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 미국 산 육류의 정체와 치명적 위험에 대한 충격 고발서
게일 A 아이스니츠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오랜 역사를 놓고 볼 때 동물이 차지하는 비중을 절대 간과할 수는 없다. 인간은 그들의 고기를 먹고 그들의 가죽으로 추위를 막아내면서 오늘날의 인류문명을 건설해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인간은 그들 동물을 그저 인간이 지배하는 하등동물로 밖엔 여기지 않게 되었다. 그저 식량을 얻는 도구로 인간의 욕망을 채워주는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약육강식이라는 고전적인 의미에서 부터 시작된 그들에 대한 무차별적 도축은 이미 그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물론 이 책 <도살장>은 인간의 육식문화에 대해 폄하하거나 그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간의 무절제한 욕구로 인해 그들에 대한 도축이 점점 대량화되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들의 식탁에 오르는 것을 생각해 본다고 하면 결코 우리는 소나 돼지를 비롯한 그 동물을 잔인하게 도축하는 사람들에 비해 결코 자유로울수 없을 것이며 적어도 그렇게 동물들이 비이성적으로 죽어가는 것을 적어도 방조하고 있는 것이라 이 책은 고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모든 것은 한 건의 편지로 부터 시작된다. 미국 동물 애호 협회의 조사관으로 있던 이 책의 저자 게일 A.아이스니츠는 티모시 워커라는 도살장에 파견된 현장조사관으로 부터 살아있는 소의 껍질을 도축하는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물론 저자는 그 이전에도 갖가지 동물에 대한 수도 없는 잔혹한 행위를 보아왔지만 웬지 워커의 제보를 조사해볼 필요를 느낀다. 원래 연방법상 규정되어 있는 도축행위는 다음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미국 의회는 1958년 이른바 자비로운 도살법(Humane Slughter Act)을 통과시킨다. 그 주요 내용 가운데 모든 동물들은 사슬에 묶여 라인 위로 끌어올려지기 전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효과적인 기절 장치를 사용해 한 번에 의식을 잃게 만들어야 하는 조항이 있다."
그 모든 과정은 미 농무부에서 파견한 검사관에 의해 검사되어야 하며 그들은 도축과정에서 조금의 이상이라도 발생하면 즉각 라인의 공정을 중지시킬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법에 명시되어 있을 뿐이고 현장에서 검사관들은 그저 도축 사업체의 눈치를 보는 하수인으로 존재할 뿐이었다. 그리고 아이스니츠에게 제보를 한 워커 역시 그러한 도살장에 파견된 검사관이었다.

 

그가 폭로하는 현실은 저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다. 소를 제대로 기절시키지 못해 살아있는 소의 가죽을 벗기는 것은 물론이고 소가 숨이 끊어지지 않은채 사슬에 매달려 있다가 발버둥치는 바람에 밑으로 떨어져 그 아래에서 일하는 직원들에 대해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쇠파이프나 칼을 휘둘려 소를 죽이는 잔혹한 광경이 끝없이 게속 이어지고 있다고 그는 전한다. 저자가 인터뷰하는 많은 도살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한결같다. 오히려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복지는 무시한채 생산량에 급급해 누군가 다쳐도 그를 현장에서 끌어낼뿐 그대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고발하기까지 한다. 도살의 진행과정 뿐만 아니라 그 위생상태도 차마 누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다. 배설물을 비롯해 고름이 가득찬 상태임을 말해주는 농양, 기생충인 디스토마, 소의 피부속에 있는 파리유충 굼벵이등은 물론이고 소의 혓바닥에 남아있는 선인장 가시까지도 그대로 상품으로 출하되고 있는 지경이다. 이러한 비위생은 O157:H7 바이러스를 통해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져 수 많은 아이들을 쓰러지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어느 도살장의 조합장은 주정부에 이러한 호소문을 보내기까지 했지만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도 사람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이나 동물을 이런 상황에 몰아넣는 것은 무자비한 것입니다. 우린 간절하게 도움을 바라고 있습니다!"

 

돼지나 닭의 경우는 소의 도축 과정 보다 더 참혹하고 비위생적이기까지 하다. 대단위 기업형 농가에서 키우는 수백만마리의 돼지들은 살아있는 내내 아주 금속우리에 갇혀 살며 그 우리가 너무나 작아 걷는 것은 물론이고 몸을 돌릴 공간도 없다고 한다. 또한 짚을 갈아주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배설물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공간안에서 돼지들은 먹고, 자고, 배설하고, 새끼를 낳고, 태어난 새끼에게 젖을 먹인다고 한다. 이미 그 돼지들은 그들의 배설물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때문에 심각한 호흡기 질환에 걸려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닭의 경우도 그리 다르지 않다. 바닥은 유지, 지방 모래, 바퀴벌레로 뒤덮여 있으며 벌레들이 도살장 벽 사방에 있다고 한다. 또한 닭의 배설물, 빠듯한 작업시간에 쫓겨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는 직원들의 소변, 닭의 피, 내장 등이 뒤섞여 흐르는 하수구에 운반되는 닭이 떨어져도 스스럼없이 주워 다시 작업라인에 올려놓는다고 하니 그 비위생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이기까지 하다.

 

저자는 이 모든 조사를 통해 의회가 어떠한 조치를 취하도록 만들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고발 프로그램을 만들려 했으나 충격적이고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당한다. 또한 끝없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그녀는 결국 유방암에 걸리기까지 하고, 그녀가 속해 있던 단체인 미국 동물 애호 협회에서 조차 방해를 받게 된다. 그녀는 농가 가축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는 인도적 축산 협회로 자리를 옮기고 본격적인 고발을 준비한다. 하지만 번번이 그녀가 만나는 현실의 벽은 두터웠다. 정육 업계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진 레이건과 부시 정권때부터 대형 도살장들의 합병은 늘어나고 도살장에 대한 규제와 검역 수준은 완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 배후에 돈과 권력이라는 넘을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것은 이 책 <도살장>의 집필이었다. 책에는 미국내 도살장의 얘기를 다루었지만 우리나라 역시 그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한 사가지대는 우리들의 시각으로는 절대 알 수 없기에... 그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이 책은 그렇게 저자인 게일 A.아이스니츠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탄생된 책이다. 그녀는 후기를 통해 그녀가 거둔 몇가지 성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 틀은 크게 바뀌진 않은 것 같다. 그들 역시도 이렇게 각종 병원균에 그대로 노출된 비위생적인 육류를 섭취하는데 하물며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유럽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금지한채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제대로 검역조차 되지 않는채 밀려오는 그 두려움은 어쩌면 또다른 사태를 야기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미국내 도살장의 현실이 이러하거늘 그러한 사실을 우리들의 관리들은 알고나 있을지 걱정이 앞설 뿐이다. 어려운 상황과 환경속에서도 끝까지 신념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용기에 감탄할 수밖엔 없을 듯하다. 또한 그녀가 밝혀낸 우리가 모르고 있는 진실에 대해서는 경악할수밖엔 없었다. 치명적인 병균에 의해 죽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그저 그것이 이땅에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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