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천사
우에무라 유 지음, 오세웅 옮김 / 북애비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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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에 펼쳐진 사랑은 무수히 많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슬프도록 애절한 사랑, 첫눈에 반해 서로에게 다가서는 열정적인 사랑, 묵숨을 걸고 자신을 내던지는 운명적인 사랑....
여기 그 무수한 사랑중의 하나가 잇다. 그런데 이 사랑은 다분히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아니 금기시되는 그런 사랑이다.

이제 나이 50이된 스카 케이지는 엽귀녀라 불리우는 아내에게서 원투시스템이란 희한한 방식으로 용돈을 받아 근근히 삼각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뚱뚱보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나마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모자람없이 살았으나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그마저도 모두 허공에 날리고 친척이 경영하는 회사에서 20년 넘게 고되게 일만하다가 뚱뚱하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쫓겨난 불쌍한 인간이다. 자식들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는 집에서 키우는 잡종견에게까지 무시당하는 허약한 인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이 중년의 뚱뚱보에게도 사랑이 찾아왔다. 그것도 10대의 여고생이다. 하지만 그 소녀에게 보이는 케이지는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노인네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케이지는 어릴때부터 친구였던 불량친구 무라오카에게 고백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50년의 인생을 돌이켜봐도 처음 느끼는 사랑임에 틀림없어. 내 사랑은 순수하고 영원하다고, 네가 뭐라던 난 이미 결심했어. 그아이의 수호천사가 될꺼야."
이제 케이지는 소녀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순수하게 소녀를 보호하기 위해...

'누군가 나를 찾아주세요 - 어느 여고생의 일기'라는 블로그가 생겨나면서 소녀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인터넷상에서 조기된 어둠의 자식들은 이제 소녀의 원대로 소녀를 해치려는 음모를 개시하고 케이지는 하늘 같은 아내 가츠코의 지갑을 훔쳐 가출을 결행하고 자신이 선도하던 히키코모리 출신의 야마토와 무라오카와 힘을 합쳐 그들에 대항한다. 한편 케이지의 아내 가츠코는 울분을 못이기고 케이지의 행적을 뒤쫓는다.

순수한 사랑으로 소녀를 지켜주겠다는 케이지와 그의 일당들은 소녀를 납치한 하베스트라는 이름의 살인마를 파악하고는 그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간다. 그저 맨몸으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케이지를 가츠코는 전과 다르게 따뜻하게 맞이한다. 그리고 의아해 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너희들의 첫랑은 이루어 졌어? 엄마는 이루어졌어,"
갑작스런 엄마의 말에 아이들은 당황한다. 아이들은 한번도 엄마가 아빠를 아빠나 남편으로 대접해 주는 것을 보지 못했기에 그러했을 것이다.
" 엄마는 미용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거야, 다시 말해, 첫사랑. 재미있는 사람이었어. 늘 웃고 있었거든. 이야기를 들어보면 운도 참 따르지 않는 남자였는데... 엄마는 시작했다하면 뿌리를 뽑는 타입이잖아. 그래서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자,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과 결혼하겠다고 결심했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는 게의치 않았어."

이 작품은 케이지정도의 나이를 가진 우에무라 유라는 작가가 제2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또한 놀랍게도 이 작품은 그의 처녀작이다. 비록 황당무개한 설정들이 주를 이루긴 하지만 나이 50에 찾아온 순수한 사랑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기 까지도 하다. 케이지를 돌아보면서 자의에 의했던 타의에 의했던 자기자신의 주체성을 잃고 그냥 그대로 하루를 흘려보내는 우리 중년들의 모습을 보았다. 또한 저금통에 손을 댔다고 그 저금통으로 남편을 후려치는 사납기만 해야 했던 가츠코의 모습에서 그녀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제 케이지는 자유로워 졌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순수라는 가슴시린 단어의 내면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이 50이라는 중년의 세월까지 남아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은 나이와 상관없을 것이다. 사랑은 늘 어느 순간 다가온다. 그것은 한때의 광풍처럼, 꿈꾸듯 애잔하게 다가올수도 있다. 그것은 그 사랑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의 문제이며 그렇게 나이가 50이 되더라도 첫 사랑과 같은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고 아직도 내 몸속에 뜨거운 피가 흐른다는 기쁨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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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밴드왜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4
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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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가족을 소재로한 드라마는 그 생명력만큼이나 풋풋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묻어나오기도 한다. 아마도 우리들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전원일기'나 '목욕탕집 사람들'같은 드라마들이 아직도 기억나는 것 또한 바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다양한 구성원들의 삶속에서 우리는 울고 웃으며 보다 정겹게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의 정서를 찾아내곤 한다. 또한 현대인들의 생활 자체가 핵가족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일면으로 그러한 생활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를일이다.
 
얼핏보면 가족시트콤의 즐거움이 묻어나는 것만 같은 <도쿄 밴드 왜건>은 이렇게 4대가 한집에 그리고 그 식솔 모두가 한집에 모여사는 대가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팔순이 가깝지만 여전히 헌책방 도쿄 밴드 왜건의 주인으로 거침없는 삶을 엮어나가는 훗타가의 칸이치영감을 중심으로 그 일가가 펼쳐내는 이야기는 이미 2년전에 세상을 떠난 칸이치영감의 아내 사치의 눈을 통해 독자에게 따뜻하게 전해진다. 친절한 할머니를 통해 소개된 가족들은 모두 가업으로 내려온 헌책방과 카페를 자신들의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정성을 쏟는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잘날 없다고 늘 이 집안엔 여러가지 사건이 생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이렇게 사계절 연작의 형태를 빌어 표현된 작은 사건들은 등장인물의 배경을 주로 그리고 있다.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이 범상치않은 가족의 구성원들은 각자 얽힌 인연의 끈이 남다르다. 아버지 없는 딸을 키우고 있으나 항상 의연하고 도쿄밴드왜건의 실질적인 안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아이코는 결국 아이의 아버지를 밝히게 되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용기가 있다. 또한 예순이 되었으나 젊은시절 전설의 로커로 불리우며 아직도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가나토는 언제나 생기발랄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밖에서 낳아 왔으나 가나토의 차남으로 살아가는 아오의 친어머니가 밝혀지는 과정 또한 정이 듬뿍 배어나오는 아름다움이며 작은 감동의 순간이다.
 
대가족이니 만큼 세대간의 말못할 고민도 있고 작은 갈등들도 있게 마련이다. 그럴때마다 홀연히 나타나 '러브'를 외치는 가나토는 아마도 이 소설의 주변인것 같으면서도 어쩌면 가장 중심적인 인물일것이다. 또한 작가가 가장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을 단번에 해결해 버리는 결단력과 아버지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때로는 갈등이 나타나기도 하고 그때마다 가벼운 대립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훗타가의 가족들은 공통의 관심으로 모여 그 이야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 아마도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피어나는 훈훈함이 이 소설이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또다른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반드시 혈연으로 끈끈히 뭉쳐 있지 않더라도 이 가족의 결속력은 그렇게 강인하다.
 
'책은 저절로 자기 주인을 찾아 간다.'
유난히 이집에는 가훈이 많다. 헌책방 벽이나 달력 심지어는 화장실 벽에까지 '서두르지도 떠들지도 말고 손은 꼭 씻는다.'등의 가훈들로 넘쳐난다. 아마도 요즘 같은 시대에 잊혀지는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은 이 가족만의 특이한 생활습관 일것 같다. 헌책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이다 보니 역시나 책에 얽힌 소재들 또한 다양하다. 헌책방을 찾는 다양한 세대의 주변인물들 또한 이 소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그 책을 통해 주변인물들 또한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찾게 되기도 하고 지나간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그리고 역시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떠한 특정한 개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 모두의 힘이 작용한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아마도 그러한 우리가 잃어버린 가족애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쿄 밴드 왜건>은 단순한 가족 에피소드라기보다는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가족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이랄 수 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아름다운 눈물, 결코 슬프지 않은 눈물 그리고 쾌활한 한바탕 웃음에서 우리는 문득 우리의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보게 된다. 이렇게 전통적인 모습은 어렵겠지만 가족이란 모습은 이래야만 한다는 것을 작가는 또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일 게다. 
 
이렇게 몇 개의 에피소드만으로 끝을 맺기엔 뭔가 아쉬운 대목이 많이 보이기도 했는데 역자후기 마지막을 보면 속편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정도 캐릭터를 잡아놓은 작가 역시 이대로 끝을 맺기는 많이 아쉬웠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해서 이 훗타가의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다. 다음번엔 어떤 사건들이 계속해서 이어질지 속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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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유재현의 아시아 역사문화 리포트, 프놈펜에서 도쿄까지 유재현 온더로드 1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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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세계로 뻗어 나아가고 있고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겉으로 보이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국력은 몰라보게 달라졌으며 이젠 한국이라는 나라를 세계인들도 어느정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하고 생각해 본다. 예전에 그들이 우리를 바라보던 시선 즉, 20세기 세계의 권력을 틀어쥐기 위해 열강들이 난립하고 끊임없는 헤게모니 쟁탈전으로 인해 전 세계가 그들의 제국주의 패권주의 경연장이 되었을때 우리 역시도 그 한틈에 끼어 고통받고 신음하는 나약하고 기댈때 없는 나라없는 국민이었다.

그 전쟁의 포연이 사라지고 우리에게 남은 건 두동강난 국토였지만 우리는 바쁘게 일했고 그 결과는 우리에게 이젠 굶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고 우리는 지금 이렇게 존재한다. 우리들은 그것이 우리가 이뤄낸 산물임을 자랑스러워 한다. 그리고 이젠 예전 제국주의 열강들이 바라보던 시선으로 동남아인들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이 책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는 저자가 직접 인도차이나 지역을 여행하며 그들에게 주어진 오늘이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아마도 그것은 2차대전이 종료하던 해방정국을 전후해 아시아는 모두 똑같은 출발점에서 기인했음에서 연유한다. 그 무렵 아시아는 열강들의 힘에 무너져 이미 자신만의 꿈을 꾸지 못하는 어두운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그것은 제국주의가 빚어낸 산물이었으며 아시아는 그렇게 그들의 식민지라는 이름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대동아공영을 외치며 진군하던 일본의 군대가 무너진 후 일본은 미군의 힘을 빌어 그들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비록 패배한 그들에겐 치욕이었겠지만 그들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고 그것은 그들에게 또다른 번영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그러한 아시아의 아픔은 일본을 거쳐 필리핀, 태국, 그리고 한국으로 이어진다. 전쟁의 참화를 몸으로 겪었던 우리 역시 그러한 기지촌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아픔으로 여전히 남겨져 있다.  

아시아는 그렇게 아픔이 남겨진 역사를 지닌채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수 없는 쿠데타 속에서도 여전히 태국의 살아있는 신으로 추앙받는 푸미폰 국왕은 그렇게 여전히 태국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망령으로 살아남아 있고 그렇게 태국의 혁명을 기념하는 민주기념탑은 그 수많은 아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서 있다. 학창시절 단체관람으로 보았던 영화 '킬링필드'는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고 크메르라는 나라는 잊혀지기 힘든 기억으로 남겨지게 되었다. 한 독재자에 의해 그렇게 철저히 밟힌 민중은 2백만의 학살이라는 이름으로 서양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나 그 진실은 이제 역사와 함께 묻혀 버렸다. 그렇게 크메르는 캄보디아로 다시 태어났고 이제 그 기억은 툴슬랭이라는 전시관에 그 상흔을 전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베트남전쟁이다. 아마도 미국이 실질적으로 패전한 2차대전 이후의 첫번째 전쟁이었으며 승리한 쪽도 패한 쪽도 모두에게 상처로 남은 전쟁이었다. 또한 베트남전쟁은 우리에겐 잊을 수 없는 기억이기도 하다. 베트남은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는 밑바탕을 일궈낸 우리들의 전장이기도 했으며 수 많은 뜨거운 젊은 피들을 묻어버린 잊을 수 없는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베트남전쟁은 서양열강의 틈바구니 속에서 그들 베트남 민중의 힘으로 일궈낸 승리이기도 했다. 그것은 그들 민족의 해방운동이었으며 그들이 펼친 투쟁의 산물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제 우리의 자본을 해외에 진출하며 값비싼 국내 노동력을 대신해 유입되는 저렴한 이주노동자로 인해 또다른 인종주의가 살아날 것을 우려한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어쩌면 잊고 있는 하위제국국가로 가는 필수요소이며 이제는 그러한 인종주의가 적극적으로 배양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그러한 단계를 거쳐 보지 않았기에 그것은 우리에게 그들을 우리가 지배하고 있다는 섵부른 환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며 나아가 그것은 국수주의라는 어리석음으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방콕에서 프놈펜, 하노이, 마닐라, 타이베이 그리고 서울을 거쳐 도쿄까지 아시아는 단순히 지역적으로 가깝기만한 개념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보아왔고 또한 겪어왔으며 그러한 아픔의 시간을 함께 나누었기에 이제 아시아는 다 같이 손을 잡고 걸어야 할 공동체 일지도 모른다. 아픔을 기억할줄 아는 역사만이 내일로 나아가는 올바른 식견을 가질수 있는 길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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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8-29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동아시아 관련해선 주로 박노자씨 책 위주로 봤었는데 이 책도 읽어봐야 겠단 생각 드네요 ^^

모1 2007-08-29 0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실을 배우기 위해 정말 읽어야 할 책인듯 하지만...이런 책 읽으면 화가나서 선뜻 손이 안가요. 에휴~~

재퍼 2007-08-29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체적으로 무겁기는 합니다만 어쩌면 현재 우리가 느껴야 할 우리의 처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겠네요. 상대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그들의 현대사를 바라보며 그들과 함께 걸어가길 바래봅니다.
 
사랑은 시가 되었다 모아드림 기획시선 100
정호승 외 지음 / 모아드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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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차례 비가 오면서 더위도 한풀 꺾이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 열대야라는 보이지 않는 적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룰순 없지만 때마침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누가 뭐래도 어김없이 가을은 다가오는 듯 하다. 가을을 떠올리게 되면서 지나간 예전 가을밤의 정취를 기억해 보고는 지난 추억에 사로 잡히게 되어 버리는 것 같다.

 

가을이 되면서 우리는 구도자가 되어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떨어진 낙엽따라 그리움에 젖어들기도 한다. 그때마다 마음속엔 떠오르는 시가 있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들은 모두 시인이었고 아름다운 미래만을 그리는 아직은 순진무구한 어린아이였나 보다. 그렇게 가을은 사랑과 함꼐 찾아온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인간을 따뜻하게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모든 아픔을 잊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알 수 없는 에너지원이다. 사랑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리들은 인격적으로 정신적으로 나날이 성숙해 짐을 느낀다. 아마도 그러한 감정들이 돌아보면 젊음이고 사랑이었으리라. 그저 보이는 사물이 모두 아름답게만 느껴지고 세상은 모두 찬란하게만 보였으니까...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시를 엮어낸 '사랑시 선집'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우리들의 사랑은 그렇게 아름다운 시로 엮이기도 했던 것 같다.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즉, 문명의 이기가 아직은 세상에 존재하기전 우리들의 사랑방법은 바로 직접 적어내려간 편지였다. 그리고 그 안에는 늘 시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노래가 있었고 그것들은 그렇게 사랑이란 이름으로 전해졌다.

 

사랑으로
       - 임승천

그대는 떠나고 나는 남았네
안개짙던 숲에는 그대의 눈빛
함께 걷던 길에는 언제나 언제나 하얗고 고운 나의 물무늬
한번의 만남이 영원한 만남이 아니듯
미워하지 말고 서로 사랑함으로
다시 온 이 자리 보이는 저 불빛
그대는 떠나고 나는 남았네

 

지나간 사랑은 이렇게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아버린다. 그리고 그것이 집착이 아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게 되는것은 시라는 좋은 매개체를 통해서 이렇게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시가 되었다>는 어쩌면 지나간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가는 길을 열어주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아름답고 정감어린 시를 읽어 내려가며 지금은 잊혀진 오래전 그날들을 떠올려 본다. 이제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고이고이 접혀져 있지만 그때 수많은 시집을 들춰내며 보냈던 그 시절을 그리워 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이 들뜨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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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 비판적 보수주의자 이상돈이 본
이상돈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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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87년 민중항쟁으로 이뤄낸 대통령직선제로 4명의 대통령을 선출했고 그때 우리는 환호했으며, 우리 손으로 직접 뽑은 대통령의 임기말 초라한 모습 역시 게속해서 보아왔다. 그것은 퇴임 후 성공하지 못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우리들에게도 그것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과제로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아직 성숙되지 못한 민주주의에 대한 학습의 과정이었으며, 좀 더 발전적인 민주주의의 앞날로 나아가기 위한 아픔과 시련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비단 언론에서 강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언제부턴가 양비론적인 시각으로 정치권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그것은 우리에게 대안없는 이분법적 사고를 강요하기에 이르기도 했다. 굳이 우파, 좌파를 따지고 싶진 않지만 결과론적으론 10년동안 우리는 좌파정권에게 나라를 맡겨왔다는 시각이 일반적이고 지배론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비판적 보수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이상돈 교수는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하며 자신의 주장을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라는 책에 옮겨 놓았다. 환경문제의 전문가로 조선일보의 비상임논설위원을 지내며 사설과 칼럼을 쓰던 저자는 1997년과 2002년 두번의 대선에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며 이것은 좌파정권의 집권이라고 규정짓고 이후 좌파세력의 수면 위 부상을 우려하며 인터넷과 각종신문에 정치적인 기고문을 싣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글들이 모여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기에 이른 것이다.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일이 잦아지고 같은 견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인터넷카페를 운영하기도 하고 각자의 색깔이 드러나는 사이트에 모여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는 일이 잦아졌다. 그만큼 이제 우리도 넋놓고 바라보던 정치권에 대해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를 하기도 하는 적극적인 민주주의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주로 젊은 층의 의견이 지배적이고 70,80년대에 학생시절을 보낸 이들이 사회의 주체세력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며, 그러한 급진적인 진보역시 그들이 강단에 서고 후학을 가르치는 시기가 되면서 좌파가 득세하는 세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킨 대부분의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그저 개혁만을 외치는 허상을 쫓는 그러한 방향을 잃어버린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비판받는 현 정권에 대해 어떻게 보면 그를 대통령으로 탄생시킨 우리 세대가 책임질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집에서나 건전한 토론이 사라진 밥상머리에서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외치는 현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우리는 고스란히 감수해 내는지도 모른다.

어느 한쪽의 의견이 지배적인 성향의 글을 읽고 나면 어느 순간 부터 그러한 의견에 대해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철저한 한쪽의 의견만이 강조된 두꺼운 책을 읽다 보니 그 의견에 반하는 생각들이 많아지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그래서 보수니 진보니 하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려 건전한 보수니 건강한 진보니 중도적 좌파니 하며 좀 더 희석된 자신만의 이미지를 내 보이려 하는 것일 게다. 그것처럼 우리 각자가 어떠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규정짓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것은 진보든 보수든 어느 한쪽의 의견을 크게 내세우다 보면 그저 반대성향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상대의 의견을 묵살시켜버리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되어 버릴지도 모름이다. 저자의 생각처럼 이미 우리사회는 보수가 잊혀지고 급진적인 좌파가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끊임없이 그 득세한 좌파에 대항해 우파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것은 아마도 이전에는 금기시되던 체게바라의 책과 그의 모습이 새겨진 티셔츠가 젊음의 상징이 되고 그들의 아이콘이 된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보수주의자들의 책읽기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사회의 보수주의자들이 그만큼 책을 멀리 해왔기에 이러한 결과가 왔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저자 자신이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같은 보수주의자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의견을 던지기도 한다. 

세대에 따라 나이를 들면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수적인 성향을 지녔다는 것은 이미 규정지어진 고루한 시각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의견이 중시되면서 오픈 프라이머리가 각 당의 지배적인 대통령후보 선출의 한 방법으로 선택되어지며 이미 한나라당은 그러한 방식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그러한 오픈 프라이머리 역시 당의 색깔이 없어지며, 이념과 정책이 다른 타인의 참여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인해 정당의 기능이 약화되는 인기투표에 그치는 행위라며 분명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이 글들이 갖고 있는 성격 때문에 쉽게 읽히기는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보다 넓게 생각하고 이해의 폭을 확대해야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이러한 비판적인 글을 한번쯤 접해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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