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0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빨간색 표지에 강렬한 송골매의 부리가 빛나고 있는 이 책은 <자칼의 날>로 유명한 세계적 작가 프레더릭 포사이스의 최신 화제작 <어벤저>로 순수한 봉사를 위해 보스니아 내전속으로 뛰어들었던 한 청년의 죽음과 그를 둘러싼 복수를 그리고 있는 한 사나이의 모험담이다.

 

20세기는 세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강대국들의 치열한 헤게모니 싸움이 펼쳐지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쳐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그리고 세계 각지의 크고 작은 내전까지 그렇게 한 세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말았다. 그리고 우리 인류에게 남은 건 전쟁이 빚어내는 아픔과 그 후유증에서 신음하는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잊어버리고 싶던 전쟁들은 아픈 기억으로 남겨져 있다. 또한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그 전쟁들 속에서 생존한 아픔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스티븐 에드먼드는 2차대전 당시 치열한 공중전 속에서 살아남은 전투기 조종사이며 55년이 지난 지금은 억만장자이며 광산재벌이기도 하다. 그는 어느날 그의 외동딸 애니에게서 하나밖에 없는 아들 리키가 보스니아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된다. 억만장자의 손자이며 유일한 상속자인 리키는 이제 스무살 밖엔 되지 않았지만 내전으로 고통받는 보스니아 난민들을 위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위험한 곳으로 뛰어들었고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보람을 갖고 행복해 하기도 했으나 어느날 사라지게 된 것이다.

 

"어벤저를 구함, 진지한 제의, 가격불문, 연락바람"


캘빈 덱스터는 오늘도 자신을 다독이며 혹독한 훈련에 전력을 다한다. 이리저리 노동현장을 왔다갔다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며 제대로 된 교육조차도 받지 못한 그는 우연히 군에서 교육을 시켜준다는 TV의 모병광고를 보고는 자원 입대하게 된다. 자의에 의해 베트남 전장에 배치된 그는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땅굴이 얼키설키 엮여있는 땅굴을 휘저으며 자신의 파트너 '오소리'와 함께 '두더지'로 불리우며 특수부대 최고의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그리고 월남전이 끝난 후 그는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법대에 진학하고 변호사의 길을 가게 된다. 주로 관선변호인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을 돕던 그는 딸이 사체로 발견되고 잇단 아내의 자살로 결국 깊은 우울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는 직접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게 되고 그것이 지옥같은 정글속에서 길러진 위험한 재능임을 직감하게 된다. 침묵, 인내, 신출귀몰한 행동, 노련한 사냥기술,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고난 추적자의 근성... 이제 그는 세상 어디든 쫓아가 살인자를 붙잡아다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어벤저'라는 암호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이제 에드먼드는 손자 리키의 실종을 어벤져에게 의뢰하게 되고 리키가 보스니아에서 잘리치라는 군벌에게 참혹하게 살해되어 똥구덩이 속에 던져졌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어벤져의 복수가 시작된다.
   
보스니아 내전을 둘러싼 한 젊은이의 무참한 죽음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오사마 빈 라덴(UBL)과 미정보국(CIA)까지도 개입된 음모에 맞선 어벤저의 활약이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남미의 수리남을 넘나드는 광활한 스케일과 함께 펼쳐진다. 어벤저의 놀라운 활약상에 가려지기는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생각하고 있는 자국 우월주의가 곳곳에 엿보여지기도 한다. 살인자를 산 채로 잡아다가 미국의 법정에 세운다는 것 그것이야 말로 헐리우드 전쟁영화의 엔딩장면에 성조기가 휘날리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또한 작품 곳곳에서 일어나는 비열한 결탁과 음모는 빈 라덴이나 미국이나 그리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기도 한다. 그만큼 테러리스트라도 자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면 같은 길을 갈 수도 있다는 비정한 논리를 접하게도 되었고 국가의 이익이라는 커다란 대의명분 아래 어벤저가 펼치는 그러한 행위들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 또한 갖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에 벌어지는 반전이 그간 갖고 있던 몇 가지 의문을 일시에 풀어주는 놀라운 상황이었음을 다시 한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금 책의 중간을 뒤져보게 되는 그런 극적 요소를 끝까지 놓지 않은 작가의 의도 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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