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문대학 돈 안들이고 가기!
홍순도 지음 / 그린페이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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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모그룹의 회장이었던 이가 펴낸 책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란 제목이 유행어처럼 우리 사회에 휘몰아쳤던 기억이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세상은 넓고 대학은 많다!'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책이다.  

어느새 딸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더없이 긴장되고 혼란스러운 요즘이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방학이기도 한 이번 겨울방학은 그래서 더욱 마음을 다잡은 터였는데... 수학은 미진했던 점을 보충하고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살짝 예습하고, 영어는 중학 영문법을 살펴보기로... 

그런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듯 예기치 못한 딸아이의 사춘기 증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방문을 딸깍! 잠그질 않나, 뭐라 말이라도 붙이려면 쌩~하고 찬바람이 몰아치니... 복습이고 예습이고 공부가 문제가 아니라 아이와의 소통이 급선무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중학교 배정이 딸아이가 원했던 1지망 학교로 되어 그나마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만에 하나 1지망이 안됐더라면...하는 생각은 꿈에라도 일어나선 안될 일처럼 말이다. 

아무튼, 이제 개학과 초등학교 졸업 그리고 반배치고사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대학의 문 앞에 한 발 가까워진듯 한 요즘, 딸아이의 중학교 교과공부를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내게 한 줄기 빛처럼 환하게 다가온 책이다. 

사실 대학하면 여태껏 국내의 대학에 국한하여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이유인 즉, 다른나라로의 유학은 무엇보다 금전적인 부담이 적지않은 탓에 말이다. 아무리 적게 들어도 우리나라의 대학에 보내는 비용보다는 생활비며 기숙사비며.. 이만저만 드는 게 아닐텐데 하는 마음에 섣불리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설사 유학을 염두에 두더라도 일단은 국내 대학에 진학한 이후 아이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살짝 고려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할 뿐이다.  어쨌거나 '유학'은 나에게만큼은 우선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만큼은 확실했다. 이 책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세계 명문대학 돈 안 들이고' 간다는 제목이 살짝 낚시글같기도 해 그다지 기대를 품고 펼쳐본 것이 아니었는데... 저자 본인도 유학생으로, 언론사 특파원으로 오랜동안 해외 생활을 경험했고, 또 두 딸도 유학을 보낸 아버지로서 그동안 몸소 경험하고 얻은 비법같은 소중한 정보들에 그야말로 신세계를 보는 듯했다.
'아.. 대학이 우리나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물론, 대학이 어찌 우리 나라에만 있겠는가.. 한때 나 역시도 유학을 꿈꾸었던 -유학을 준비하다 집안 사정으로 관두기는 했지만- 사람인데... 그 당시에도 제일 부담이 컸던 것이 바로 등록금이었던 것 같다. 특별하게 뛰어난 것없이 유학을 가자니 순전히 자비로 가야했던 탓에 그 부담이 더욱 컸을 것이다. 결국 집안 사정으로 유학의 꿈을 접어야 했으니 다행인 셈일까... 만약 유학을 떠났다면 내 인생이 또 어떻게 되었을까...종종 미련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용(등록금)에 대한 부담때문에 섣불리 유학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것은 정보의 부족때문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책이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어쩌면 관심 밖이서) 세계 여러나라의 우수한 대학들에 저렴한 비용으로 다닐 수 있음을 알려준다. 다만, 어느 정도의 실력과 노력은 기본 요소란 것이 공통점이다. 

한국의 대학보다 저렴한 등록금으로 다닐 수 있는 미국과 캐나다, 중국의 대학도 적지 않고, 기본적인 생활비만 있어도 다닐 수 있는 프랑스와 독일, 싱가포르의 대학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일본.. 등에 국한돼 있던 범주를 벗어나면 더욱더 많은 대학들이 세계 곳곳에 있다. 

고등학교 3년 아니 초등학교 입학부터 12년 동안 준비하고 단 한 번의 대입수능시험으로 대학을 선택하고 장래까지도 결정짓게 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당사자인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조차도 교육에 목을 매게 한다. 그리하여 사교육공화국으로 우뚝 선 것이 현실이다.
내신때문에 시험점수 1점에도 학교에 쫓아가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말이다.

더이상 'IN SEOUL' 대학에 목을 맬 때가 아니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을 나와도 보장된 것 하나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는 'OUT OF KOREA'다! 성적으로만 대학을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대학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키워줄 세상의 대학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이다.
세상은 넓고 대학은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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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생활 문화재 학교 - 박물관으로 간 조상들의 살림살이 재미있게 제대로 시리즈
이재정 지음, 신명환 그림 / 길벗어린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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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조상들의 삶 구석구석을 들여다볼 수 있는 풍부한 사진자료가 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울 책이다.
아닌게 아니라, 어린아이들에게 좋은 체험이 되고자 모처럼 날을 잡아 박물관을 찾아도 붐비는 인파와 딱딱한 박물관의 분위기 때문에도 아이들에게는 집중하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반갑기만 하다. 

이제는 특별한 지역을 찾아야만 볼 수 있는 한옥을 비롯해 한옥의 집안 곳곳에서 우리 조상들의 살림살이가 되었던 장과 농, 궤와 함, 서안과 탁자, 책과 문방사우, 소반과 식기는 물론 몸을 보호해 주고 꾸며주던 한복과 관모, 장신구까지 그 유래와 함께 특징과 장점까지 세심하게 담아내고 있다. 

때로는 과학적이고 지혜롭기까지 하고(한옥) 또 멋스럽고 실용적인(장과 농, 서안과 탁자 등) 조상들의 손때가 묻은 생활 문화재는 우리 조상들의 당시 삶의 모습까지 보여주는 듯하다. 
남녀가 유별한 시대를 반영하듯 사랑채와 안채가 구별되어 있고, 각 지역의 기후에 따라 집의 구조가 다르고, 바람을 막아주고 방안을 장식하는 병풍에는 소원하는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낸 멋까지 느낄 수 있다. 또 둘러치는 병풍에 따라 혼례도 치르고 초상도 치르니 실용성까지 두루 갖춘 다기능 생활 문화재인 셈이다. 

특히, 한복은 좌식생활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옷으로 살이 좀 찌거나 빠져도 입을 수 있어 경제적이기까지 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도에 따라 입은 옷이 까다롭게 정해져 있었다니 당시의 생활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증거물인 셈이다.
신분과 용도에 따라 다르게 썼던 모자(관모)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증거물이다.  

무엇보다 3첩 반상을 기본으로 5첩, 7첩, 9첩, 12첩으로 반찬의 가짓수에 따른 상차림과 더불어 상판 모양과 다리 모양에 따라 다양한 소반은 요즘과는 확연하게 다른 우리 조상들의 생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요즘에는 소반은커녕 식탁이 보편화 되었고 반찬의 가짓수를 염두에 둔 상차림보다는 영양소 위주의 상차림이니 말이다. 

하나하나 살펴보자니 지금과는 사뭇 달랐던 조상들의 살림살이가 새삼 애틋하게 느껴진다. 실용성은 물론 지혜와 멋까지 담겼던 살림살이들이 왜 지금에는 멸종이라도 된듯 찾아볼 수 없을까..하는 의문이 절로 밀려왔다. 이렇게 책으로나 아니면 박물관에서나 만나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갑작스레 무너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멸망과 같은 개화기의 혼란과 일제의 강점과 한국전쟁까지 걷잡을 수없는 시련으로 생활이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 탓이 아니었을까.... 우선은 먹고 살기 급급해진 생활로 이미 일제에 의해 상실된 옛 삶을 돌이킬 여유가 없었던 탓이리라. 

한편으로는, 무너진 신분제도로 과거와 달라진 의식(생활)은 신분제도에 따른 옛 살림살이를 굳이 되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오히려 신분 차별이 깃들어 있는 흔적들을 지우고 없애고자 하지는 않았을지..... 

어쨌거나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아니면 이렇게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는 조상들의 생활 유산들을 통해 조상들의 삶을 짐작하고 그려볼 수 있으니 어찌 소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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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소년 조르디 봄봄 아름다운 그림책 22
얀나 카리올리 글, 마리나 마르콜린 그림, 김현좌 옮김 / 봄봄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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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은 바다. 잇닿아 있는 것이라고는 하늘뿐. 바다도 하늘도 온통 푸른색 일색이라면..... 그나마 햇살이라도 눈부시게 비춰주는 날이라면, 시원한 바람이라도 한 줄기 불어주는 날이라면 다행일까?
햇빛도 사그라지고 칠흑은 어둠이 몰려오는 바다의 밤은 상상만 해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듯 공포가 아닐까... 

한 줄기 희미한 빛조차 간절한 밤바다에서 만나는 등대의 빛줄기에 그야말로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수고가 또 다른 이의 무사한 항해를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등대지기가 아닐까 싶다. 

바다에 나갈 일이, 특히나 어두운 밤을 헤쳐가야 할 일이 결코 없는 사람들에게 등대는 아무런 느낌조차 불러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망망한 대해를 바라보는 소년 조르디의 이야기는 등대 자체보다는 세상 어느 바다 위에 있을지도 모를 등대 하나를 그리게 한다. 더불어 등대지기의 어린 아들 혹은 어린 딸의 마음을 새삼 헤아리게 할지도 모르겠다. 조르디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느낀 것처럼 말이다. 

친구라고는 바다가 유일하고 가끔 파도에 실려오는 나뭇조각이 바다로부터의 특별한 선물인듯 독수리 부리도 만들고 용의 머리도 만들과 도마뱀의 발가락도 만드는 조르디.
지나가는 배 한 척 보이지 않는 바닷가에 앉아 있는 조르디의 뒷모습에 여유로움보다는 쓸쓸함이 묻어난다. 

병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흘러보내는 조르디. 아빠가 혹은 엄마가 가르쳐 주었을까... 온종일 혼자서 노는 조르디에게 재밌는 놀이라도 되는 듯 새로운 놀이를 말이다.
종이도 귀한 걸까?? 신문지나 종이쪽, 가게 영수증의 뒷면에 쓴 편지.
망망한 바다 건너 그 누군가의 손에 닿기를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기대조차 하지 않는 걸까?
그러나 조르디의 가슴 속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한 줄, "거기 누구 없어요?"
짧은 한 줄에 담긴 조르디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보내고 또 보내도 대답없는 바다를 향해 조르디는 다시 편지를 쓴다. "정말로 거기 아무도 없어요?" 
나 자신이 어린 조르디의 편지를 받을 수 있는 어느 바닷가에 있었더라면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정말로 거기 아무도 없어요?" 

아..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지..바다 이편에 있다는 소녀 마리 오세안느로부터 답장이 배달된다. 편지배달부는 당연히 바다!
마리가 살고 있는 등대를 향해 마침내 자신이 편지가 되어 배를 타고 떠나는 조르디~
마침내 마음 속 그리움의 더께를 털어내듯 바다 저편을 향해 출항한다~ 

또 다른 등대에 살고 있다는 소녀 마리를 잘 만났을까??
아니면 아직도 마리의 등대를 찾아 친구 바다의 품에서 항해중일까??
이젠 등대를 떠올리면 등대소년 조르디가 생각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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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 북한 -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 교과서 신정일의 신 택리지 6
신정일 지음 / 타임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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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에 걸쳐 집도 절도 없이 헐벗고 굶주리며 이 땅을 주유한 뒤 <택리지>라는 값진 책을 남겨주신 조선시대의 실학자 청담(淸潭) 이중환(李重煥:1690~1756) 선생님께 이 책을 바친다'는 저자가 30여 년간 우리 땅 구석구석을 두 발로 걸어온 결과물을 총10권으로 완결한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원래 이중환의 <택리지>는 저술 당시에는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책으로 후인들이 그 내용을 보고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다. 전국을 평안도, 함경도, 황해도, 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8도로 나누어 그 지리를 논하고 그 지방의 지역성을 출신인물과 결부시켜 서술하였으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을 택하여 그 입지조건을 들어 타당성을 설명한 것으로, 한국사람이 저술한 현대적 의미의 지리서로 근대 한국의 지리학과 사회학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택리지>가 1751년에 저술되었으니 그로부터 260년이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과연 무엇이 얼마나 변하고 또 바뀌었을까 생각하니 무엇보다 외세(일본)의 무력으로 맞이한 근대화와 치욕스런 식민지시대(?), 또 이념의 차이로 인한 한국전쟁과 분단된 현실이 변화의 주된 요인으로 떠올랐다.
특히, <택리지>가운데 지금은 북한 땅이 된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와 강원도 일부 지역을 '북한'편으로 담아낸 이 책은 세월의 간극보다더 더 생경한 곳곳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절로 밀려온다. 

사실, 요즘 4대강 사업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전국 곳곳의 물길을 흐름을 제 마음대로 파헤치고 바꾸는 우리 정부의 독단도 북한의 독재정권 못지 않게 과거 조선의 땅을 마음껏 유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북한 땅 곳곳에 공산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대형 동상을 세우고 사적지로 단장하고 지명마저도 자신들의 정권에 충성하는 인물들의 이름으로 바꿔버리는 독재정권 말이다. 

한반도의 등뼈와 같은 백두대간의 시원(始原)이라 할 수 있는 백두산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이루며 흐르는 두만강, 중국과 경계를 이루며 한반도에서 제일 긴 강 압록강은 아직도 변함없이 초연할진대 전쟁으로 단절된 시간보다 더 낯설게 다가오는 북한 곳곳의 지명들이다. 그러나 사진으로 만나보는 북한땅은 우리가 살고 있는 남한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지리적으로 북쪽이어서 다소 다른 풍경이 펼쳐지지만 그래도 궁극에는 우리 모두의 땅이 아닐까...

곳곳의 역사는 물론 변화된 오늘날의 모습까지, 쉽게 갈 수없는 북한땅 구석구석을 꼼꼼하게 담아낸 기록을 읽자니 분단된 현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 어느 때보다 북한과의 관계가 예사롭지 않은 요즘이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두 차례의 큰 사건은 우리 모두는 물론 세계를 긴장케 하였다. 더구나 정권의 3대 세습이라는 전무한 사건(?)으로 북한내의 정국뿐만 아니라 우리도 불안케 한다.
척박한 자연환경과 독재정권으로 더없이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의 현실은 같은 민족으로서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역사가 왜곡되고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굳건히 지켜내야 할 땅임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하는 역사가 가득하다. 결코 쉽게 읽히는 내용이 아님에도 북한 땅 곳곳이 더욱 간절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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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라 고양이 - 가끔은 즐겁고, 언제나 아픈, 끝없는 고행 속에서도 안녕 고양이 시리즈 2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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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고양이가 재수 없다고 말한다. 또 누군가는 고양이가 무섭다고 말한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갓 태어난 아기 고양이의 눈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새벽하늘을 닮은 라임색 눈동자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눈망울과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그 눈빛을 보면 당신의 편견도 사르르 녹아버릴 것이다. (본문 306쪽)' 

'고양이'하면 나 역시도 왠지 모를 두려움부터 떠오른다. 아마도 어릴 때 읽었던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신을 미워한 사람에게 죽어서도 철저히 앙갚음하는 내용을 읽으며 오소소 소름이 돋던..... 

그래서였을까... 확실한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새끼 고양이를 집에서 키웠는지 아니면 옆집 고양이를 데려왔는지 아무튼.. 정말 작고 귀여운 새끼 고양이였는데도 내 옷에 고양이의 발톱이 걸려 잘 떨어지지 않아 얼마나 겁을 먹었는지.. 그 순간에도 함부로 대하면 꼭 복수를 당할 것만 같아 어쩌지도 못하고 엄마가 떼어낼 때까지 바들바들 떨던 기억만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그 뒤로 고양이는 그저 나와는 관계가 없는 동물일 뿐이다. 날로 늘어가는 애묘족에 관한 기사를 보아도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제 아무리 이쁘고 고고한(?) 고양이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보아도 내게는 별 감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고양이의 삶을 담은 이 이야기가 새로운 관심과 색다른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마땅히 집이 없이 떠도는 고양이를 길고양이로, 그래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는 고양이는 마당고양이로, 또 그들이 머무는 곳에 따라 축사고양이, 개울냥이, 교회냥이로 나름의 이름을 달고 있는 것이 고양이에 대해서 전혀 무심하던 내게는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더불어, 주변의 길고양이들의 특징(턱시도, 삼색이, 고등어 등의 무늬로)을 일일이 구분하고 또 가계도(가족관계)까지도 꿰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행동거지 하나 특징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담아내는 저자의 능력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고양이에 대해 무지한 내게는 전혀 새로운 능력이 아닐까 싶다. 물론 고양이에 대한 남다른 관심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내게는 그 고양이가 그 고양이로만 보여지는데 말이다. 

자신의 주변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의 삶을 묘생(猫生)으로 존대하며 우리의 삶인 인생(人生)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우쳐주는 저자가 평범치 않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일정하게 머무는 곳없이 동네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것같아도 결국엔 치열하게 자신의 삶을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에 마음조차 찌르르 해온다. 추운 겨울을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고양이들에게 사료를 건네주는 저자의 손길이 그 어떤 것보다 절실한 구원은 아닐지.... 

저자의 집마당을 찾아와 사료를 먹는 바람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빈집이 철거되어 둥지를 떠나야 했던 까뮈네 식구들이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뒤 다시 만난 새끼 고양이들이 김칫국물 벌건 총각무를 씹어먹는 모습은 우리 주변의 이야기인듯 다가왔다. 사람들 역시도 하루아침에 보금자리에서 쫓겨나 막막한 현실에 부딪치기도 하니 말이다. 

특히, 이웃 마을에서 만났다는 '궁극의 접대냥'이자 시도 때도 없이 발라당을 하는 봉달이의 개울을 나는 이야기에는 개발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자연을 마음대로 파헤치고 파괴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을 함께 담아내고 있어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우연히 알게된 고양이로 인해 고양이 책까지 내게 된 저자는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사연 없는 고양이는 없다'고, '묘생도 인생처럼 겉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그 속은 지옥 같을지 모른다'고, '고양이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펑펑 울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찍은 고양이들의 사진과 그가 들려주는 고양이들의 사연은 그것이 터무니 없는 짐작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길 위의 고양이들의 삶도 지구별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증명하는 진솔한 다큐멘터리!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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