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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 - 특별하지 않은 청춘들의, 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박근영 지음, 하덕현 사진 / 나무수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흔히 삶은 여행에 비유되곤 한다. 여행의 설렘도 삶의 기대도 엇비슷 닮은꼴이다. 그러다보니 나는 삶의 한 가운데에서 변화무쌍한 무엇인가를 기대하게 하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삶의 대부분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순간 속에서 산다. 선택은 곧 틀이 되고, 틀은 곧 내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더 없이 건조하며 멈춘 듯 부유하는 흐름 속에 나는 갇혀 산다. 오히려 나는 그 틀을 깨트리려 노력하지만 실은 부서지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벗어난다는 것은 어색한 불안감에 노출되고 여태껏 붙들어 맨 것으로부터의 회귀할 수 없으며 타협할 수 없는 집착에 사로잡힌다. 나는 흔히 이것을 삶의 굴레 혹은 원형이라고 부르고 싶다.




        삶의 굴레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고 이어진 상태가 다채로움에서 비켜 난 보편적인 상태로 인식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안정은 평범하고 적응은 지루한 법이다. 자유는 수동보다는 능동을 연모한다. 무엇이든 열망하고 얼어붙은 정열마저도 자유를 꿈꾸게 하는 것은 비상하는 자아의 태곳적 본능의 기억이다. 비록 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멈추어 섰을 지라도 자유를 향해 닮아 가는 삶을 지향하는 이들을 우연이든 필연이든 마주치게 되면 발끝부터 퍼지는 자유의 향기에 온몸이 자극받고 달아오름을 이내 느낀다.




        스무 살 언저리의 그는 세상에 대한 '순정'이 있었다. 이리저리 돌멩이처럼 차이더라도 삶에 대한 어떤 애틋함 하나만은 잃지 않고 살고 싶었다. 그런 마음마저 없다면 삶은 고통일 뿐이라고 그는 중얼거렸다. 하지만 순진함을 잃은 세상은 그의 순정 또한 허락하지 않는다. 너의 순정도 별거 없고 나의 순정도 별거 없다는 깃털처럼 가벼운 냉소가 사는 데는 한결 편리한 법이다. --- 〈슬픔도 고이면 단단해진다〉 중에서




        <다만 이것은 누구나의 삶>은 평범하지 않은 자유를 닮은 이야기다. 청춘에게만 허락된 특별함이라서보다 도전하는 젊음의 푸른 영혼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 박근영을 흠모하게 만든 느림의 미학과 예찬이 이 책을 추동하는 모든 키워드다. 삶의 속도감에 비례에 느리게 살아가는 이들을 흠모하고 흔적 하나를 건져 올리는 작업은 보편적 관념으로는 정적이며 단조롭게 다가선다. 하지만 그 단조로움을 뚫고 스며 나온 삶의 열정은 결코 가볍지 않다. 세상의 끝을 향해 넘쳐나는 에너지를 토해내고 당당히 맞서는 의연함이 더욱 더 강렬한 열기를 내 뿜는다. 나는 그들을 통해 기억의 저편으로 비켜 난 추억을 자극하게 되고 흔적 없이 사라졌던 조련되지 않은 젊음의 그 시절을 소환하는 기쁨을 만끽한다.




        책은 13명의 젊은 영혼을 따라가며 소탈하게 묻고 답하며 소통하고 공유한 흔적의 결과물이다. 포토그래퍼, 디자이너, 연극배우, 화가, 영화감독, 에디터, 만화가, 뮤지션, 여행 작가, 건축가, 시인 등 책에서 소개된 그들은 스스로 삶을 예속하거나 구속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날선 세상에 상처받고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일어서는 힘의 원천은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다. 그러므로 이들에게서는 외부적인 압력도 고통이 될 수 없으며 흘러가는 바람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세상은 하고 싶은 대로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타협하고 현실의 냉혹함에 꺾이기도 하는 모든 순간이 삶의 또 다른 모습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가 만난 그들은 달랐다. 비록 먼 길을 돌아서 갈지언정 물러설 때와 나아갈 때를 가려내고 세파의 굴곡을 삶의 한 조각으로 웃어 넘겼다. 바람이 불어오면 부는 쪽으로 나아가는 긍정의 오롯한 힘을 믿었으며, 소소한 일상을 보다 더 멋들어진 날로 바꿀 줄 아는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만화가 김풍이 시크한 미소를 머금으며 나를 향해 던져 오는 그미의 말, “삶은 즐겁게 사는 것이 이기는 거다.”라고.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자, 부러움이다.




누구인들 젊은 날 비상을 꿈꾸어보지 않을까. 그러나 언젠가부터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이 되지 않는 꿈은 꾸지 않는다. 그런 꿈은 그저 한낱 이상일 뿐이라고 밀어두고 뒤돌아서야 마음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현실과 꿈 사이에서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 〈끝까지 부딪치고 넘어본다〉 중에서




        이처럼 누군가에게 삶은 변하지 않는 상태가 아닌 깨어 움직이는 유기체다. 그들의 열정으로 인해 나는 열병처럼 미소 짓던 젊음의 향연에 절로 도취된다. 권태롭고 무기력한 일상에 꺼져 가는 자유의 불씨를 지펴 줄 불쏘시개처럼 고무되게 만든다. 불가피하게 사람들을 능력에 따라 줄을 세우고 재단하는 숨 막히는 세상에서 가슴 벅차오르는 무엇으로 채워진다. 그 무엇은 바로 자유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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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9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로운 삶!
영혼이 자유롭다면 살만하다고 하는 데
요즘은 영혼과 육체가 모두 구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네요.
어떻게 사는 삶이 자유로울까요?

穀雨(곡우) 2010-06-29 13:52   좋아요 0 | URL
와우, 어려운 질문이네요. 전호인님 말씀처럼 요즘은 영혼과 육체의 구속된 이유가 자본주의의 공격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물질에 예속되고 모든 성공의 기준이 부의 서열화가 된 세상에서는 자유 또한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지 싶습니다. 전 자유는 알게 모르게 길들여진 고정관념으로부터의 유연한 대처에서 오는 게 아닐까하는 이미 구태의 생각으로 사는 지 모르겠습니다.

라로 2010-06-29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다 리뷰가 더 좋으면 어떻하죠????ㅎㅎㅎ
님의 리뷰보고 이책 찜합니다!!

穀雨(곡우) 2010-06-29 13:53   좋아요 0 | URL
리뷰보고 책 사서 후회하시면 AS해 드려야 할 것 같은 분위기네요.
그래도 칭찬은 듣기 좋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