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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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빨간색 표지에 강렬한 송골매의 부리가 빛나고 있는 이 책은 <자칼의 날>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최신 화제작 <어벤저>로 순수한 봉사를 위해 보스니아 내전속으로 뛰어들었던 한 청년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복수를 그리고 있는 한 사나이의 모험담이다.

 

20세기는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펼쳐지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쳐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세계 각지의 크고 작은 내전까지 그렇게 한 세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 인류에게 남은 건 전쟁이 빚어내는 아픔과 그 후유증에서 신음하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잊어버리고 싶던 전쟁들은 아픈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또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전쟁들 속에서 생존한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스티븐 에드먼드는 2차대전 당시 치열한 공중전 속에서 살아남은 전투기 조종사이며 55년이 지난 지금은 억만장자이며 광산재벌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날 그의 외동딸 애니에게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리키가 보스니아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억만장자의 손자이며 유일한 상속자인 리키는 이제 스무살 밖엔 되지 않았지만 내전으로 고통받는 보스니아 난민들을 위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갖고 행복해 하기도 했으나 어느날 사라지게 된 것이다.

 

"어벤저를 구함, 진지한 제의, 가격불문, 연락바람"


캘빈 덱스터는 오늘도 자신을 다독이며 혹독한 훈련에 전력을 다한다. 이리저리 노동현장을 왔다갔다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며 제대로 된 교육조차도 받지 못한 그는 우연히 군에서 교육을 시켜준다는 TV의 모병광고를 보고는 자원 입대하게 된다. 자의에 의해 베트남 전장에 배치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땅굴이 얼키설키 엮여있는 땅굴을 휘저으며 자신의 파트너 '오소리'와 함께 '두더지'로 불리우며 특수부대 최고의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월남전이 끝난 후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법대에 진학하고 변호사의 길을 가게 된다. 주로 관선변호인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돕던 그는 딸이 사체로 발견되고 잇단 아내의 자살로 결국 깊은 우울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게 되고 그것이 지옥같은 정글속에서 길러진 위험한 재능임을 직감하게 된다. 침묵, 인내, 신출귀몰한 행동, 노련한 사냥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고난 추적자의 근성... 이제 그는 세상 어디든 쫓아가 살인자를 붙잡아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어벤저'라는 암호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에드먼드는 손자 리키의 실종을 어벤져에게 의뢰하게 되고 리키가 보스니아에서 잘리치라는 군벌에게 참혹하게 살해되어 똥구덩이 속에 던져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어벤져의 복수가 시작된다.
   
보스니아 내전을 둘러싼 한 젊은이의 무참한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오사마 빈 라덴(UBL)과 미정보국(CIA)까지도 개입된 음모에 맞선 어벤저의 활약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남미의 수리남을 넘나드는 광활한 스케일과 함께 펼쳐진다. 어벤저의 놀라운 활약상에 가려지기는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각하고 있는 자국 우월주의가 곳곳에 엿보여지기도 한다. 살인자를 산 채로 잡아다가 미국의 법정에 세운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헐리우드 전쟁영화의 엔딩장면에 성조기가 휘날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또한 작품 곳곳에서 일어나는 비열한 결탁과 음모는 빈 라덴이나 미국이나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 테러리스트라도 자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면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는 비정한 논리를 접하게도 되었고 국가의 이익이라는 커다란 대의명분 아래 어벤저가 펼치는 그러한 행위들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 또한 갖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벌어지는 반전이 그간 갖고 있던 몇 가지 의문을 일시에 풀어주는 놀라운 상황이었음을 다시 한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금 책의 중간을 뒤져보게 되는 그런 극적 요소를 끝까지 놓지 않은 작가의 의도 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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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
김범진 지음, 임승현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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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진정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잊고 사는 나날이 많은 것 같다. 돌아보건대 사실 우리에겐 그간 우리들의 삶중에서 주어졌던 선택의 순간에서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선택을 했던가. 대학을 들어갈 때도 그저 점수에 맞춰, 군대를 갈때도 그저 줄 선대로, 직장을 들어갈 때도 그저 나를 받아주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그러던 와중에 나는 잊혀지고 나에 대한 정체성마저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는 현실까지 와 버린 것 같다. 이러한 우를 범하기 쉬운 때에 만난 <1250℃ 최고의 나를 만나라>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묻혀지고 잊혀진 나만의 가능성을 찾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모티브를 따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거북이 슬론은 무얼하든지 가장 느리게 행동하였기 때문에 그의 할아버지는 그에게 '느리다'의 슬로(slow)와 원(one)을 합쳐 슬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신중하고 따뜻한 영혼을 지녔으며,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힘을 가진 그런 거북이였다. 그러나 슬론은 느리다는 주위의 비아냥과 놀림을 견딜 수 없어 굳은 다짐을 하고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웃 마을의 토끼 라잇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된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대로 거북이 슬론의 승리로 돌아갔고 슬론은 '위대한 경주의 승리자'가 되어 영웅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후 슬론은 프로팀 육상선수가 되고 역시 다른 프로팀 선수가 된 라잇과 재대결을 벌이게 된다. 라잇이 슬론과의 경주에서 지게 된 배경에는 늦은 아침 잠을 자는 토끼들의 습성 때문이었는데 라잇은 훈련을 거듭해 그 토끼잠을 줄이는데 성공하고 슬론을 상대로 복수전에 성공하게 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토끼들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토끼잠은 필요없는 행위라며 토끼잠을 거부하게 된다. 이어지는 세번째 대결은 더 이상 토끼잠을 자지않는 토끼 라잇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등껍질마저도 우주선에 쓰이는 첨단소재로 바꾸고 경주에 임한 슬론의 대결은 무의미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제 더 이상 거북이는 토끼의 상대가 아님이 증명된 것이다.

이어지는 두번의 패배는 슬론을 비통에 빠지게 한다. 그가 끝없는 우울과 좌절을 겪으면서 방황할 때 그는 할아버지의 소개로 한 도공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도공과의 대화 속에서 잃어버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 보기 시작한다. 도자기를 굽는 가마앞에서 도공은 슬론에게 1250℃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800℃로도 충분한 불길속에서도 질좋은 도자기가 구워지지만 1250℃가 넘는 불속에서만이 흙이 최상의 자신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최고의 명품으로 탄생한다는 이야기를 들려게 된다.

"그 뜨거워진 영혼이 당신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최상의 것들을 끌어낼 것입니다. 자신이 생각도 못했을 만큼 아름다운 최상의 것을요. 그때가 바로 내 안에 있는 최고의 나를 만나게 되는 순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진실된 순간이지요."

슬론은 이제 자신이 그간 원하든 것이 무엇이었고 진정 신이 그에게 준 선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것은 '최고의 나를 발견하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최상의 가치를 세상에 내 놓으라'라는 것이었다. 거북이 슬론이 원래부터 원하던 삶은 신중한 사색과 따뜻한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젊은 날의 일시적인 방황을 뒤로 하고 그길을 이렇게 멀리 돌아 오게 되었다. 이제 슬론이 쓰기 시작한 책은 '느리게 사는 행복'이라는 책 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달리기를 할 때와는 또 다른 행복으로 그에게 다가오게 된다.


어쩌면 '토끼와 거북이' 외전일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잃어버린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우연히 라잇과 달리기 시합을 하게 되고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승리를 거두는 과정에서 슬론은 자신을 잊고 우쭐해지기 시작한다. 그것은 아마도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르는 미래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오판이었고 거기서 슬론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 버리게 된 것이다. 우리들 역시 어쩌면 슬론이 겪었던 그러한 오판과 한줌되지 않는 우월감으로 자신을 잊지 않았는가 반성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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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퍼님, 잘 읽었습니다.^^
반복하는 오판과 한줌 되지 않는 우월감, 반성해야겠어요.

재퍼 2007-08-24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우리 모두가 그러한 우를 범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여자가 원하는 강한 남자 되기
엘리엇 카츠 지음, 엄홍준.이혜진 옮김 / GenBook(젠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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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힘과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자원이 바로 가정이고 나의 가족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그 틀안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며 행복한 삶을 영위해 나간다. 남편에게는 남편의 몫 뿐만 아니라 아버지, 그리고 가장이라는 책임감까지 아내에게는 육아와 가사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남편과 공동으로 생계를 위해 일하는 모습까지도 주어진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계속해서 가정생계를 위해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던 남편들의 역할이 조금씩 위축되면서 위가가 찾아오는 가정들이 늘어나기도 하고 또한 반대로 바깥 일에만 신경쓰느라 가정일에는 등한시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전형적인 남편들의 모습때문에 갈등은 늘 찾아오기도 한다.

엘리엇 카츠의 <여자가 원하는 강한 남자 되기>는 이러한 현대 가정 변화에 맞춰 근본적으로 남자들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고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마이클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결혼 50주년 파티에 아내인 리사를 집에 두고 아이들과만 참석하게 된다. 마이클은 아내를 동반하지 못한데 대한 죄책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다음날 할아버지는 마이클에게 룩아웃산을 등반하자고 제안하고 마이클은 할아버지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산행에서 마이클은 아내 리사에 대한 원망을 할아버지에게 털어놓게 된다.

"리사는 늘 절 원망해요. 제가 하는 게 충분하지 않다는 거죠. 하지만 전 제가 할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어요. 이제 리사 때문에 아이들까지 절 미워해요. 전 더 이상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심지어 오늘같은 경우는 배도 아프고, 가슴에 통증까지 느껴졌어요."

마이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조용히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할아버지 역시 마이클과 같은 갈등을 겪기도 했으며 또한 그것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할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살아왔던 50여년간의 생활을 떠올리며 여러가지 일화에 대해서 들려주게 된다. 할아버지가 할머니와의 갈등을 겪을 때마다 '여자는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남자를 원한다.'라는 근본적인 것을 생각했다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자신을 리드해 결정적인 판단을 내리고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되는 것이었다. 또한 그것은 아마도 모든일에 의무감을 느끼고 책임을 지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보다 근본적인 남자의 역할일 것이다.

할아버지가 마이클에게 강조했던 것은 간단하다. 강해진다는 것은 온갖 어려운 상황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며, 또한 그 결과에 스스로 책임을 느끼는 것이 된다. 그것이 바로 여자가 원하는 진정한 강한 남자가 되는 첫걸음이며 아내는 그제서야 비로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다. 마이클은 산을 내려오며 아내인 리사에 대해 갖고 있던 자신의 생각이 조금씩 변화함을 느낀다.

몇 달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할아버지를 방문한 마이클의 얼굴은 많이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것은 마이클이 할아버지가 충고 했던 것을 조금씩 실천하기 시작했고 그것에 대해 리사 역시 처음에는 의아해 했지만 따르기 시작하게 되었고 이내 둘은 행복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마이클은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원래 남편이 처음부터 해야 할 역할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겪은 마이클에게 할아버지의 존재는 단순히 할아버지가 아닌 세상을 먼저 살아온 선배로서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그리고 마이클은 슬기롭게 그 난관을 헤쳐 나오게 된 것 같다. 짧은 할아버지와의 만남을 통해 마이클이 깨달은 것 처럼 우리도 어쩌면 늘 잊고 지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핵가족화가 급진전 되면서 남편의 역할과 아내의 역할이 뒤바뀌기도 하고 서로의 일이 바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늘어가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무엇보다도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것은 <여자가 원하는 강한 남자 되기>라는 다소 공격적인 제목을 붙인 저자의 의도이기도 한 것 같다. 또한 그것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희망적인 이야기이며 서로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서 바라보게 되는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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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 세종 - 마음을 지배하니 세상이 나를 따른다
백기복 지음 / 크레듀(credu)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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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바야흐로 연말 대선 정국에 휩싸여 있다. 몇 년동안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별하는 과정이기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흐름에 맞춘 것인지는 몰라도 TV 역사드라마들 역시 고구려 일색에서 왕이라는 타이틀로 그 소재의 변화를 택하고 있다고 한다. 정조대왕 - 이산 이라든가 연산군시절 내시 김처선의 이야기를 다룬 왕과 나, 그리고 대왕 세종...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대왕 세종이다. 세종대왕은 그간 TV드라마로는 인기를 끌지 못했다. 물론 그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건 사고의 연속이 아닌 평화롭고 평온한 날들의 연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간 흔히 우리가 보아왔던 궁중암투라든가 권력을 둘러싼 음모 등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세종대왕은 고금의 역사가 인정하듯 우리역사 최고의 군주이자 최고의 CEO였으며 무엇보다도 세계에 빛나는 우리의 문화유산 한글을 창제한 대학자이기도 하다. 집현전 학사들을 통한 훈민정음의 창제 뿐만 아니라 장영실로 대표되는 과학기술이나 김종서, 이징옥으로 대표되는 북방개척을 통한 영토확장, 정초 등의 농사직설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리한 농업의 발달, 박연으로 대표되는 아악의 정리 등 세종의 업적을 말하자면 아마도 밤을 세워도 모자랄 정도이며, 세종은 그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이끌어낸 창조적인 인간이기도 하다. 또한 인재를 바로 볼줄알고 가려낸 인재를 다루는데 있어 대왕만의 방법을 통해 경직된 군신간의 상하관계에서 보다 발전적인 대화의 상대로 이끌어 낸 것을 그 모든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 <대왕 세종 - 마음이 지배하니 세상이 나를 따른다>는 그 수많은 세종의 치적 가운데서도 집현전 학사들과의 일화를 통해 세종의 인간경영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신하들이 집현전 학사였지만 모두 대왕의 의견을 그대로 따라 행하기만 하는 학자들은 아니었다. 그 안에는 치열한 논쟁이 있기도 했고  상소를 통해 대왕의 의견에 노골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실제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는 끝까지 대왕과의 반대노선을 걸었다.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닌 꼿꼿한 자신의 신념이 있었기에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왕 역시 그 치열한 공방속에서도 끝까지 절대자라는 직권을 이용하지 않고  진심으로 그를 대하고 논리로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 노력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권력자의 모습은 자신의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반대급부를 무시하고 오로지 독단적인 정책을 펴왔음을 우리는 보아 왔다. 최만리나 김문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다스리는 대왕의 마음경영의 모습을 되뇌여야 할 것이다.

세종의 한글창제에 공헌한 인물들이 집현전 학사들임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발굴해 내고 이들의 연구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이 또한 대왕임을 우리는 잊지말아야 한다. 인재에 대한 지원이야 말로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의 덕목이기도 하다. 또한 대왕은 그 스스로도 무던히 자기계발에 대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태종의 3남으로 태어나 형인 양녕과는 달리 세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어려서부터 자유롭게 학문을 접해 대왕 자신이 학문적으로도 누구 못지 않은 수준의 학자이기도 했다. 

"... 임금은 학문을 좋아하고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아서 항상 책에서 손을 놓지 않았으며, 수라를 들 때에도 반드시 책을 펼쳐 곁에 놓고 보았다."

결국 대왕은 실력과 성과를 중시했으며, 실력을 배양해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야한다고 믿었다. 그랬기에 집현전의 모든 학사들이 대왕을 따라 배우기에 늘 바쁜 나날의 연속이기도 했던 것이다. 

세종은 어찌보면 아픔을 딛고 일어선 인물이기도 하다. 부왕인 태종에 의해 외가가 멸족을 당했으며 자신의 처가까지도 해를 입어 장인인 심온이 죽임을 당하기까지 했다. 또한 그에 반대하던 자신의 형 양녕이 세자에서 내쳐지는 모습까지 보며 즉위 한 이후에도 부왕의 섭정 아닌 섭정에 따라야 했다.  그 모든 아픔을 딛고 대왕은 양녕과 효령 자신의 두형을 충심으로 섬겼으며 무엇보다도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으로 흉흉했던 민심에 다가갔다. 이러한 대왕의 노력은 마침내 자신의 시대를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초석이기도 했던 것이다. 

문종을 거쳐 단종이 즉위하고 수양대군이 왕위를 찬탈하는 과정에서 집현전의 학사들은 자신을 발굴하고 나라의 동량으로 키워 낸 대왕의 은혜를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은 수양의 칼 아래 쓰러지면서 사육신이라는 역사에 영원한 이름으로 그 자취를 남긴다. 비록 그들의 선택은 정인지나 신숙주처럼 부귀와 출세를 쫓는 자들과는 달랐지만 이 책에 들어있는 대왕과의 일화를 통해 무엇이 그들에게 그러한 선택을 하게 해 주었는지 깨닫게 해 준다.

임종전날까지 나랏일과 연구에 몰두했던 대왕의 생애를 돌아보며 그가 왜 이렇게까지 추앙받으며 후대의 모범이 되는 군왕으로 기억되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연구열 만큼이나 열정적으로 자신의 생에 충실했던 그의 이름은 이도이며 우리는 그를 세종대왕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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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0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퍼님, 오랜만에 리뷰 읽게 되는 것 같네요.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애민정신을
발휘한 성군이자 조선의 르네상스 초석이 된 인물로 그리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꾸욱.

재퍼 2007-08-21 14:4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혜경님.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좋은 소개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시간이 없어서 다른 리뷰는 잘 읽지 못하는데 혜경님 블로그는 꼭 가봐야 겠네요...
 
쩐의 전쟁 - 돈의 지옥편
박인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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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이라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를 논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의 드라마가 주는 그 파급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다시 말해 어떠한 매체보다도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지닌 힘과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있다. 드라마 <쩐의 전쟁>이후 사채시장을 바라보는 우리 일반대중의 눈이 그 이전과는 아무래도 달라졌음을 느끼며, 또한 엄청난 금액을 받으며 사채광고의 모델로 등장하는 일부 톱스타들의 반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 <쩐의 전쟁>은 사회적 이슈를 야기시킨 문제작이기도 한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쩐의 전쟁>은 만화가 박원빈에 의해 그려진 만화가 원작이며, 이 소설 <쩐의 전쟁 - 돈의 지옥 편>은 만화로 그려내지 못한 것을 자세히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바램에 의해 탄생했다고 한다. 덧붙여 작가는 이 작품을 읽으며 '돈'이라는 매개체에 대해 함몰되지 않은 보다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신양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금나라라는 캐릭터는 드라마속 만큼이나 강인하다. 그리고 더 처절하다. 드라마에서 표현 되는 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고 과연 사채라는 것이 저정도 일까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금나라에게 던져진 세상의 나락은 끝이 없는 완전한 바닥이다. 신용카드를 잘라 목숨을 끊은 아버지를 보며, 그 아버지 때문에 불공을 드리던 어머니의 황망한 사고를 바라보며, 보험금으로 사채빚을 갚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리석은 형을 바라보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인 누나가 돈 때문에 옷을 벗는 것을 보며 나라의 눈은 불타 오른다. 그리고 지옥 같은 빚더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그토록 매달렸던 것이 인생 즉 내일이라는 희망이었고,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바로 법이었고 청춘의 한자락을 바쳐 군대에 갔다오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대한민국이 무너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모든 분노를 모아 나라는 사채업자의 배를 사정없이 찌른다.

"카드대금 5만원을 6개월동안 연체해도 '신불'이 안되는데 휴대폰 통화료1만원이 1개월 연체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나라! 아기분유 사기위해 백화점 깡했다고 형법 제347조 1항에 의거, 사기죄로 징역 6개월을 때리는 나라! 신용불량정보는 최고 15년까지 꼭꼭 보존되어 '신불자'의 고혈과 뼈마디를 끝까지 녹이고 잇는 개떡 같은 대한민국!"

교도소에 들어가며 나라는 다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과 누나처럼 세상을 살지 않겠다고, 그리고 세상이 변질된 만큼 나도 변질될것이라고...
교도소에 들어간 나라는 서울대 수학과 수석졸업이라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발휘하여 교도소장에게까지 인정을 받으며 서서히 독고철이라는 팔십에 가까운 무기수에게 다가간다. 대부업계의 황태자로 불리우며 검은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독고철에게 나라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건 도박을 하게되고 마침내 독고철은 나라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금나라에게 세상은 단순한 고해의 바다가 아닌 분노의 대상이며, 자신과 자신을 가족을 이렇게 짓밟아 버린 돈이라는 존재 또한 처절한 응징의 대상이기도 하다. 흔히 하는 말로 '돈은 쓸만큼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늘 쓸만큼의 돈이 없다.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굳건한 토대이며 기반인 돈은 그렇게 서민들에게는 손쉽게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돈을 얻기 위해 처절하게 세상과 부딛히기도 하고 투쟁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게다. 하지만 돈의 유혹에 대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다. 쉽게 돈을 벌기위해 남들에게 사기를 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하는 그야말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지 오래이며 그래서 이 세상은 아마도 돈의 지옥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읽으며 돈이라는 존재에 다시한번 생각을 해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상은 어느 순간 우리를 금나라와 같은 환경에 내몰지도 모르는 위험한 세상이기도 하다. TV만 켜면 수 없이 쏟아지는 사채의 유혹, 아무렇게나 우편함에 꽂혀있는 '급전 빌려드립니다'라는 광고, 하루에도 몇 개씩 메일함에 들어와 있는 스팸메일까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는 이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돈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돈의 무서움을 아는 그러한 마음가짐이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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