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잃다
박영광 지음 / 은행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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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죽음은 받아들이기 힘든 순간이다. 하지만 모든 생명을 가진 개체들에게 죽음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듯 우리 인간들 역시도 어찌면 당연히 거쳐야할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고 생의 집착을 갖는 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 남겨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이별과 함께 행복했던 삶을 접어야 한다는 아픔 때문은 아닐까. 박영광의 소설 <이별을 잃다>는 단 한순간도 뒤를 돌아볼 겨를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던 강력반 형사가 범죄자의 칼에 찔려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1인칭 시점의 작품들이 그러하듯 소설은 그가 가졌던 내면의 세계에 대한 묘사가 섬세히 묘사되어 있다. 더욱이 작가 자신이 현직 경찰이기에 그들의 알려지지 않았던 생활들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며 축복이라는 것과 반대로 잔인한 아픔이며 괴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고 불행한 비극의 시간으로 나를 더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안다."
소설은 주인공 한진수가 갑자기 범죄자의 칼에 맞아 죽음을 맞이하고 영혼이 되어 자신의 시체를 바라보는 순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그 순간 잠시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얼마간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시점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려 한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어린 시절의 자신과 아직은 젊은 어머니를 만난다. 진수는 홀어머니와 함께 단둘이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가 기억하는 엄마는 작지만 언제나 커다란 그늘이었고 편히 쉴 수 있는 아늑한 보금자리였다. 그러면서 지금의 자신처럼 언젠가 어머니도 어린시절의 그를 만나러 올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의 다시 시선은 다시금 아내와 처음 만나던 기억을 떠올린다. 나이 든 총각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녀는 슈퍼에 있었다. 한마디 말도 못붙이면서 그저 그는 무작정 슈퍼에서 끓여 주는 라면을 먹으러 갔던 자신을 바라본다. 

 

진수와 아내 수경은 행복하다. 둘의 사랑은 결혼으로 이루어졌고 아들 지운과 딸 수진은 그들 사랑의 결실이다. 그저 행복하기만한 그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형사라는 진수의 직업 때문에 지운이가 태어날때도 몇 년만에 시간을 내어 놀이공원으로 나들이 갔을 때도 아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것 뿐이었다. 가족에 앞서 범죄자를 쫓아야 했으며 언제나 계속되는 잠복과 기다림은 그에게나 그의 가족에게나 받아들여야만 하는 숙명이기도 했다. 그는 순간 오늘 아침 집에 들어갔던 것을 기억해낸다. 밥솥에서 나는 수증기의 소리와 밥 냄새가 가득하고, 그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아이들이 흘린 반찬 얼룩이 묻어 있는 곰 티셔츠를 입고 여전히 부엌에 서 있는 아내가 있고, 아직 선잠에서 깨지 못한 8살, 5살이 된 그의 아이들이 있는 정겨운 정경이 가득한 그의 보금자리이다. 너무나 평범한 가정의 모습이지만 그것조차도 그에겐 언제나 어려운 일상의 모습이기만 했다. 그래서 였을까 그는 아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아침에 수진이의 어린이집 재롱 잔치에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지운을 데리고 참석하기로 아이들과 약속을 한다. 오후에 비가 온다는 말이 있었지만 아빠가 데리러 온다는 말에 지운은 우산도 챙기질 않고 학교로 들어간다.

 

그의 눈엔 범죄자를 잡으러 가면서도 입가엔 미소만이 가득한 그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리고 수진에게 줄 꽃다발과 함께 넣은 작은 노란 엽서의 '우리 수진이 최고' 글귀를 바라보며 수진에게 전해지지 못했지만 그는 좀 더 멋지게 쓰지 못한 것을 후회할 뿐이다. 이제 그는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 아빠를 기다리다 온 몸에 비를 흠뻑맞은 지운이, 아빠가 오질 않아 못내 섭섭한 수진이, 그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저 오들오들 떨기만 하는 아내, 그리고 고향에 홀로 남아 그 비보를 온몸으로 받아아들여야하는 노모까지...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흘리는 눈물을 그는 그저 묵묵히 바라보아야 한다. 그때부터 소설은 눈물을 샘솟게 한다. 그가 이미 이승의 사람이 아니기에 그는 슬퍼하는 사람들을 향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제 그는 가야 하지만 가지 못하고 있다. 이미 죽어버린 자신의 몸을 부여잡고 통곡을 해도 어쩔수가 없음을 그는 이미 알고 있다.   

 

예기치 않은 죽음은 어쩌면 실제 경찰관들이 언제든지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작품 속의 한진수를 통해 우리에게 경찰관과 그들의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그것은 지금껏 우리가 영화속에서 만났던 경찰들의 모습과는 많은 대조를 보이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경찰은 어쩌면 그저 하나의 특별한 직업으로 또는 지위를 이용해 부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형적인 캐릭터로 희화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주인공 한진수를 통해 나즈막히 읊조리는 이야기들은 과연 그러한 우리의 인식이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가 표현하지 못했던 가족들에 대한 가슴시린 사랑의 말을 보면서 그저 숙연해지는 마음만이 느껴질 뿐이다.

"...나를 닮은 사람이면 좋겠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나를 닮아 당신과 아이들이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고, 나를 닮지 않아 쉽게 나를 잊어버리면 좋겠어.
그래야 해. 힘들겠지만 그래야 해.
내가 잊을게. 나는 그냥 당신 곁을 잠시 지나갔던 사람처럼, 나는 그때 한 번 담배를 사러 갔던 사람이고, 당신은 어쩌다 단 한 번 나에게 담배를 팔았던 사람이라고.
수경아!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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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즐거움 - 삶에 지친 이 시대의 지적 노동자에게 들려주는 앤솔러지
필립 길버트 해머튼 지음, 김욱현 외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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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지적으로 만드는 것은 배우고 익힌 학식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고 생기발랄하게 생각하고 느끼는 일종의 덕(德)입니다."
사람을 보다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사람만이 가진 이성과 지성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교육이라는 일종의 습득 단계를 거치면서 학습되기도 하지만 주어진 삶 속에서 기쁨이나 행복을 느끼고 또한 즐거워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숨가쁘게 빠른기만 한 현대인의 생활은 우리들에게 그저 앞만 보고 내달리기를 요구히고 있으며 우리 또한 그러한 각자의 목적 때문에 삶이 주는 진정한 의미와 즐거움을 잃어 가고 있는 것만 같다. 그것은 비단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 때문만은 아닐 것이며, 또한 그것은 시대를 초월해 언제나 우리들에게 주어진 의미있는 질문이기도 했다. 이 책 <지적 즐거움>의 지은이 필립 길버트 해머든은 그렇게 꽉 짜여지고 틀에 잡혀버린 우리들의 일상들이 과연 만족스러운 지적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인지 묻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그저 방향을 잃고 낙담하며 보내기 보다는 각기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하길 바라며 이 책을 열고 있다.

 

이 책은 이미 백여년 전 씌여진 작품이지만 지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은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리 큰 차이가 있다고 보여지지는 않다.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은 늘 조급하기만 할 뿐이다. 저자 해머든은 그렇게 조급한 우리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가공의 인물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이 책을 엮어 나간다. 이 세상의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각자 처해있는 현실이 다르고 또한 앞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바 또한 다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 모두가 이상적인 삶을 추구하며 그 과정에서 순수하고 고매한 진리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것은 인간은 모두 자신이 지적인 사람으로 평가받길 원하며 그렇기에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자신이 지적으로 보이게끔 행동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흔히 지적 노동, 즉 육체적 피로보다는 정신적 피로에 보다 힘겨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 우리의 생활속에서 몸이 힘든 것은 잠깐의 휴식으로 금방 잊혀져 버리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는 그렇지 못하는 것을 보면 분명해진다. 결국 우리는 그러한 스트레스를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기에 그것은 한동안 우리들의 모든 일상을 지배하는 커다란 부담으로 뇌리에 남아 우리들을 지배하기까지 하기도 한다. 저자는 그럴때 휴식과 기분전환을 요구하는 자연의 본능을 따라 잠깐이라도 피로한 일을 잊어 버릴 수 있도록 주변을 정리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또한 인간의 요구에 맞추어 대중이 만들어 낸 습관이라는 요소를 떨쳐 버릴 것을 이야기한다. 습관에 구애받다 보면 자신이 원하는 최선의 활동에 방해가 될 뿐이기에 보다 자유로운 생활패턴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지적 생활을 꿈꾸고 그렇게만 행한다는 것은 물론 힘든 일이다. 하지만 지적인 기쁨이 보다 큰 것은 지적 노동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지적인 인간을 신이 창조했기에 그렇다고 이야기 한다. 신은 자신의 창조물인 인간에게 최대한의 인내와 용기 그리고 보다 많은 자기수양을 통한 노력끝에 그것이 얻어질 수 있음을 말한 것이 아닐까. 저자는 또한 그러한 지적 생활이 엄격한 훈련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진정으로 필요한 훈련은 각자의 마음속에 내재되어 있는 보다 일반적이이고도 평범한 법칙에 따라야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또한 저자는 지적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평무사한 정신이며 그 공평무사한 마음은 그저 단순히 갖춰지는 것이 아닌 진지하게 추구해야 하는 것이라는 조언을 하기도 한다. 또한 그 지적인 공평무사함이 우리에게 매우 부족한 면이기에 그것은 진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각오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그것은 자기 일이먄서도 마치 전혀 이해관계가 없는 것처럼 냉정하고 명쾌하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을 가리키며 그러한 정신을 갖고자 노력하는 마음이야 말로 숭고한 지적생활에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 단언한다.

 

"진정한 삶의 즐거움은 자신의 외부에서 찾아오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샘솟는 자기만족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은 보다 많은 대중에게 자신을 알리려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것은 인터넷이라는 또하나의 소통수단이 일반화되면서 더욱 커져가고 일반화되는 경향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제 우리가 정보를 취득하고 교양적 지식을 얻는 경로가 다양해졌음을 의미하며 또한 그것은 자신이 행한 지적인 노력의 보상이 이전의 시대보다 분명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설사 타인의 박수갈채를 받지 못하더라도 그러한 지적 생활이나 과정들이 그 누구보다도 자신에게 무한한 가치가 있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적인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최고의 교양을 익혀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자신의 생활에 활력을 만들어 주는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것은 오랜 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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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호기심 - 짝짓기부터 죽음까지 세상의 거의 모든 심리실험
알렉스 보즈 지음, 김명주 옮김 / 한겨레출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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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고, 영원불멸의 삶을 갖고 싶어하는 원초적인 호기심은 어느덧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미는 시대가 되고 있다. 물론 그러한 호기심이 인류발전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때때로 인간의 상상력은 그 한계를 벗어나는 위험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책 <위험한 호기심>은 그러한 호기심의 끝에서 인간들이 행한 이상한 실험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대학원에서 과학사에 대해 공부하던 저자 알렉스 보즈는 우연한 기회에 어떤 연구자가 바퀴벌레를 달리기시키는 특이한 실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그동안 공부하고 접했던 이상하고 특이한 실험을 모아 이 책을 펴내게 된다. 하지만 그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 이 책이 인간이 가진 잔혹함을 고발하기 보다는 진짜 과학에 대한 탐구라는 보다 근본적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책은 크게 10가지 대분류로 나뉘어 진다. 죽음, 인간의 감각, 아가, 기억력과 뇌, 잠, 심리, 동물, 짝짓기, 영혼불멸의 삶, 배설 등 10가지 주제는 어느 하나 놓치기 힘든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또한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 생체에 대한 탐구이며 동시에 인간의 심리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실험을 접하면서 때로는 경악하기도 하며 때로는 무한한 인간의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게 되기도 한다.

 

영화에서 보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사람들이 의외로 초연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이다. 1960년대 초 미공군은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비행기가 추락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고 비행기에 탑승한 공포에 질린 병사들에게 보험서식을 작성하게끔 한다. 종말론자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행태를 연구하기도 하고 사형장에서 사형수가 사형직전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심장박동을 체크하기도 한다. 또한 죽어가는 사람을 저울위에 올려놓고 죽기 전후의 무게를 재어 그 차이가 영혼의 무게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인간의 지식은 감각자료에 포함되어 있기에, 마음의 수양은 감각적 관찰에 근거한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13세기의 철학자 토마스 이퀴나스의 말이다. 그것은 우리가 감각을 바탕으로 한 경험을 통해 지식을 얻기 때문에 그 지식을 이해하려면 감각이 인간을 어떻게 왜곡시키고 또한 풍부하게 만드는지 이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실험들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오감이 상당 부분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간지럼의 비밀에 다가서려는 촉각 실험이나 와인이나 콜라를 이용해 미각 실험, TV를 통한 냄새를 보낸다는 다소 황당한 후각실험을 통해 그 기능적인 감각보다는 인간의 대부분의 감각에 가장 앞서는 것이 시각임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특히 시각 실험인 '보이지 않는 고릴라'는 당혹감을 넘어 정말 저런 결과가 나올까라는 의문마저 갖게끔 한다.

 

동물들은 예로 부터 인간을 대신해 실험의 도구로 쓰여왔다. 인간에 대한 실험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도 어김없이 각 주제별로 그 실험이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할 수 없기에 동물로 대신하고 있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즉 동물에게 먼저 실험해보고 인간에게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 결과 만병통치약으로 거론되던 환각제의 효능을 검사하기 위해 코끼리에게 환각제를 주사하기도 하며, 갓 태어난 침팬치를 데려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 키우기도 하고, 바퀴벌레를 경주시키기까지 한다.

 

인간의 상상력과 호기심은 때로는 위험하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의 영역을 넘어서기도 한다.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복종실험은 인간의 양면성과 함께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잔혹함을 보여주기에 여과없이 보여주며, 인간과 원숭이의 교배를 통해 원숭이 인간 혹은 인간 원숭이를 만들려 했던 위험한 시도는 과연 과학의 끝이 어디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연구과제인 동시에 한편으론 누구나 궁금해 하는 호기심이기도 하다.

 

이처럼 인간을 알기 위한 실험은 오랜동안 게속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인간은 약육강식만이 존재하던 백지 상태의 지구에서 살아남아 마침내 문명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문명의 완성을 이루기까지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수많은 발견과 발명이 있었으며 그것이 인간을 지구의 당당한 주인으로 자리하게 하는 든든한 밑바탕이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그 어떠한 실험이라 할지라도 인간에 대한 존엄과 존중을 넘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도 그 같은 점 때문에 사람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나치에 관한 실험을 일체 거론하지 않는 듯하다. 그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호기심이 과연 어디까지인지 또한 호기심이 과연 어떠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그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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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의 경제 정책 매뉴얼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황해선 옮김 / 부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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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2008년 여름 베이징에서 뿜어대는 대표선수들의 빛나는 활약은 세계속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전망은 결코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다. 우리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그렇거니와 그러한 것들을 표면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각종 각종 경제지표 마저도 계속해서 제자리 걸음 이거나 혹은 추락중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를 부풀렸지만 불과 몇 달만에 그것마저도 그리 쉬워 보이지만은 않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사정 또한 우리에게 결코 유리할 것은 없어 보인다. 나날이 오르는 원유가는 우리의 숨통을 죄어오고 국가간의 자유무역협정 역시 무역을 가장 커다란 경제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에게 불리하게만 보일 뿐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알리고 있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경제학과 교수 장하준은 뉴욕시립대 아일린 그레이블 교수와의 공저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에서 보다 근본적인 경제정책에 대해 진단하며 오늘날의 개발도상국들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오늘날 세게 경제의 표본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열강일 수 밖엔 없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든 지표들 역시 그들이 세게경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은 이른바 신자유주의라 불리는 그들의 경제정책이 그간 성공해왔음을 우리에게 일러주기도 한다. 하지만 장하준 교수는 이 책에서 더이상 신자유주의의 이론 아래 발전할 수 있는 경제체제가 아님을 직시하라고 주장한다. 또한 오히려 그것이 새롭게 세계의 중심 주도국가로 나아가려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독으로 작용할수도 있음을 경고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외양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어보이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저자는 어떠한 문제점들을 거론할 것인가.

 

신자유주의란 경제체제의 중심을 국가주도가 아닌 민간중심에 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그것은 자유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것은 경제의 전반적인 흐름에 모두 적용된다. 국가간의 무역이나 돈의 흐름, 그리고 투자까지 모든 부분에 대해 투명성을 유지하여 보다 자유로운 자유와 권리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의 선진국들 즉, 일찌기 산업화에 성공하여 경제국 부국에 올라서있는 그들 역시 초기에는 국가주도의 개입주의 정책을 정책기조로 채택했으며 자국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자본의 이동 마저 강력히 통제했던 과거를 가지고 있다. 또한 2차대전 이후 성공한 나라들 역시 국가주도의 개입주의 아래 그러한 과정을 거쳐왔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책의 구성은 대부분 이러한 형식을 띠고 있다. 우선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아래 허상으로 비춰지고 있는 각종 성공적인 신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다음 그러한 신화들이 오늘날 어떠한 점에서 비판받고 또한 명백한 증거 아래 허물어져 가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의 순간을 맞아 그에 대한 새로운 대처방안과 정책대안이 무엇인지 강구해 본다.

 

아직도 많은 나라들은 신자유주의에 맞서는 대안이 없기에 경제정책 기조를 쉽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국제시장에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들은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실패해 오히려 심각한 문제들을 양산해내기에 이르고 있기까지 하다. 결국 그것은 다시말해 이제는 그러한 경제발전정책들에 대해 한번쯤은 새롭게 재검토해 보아야할 시기가 다가왔음을 우리들에게 알려주는 신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처럼 새로운 출발을 독려하고 있다. 그리고 내내 우리가 신봉해마지 않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보다 실질적인 대안을 제안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비판을 다룬 1부에 이은 2부의 정책대안들은 지금 현재도 일부국가에서 성공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이 이제 그저 선진국들의 요구대로 움직여야만 하는 시기는 지났으며 그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제체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앞으로의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도 비관적인 전망도 시원하게 내어놓지는 않는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동참하지 못하고 그저 지금까지의 습관대로 잘못된 것을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올지를 경고하고 있는 것만 같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미래는 보다 많은 이들이 함께 잘 살아갈수 있는 희망의 모습일 것이다. 새로운 방향으로의 정책 모색과 함께 보다 발전적이고 넓은 시각은 국가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고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개인들에게 어쩌면 필수적인 요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각자가 경제에 대한 보다 새로운 마인드를 갖고 근본적으로 함께 접근하고 모색해 보아야 하는 것이 이 시점의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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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우산을 펼치다 - 세상으로의 외침, 젊은 부부의 나눔 여행기!
최안희 지음 / 에이지21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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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들의 일상은 늘 단조로움과 익숙함의 반복인것 같다.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모두들 새로운 것을 찾아보려 하지만 생각만큼 우리들에게 다가오는 하루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뿐이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들은 늘 주어진 일상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꾸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여행은 바로 그러한 우리들의 답답한 일상을 달래주고 새로운 전환점을 갖게 해 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발달된 현대의 교통과 함께 가까워진 세계는 이제 더이상 갈 수 없는 먼 곳이 아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원하는 곳 어디든 우리는 갈 수 있고 또한 그러한 기회는 얼마든지 우리들의 곁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리 쉽게 자신의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지는 못한다. 현대인들의 생활이라는 것이 늘 치열한 경쟁속의 삶이기에 어느 순간 자신이 가졌던 무언가를 포기하고 떠나기란 그리 녹록치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마음속 우산을 펼치다>의 작가 최안희 부부 역시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과정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생각의 감옥 속에 나를 투옥시킨 채 살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나를 가두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중을 위해 조금만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거라고. 그런데 그 좋은 날이라는 것이 무엇이었던가?"
아마도 이러한 의문에서부터 그들의 여행은 시작되었던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전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그리 다르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여행은 이름난 곳을 돌아보고 정해진 코스를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다니는 평범한 여행과는 시작부터 달랐다.

 

이 책은 그들 부부의 기나긴 인도 여행기이다. 엄밀히 말하지면 여행기라기 보다는 체험기라야 할 것이다. 그들은 여행 도중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시설인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우연히가 아니라 한국을 떠날때 부터 한 달 이상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왔던 것이다. 또한 책의 대부분의 내용이 그곳에서 경험하고 체험한 일상의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그곳은 숙소와 식사는 커녕 최악의 환경으로 자원봉사자들을 맞이했다고 그들은 이야기 한다. 엄청난 양의 빨래와 끝이 보이지 않는 설거지는 그곳을 찾아온 대부분의 사람들을 얼마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게 만들어 버렸다고 했다. 그들 역시 즐기자고 온 여행에서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하지만 그들은 어느새 힘겨운 자원봉사 속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삶의 의미를 깨닫기 시작한다. 진정한 자원봉사란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한다는 것이라는 걸. 그러한 하루하루를 그녀는 축복이며 선물이었다는 말로 대신한다. "그리고 떠나는 날, 인생의 참 의미까지는 모르겠지만 따뜻한 느낌이 우리를 가득안고 있었다. 오히려 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 따뜻한 그 무엇이."

 

여행은 새로운 체험과 함께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유물이니 관광지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지만 그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만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일 것이다. 어쩌면 그러한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설레임이 늘 우리를 여행이라는 체험의 세계로 이끄는 것은 아닐까.

 

모든 이들이 자신의 여행을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기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때로는 입에 맞지 않는 음식과 전혀 다른 생활 관습으로 인해 벌어진 씁쓸함을 기억할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이란 분명 우리들의 삶에 있어 무언가 성장하고 때로는 자신의 삶을 한번쯤 돌아보는 계기로 다가오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들 부부의 체험처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면...  

 

지금 이 순간도 이리재고 저리재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그녀의 마지막 한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만 같다.
"떠나지 못할 거라면 현실에 만족하면서 살고, 그렇지 않고 진정 떠나고 싶다면 이런저런 잡생각은 분리수거해 버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저지르면 어느 순간 비행기 안에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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