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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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세상살이가 그리 쉽지는 않다. 더군다나 지금의 우리앞에 닥친 어려운 경제적 난국은 더욱 우리를 움츠려들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 누구나 한두번의 위기가 다가온다고 했던 옛 말처럼 그것이 보다 나은 미래로 가기위한 고비라 생각하고 조금은 신중한 마음으로 그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야 할 것이다. 결국 그러한 어려움이나 위기를 돌파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있다고 봤을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려하는 타성적인 무사안일보다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지성일 것이다.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인류사에 <사기史記>라는 커다란 선물을 전해준 사마천은 그런면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본받아야할 지성의 모습이기도 하다. 史記는 그 자체만으로 보더라도 단순한 일개 역사서의 범주를 넘어서는 역작이라 할 수 있다. 이후의 많은 사서에 영향을 준 것은 물론이며 이후 사서의 역사 서술방식까지도 정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책 <난세亂世에 답하다>는 EBS에서 방송되었던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 특강을 책으로 엮어낸 작품이다. 저자는 사마천의 역작 史記에 담긴 인간사의 흥망성쇠를 통해 현대를 사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좀 더 슬기롭고 현명한 내일을 기대해보자고 말한다. E.H 카가 <역사란 무엇인가>를 통해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다."라고 했던 것처럼 인간이 하나의 사회 혹은 국가를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면 그 안을 살아갔던 인간들 역시 어느 정도의 시대적 상황이 다른 것을 제외한다면 역시나 똑같은 삶을 언제나 살아가고 있기에 인간과 인간의 관계라는 그것에서부터 역사가 주는 교훈을 얻을수 있을 것이다. 책은 史記에 담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서술하기보다는 어떠한 역사적 사실들을 기술한뒤 그것이 현재의 우리와 어떠한 연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史記에는 본래 중국문명의 형성기부터 사마천이 살던 전한前漢 당시까지의 역사가 담겨 있다. 아마도 그 시기는 이전의 혼란스러웠던 춘추전국시대를 통일한 한 왕조에 의해 정치적 통합은 물론 경제의 안정과 황제에 의한 중앙집권적 지배가 강화되어가는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시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제목에 '난세'가 들어간 것처럼 당시의 중국은 반천년에 걸친 춘추전국시대와 유방과 항우의 쟁패라는 난세를 지나왔다. 책에 그 두 시대가 많이 언급된 것은 단순히 난세의 정치적 흥망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의 시대적 요구였던 개혁이 바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사마천 역시 그 시대의 생존방식을 개혁이라는 커다란 명제 속에서 파악하려 했다. 주周왕조 초기 무려 1,800여개에 달하던 제후국은 춘추시대에 들어오면서 24개로 줄어들었고, 전국시대에 들어오면서 단 7개로 줄어든다. 물론 그 수많은 제후국들이 사라져간 이유들 중에는 당시의 척도이던 군사력으로 인한 것도 있었지만 의외로 내분으로 망하거나, 민심을 잃어 망한 경우도 많았다. 결국 그것은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른 개혁을 시대는 요구했기에 그 속도에 맞춰 개혁을 성공시킨 나라들만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단순히 史記라는 사서의 기록만이 아닌 끊임없는 변화와 자기개발만이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생존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듯 하다. 저자 역시 시대와 대세를 읽는 통찰력을 얻는 것이 史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가장 커다란 교훈이 아닐까 이야기 한다.
 
물론 혼란의 시대에 그 분수령이 되었던 것은 인재의 발굴이다. 총 130권에 이르는 史記중에서 제후를 다룬 세가世家가 30권인데 비해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의 이야기인 열전列傳이 70권이나 되는 것을 보면 사마천의 시각 또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제왕이나 제후만이 아닌 구체적인 개개인의 인간이라 여겨 그들에 의해 역사가 창조되고 움직인다는 것을 열전을 통해 밝히려 한 듯 하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금 주목해야 하는것이 인간관계이다. 시기와 질투, 배신과 복수는 인간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어쩌면 사적인 감정이랄수도 있지만 史記에서 이르는 것처럼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언제나 그 성패를 좌우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사마천 역시도 이릉을 변호했던 것 때문에 궁형宮刑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맞게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그렇게 만든 갈등과 절망, 울분과 좌절감을 딛고 자신의 삶의 전부를 역사적 진실로 보편화 시켰다. 결국 이릉의 사건이 없었다면 史記는 역사의 기록과 평가라는 사서의 본질에 입각한 책으로 남았을런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인간의 삶에 초점을 맞춘 역사인식을 통해 역사 전반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일관된 입장을 史記라는 사서에 담아낸다. 결국 한차원 높은 비판의식 아래 저술된 작품이 史記이기에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책을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를 배운다. 인간의 심리부터 인간관계, 인재의 발굴, 국제정세를 보는 눈, 시대를 읽는 코드인 여론 그리고 돈과 관련된 경제문제까지... 고전古傳은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의 삶에 생명력을 불러 일으킬수 있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터넷이라는 화려하고 감각적인 정보매체에 익숙해져버린 지금의 우리들에게 고전은 그저 어렵고 따분게만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이 책  <난세에 답하다>에 소개된 史記에서 볼 수 있듯 우리는 고전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의미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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