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UnsplashKamala Bright


갓난아이가 전쟁터에서 버려져 울고 있는 꿈, 내가 낳은 아이가 죽어서 삼베에 꽁꽁 싸여 있는 꿈, 그리고 우리 벽 속에 숨겨져 있는 여인의 시체에 대한 꿈 등 갓난아이와 여자에 대한 꿈들을 계속 꾸었다. 나의 심리상담치료사는 나의 출생에 어떤 비밀이 있는 것 같으니 한국에 가서 그 비밀을 풀어보라고 권유했다. 나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집안의 비밀을 알아냈다.

"자네는 왜 남편을 자기 아이처럼 생각하는지 그것이 이상하구먼. 왜 성인 남자를 서너 살 된 아이처럼 생각하는 마음이 드는지 그 마음을 잘 들여다보게."

내 명상 속에서 나는 가슴에 머리가 들어갈 만한 큰 총구멍이 뚫린 고아였다. 그곳으로 계속 추운 바람이 휘몰아쳐 오고, 나는 거친 사막을 혼자서 건너고 있었다. 그 아이의 가슴은 찢어져서 피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아이의 다리는 추위와 배고픔, 그리고 기진맥진하여 후들거렸고, 아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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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홍세화)로부터


Station Parmentier Métro Paris Ligne 3 By Chabe01 - Own work, CC BY-SA 4.0, 위키미디어커먼즈


어제 부활절에 이어 오늘은 만우절, 올해는 부활절과 만우절이 붙어 있다. 오늘 만우절을 맞아 '만우절 바보'라는 제목의 미국 단편소설을 읽었다. 소설집 '브랜디 대신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에도 수록. 그리고 재작년 만우절에 읽은 윤성희 작가의 '날마다 만우절'도 함께.


만우절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07m1399a


독자 중에 파르망티에(Parmentier, Antoine Augustin : 1737~1813)라는 사람을 아는 분은 아주 드물 것이다. 그는 프랑스 땅에 감자를 들여와 전파시킨 사람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새로운 양식을 ‘땅의 사과(pomme de terre)’라고 이름붙였다.

후세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의 배를 채워주고 굶어 죽는 사람을 줄여준 파르망티에를 기려 마땅했다. 그래서 파르망티에 로(路)라는 길 이름이 프랑스의 이 도시 저 도시에 생겨났다. 파리에도 파르망티에 로가 생겼고, 20세기 초에 그 길 밑으로 지하철이 다니게 되면서 역 이름도 파르망티에라고 붙였다.

노동자들끼리 논의한 끝에 350개가 넘는 파리의 지하철역 중에서 서너 개를 골라 역 이름을 만우절 하루 동안만 바꾸기로 결정했다. 그 서너 개의 역 중에 파르망티에 역도 선정되었다.

그리하여 지하철노동자들은 만우절날 새벽에 PARMENTIER (파르망티에)역에 표시된 PARMENTIER라는 표지판을 모두 POMME DE TERRE(감자)라고 바꾸었다. 서울 지하철에 ‘문익점’이라는 역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역 이름을 아무런 예고 없이 ‘목화’라고 바꾼 것과 같다. 혹은 ‘옥수수 박사’의 이름을 딴 ‘김순권’이라는 지하철역이 있다고 가정하면 그 역 이름을 ‘옥수수’로 바꾼 격이다.

사용자들을 골탕먹인 이 만우절행사 때문에 파리의 지하철노동자들 중에 견책받은 사람이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잠시라도 품은 사람은 프랑스 사회에 속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프랑스 사회는 지하철노동자의 아이디어, 재치, 유머 감각에 찬사를 보냈고 또 그런 아이디어와 재치, 유머 감각을 가진 파리의 지하철노동자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 프랑스의 일반사람들 / 2부 프랑스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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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4-01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곡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는 부활절, 오늘은 만우절이네요.
날씨가 하루가 다르게 따뜻해지고 있어요.
4월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고 건강한 시간 되세요.^^

서곡 2024-04-01 21:10   좋아요 1 | URL
네 이 주 지나면 진짜 봄일듯요...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도 새 달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 - 사람의 뇌가 반응하는 12가지 스토리 법칙
리사 크론 지음, 문지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전에 읽은 책. 올해 개정신판이 나온 걸 보고 생각났음. 테드영상을 재미있게 본 기억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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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로마크 · 페드르'(장 라신 / 진형준)의 해설이 아래 옮긴 글의 출처.


페드르 - Daum 백과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b23p1953a

작년 여름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영화 '페드라'(1962)를  상영했다. https://www.dureraum.org/bcc/mcontents/view.do?rbsIdx=172&contentsCode=20230731009



페드르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파이드라의 프랑스어식 표기다. 그녀는 크레타 왕 미노스의 딸로서 아테네 영웅 테세우스의 두 번째 아내가 된다.

테세우스 왕의 두 번째 부인인 페드르가 그만 이폴리트를 사랑하게 된다. 계모가 의붓아들을 사랑하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정도가 아니라 이만저만 불륜이 아니다.

『페드르』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연극 중 하나로 세계 도처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고전 비극의 완성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페드르는 죄를 지은 여자가 아니라 죄 많은 신을 위해 스스로 희생물이 된 여자, 그럼으로써 속죄한 성스러운 여자로 그려지기도 한다.

『페드르』를 소재로 많은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그중 1962년 줄스 다신 감독이 연출하고 멜리나 메르쿠리와 앤서니 퍼킨스가 주연한 <페드라>(국내 개봉 제목은 <죽어도 좋아>)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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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 1부의 '어머니는 말할 수 있을까?' 중 |“성(姓)을 갈다”, 어머니의 섹슈얼리티|로부터

By Company shown on advertisement - Allentown PA Morning Call Self-scanned, Public Domain, 위키미디어 커먼즈 


영화 '페드라'(1962) https://www.kmdb.or.kr/db/kor/detail/movie/F/04641#





어머니랑 섹스하는 녀석은 아버지를 거역하는 오이디푸스가 되는 것이다. 적지 않은 여성들이 아버지에게 강간당하는 것은 가부장제를 조금도 위협하지 않는 사건이지만, 아들과 어머니의 ‘관계’는 그것이 강간이든 상간이든, 사회적 추방을 의미한다.

줄스 다신의 영화 〈페드라〉에서 아버지의 여자 멜리나 메르쿠리를 사랑한 아들 앤서니 퍼킨스의 최후는 이성애 핵가족의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갈등하는 것은 성(姓, 즉 系)의 획득과 점령을 둘러싼 남성들 간의 견디기 힘든 긴장이다.

성(姓)의 변경은 어머니가 재가했을 때, 아버지가 아닌 다른 남성과 섹스했을 때 발생한다. 아버지가 ‘다른 여자를 보았을 때’는 성을 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성을 가는 것이 엄청난 사건인 이유는, 그것이 계급 재생산이라는 가부장제 가족의 근본 질서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다. 아버지 남성의 입장에서는 어머니 여성이 자신에게 일부 종사할 때만 진짜 자기 아들에게 상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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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4-03-3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물의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비극이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