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 이야기
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박세욱.조경숙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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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의 무역이 이루어졌던 통상로였을뿐만 아니라 그 두 문명을 이어주는 소통의 길이기도 했다. 그러나 광활한 사막과 7천미터급에 이르는 거대한 산맥은 누구에게나 쉽게 그 길을 열어주지는 못했다. 돈황은 서양 문명으로 향하는 여러개의 실크로드가 합쳐지는 접점에 위치해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중국의 신강성에 속해있는 중국 영토가 분명하긴 하지만 그 시작을 알 수 없는 옛날부터 이민족이 교대로 들어와 살고 있기 때문에 완벽한 중국의 영향권이라 할 수는 없는 문화적 배경을 하고 있다. 결국 돈황은 그 위치 때문에라도 종교나 인종 등 모든 분야에서 교류가 이루어지는 사막의 수도였기에 서유기의 모델이 되었던 삼장법사나 탐험가 마르코 폴로 역시도 돈황을 거쳐 가는 길을 택했을 것이다. 돈황의 동남쪽 20여킬로 조금 밑도는 곳엔 부처님을 모신 크고 작은 벌집 같은 동굴이 이층 삼층으로 수없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그곳이 바로 천불동이라 불리는 곳이며 이 책의 주요 무대가 되는 돈황 막고굴이다. 이 책 <돈황 이야기>는 그 막고굴에 숨겨져 있던 경전 수만권을 놓고 벌어지는 서양 열강과 일본의 쟁탈전을 그린 일종의 리포트인 셈이다. 이 책의 저자 마쓰오카 유즈루가 소설가였기 때문에 소설의 형식을 차용했다고 하지만 몇 군데를 빼고는 생생했던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전달해주려 하고 있다. 이야기는 '나'라는 사람이 우연히 작은 박물관을 방문해 그 수집품을 바라보면서 시작된다. 너덜너덜한 경전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박물관의 주인은 그것이 돈황의 막고굴에서 나온 중국의 국보급 문화재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심을 보이는 '나'에게 돈황이 문화침략의 옛 전쟁터였음을 알려주는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19세기말 부터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돈황의 석굴 즉 천불동에는 금빛과 푸른 빛이 도는 찬란한 불상들이 여러점 있고 실제 그 주변을 오가던 선교사들이 수집한 발굴품들이 알려지면서 돈황에서도 20세기가 되면서부터 드디어 유럽 열강의 고대 문화 발굴 경쟁이 시작되기 시작한다. 1907년 영국의 스타인은 돈황에 도착한다. 이전까지 많은 탐험가들이 거쳐갔지만 이렇다할 소득을 올리진 못했지만 스타인은 현장이 중국에서 인도로 불경을 구하러 갔던 것처럼 자신 역시도 많은 경전이나 고고학 참고물품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감으로서 후대에까지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남기려 하는 욕심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모래속에 묻혀 있던 석굴사원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두루마리가 들어있는 비밀의 문이 있다는 사실이 들려온다. 그는 비서인 중국인 장효원을 대동하고 사원의 주지인 왕도사라는 사람을 만난다.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인물이 바로 왕도사이다.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석굴사원을 재건했고 발견된 경전을 관리했던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서는 왕도사가 글을 읽을 줄도 모르는 문맹으로 묘사되고 있다. 어쨌든 왕도사는 발견된 경전들을 지역의 관리에게 보고했지만 그저 폐지같은 두루마기였기에 그냥 두라는 명령을 받는다. 결국 그는 사원을 계속해서 번창시키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려 여기저기 다니는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스타인의 방문은 서유기의 삼장이 살아 돌아온 것처럼 느껴진다. 비밀의 문안에 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녔다는 것을 아는 그에게 자국인 장효원을 앞세운 스타인의 유혹은 치밀해 보이기만 했다. 수없는 밀고 당기기 끝에 결국 비밀의 문은 열리고 대형 마제은 4개와 수천권의 경전은 교환되기에 이른다.

 

이듬해 방문한 프랑스의 펠리오는 스타인의 소득을 넘어선다. 그는 북경에서 중국학을 공부했기에 한문을 하나도 모르는 스타인과 비교해 좋은 물건을 고글수 있는 안목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 그는 스타인은 들어가보지 못한 비밀의 문 안에 들어가 20일 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15,000권의 두루마리를 모두 훑어보는 초인적인 힘을 보여준다. 촛불을 켜고 산더미 같은 두루마기 옆에서 경전을 살피고 있는 펠리오의 사진속 모습은 너무나 진지해 보이기만 하다. 그는 자신이 직접 골라낸 5천여부의 경전을 들고 북경으로 개선한다. 왕도사 역시 엄청난 양의 마제은을 챙긴다. 그러나 북경에서 펠리오가 돈황에서 획득한 유물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왕도사는 졸지에 국보를 팔아먹은 역적으로 몰린다. 남은 1만여권의 경전과 함께 왕도사는 북경으로 압송되기에 이르지만 사건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최초 돈황을 출발할때 1만여권이던 경전이 막상 북경에 도착해서는 6천여권 밖엔 남지 않았던 것이다. 그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중간중간 관리들이 빼먹고 지역의 관리들에게 바쳐졌으며 단두대에서 사라질뻔 했던 왕도사 역시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경전을 바쳐 사형수를 대신 북경으로 보내게 된다. 어쩌면 이 대목은 나라의 국보를 빼앗길 수 밖에 없었던 중국인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왕도사는 다시 돈황으로 돌아가고 세번째 탐험대를 맞이한다. 바로 이 책의 저자 마쓰오카 유즈루의 나라이기도 한 일본 탐험대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만큼은 앞의 영국이나 프랑스 탐험대와 달리 그 여정이 자세히 묘사된다. 사막을 건너고 산맥을 넘는 그 여정을 자세히 묘사한 것이 아마도 자국인을 보다 돋보이게 하려한 저자의 의도가 아닐까 싶다. 그는 다치바나라는 이제 겨우 스물을 갓넘겼으며 실제 불제자이기도 했기에 왕도사와의 협상에 있어 보다 유리할 수 있었다. 특히 왕도사를 윽박질러 그가 숨겨놓은 경전들을 획득하는 장면들은 작가에 의해 과도하게 포장되어 있지 않나 싶기까지 하다.

 

세차례에 걸친 동서양의 탐험대들은 돈황 막고굴의 국보를 모두 강탈해간 셈이다. 작가가 책 속에서 그것을 유물약탈사건이라 부른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다만 그 시선이 일본인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출발했기에 세 탐험대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그 모두를 겪은 왕도사의 시선이 눈길을 끈다. 그 진귀한 보물들을 발굴한 것이 자신이고 관리조차도 그것들을 귀하게 여기지 않아 그것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려 하는 서양의 삼장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라는 그의 해석이 어쩌면 재미있기 까지하다.         

 

책을 읽으며 우리의 상황이 그와 다르지 않음을 느낄수 있었다. 우리 역시 많은 문화재가 국외로 유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물은 단순히 오래된 물건 만은 아닐 것이다. 영국의 유명한 E.H.카의 말을 빌리자면 "현재를 거울삼아 과거를 통찰하고,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바라보며,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는 수단"이라고 했다. 그것은 다시말해 역사란 생물처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존재이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화두이며 미래를 향해 진보해 나가는 가능성에 대한 끊임없는 믿음일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유물은 그것을 증명해 주는 우리 자신의 또다른 모습일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 반환운동 역시도 보다 체계적이고 범국민적으로 벌어져야만 할 것이다. 파르테논신전 방문객들에게 일일히 유인물을 나눠주며 영국이 약탈해간 문화재 반환운동을 적극 펼쳤고 마침내 꿈을 이뤄낸 유명 영화배우출신 멜리나 메르쿠리 그리스 문화부 장관의 일생에서 볼 수 있듯 진정한 노력만이 뜻을 이뤄낼 수 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만이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잠자고 있는 직지심경을 비롯한 수많은 문화재들이 따뜻한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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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더블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6-4 리졸리 & 아일스 시리즈 4
테스 게리첸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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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후덥지근하기만한 여름밤에 책을 읽는다면 아무래도 추리소설이나 공포물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요즘엔 그러한 패턴에서 보다 발전해 범인들의 심리묘사에 까지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독자와 등장인물간의 보다 적극적인 심리게임을 유도하는 심리 스릴러물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 <바디더블>은 그러한 심리 스릴러에 의학적인 지식을 더해 메디컬 스릴러를 표방하고 있다. 작가 테스 게리친은 의사 출신의 작가답게 그동안 그녀가 써왔던 작품들에 줄곧 전문적이며 사실적인 표현을 동원해 보다 생생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제목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바디더블은 몸이 두개라는 의미로 작가는 쌍둥이의 존재를 미리 알리면서 작품을 풀어나가는 것 같다. 섬뜩하게 시작하는 프롤로그가 지나고 주인공인 보스턴 경찰청의 법의관 마우라 아일스가 등장한다. 파리에서 열리는 국제 법의학 컨퍼런스를 마치고 지친 몸으로 귀가한 그녀의 집앞에 경찰들이 잔뜩 모여 있다. 그리곤 그녀를 맞이하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그녀의 집 앞에서 발견된 차에 그녀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여인이 살해되어 있는 것이다. 현장의 담당 경관은 만삭인 임신 8개월의 리졸리. 이미 전작에서 마우라와 게속해서 호흡을 맞춰왔던 또 한명의 주인공이다. 경찰은 마우라를 노린 원한관계로 부터 단서를 찾으려 하나 죽어있는 그녀는 아무런 실체가 없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게다가 외모 뿐만 아니라 Rh+B형이라는 혈액형 그리고 생년월일까지도 같다. 

아무런 단서가 없는 그들에게 밸러드라는 형사가 나타나 그녀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녀의 이름은 애너 레오니였고 캐셀이라는 유명 제약회사의 창립자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그를 떠났고 케셀은 그녀를 놓아 줄수 없어 심한 스토킹 행위까지 했다고 한다. 신고를 받고 달려간 병원 응급실에서 밸러드는 눈이 시퍼렇게 멍든 애너를 처음 대면한다. 결국 그를 떼어 놓기 위해 애너는 자신의 과거를 숨겼고 밸러드는 캐셀로 부터 그녀를 보호하려 했는데 이 사건이 터졌다는 것이다. 어릴때 입양되어 자란 마우라는 이제 애너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의문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왜 자신의 집앞까지 와서 살해 되었는지 의문투성이다. 마우라는 애너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다. 작은 단서라도 하나 찾기 위해 애너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산속의 작은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그녀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이내 그 주변에서 오래된 유골이 발견된다. 

섬뜩한 프롤로그에 등장한 이후 한번도 나타나지 않는 하는 소년과 소녀의 정체는 여전히 의문이다. 또한 정기 검진일날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가기 위해 남편의 직장을 방문했던 만삭의 매티 퍼비스는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린 그녀가 있는 곳은 사방이 벽으로 막힌 판자 속. 또한  마우라는 밸러드를 통해 그녀들의 생모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접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두 명을 살해한 중범죄자이며 그중에서도 한명은 만삭의 여인이었다는 것. 이제 사건은 이러한 여러개의 각자 다른 시선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의문의 열쇠를 풀어가기 시작한다. 

만삭의 여인들만 골라 살해하는 괴물, 그 괴물과 무언가 연관이 있는 마우라의 생모, 사건을 풀어 가려는 만삭의 형사 리졸리, 그리고 갇혀있는 매티까지...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해 질문을 던질만큼 잔혹한 살인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들이 필요로 했던 것이 뱃속의 보다 싱싱한 아이였다는 것은 더욱 충격으로 다가올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족사의 중심에 서 있는 마우라의 모습이 가여워보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두 여인들이 이끌어 가는 작품엔 힘이 넘쳐나는 것만 같다. 언제나 씩씩한 리졸리처럼 시종일관 마우라 역시도 의연함을 잃진 않는다. 그녀들을 통해 작가 게리친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 모성이었기에 그녀들은 강인함을 끝까지 유지했던 것 같다. 거기에 더해진 매티의 놀라운 힘은 사건을 단숨에 해결해 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돈 때문에 마우라와 애너를 버렸던 그녀들의 생모 아말테아와 오로지 아이를 지키기 위해 모성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매티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작품을 아우르는 핵심 포인트로 자리하는 것 같다. 어두운 자신의 가족사를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마우라, 그녀의 속삭임처럼 우리 몸엔 어쩌면 악이라고 하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다르지 않아. 우리는 모두 괴물의 후손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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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무] 서평단 알림
눈물나무 양철북 청소년문학 13
카롤린 필립스 지음, 전은경 옮김 / 양철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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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자의 극명한 대비는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보여지는 어쩔수 없는 현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상 어디든 힘들지만 분명히 기회는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생활조차도 보장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내일을 생각할겨를 조차도 없다. 그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 기회의 땅으로 가려한다. 그곳에서라면 그들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꿈을 이룰수 있다는 부푼 희망은 해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실종되고 사라지는 사막을 건너게 한다. 이 책 <눈물나무>는 그렇게 목숨을 걸고 사막을 건너 미국으로 불법 밀입국하는 멕시코인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이 무엇때문에 그 험난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토록 그리던 기회의 땅 미국은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그들을 맞이하는지 열다섯 소년 루카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가슴시린 이야기이다. 

"이 나무는 빗물이 필요하지 않아. 우리 이야기와 여기서 흘린 눈물만 먹고 자라지."
유골이 담긴 배낭을 꼭 끌어 안고 있는 루카의 시선은 지금 늙고 커다란 나무를 향해 있다. '눈물나무'라 불리는 그 나무 아래서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루카는 누구보다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눈물이라는 의미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아마도 죽음이 언제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시작이라 이야기했던 할머니의 말을 기억해내는 것 같다.

루카는 일곱 이 되면서 학교에서 고국 멕시코를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국가가 국민에게 일자리를 주고 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운다. 하지만 그 무렵 루카의 아버지는 다니던 농장에서 해고 당했고 새 일자리는 나타나지 않는다. 루카의 가족들은 이제 미국으로 떠난 루카의 맏형 에밀리오가 보내오는 수표로 근근히 연명해 나간다. 어쩌다 수표가 오지 않는 달에는 점심을 굶고 하루에 두번 콩으로 끼니를 이어가는 어려운 생활을 이어 나간다. 결국 루카의 아버지도 살기위해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을 택한다. 하지만 몇달 후 아버지가 국경의 사막에서 죽었다는 소식만이 들려온다. 이제 루카의 가족은 어머니, 형 미겔, 누나 파트리시아 만이 남는다. 그러다가 에밀리오의 수표가 중단되는 것과 함께 파트리시아가 병이 나게 되면서 어머니는 루카의 이모가 있는 로스엔젤레스 근교로 떠난다. 불법 입국자들에게도 미국 병원의 응급실은 열려있다 들었기 때문이다. 루카는 미겔과 바닷가 마을의 할머니에게 보내지지만 어느날 미겔도 사라지고 만다. 다음해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루카는 홀로 남게 된다. 이제 루카에게 선택은 단 하나였다. 열다섯의 루카는 가족을 찾아 미국으로 갈 것을 결심한다.

"미국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면 목숨이 위험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국경을 넘다가 3,500명 이상의 멕시코 인들이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다가 사망했습니다."
사막의 국경은 그저 단순히 철사를 엮어놓은 것에 불과했지만 그것보다는 찌는 듯한 사막의 무더위와 각종 맹수들이 오히려 더욱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한다. 그것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던 것이다. 결국 사막을 건너는 방법은 단 하나다. 코요테라 불리는 돈을 받고 사막을 가로지르는 길을 인도하는 사람들에 의지하면 되는 것이다. 루카는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긴 돈을 손에 쥐고 사막을 건너려 한다. 놀랍게도 루카의 눈앞에 나타난 코요테는 에밀리오였다. 그리고 에밀리오에게서 루카는 사막의 강도에게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전해 듣는다. 그리고 그 사막의 강도중의 하나가 에밀리오였다는 것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묵숨을 걸고 사막을 건너는 멕시코인들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열다섯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족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고생끝에 루카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고 이모의 집에서 새로운 미국생활을 이어 나가지만 언제나 현실은 불안하기만 하다. 곳곳에서 불법입국자들을 검거하려는 이민국 직원들의 감시의 눈길만큼이나 엄마의 새로운 남자친구의 존재나 급격히 미국생활에 젖어있는 파트리시아, 웬지 미국생활에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미겔까지도 모두 불안해 보일뿐이다. 루카가 생각하는 낙원은 그러한 모습이 아니었다. 너무도 다른 현실만이 루카의 눈에 보일 뿐이었다. 그러한 불안한 현실은 루카가 다시 학교에 다니게 되고 자신과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도 여전할 뿐이다.

독일의 교사인 저자 카롤린 필립스는 노숙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요 소재로 다룬 작품을 많이 써왔다고 한다. 이 작품 <눈물나무> 역시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 불법 이민자의 삶과 이어지는 강제추방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들을 그렇게 이끌었던 빈곤이라는 악순환은 지금도 엄연히 지구의 한편에서 보여지는 생생한 현실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극한의 절망감 속에서도 그를 딛고 일어서려는 루카의 의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우리들에게 전하려는 새로운 모습의 희망이 아닐까. '가족 소풍'이라 붙여진 에필로그의 여운이 오랫동안 남을만한 작품이다. 적어도 그 해변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국경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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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
데이나 토마스 지음, 이순주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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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분명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다. 하지만 그것을 누구나 인정하기는 쉽지 않다. 돈이라는 새로운 계급을 결정해주는 수단으로 인해 현대판 귀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은 어쨌든 우리들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고 있는듯하다. 그러한 위치를 보여주는 수단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명품은 그들이 자신의 위치를 남들에게 알리는 겉으로 드러난 가장 쉬운 방법이다. 한눈에 보아도 사치스러운 명품으로의 치장은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를 구분해 주는 증표이며 또한 오랫동안 그들의 사회적 지위와 자존심을 말해주기도 했다. 결국 그것은 그들에겐 힘과 지위의 상징이었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에겐 그저 부러움을 넘어 또한편으로는 경멸의 대상이기까지도 했다. 하지만 명품업계들의 급격한 세불리기와 현대판 귀족이 되길 원하는 사람들의 꿈이 결합해 이제 명품은 우리 주변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브랜드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

이 책 <럭셔리, 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은 명품에 대한 우리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과연 그러한 브랜드들이 어떻게 오늘날 지위를 나타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었는지 분석한다. 그를 위해 명품의 탄생과 그 제조과정은 물론 명품업게 오너들의 가족사를 통해 그들 또한 얼마나 치열하게 그들의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명품은 단순한 제품을 일걷지만은 않는다. 그것은 오랜동안 그들의 전통과 함께 우수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 제작된 누구나 가질수 없는 제품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지극히 제한된 상류사회의 극소수 고객만을 위해 소량으로 주문생산된데서 그 기원을 찾아볼수 있다. 하지만 귀족과 평민의 구분이 엄격했던 근대사회와 달리 시민의식이 높아지고 스스로가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장벽은 서서히 무너져 갔다. 그리고 누구나 능력만 있으면 경제적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었고 그렇게 탄생된 그들은 또한 사회적 지위의 상승을 원했다. 그것을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이 바로 명품업게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스스로 명품의 인식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공방에서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 제작되어 소량으로만 판매되던 제품들은 서서히 대량으로 제작되기 시작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이른바 명품의 고향에서만 구입할 수 있었던 제품들은 전세계 펼쳐져 있는 그들의 직영점을 통해 구입이 가능해 졌다. 더 많은 수요가 창출되면서 감당할 수 없는 인건비는 그들의 공장을 자신들의 나라에서 아프리카 남단의 모리셔스로 중국으로 최근엔 더욱 갑싼 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로 이동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도 그들 제품의 라벨을 메이드인 이탈리아나 프랑스에서 메이드인 중국으로 바꾸길 거부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이 세계 전체 명품 소비의 40%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조금은 낯설게 들렸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러한 새로운 문화의 한 단면을 가지게 되었는지 이 책은 그러한 분석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 한다. 책 3장 시작을 알리는 사진은 그러한 일본의 모습을 강렬히 전해 준다. 사진은 명품에 둘러쌓인 방에서 어느 일본 여인이 명품을 두르고 누워있는 사진이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여인은 황홀경에 빠져 있는 듯하다. 또한 어느 한 브랜드에 빠진 남자는 자신이 수집한 명품들에 음식냄새가 밸까봐 집에서 음식 조차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목이 마르면 근처의 편의점에서 물을 마시고 돌아올 정도라니 그들의 명품에 대한 집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일본인들은 스스로 명품아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명품을 구입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분석에 의하면 스스로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80%의 사람들이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자신을 실제 중산층인 사람들과 동일시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명품에 대한 욕구를 보여주는 것이라 설명한다. 결국 섬나라 일본의 특성상 넓은 저택이나 부동산을 통한 부의 과시가 어렵기 때문에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 부를 과시하는 방법으로 선택됐고 결국 서양의 명품이 그러한 지위의 상징으로 자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명품은 그 광채를 잃었다."
명품은 분명 현대인들의 생활패턴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감히 꿈꾸지도 못했던 명품의 취득은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꿈의 획득을 의미하기도 했다. 또한 명품을 보다 쉽게 대중에게 어필하려는 명품업계의 대중화 전략은 그것을 보다 가깝게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그것은 더이상 명품이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것을 의미하지 못하게 되었고 또한 최고의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님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이제 명품사업은 그들의 글로벌 전략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그저 돈을 버는 사업으로 변질되었다. 12년간이나 명품 전문기자로 일해 온 이 책의 저자 데이나 토마스는 명품업계를 비판하지도 질타하지도 않는다. 그저 그들이 행해왔던 전략과 세계화 과정에 대해 담담히 기술하고 있다. 짝퉁의 출현 역시도 어쩔수 없는 하나의 패턴이라 설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명품이 맥도널드 햄버거와 다름 없어지는 것을 경고 하기도 한다. 그 뒤에 숨은 상술과 철학까지도 비슷해지는 점을 우려하면서...

"명품은 독점적이어야 합니다. 당신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하고 못해야 합니다."
명품은 분명 너무 흔해졌고, 또한 너무 획일적이며, 고객에게도 그전에 그러했던 것만큼 치밀하게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일반인들에게 그들의 꿈에 다가서는 길을 조금은 더 단축시켜주기도 했지만... 명품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각은 양면적이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명품을 갖고 싶어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가진자의 사치라 경멸하기도 한다. 또한 우리들 대부분은 10대의 소녀가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한달간 힘들게 일을 하고 받은 월급으로 명품 하나를 손에 쥐고 기뻐하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소녀들이 우리들에게 자신들을 이해해 달라는 요구를 하진 않는다. 그 어떠한 시각으로도 그것은 분명 이해가 불가능 할테니까...

내가 갖고 있는 지갑엔 피에르 가르뎅이 열쇠지갑에는 구찌라는 브랜드 이름이 박혀 있다. 모두 선물받은 것이지만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른다. 나로서는 구별법도 모르거니와 구태여 알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명품업계가 노리는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명품을 그 제품 자체가 아니라 그 브랜드가 상징하는 것 때문에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운 짝퉁을 통해 그들의 브랜드를 광고하는 또하나의 전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기성복화 되어버린 명품의 이야기는 어쩌면 그들이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간에 그들의 치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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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오랜 역사를 놓고 볼 때 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절대 간과할 수는 없다. 인간은 그들의 고기를 먹고 그들의 가죽으로 추위를 막아내면서 오늘날의 인류문명을 건설해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간은 그들 동물을 그저 인간이 지배하는 하등동물로 밖엔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저 식량을 얻는 도구로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약육강식이라는 고전적인 의미에서 부터 시작된 그들에 대한 무차별적 도축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물론 이 책 <도살장>은 인간의 육식문화에 대해 폄하하거나 그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무절제한 욕구로 인해 그들에 대한 도축이 점점 대량화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생각해 본다고 하면 결코 우리는 소나 돼지를 비롯한 그 동물을 잔인하게 도축하는 사람들에 비해 결코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며 적어도 그렇게 동물들이 비이성적으로 죽어가는 것을 적어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 이 책은 고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모든 것은 한 건의 편지로 부터 시작된다. 미국 동물 애호 협회의 조사관으로 있던 이 책의 저자 게일 A.아이스니츠는 티모시 워커라는 도살장에 파견된 현장조사관으로 부터 살아있는 소의 껍질을 도축하는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물론 저자는 그 이전에도 갖가지 동물에 대한 수도 없는 잔혹한 행위를 보아왔지만 웬지 워커의 제보를 조사해볼 필요를 느낀다. 원래 연방법상 규정되어 있는 도축행위는 다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미국 의회는 1958년 이른바 자비로운 도살법(Humane Slughter Act)을 통과시킨다. 그 주요 내용 가운데 모든 동물들은 사슬에 묶여 라인 위로 끌어올려지기 전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효과적인 기절 장치를 사용해 한 번에 의식을 잃게 만들어야 하는 조항이 있다."
그 모든 과정은 미 농무부에서 파견한 검사관에 의해 검사되어야 하며 그들은 도축과정에서 조금의 이상이라도 발생하면 즉각 라인의 공정을 중지시킬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에 명시되어 있을 뿐이고 현장에서 검사관들은 그저 도축 사업체의 눈치를 보는 하수인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이스니츠에게 제보를 한 워커 역시 그러한 도살장에 파견된 검사관이었다.

 

그가 폭로하는 현실은 저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다. 소를 제대로 기절시키지 못해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것은 물론이고 소가 숨이 끊어지지 않은채 사슬에 매달려 있다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밑으로 떨어져 그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쇠파이프나 칼을 휘둘려 소를 죽이는 잔혹한 광경이 끝없이 게속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저자가 인터뷰하는 많은 도살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오히려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복지는 무시한채 생산량에 급급해 누군가 다쳐도 그를 현장에서 끌어낼뿐 그대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고발하기까지 한다. 도살의 진행과정 뿐만 아니라 그 위생상태도 차마 누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배설물을 비롯해 고름이 가득찬 상태임을 말해주는 농양, 기생충인 디스토마, 소의 피부속에 있는 파리유충 굼벵이등은 물론이고 소의 혓바닥에 남아있는 선인장 가시까지도 그대로 상품으로 출하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비위생은 O157:H7 바이러스를 통해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져 수 많은 아이들을 쓰러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어느 도살장의 조합장은 주정부에 이러한 호소문을 보내기까지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도 사람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을 이런 상황에 몰아넣는 것은 무자비한 것입니다. 우린 간절하게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돼지나 닭의 경우는 소의 도축 과정 보다 더 참혹하고 비위생적이기까지 하다. 대단위 기업형 농가에서 키우는 수백만마리의 돼지들은 살아있는 내내 아주 금속우리에 갇혀 살며 그 우리가 너무나 작아 걷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돌릴 공간도 없다고 한다. 또한 짚을 갈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배설물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공간안에서 돼지들은 먹고, 자고, 배설하고, 새끼를 낳고,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고 한다. 이미 그 돼지들은 그들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에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걸려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닭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바닥은 유지, 지방 모래, 바퀴벌레로 뒤덮여 있으며 벌레들이 도살장 벽 사방에 있다고 한다. 또한 닭의 배설물, 빠듯한 작업시간에 쫓겨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는 직원들의 소변, 닭의 피, 내장 등이 뒤섞여 흐르는 하수구에 운반되는 닭이 떨어져도 스스럼없이 주워 다시 작업라인에 올려놓는다고 하니 그 비위생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이 모든 조사를 통해 의회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려 했으나 충격적이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당한다. 또한 끝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유방암에 걸리기까지 하고, 그녀가 속해 있던 단체인 미국 동물 애호 협회에서 조차 방해를 받게 된다. 그녀는 농가 가축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는 인도적 축산 협회로 자리를 옮기고 본격적인 고발을 준비한다. 하지만 번번이 그녀가 만나는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정육 업계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레이건과 부시 정권때부터 대형 도살장들의 합병은 늘어나고 도살장에 대한 규제와 검역 수준은 완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배후에 돈과 권력이라는 넘을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이 책 <도살장>의 집필이었다. 책에는 미국내 도살장의 얘기를 다루었지만 우리나라 역시 그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한 사가지대는 우리들의 시각으로는 절대 알 수 없기에... 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인 게일 A.아이스니츠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탄생된 책이다. 그녀는 후기를 통해 그녀가 거둔 몇가지 성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틀은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다. 그들 역시도 이렇게 각종 병원균에 그대로 노출된 비위생적인 육류를 섭취하는데 하물며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유럽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금지한채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제대로 검역조차 되지 않는채 밀려오는 그 두려움은 어쩌면 또다른 사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미국내 도살장의 현실이 이러하거늘 그러한 사실을 우리들의 관리들은 알고나 있을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어려운 상황과 환경속에서도 끝까지 신념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용기에 감탄할 수밖엔 없을 듯하다. 또한 그녀가 밝혀낸 우리가 모르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는 경악할수밖엔 없었다. 치명적인 병균에 의해 죽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그저 그것이 이땅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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