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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 돈의 지옥편
박인권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쩐의 전쟁>이라는 이 작품을 이야기하는데 있어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를 논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한편의 드라마가 주는 그 파급효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다시 말해 어떠한 매체보다도 방송이라는 미디어가 지닌 힘과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있다. 드라마 <쩐의 전쟁>이후 사채시장을 바라보는 우리 일반대중의 눈이 그 이전과는 아무래도 달라졌음을 느끼며, 또한 엄청난 금액을 받으며 사채광고의 모델로 등장하는 일부 톱스타들의 반성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작품 <쩐의 전쟁>은 사회적 이슈를 야기시킨 문제작이기도 한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쩐의 전쟁>은 만화가 박원빈에 의해 그려진 만화가 원작이며, 이 소설 <쩐의 전쟁 - 돈의 지옥 편>은 만화로 그려내지 못한 것을 자세히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바램에 의해 탄생했다고 한다. 덧붙여 작가는 이 작품을 읽으며 '돈'이라는 매개체에 대해 함몰되지 않은 보다 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신양이라는 배우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금나라라는 캐릭터는 드라마속 만큼이나 강인하다. 그리고 더 처절하다. 드라마에서 표현 되는 것보다 더 힘들고 고통스럽고 과연 사채라는 것이 저정도 일까라는 의구심이 들만큼 금나라에게 던져진 세상의 나락은 끝이 없는 완전한 바닥이다. 신용카드를 잘라 목숨을 끊은 아버지를 보며, 그 아버지 때문에 불공을 드리던 어머니의 황망한 사고를 바라보며, 보험금으로 사채빚을 갚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리석은 형을 바라보며, 한 남자의 아내이자 아이의 어머니인 누나가 돈 때문에 옷을 벗는 것을 보며 나라의 눈은 불타 오른다. 그리고 지옥 같은 빚더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그토록 매달렸던 것이 인생 즉 내일이라는 희망이었고,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 바로 법이었고 청춘의 한자락을 바쳐 군대에 갔다오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대한민국이 무너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모든 분노를 모아 나라는 사채업자의 배를 사정없이 찌른다.
"카드대금 5만원을 6개월동안 연체해도 '신불'이 안되는데 휴대폰 통화료1만원이 1개월 연체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나라! 아기분유 사기위해 백화점 깡했다고 형법 제347조 1항에 의거, 사기죄로 징역 6개월을 때리는 나라! 신용불량정보는 최고 15년까지 꼭꼭 보존되어 '신불자'의 고혈과 뼈마디를 끝까지 녹이고 잇는 개떡 같은 대한민국!"
교도소에 들어가며 나라는 다짐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형과 누나처럼 세상을 살지 않겠다고, 그리고 세상이 변질된 만큼 나도 변질될것이라고...
교도소에 들어간 나라는 서울대 수학과 수석졸업이라는 자신의 장기를 십분발휘하여 교도소장에게까지 인정을 받으며 서서히 독고철이라는 팔십에 가까운 무기수에게 다가간다. 대부업계의 황태자로 불리우며 검은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독고철에게 나라는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내건 도박을 하게되고 마침내 독고철은 나라를 제자로 받아들인다.
금나라에게 세상은 단순한 고해의 바다가 아닌 분노의 대상이며, 자신과 자신을 가족을 이렇게 짓밟아 버린 돈이라는 존재 또한 처절한 응징의 대상이기도 하다. 흔히 하는 말로 '돈은 쓸만큼만 있으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겐 늘 쓸만큼의 돈이 없다. 자본주의 경제의 가장 굳건한 토대이며 기반인 돈은 그렇게 서민들에게는 손쉽게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그 돈을 얻기 위해 처절하게 세상과 부딛히기도 하고 투쟁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일게다. 하지만 돈의 유혹에 대해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 또한 우리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다. 쉽게 돈을 벌기위해 남들에게 사기를 치고 심지어는 살인까지도 하는 그야말로 우리는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지 오래이며 그래서 이 세상은 아마도 돈의 지옥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을 읽으며 돈이라는 존재에 다시한번 생각을 해본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상은 어느 순간 우리를 금나라와 같은 환경에 내몰지도 모르는 위험한 세상이기도 하다. TV만 켜면 수 없이 쏟아지는 사채의 유혹, 아무렇게나 우편함에 꽂혀있는 '급전 빌려드립니다'라는 광고, 하루에도 몇 개씩 메일함에 들어와 있는 스팸메일까지. 우리의 인내를 시험하는 이 돈의 유혹에서 벗어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돈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돈의 무서움을 아는 그러한 마음가짐이 바로 그 시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