으로 믿어 왔던 진실을 무참히 짓밟히는 일그러진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뜨거운 감자로 오르내릴 만큼 세간의 조명과 관심을 받았다. 학력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영혼마저 타락한 체 거짓의 허깨비의 탈을 쓰고 지낸 그들의 모습에서 한편의 우울한 블랙 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뒤엉킨 욕망과 물질추구가 떳떳하진 못한 현실의 자화상을 만들어 내고 적절한 편법과 속임수는 성공의 지름길로 가는 고삐 풀린 욕망의 괴기스러운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물질에만 집착하는 시대가 미덕인 사회로 변태하였는지 찹찹할 따름이었다.
이렇듯 이 책 「치팅컬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사회 현상들에서 "계층 간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점을 들춰내고, 사회 전반에 걸친 독점적인 현상을 대비시켜 고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며 우리 사회에 물든 "나 하나쯤이야"에 대한 인식을 "나부터"로 바꾸어 주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미래사회는 사회 시스템의 얼개가 기회의 합리적이고 균등한 제공이 일반화 되고 윤리적 기반이 굳건히 다져 진 배려가 넘치며 건전한 상식이 통용되는 인본중심의 사회가 건설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