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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누비스의 문 1 - 털에 뒤덮인 얼굴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오래전부터 인간이 품었던 수많은 소망중의 하나가 바로 시간여행이다. 그렇기때문에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의 소재로 이용되었고 그 무한한 상상력은 계속해서 진행중인 상태다. 팀 파워즈의 <아누비스의 문>은 이러한 인간의 오래된 욕망중의 하나인 시간여행이 그 주된 주제이다. 하지만 팀 파워즈는 단순한 시간여행보다는 좀 더 복잡하고 사실적으로 사건들을 전개시켜 나간다.
이 시간여행의 한가운데 윌리엄 애쉬블레스라는 영국의 괴짜시인을 연구하고 영국의 낭만파 시인 콜리지의 전기를 쓴 브랜던 도일이라는 미국 영문학자가 있다. 여기서 한가지 갖게 되는 생각이 팀 파워즈가 주인공의 이름으로 선택한 도일이란 이름이다. 도일은 너무나도 유명한 영국의 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아서 코난도일과 매치가 되기도 한다. 아마도 우연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도일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기도 한다. 어쨌든 도일은 코르던 대로라는 부호에게 시간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을 부탁받고 그들의 시간여행에 참여하게 된다. 도일은 그가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콜리지를 만나 그의 강의를 듣게 되는 기쁨을 누리나 이내 닥터 로마니 일당에게 납치를 당하고 만다. 결국 일행중 유일하게 19세기에 남겨진 도일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게 되나 그가 미래에서 왔음을 알게된 닥터 로마니 일당은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다. 이후 도일은 19세기에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해 애쉬블레스를 만나려하나 한번 얽혀버린 시간의 굴레는 도일에게 끝없이 위협으로 다가온다.
이 소설의 설정만큼이나 등장인물 또한 흥미롭다. 과가로 돌아가 영국의 이집트 점령을 막고 아예 위해 영국을 없애버리려는 악의 우두머리인 마스터라는 이집트의 마법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의 지시를 받아 그의 부하인 파이키와 로마넬리, 로마니등은 충실히 그들의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도일에 의해 그들의 계획은 엉망이 되어버리고 만다.
특히 관심을 끄는 캐릭터는 아누비스의 힘을 받아들여 이몸 저몸 옮겨다니며 악행을 저지르는 개얼굴 조라는 존재이다. 이 이야기의 발단자인 대로가 꾸미던 음모 역시도 개얼굴 조의 죽음과 함께 끝을 맺기도 한다. 또한 재키라는 이름으로 변장하고 있는 여인은 끝없이 개얼굴 조를 쫓는다. 그에 의해 자신의 약혼자가 살해당해 복수를 감행하려는 이 여인은 도일이 위기에 빠질때마다 도움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실제 영국의 시인 바이런의 등장은 이 소설이 실제처럼 느껴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이처럼 많은 인물들이 지나간 시대와 현재, 그리고 영국 뿐만 아니라 이집트를 오가는 드넓은 시공간적 배경속에서 펼쳐진다.
아누비스란 이집트 태양신의 아들로 오시리스가 동생인 악의 신 세트의 손에 살해되었을 때, 그 시체를 베로 감아서 미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후로는 장의를 주관하는 신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검은 표범 또는 개의 머리에, 피부가 검은 남자의 모습 또는 자칼의 머리를 한 남자의 모습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저승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 죽은 자를 오시리스의 법정으로 인도하며,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달아 살아 생전의 행위를 판정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한다. 즉 그것은 아누비스의 문 자체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고 있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것이 팀 파워즈가 소설의 매개로 삼은 시간의 틈새가 되기도 한다.
19세기 런던이지만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곳, 이처럼 한순간의 선택에 의해 바뀌어져 버린 수없이 많은 역사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흐름에 역행하려는 무리들에 의해 지금도 우리의 역사는 그때마다 소용돌이 치고 있기 때문에. 시간과 역사가 그대로 순행했더라면 아무런 일없이 그대로 흘러왔겠지만...
도일과 함께 떠나는 이 여행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도일과 마스터의 갈등이 실제 우리들의 일처럼 느껴지고 도일의 행동에서 우리는 어쩌면 도일이 그러한 선택을 하는것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것은 아마도 현실과 환상속에서 헤메던 도일이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도덕적 결단일것이다.
그러면 멈출 수 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스쳐지나가는 것들에 연연해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그것은 날아가는 참새 한마리에 마음을 빼앗긴다 해도,
참새는 금방 날아가 버리고 보이지 않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