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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기심 - 짝짓기부터 죽음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심리실험
알렉스 보즈 지음, 김명주 옮김 / 한겨레출판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고, 영원불멸의 삶을 갖고 싶어하는 원초적인 호기심은 어느덧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미는 시대가 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호기심이 인류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때때로 인간의 상상력은 그 한계를 벗어나는 위험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 <위험한 호기심>은 그러한 호기심의 끝에서 인간들이 행한 이상한 실험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대학원에서 과학사에 대해 공부하던 저자 알렉스 보즈는 우연한 기회에 어떤 연구자가 바퀴벌레를 달리기시키는 특이한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그동안 공부하고 접했던 이상하고 특이한 실험을 모아 이 책을 펴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이 인간이 가진 잔혹함을 고발하기 보다는 진짜 과학에 대한 탐구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책은 크게 10가지 대분류로 나뉘어 진다. 죽음, 인간의 감각, 아가, 기억력과 뇌, 잠, 심리, 동물, 짝짓기, 영혼불멸의 삶, 배설 등 10가지 주제는 어느 하나 놓치기 힘든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또한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생체에 대한 탐구이며 동시에 인간의 심리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실험을 접하면서 때로는 경악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한한 인간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의외로 초연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다. 1960년대 초 미공군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한 공포에 질린 병사들에게 보험서식을 작성하게끔 한다. 종말론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행태를 연구하기도 하고 사형장에서 사형수가 사형직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심장박동을 체크하기도 한다. 또한 죽어가는 사람을 저울위에 올려놓고 죽기 전후의 무게를 재어 그 차이가 영혼의 무게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인간의 지식은 감각자료에 포함되어 있기에, 마음의 수양은 감각적 관찰에 근거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13세기의 철학자 토마스 이퀴나스의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감각을 바탕으로 한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기 때문에 그 지식을 이해하려면 감각이 인간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또한 풍부하게 만드는지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실험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오감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간지럼의 비밀에 다가서려는 촉각 실험이나 와인이나 콜라를 이용해 미각 실험, TV를 통한 냄새를 보낸다는 다소 황당한 후각실험을 통해 그 기능적인 감각보다는 인간의 대부분의 감각에 가장 앞서는 것이 시각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특히 시각 실험인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당혹감을 넘어 정말 저런 결과가 나올까라는 의문마저 갖게끔 한다.
동물들은 예로 부터 인간을 대신해 실험의 도구로 쓰여왔다. 인간에 대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도 어김없이 각 주제별로 그 실험이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할 수 없기에 동물로 대신하고 있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즉 동물에게 먼저 실험해보고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 결과 만병통치약으로 거론되던 환각제의 효능을 검사하기 위해 코끼리에게 환각제를 주사하기도 하며, 갓 태어난 침팬치를 데려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키우기도 하고, 바퀴벌레를 경주시키기까지 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기도 한다.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복종실험은 인간의 양면성과 함께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잔혹함을 보여주기에 여과없이 보여주며, 인간과 원숭이의 교배를 통해 원숭이 인간 혹은 인간 원숭이를 만들려 했던 위험한 시도는 과연 과학의 끝이 어디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연구과제인 동시에 한편으론 누구나 궁금해 하는 호기심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을 알기 위한 실험은 오랜동안 게속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간은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던 백지 상태의 지구에서 살아남아 마침내 문명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문명의 완성을 이루기까지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수많은 발견과 발명이 있었으며 그것이 인간을 지구의 당당한 주인으로 자리하게 하는 든든한 밑바탕이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어떠한 실험이라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존엄과 존중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그 같은 점 때문에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나치에 관한 실험을 일체 거론하지 않는 듯하다. 그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호기심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또한 호기심이 과연 어떠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그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