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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유다 ㅣ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3
팜 뮤뇨스 라이언 지음, 민예령 옮김, 브라이언 셀즈닉 그림 / 보물창고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범상치 않은 탄생의 순간을 잘 넘기나 싶더니 두 번째 생일을 지나자마자 불어닥친 고난은 결국 주인공 샬롯을 고아원으로 내몰고 만다. 부모와의 영원한 이별의 순간에 샬롯이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는 결코 놓을 수 없었던 말고삐. 그렇게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소녀 샬롯에게 늙은 의사가 남긴 말은 어쩌면 예언과도 같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누군가 너를 혼자로 만든다면 그건 바로 네 자신이란다. 너는 노새의 운명을 타고 났다. 쇠심줄같이 질긴 아이지." (본문 11쪽)
정말 쇠심줄같이 질긴 노새의 운명을 타고 난 것이기라도 한 것일까.... 고아소녀 샬롯은 결코 실망하거나 주눅들거나 좌절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자신을 묶어두려는 고아원 원장 밀샤크씨와 주방의 보일 아줌마로 부터, 또 진심어린 걱정을 하는 해이워드와 번 할아버지의 만류를 뒤로 하고 자유를 향해 어둠 속을 헤쳐나간다. 다만, 주변으로부터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길었던 머리카락을 자르고 해이워드의 옷을 입고 남장을 한 채말이다.
어쩌면 주어진대로 순응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텐데... 어린 여자아이의 몸으로 위험천만한 길을 떠나는 샬롯이 안타깝기도 하고 또 대견하기도 하였다. 돌봐줄 부모조차 없지만 타고난 듯 말을 잘 부리는 샬롯의 재주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러나, 샬롯이 제임스와 프랭크를 따라 자신의 꿈을 이루게 해줄 신천지와도 같은, 야생의 땅 캘리포니아에 도착하자마자 당하게 되는 불의의 사고에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타까워서.....눈물이 절로 흘렀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쇠심줄같이 질긴 샬롯은 애당초 실망이나 좌절을 모르는 것처럼, 쓰러지면 몇 번이고 벌떡 일어나는 오뚜기처럼, 야생마에 채여 실명한 한쪽 눈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또다시 말고삐를 잡는다.
마침내는 자신의 꿈을 이룰 땅까지도 소유하게 된다. 비록, 여자인 사실을 숨긴 채였지만 당시로서는 있을 수 없는 투표권을 행사하고야 만다.
이야기가 끝나고 <작가의 편지>에는 샬롯의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밝히고 있다.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으며, 미국의 여성들에게 공식적인 투표권이 주어지기 훨씬 전인 52년 전에 산타크루즈카운티에서 투표를 하였으며, 그가 죽은 후에 여자였다는 것이 밝혀졌다는 것을 들려주고 있다.
탄생부터 순탄하지도 않았으며, 비록 황무지와 같은 거친 환경을 꿋꿋이 걸어가야 했던 고단한 여정이었을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낸 샬롯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환경에 순응하는 인간이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이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모든 것이 풍족한 현대의 사회보다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했을지라도 꿈은 더 간절했을지도모를 과거의 사회가 인간에게는 삶을 더 간절하게 하였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무엇이든 넘쳐나고 무한대로 발전하는 현대사회는 오히려 순응하기도 벅찬 세상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