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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우에무라 유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세상에 펼쳐진 사랑은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슬프도록 애절한 사랑, 첫눈에 반해 서로에게 다가서는 열정적인 사랑, 묵숨을 걸고 자신을 내던지는 운명적인 사랑....
여기 그 무수한 사랑중의 하나가 잇다. 그런데 이 사랑은 다분히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아니 금기시되는 그런 사랑이다.
이제 나이 50이된 스카 케이지는 엽귀녀라 불리우는 아내에게서 원투시스템이란 희한한 방식으로 용돈을 받아 근근히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뚱뚱보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나마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모자람없이 살았으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그마저도 모두 허공에 날리고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고되게 일만하다가 뚱뚱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쫓겨난 불쌍한 인간이다. 자식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집에서 키우는 잡종견에게까지 무시당하는 허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이 중년의 뚱뚱보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그것도 10대의 여고생이다. 하지만 그 소녀에게 보이는 케이지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노인네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케이지는 어릴때부터 친구였던 불량친구 무라오카에게 고백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50년의 인생을 돌이켜봐도 처음 느끼는 사랑임에 틀림없어. 내 사랑은 순수하고 영원하다고, 네가 뭐라던 난 이미 결심했어. 그아이의 수호천사가 될꺼야."
이제 케이지는 소녀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순수하게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 나를 찾아주세요 - 어느 여고생의 일기'라는 블로그가 생겨나면서 소녀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인터넷상에서 조기된 어둠의 자식들은 이제 소녀의 원대로 소녀를 해치려는 음모를 개시하고 케이지는 하늘 같은 아내 가츠코의 지갑을 훔쳐 가출을 결행하고 자신이 선도하던 히키코모리 출신의 야마토와 무라오카와 힘을 합쳐 그들에 대항한다. 한편 케이지의 아내 가츠코는 울분을 못이기고 케이지의 행적을 뒤쫓는다.
순수한 사랑으로 소녀를 지켜주겠다는 케이지와 그의 일당들은 소녀를 납치한 하베스트라는 이름의 살인마를 파악하고는 그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간다. 그저 맨몸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케이지를 가츠코는 전과 다르게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의아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의 첫랑은 이루어 졌어? 엄마는 이루어졌어,"
갑작스런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당황한다. 아이들은 한번도 엄마가 아빠를 아빠나 남편으로 대접해 주는 것을 보지 못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 엄마는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거야, 다시 말해, 첫사랑. 재미있는 사람이었어. 늘 웃고 있었거든. 이야기를 들어보면 운도 참 따르지 않는 남자였는데... 엄마는 시작했다하면 뿌리를 뽑는 타입이잖아.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했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는 게의치 않았어."
이 작품은 케이지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에무라 유라는 작가가 제2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또한 놀랍게도 이 작품은 그의 처녀작이다. 비록 황당무개한 설정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나이 50에 찾아온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기 까지도 하다. 케이지를 돌아보면서 자의에 의했던 타의에 의했던 자기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그냥 그대로 하루를 흘려보내는 우리 중년들의 모습을 보았다. 또한 저금통에 손을 댔다고 그 저금통으로 남편을 후려치는 사납기만 해야 했던 가츠코의 모습에서 그녀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케이지는 자유로워 졌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순수라는 가슴시린 단어의 내면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 50이라는 중년의 세월까지 남아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이와 상관없을 것이다. 사랑은 늘 어느 순간 다가온다. 그것은 한때의 광풍처럼, 꿈꾸듯 애잔하게 다가올수도 있다. 그것은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의 문제이며 그렇게 나이가 50이 되더라도 첫 사랑과 같은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고 아직도 내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기쁨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