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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지마! 나 비즈영어책이야
차형석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예전 모시던 CEO가 명예영사의 지위를 가지고 있어서 사무실 한 편에 영사관 관련 업무를 함께 본 적이 있다. 물론 영사관 직원이 있기는 하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외국인들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막 입사한 햇병아리였던 터라 무작정 부딪혀 보았지만 매번 당혹감에 움츠려 들게 하였다. 내가 알고 배웠던 영어가 말짱 허당이라는 참담한 현실에 서글프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 뒤로 영어에 대한 열의를 새롭게 매년 불태웠으나 언제나 항상 제 자리 걸음이다. 늪에 빠진 것처럼.
영어를 배운지 대략 20년 정도 되어 간다. 그럼 영어가 우리말처럼 쉽게 술술 흘러 나와야 정상이어야 하건만 아직도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이처럼 원어민과의 자유로운 대화는 달나라에서나 가능한 일인지 이제는 체념하다 못해 화가 치밀어 오르기 까지 한다. 언어에 대한 구조적 체계의 커다란 차이에서 오는 피할 수 없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 보겠으나 그래도 여전히 영어는 어렵기만 하다.
이 책 「웃지마! 나 비즈영어책이야」는 이런 영어 울렁증과 이에 더해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직장인을 대상으로 이해하기 쉽게 비즈니스 상황적 가정을 설정하여 저자가 겪은 경험담을 책으로 엮어 놓았다. 눈뜨고 일어나면 홍수처럼 쏟아지는 영어 관련서적들은 매번 대하고 있노라면 어떤 것이 좋은지 막막해 지기 쉬운 법인데 저자는 독자들의 나약한 마음을 엿보았는지 톡톡 튀는 개성과 재치가 곳곳에서 넘쳐 난다. 감칠 맛 나게 잘 버무려 놓은 이 책 「웃지마! 나 비즈영어책이야」는 한마디로 알싸한 향을 풍긴다.
비즈니스와 관련된 무역, 해외영업, 컨설팅, 전시관련 등에 종사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눈높이를 맞춰 서술하기는 하였지만 두루두루 실생활에 알아 두면 좋을 내용들이 그득하다. 아마도 이 책 한권으로 영어를 정복하겠다는 환상을 가진 사람은 없겠지만 고등학교 단어수준과 기초적인 문법만 알고 있다면 하등의 문제될 것이 없는 쉬우면서도 실생활에 바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강점이라 하겠다.
영어를 잘 하는 것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배운 터라 이 책 또한 일반적인 영어책의 라인과 맥을 같이 한다. 각 단원별로 상황적 에피소드를 설정하고 사용된 영단어를 반복해서 소개한다. 여기에 알아두면 좋은 표현들과 비즈니스 에티켓을 양념처럼 곁들였으며 단원의 마지막에는 exercise를 할애하여 반복이 최선임을 강조하였다. 비즈상황에 대한 내용적 표현과 전체적인 구성은 상당히 쉽다. 부담 없이 즐긴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머리로 생각지 않아도 대화하는 중에 저절로 막힘없이 해 낼 자신감을 얻게 한다.
매일 출퇴근길에 들고 다니면서 짬짬이 익히고 습득한다면 구겨진 체면과 두려움을 극복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서두에서 인용한 월트 디즈니의 전 회장 마이클 다이너의 말처럼 “If it's not growing, it's going to die(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말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한다면 우리가 가진 영어 울렁증이 가소롭게 보이는 날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