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문제아 -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동화집 미래의 고전 24
신지영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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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최강도 아니고 지구 최강도 아닌 우주 최강 문제아라니...'세계 최고 우주 최강으로 삐뚤어질테다!!!'라고 외치며 빨간 망토를 목에 두르고 막대를 쥔 모습에 절로 불끈하는 힘이 느껴지는 표지그림이다. 

그런 아이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있는 엄마의 모습에 책을 읽기도 전에 공감백배라고 하면 과장일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아이를 키우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더라도 매순간 온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아무리 얌전한 아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문득, 작정한듯 우주 최강으로 삐뚤어지겠다는 준우의 속내가 궁금하다. 무엇이 준우의 심사를 부리게 하였을까? 말 안 듣는 두 살 아래 동생 준이때문일까? 아니면 무조건 동생 편만 들며 형인 준우가 참아야 한다는 엄마때문일까? 

엄마때문인 건 확실한데 정작 엄마는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 눈치다. 아빠가 없는 윤재와 못놀게 하는 엄마에 대한 불만이 결국엔 자신을 문제아로 만들겠다는 준우의 결심이 대책없어 보여도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었음에 어느새 미소가 지어졌다. 

'우주 최강 문제아' 외에도 <푸른문학상 수상작가 동화집>인 이 책에는 자신의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만큼이나 황당한 거짓말을 쏟아내는 '탁니콜라스, 소설을 쓰다', 영화로만 보았던 슈퍼맨의 출현에 바퀴벌레 탐정단이 되어 한바탕 신나는 모험을 꿈꾸었던 영찬이와 아빠의 가슴 짠한 '떴다, 슈퍼맨', 고래 윌리와 주인공 제시의 우정을 그린 영화 <프리 윌리>가 생각나게 하는 번개와 상택이의 '그 고래, 번개', 꺽정불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사건에 선문답처럼 느껴지는 꺽정불의 대답이 알듯모를듯한 '꺽정불의 비밀',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이야기의 그 뒷이야기로 보리밥에 빠진 호랑이 이야기가 재미난 '보리밥 잔치', 새 자전거가 갖고싶은 동우와 고물자전거의 모험이 따듯한 우정으로 피어나는 '달려라, 나의 고물 자전거'....까지 모두 7편의 짧은 이야기에 마음조차 훈훈해져 온다.

이미 알고 있던 옛이야기의 뒷이야기인 듯한 '꺽정불의 비밀'과 '보리밥 잔치'외에 약간의 풍부한 상상과 허구가 적절하게 가미된 4편의 이야기가 재미나다. 7편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이야기는 다름아닌 '우주 최강 문제아'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에게야 요즘이 마냥 즐거운 봄방학지만, 곧 새 학년이 될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는 새로 사귀게 될 친구들에 대한 걱정으로 벌써부터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다.
친구따라 강남 간다는 말때문에라도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엄마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아빠가 없는 아이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엄마에게 시위라도 하듯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기로 작정한 준우의 한 마디가 화살처럼 엄마의 마음에 콕! 박혔나보다. 

"나랑 윤재가 뭐가 달라? 하나도 다르지 않아. 윤재도 윤재네 엄마한테는 제일 소중한 자식이야. 엄만 진짜 몰라서 그렇게 말하는 거야?" 

정말 엄마가 그걸 몰라서 그랬을까.... 하지만, 다행히 다음날 아침 엄마는 집을 나서는 준우에게 학교 마치고 윤재랑 함께 집에 오라고 한다. 게다가 맛있는 것까지 많이 해 놓고...... 이제는 우주 최강 문제아가 되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하는 준우만큼이나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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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지용? 자동차 타임 어린이 지식교양 시리즈 : 까불래용의 알겠지용 6
황덕창 지음, 현태준 그림, 페이퍼100 기획 / 타임주니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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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태준 작가의 코믹한 그림과 함께 재밌고 다양한 상식을 얻을 수 있는 타임주니어의 지식교양 시리즈 <까불래용의 알겠지용?> 여섯 번째 권이다.
이미 우리몸과 컴퓨터에 관한 책을 보았던 터라 언제 어디서나 부담없이 펼쳐볼 수 있는 장점이 먼저 떠오르는 책이다.
이번에는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자동차'에 대한 내용이다.

기차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과 달리 자동차하면 부(富)의 상징으로 여기던 어린시절에 비하면 한 대는 물론이고 두세 대의 자가용을 소유한 가정이 적지 않고, 새로 이사를 가게 될 경우에도 주차시설을 염두에 두는 것이 요즘의 풍경이다.
아닌게아니라 자동차는 우리의 발을 대신하여 학교나 회사에도 데려다주고, 주말이면 온가족이 함께 쇼핑할 수 있게 마트에도 데려다주고, 여름이나 겨울이면 먼 곳으로 여행도 가게 하니 말이다. 

까불래용과 그의 친구 꼬불래용이 퀴즈형식으로 알려주는 자동차에 대한 질문을 통해 이번에도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정보을 알게되니 어느새 상식이 풍부해진 듯하다. 

자동차는 연료(석유)만 있으면 씽씽~ 잘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처럼 산소(공기)가 있어야 연료를 연소시켜 달릴 수있는 힘을 생산해 낸다는 것, 또 빨리 달리기 위해서는 공기의 저항을 줄여야 하고 더불어 연료도 아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안타까운 것은 연료를 태워서 자동차가 실제로 바퀴를 굴리는데는 고작 15%밖에 안 된다니 나머지 85%가 낭비 또는 손실되고 있다니 아까운 생각이 절로 든다. 

사람들이 신는 신발과 마찬가지의 기능(역할?)을 하는 자동차의 타이어에 자동차의 안전과 성능을 위해 특수한 고무를 소재로 여러 가지 무늬도 새겨넣는다니.. 요즘 건강을 위해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신발들을 개발하고 있어 더욱 비슷하게 다가왔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풍선과 같은 에어백이 들어있고 운전중에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얼음위의 썰매처럼 쫙~ 미끄러지며, 사고가 나면 안전을 위해 일부러 앞쪽이 부서지면서 충격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며, 트렁크에 짐을 많이 싣고 다니면 연료가 많이 든다는 자동차의 원리에 대한 정보는 물론 독일의 포르쉐, 이탈리아의 페라리, 미국의 포드는 사람의 성을 따서 만든 자동차 회사의 이름이며 미국에서는 자동차 안에서 예방주사도 맞을 수 있고 유럽(독일)에서는 속도위반시 재산에 따라 180억 원까지 벌금을 낼 수 있다는 재밌는 정보까지 알게 되니, 자동차가 좀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한 가지, 기본적인 원리보다는 재미난 상식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았다고나 할까......자동차의 구조나 작동원리 등과 같은 비교적 전문적인 부분은 상세한 그림(삽화)이나 사진과 함께 좀더 상세한 설명으로 풀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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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의 특별한 여름 - 국제독서협회 아동 청소년상, 뉴베리 영예상
재클린 켈리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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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읽은 후에 깊은 여운으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다른>의 책이라 망설임없이 읽게된 책이다.
제법 묵직하고 두툼한 두께가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게 하지만 열두 살 캘퍼니아(캘리)의 이야기에 어느덧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여섯 명의 남자형제들에 둘러싸인 캘퍼니아의 이야기는 20세기를 코앞에 둔 1899년의 여름을 시작으로 펼쳐진다. 1863년의 노예해방선언과 1865년의 남북전쟁 종결에도 불구하고 목화를 재배하는 농장을 소유하고 쿼드룬(흑인의 피가 4분의 1인 혼혈아)을 요리사로 둔 캘퍼니아의 집안 이야기는 아직 노예해방이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 이전의 상황이라는 것과 더불어 여성차별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곳곳에서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전의 미국의 남부지역에서 살고 있는 열한 살 소녀 캘퍼니아가 남자형제들 틈바구니 속에서 유일한 여성으로서 자라나야할 현실과 그러한 현실에 일찍부터 본능적으로 반항(?)의 기질을 드러내는 캘퍼니아에게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고 있으며 수상쩍인 냄새를 풍기는 존재였던 할아버지는 다행히 소리없는 응원자이자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렁이를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하며 몸소 그것을 증명하듯 딱딱하고 말라붙은 땅에서 지렁이들을 잡아 라마 오빠에게 팔기까지 하는 캘퍼니아. 그런 캘퍼니아를 타고난 박물학자라며 포켓형 빨간 가죽 공책을 주는 해리 오빠로 인해 비로소 캘퍼니아의 내면 깊숙이 숨어있던 천성이 움트기 시작한다. 

박물학자의 정확한 뜻을 비록 알지 못하지만 본능적으로 '주변에 보이는 것에 관해 사람이라는 뜻'으로 파악하며 기꺼이 자신의 여름방학을 박물학자로 보내기로 마음먹는 캘퍼니아.
캘퍼니아의 호기심같은 관찰은 낱낱이 빨간 가죽 공책에 의문과 질문으로 적혀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얻기위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관찰하고 또 관찰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물)의 종류와 성질, 생태 등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의 태도 그것이 아닐까.. 

개와 홍관조에 이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메뚜기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평소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할아버지를 찾아갈 용기까지 낸 캘퍼니아. 마침내 할아버지와 손녀가 아닌 자연에 대한 공통된 관심을 가진 동지로서의 관계가 도는 듯하다. 그동안 외롭게 혼자만의 연구실(실험실)에서 지내던 할아버지에게는 기특한 꼬마 동지를, 캘퍼니아에게는 박물학자로서의 기본적 소양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된다. 

할아버지를 통해 박물학자로서의 권위자 다윈과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을 접하게 되는 캘퍼니아는 더이상 어린 소녀가 아니라, 예리한 관찰자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한계조차도 기꺼이 극복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할아버지와 함께 우연하게 발견한 식물(새로운 종의 살갈퀴)을 스미스소니언협회로부터 새로운 종 '테이티 갈퀴'의 발견자로 연락을 받는 순간에는 내 마음도 찌르르 해져왔다. 설마했던 마음이 다행이란 안도와 함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로는 쉽게 꿈조차 꿀 수없는 '북극광, 해리 후디니,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같은 바다, 나이아가라폭포, 코니아일랜드, 캥거루, 오리너구리, 에펠탑, 그랜드캐니언, 눈'같은 것을 보고싶어하는 당찬 소녀 캘퍼니아.
비범한 열한 살 소녀의 관찰력만큼이나 가족 구성원들 하나하나를 흥미롭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함께 19세기 말 미국 남부의 시대적 풍경이 흥미롭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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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쟁이 고모가 좋아 내책꽂이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홍미라 옮김, 이승연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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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검은 선글래스에 머리수건까지 쓰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고모가 바로 잔소리쟁이 고모임을 한눈에 척! 알 수 있는 표지그림이 책을 읽기도 전에 웃음을 던져준다.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요양원까지 모셔드려야 하는 아빠 엄마를 대신해 니콜과 케빈 남매를 돌보기 위해 고모가 오기로 되어있지만, 정작 어린 남매는 잔소리쟁이 고모가 벌써부터 싫기만 하다.
원래 아이들이란 무턱대고 잔소리를 싫어하기 마련이니... 때로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잔소리마저도 듣기 싫어하니 말이다. 

사실 부모(보호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디 잔소리할 일이 한두 가지라야 말이지. 그렇다고 잔소리하기 좋아하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는 아이들만큼이나 잔소리를 하기 싫어하는 것이 부모의 심정이란 것을 아이들은 짐작이나 할까. 그저 어른들이 하는 소리는 으레 잔소리로만 들으려는 아이들.. 

니콜과 케빈 남매는 고모가 도착하기 전부터 고모의 잔소리에 심란해 한다. 심지어는 고모부 혼자 지내기 힘들까봐 쓸데없는 걱정까지 한다. 그렇다고 둘만 달랑 남겨놓고 떠날 아빠 엄마가 아닌데도 말이다. 

결국엔 체념을 한 것인지 포기를 한 것인지 고모의 방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아이들이 제일 먼저 한 것은 다름아닌 고모로부터 받을 선물! 역시나 아이들답다.
무당벌레에 관한 책을 받고 싶은 케빈은 인라인스케이트를 받고 싶어하는 니콜에게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의젓한(?) 충고까지 한다. 

아무튼, 이런 사실을 아는지모르는지 남매를 돌보기 위해 도착한 고모는 착한(?) 조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선물을 안긴다. 이 순간만큼은 잔소리쟁이 고모라도 좋지 않을까...
아이들의 어지러운 방과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노릇노릇한 감자튀김과 향긋한 사과소스를 뿌린 샐러드를 곁들인 고기를 먹으며 아이들과 함께 키득거리는 고모의 모습엔 절로 부러움이 생겨난다. 저런 고모가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까지도...

어느덧 중년이 된 나의 고모들은 손주에 증손주까지 둔 호호할머니가 되었고, 딸아이에게는 고모가 아예 없으니 '잔소리쟁이 고모'는 우리 모녀에게는 이룰 수 없는 바람인 셈이다. 

잔소리쟁이 고모라는 니콜과 케빈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나뭇가지 위에 아기 고양이를 구하러 올라갔다 오히려 곤경에 빠진 고모의 모습은 난처하기 그지 없다.
결국엔 구조대원들에 의해 무사히 나무에서 내려온 고모의 모습을 본 아이들은 새로운 모습의 고모를 발견한듯..... 

새롭게 시작될 고모와 아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궁금하다.
어쩌면 세상에 둘도 없는 고모와 아이들의 엉뚱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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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죽음을 이야기하자 1218 보물창고 3
게어트루트 엔눌라트 지음, 이옥용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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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아마도 다시는 볼 수없는 영원한 이별로 인한 두려움, 그 막막함때문은 아닐까...

하루에도 수차례 죽음에 관한 기사를 접하고는 하지만 그 '죽음'에 대해 우리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다. 하지만 간접적으로라도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죽음에 대해서는 전혀 무덤덤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간혹 직접적인 죽음을 목격하게 되면 더이상 죽음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되고 더이상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닌 가슴이 먹먹해지는 현실이 된다.

나 역시도 맨처음 '죽음'앞에서 당혹하게 된 것은 다름아닌 엄마의 죽음이었다. 돌아가시기 전에 이미 암이라는 병명과 함께 남은 시간이 6개월 정도라는 청천벽력같은 진단결과를 접하고도, 또 예고된(?) 6개월보다 좀더 긴 1년을 넘어 돌아가신 후에도 한동안 엄마의 부재를 실감하지 못했었다. 길을 걷다가도 불쑥 엄마를 만날 것같고 이 세상 어딘가에 변함없이 살아계실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혀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그때의 슬픔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고 나 스스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했다. 가족 누군가에게 혹은 주변의 사람들에게조차 내색할 수 없는, 속으로만 곱씹어 대는 믿기지 않는 꿈같은 일이었다. 어쩌면 꿈이기를 간절히 바랐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이제는 보고싶어도 볼 수 없고 만날 수도 또 만질 수도... 없다는 사실이 느껴지자 비로소 눈물이 시도때도 없이 흘렀다. 이제는 엄마가 없다는 것, 엄마라고 불러볼 수조차 없다는 것이 사실이고 현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20년이 다 되어가도록 돌아가실 무렵 엄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동안 결혼도 하고 딸아이도 낳고 또 아버지도 돌아가셨지만, 문득문득 엄마가 그리워질 때가 점점더 많아지는 요즘이다. 나 역시도 언젠가 엄마처럼 아버지처럼 딸아이를 가족을 남겨두고 영원한 이별을 해야한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두고 나 혼자만 퇴장하듯 홀연히 사라져야 하는 그날이 생각만 해도 두렵기만 하다. 어느덧 죽음의 주체가 될 수도 있음을 헤아리는 나이가 되었음이다.
그러고보면 정말 죽음은 삶의 일부이고 또 연장임을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다. 

어떤 이유로든 마주하게 될 나의 죽음을 상상해 볼 때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엄마를 잃은 딸아이이다. 사람은 여타의 동물(생물)들과 달리 죽을 때까지도 부모의 그늘에서 살아가는 것이 사실일텐데 더이상 딸아이의 그늘이 되어줄 수도,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도, 마음껏 투정부릴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줄 수도 없음에 절로 슬픔이 밀려온다. 

그래서인지 죽음에 대해, 여러가지로 이야기하며 죽음을 이해하고 슬픔을 극복하는 상황이 담긴 이 책이 위안처럼 느껴진다. 특히, 자연사뿐만 아니라 사고나 자살, 병으로 인한 죽음의 다양한 경우까지 헤아려봄으로써 죽음은 예고 없이도 불쑥 우리의 삶에 출현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한다.
또, 죽음의 주체(?)는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노인들뿐만 아니라 부모나 형제자매, 친인척 혹은 선생님과 친구, 친구의 부모도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도 아이나 어른들 할 것 없이 제각각 그 슬픔의 정도와 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며, 극복하는 시기도 저마다 다를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마냥 슬퍼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분노와 공격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음을.....또 엄청난 두려움으로 떨게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정신적인 충격이 될 수도 있는 죽음은 전문가의 상담이나 심리치료까지도 필요하다고 하니...여태껏 죽음에 대해 우리(어른들)와 별반 다를 것없이 혹은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새삼 돌아보게 한다. 

누군들 죽음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을 수 있을까... 특히나 사랑하는 가족이 예기치 못한 죽음을 당했을 때는 더욱 그렇다. 죽음을 당한 당사자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그러한 죽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우라면 더욱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죽음은 어느 누구의 잘못도 인한 것도 아니고, 또 어느 누구의 노력으로 극복되는 것이 아닌 온전한 자연의 순리이지 않을까..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그래서 결코 내게는 닥치지 않을 것 같은 '죽음'. 그러나 분명 우리 삶의 일부인 죽음. 현실감이 없을 때 한 번쯤 아이와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보기에 좋을 책이다. 건강하더라도 만일의 경우를 위해 면역력이 생기도록 예방접종을 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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