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종료] 6기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평소 책을 즐겨 읽는 터라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을 거라 가볍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다. 책이라는 게 그렇다. 변명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기와 궁합이 맞는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도 어찌 보면 편식의 달콤함이 몸에 배어 버린 것처럼 그런 지 모르겠다. 그러니 억지로 구겨 넣은 책이 소화가 됐을리가 없다.  책은 느려지고 덮쳐 오는 이야기는 살처럼 박혀와 콕콕 쑤셔댔다. 그 고통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안다고 왜 이런 짓을 자초했는지 나 자신이 책망스럽고 그랬다.  

삶이란 게 그런가 보다. 어떤 일이든 폭풍처럼 몰아치고 지나가면 그제사 해답이 눈에 보인다. 미련해도 이럴 수는 없다. 의무든 책임이든 지켰어야 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공으로 받는 것에 안 그래도 모자란 판단력이 흐려 졌었나 보다. 지금에서야 고백하건데,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긴장의 시간을 통과하고 나니 조금은 후련하다. 물론 제 때에 맞춤맞게 글을 올리고 생각을 정리했으면 더 좋았게지만 말이다. 그래도 귀가 가려운 건 사실이다. (아마 알라딘지기님의 원망이 하늘에 닿았을 수도.^^) 

돌이켜 보건데, 내가 무모한 짓을 획책한 경위는 아무래도 명분없는 위기감이 컸던 모양이다. 더 다양한 생각거리와 이야기를 접해야 한다는 개념없는 위기감 말이다. 그렇지만 스스로 분투했다는 것에는 위안을 삼는다. 앞서 말했듯 내게 맞지 않는 편견의 높은 벽으로 인해 책 한페이지가 마치 콘크리트더미처럼 무겁게 느껴지던 것들을 집어 삼키기는 했으니 말이다. 아직 젊음으로 소화는 잘 한다. 때로 고장도 나고 게워 내기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쌩쌩하다. 그러므로 집어 삼킨 이 모든 생각의 집합들이 언제일지 모르겠으나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변화를 거듭해 아주 미진하나마 변신을 하지 않겠는가. 

잡설이 길었다. 남은 숙제라도 깨끗하게 마무리 해야지 면이라도 살지 싶다.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개인적으로 <소현>과 <별궁의 노래>가 좋았다.  비운의 세자 소현세자를 주제로 했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내외의 이야기를 다층적인 시각에서 버물렸다는 것이 눈에 쏙쏙 비쳤다. 김인숙 작가의 <소현>은 단어와 문장의 조련이 기가 막혔으며, 김용상 작가의 <별궁의 노래>는 서정적인 가운데 스며드는 아련함이 사뭇쳤다. 무딘 역사의식에 대해 시종일관 의문을 던졌고 고착화되고 경직된 가치관에 신선한 공기를 채운 기분이다. 알게 모르게 지배했던 경쟁의 역사, 미화된 역사에 현기증이 났었던 것도 타성에 길들여진 허약함이 원인이었다. 어둠 속에 있을 때는 몰랐던 진실이 햇빛을 받으면 고스란히 들어나는 것처럼 역사는 균형감이 생명임을 절감했다.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불변의 진리처럼 말이다.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베스트를 뽑는 것만큼 작위적인 행위는 없지 싶다. 호불호에 따라 갈리는 것도 다양성이나 관점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의 알량한 주장을 모태로 삼아 태클을 걸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므로 그냥 아주 지극히 주관적인 베스트를 좌에서 우로 나열한다. 선정의 변은 생략..^^ 

 

 

 

 

 

 

 


신간평가단 도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정복자의 세상, 정복자의 세월이었다. 세자가 문득 어금니를 물고 생각했다. 부국하고, 강병하리라. 조선이 그리하리라. 절대로 그 기다림을 멈추지 않으리라. 그리하여 나의 모든 죄가 백성의 이름으로 사하여지리라. 아무것도, 결코 아무것도 잊지 않으리라. [ p.316 소현 중에서 ]
 

끝으로 미흡한 나에게 커다란(?) 중책을 맡겨 주신 알라딘에게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건강까지 상해 가며 고생하신 그분, 문학담담지기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으나 단단히 무장하고 나서야 되겠다. 그 힘든 시간이 지나갔음에도 이렇게 다시 기웃거리는 이유는 은근히 중독성이 강하다.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은 분, 읽고 쓰는 것에 자신 있는 분 언제든 도전해 보라. 스펙타클한 긴장이 그대를 유혹하리라.(아..뻘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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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7-09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 평가단 잘 마치신 것 축하드려요...기웃대긴 했었는데 저는 책을 막상 읽어야 한다고 앞에 딱 쌓아 놓으면 부담감이 막^^ 곡우님이 추천해 주신 책들을 보니 꼭 소현을 읽어야 겠다고 결심하게 됩니다. 문학담당자님이 건강까지 상하셨군요. 안타까워요. 책과 관련된 분들은 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곡우님!

穀雨(곡우) 2010-07-09 16:17   좋아요 0 | URL
민망합니다. 게으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는...^^ 제가 책을 너무 느리게 읽는 것도 있지만 그 기간동안 우째 일이 자꾸 생기던지. 모임도 갑자기 수시로 생기고...ㅋㅋㅋ
블랑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알라딘신간평가단 2010-07-10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곡우님, 너무 민망해 마십시오. 실은 저도 자신 없는 일, 그저, 건강 걱정해주신 저희 평가단 분들께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흑.

고생 많으셨습니다. 리뷰만큼이나 맛깔난 변(?) 잘 읽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요.

穀雨(곡우) 2010-07-12 10:15   좋아요 0 | URL
알라딘신간평가단님, 이렇게 직접 댓글 달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요. 혹 다음에 또 도전하더라도 내치시지는
말아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