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느리게 춤추라

 

회전목마 타는 아이들을

바라본 적 있는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펄럭이며 날아가는 나비를 뒤따라간 적은,

저물어 가는 태양빛을 지켜본 적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하루하루를 바쁘게 뛰어다니는가.

누군가에게 인사를 하고서도

대답조차 듣지 못할 만큼.

하루가 끝나 잠자리에 누워서도

앞으로 할 백 가지 일들이

머릿속을 달려가는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 테니.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데이비드 웨더포드, 더 느리게 춤추라 (류시화 옮김)

 

Imagine - Laurel Burch - WikiArt.org






아동심리학자이며 작가인 웨더포드가 신장병 치료를 받던 중 신장 이식 수술에 실패하고,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느껴서 쓴 시

데이비드 L. 웨더포드 1952~2010. 아동심리학자이며 작가. 30살 때부터 심각한 신장 질환을 앓아 투석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이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원고료를 받고 판 시 〈느리게 춤추라〉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종을 앞둔 한 소녀의 시로 인터넷에서 널리 인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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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3-01-15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아이유다 !^^

서곡 2023-01-15 00:30   좋아요 1 | URL
나저씨 오에스티 엘피가 보이더라고요 ㅎㅎ 굿밤하십시오~~~
 


사진: UnsplashSimon Berger







최초의 겨울이 찾아와 지상이 눈으로 뒤덮였다. 겨울이 계속되자 이브는 아름답던 풍경을 그리워하며 슬픔에 젖었다. 이브를 지켜보다 문득 측은한 마음이 든 천사는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에 가만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었다. 눈송이는 땅에 떨어져 꽃을 피웠다. 이브는 크게 기뻐하며 꽃을 가슴에 품었다. 단지 겨울의 저주를 뚫고 핀 꽃이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브는 그것이 신의 자비를 뜻한다고 확신했다. 그때부터 스노드롭은 위로와 구원의 약속을 뜻하는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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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3-01-15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눈 온 것처럼 넘 예뻐요
스노드롭, 설강화 이름 너무 좋아요

서곡 2023-01-15 10:58   좋아요 1 | URL
네 너무 예쁘죠 신기하고요 눈풀꽃이라고도 하더군요 오늘 제가 사는 곳은 싸라기눈이 잠시 내렸어요 스노드롭스......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String Quartets No.15 in a minor Op.132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97XXXXXXX592


By Loco Steve from Bromley , UK - Central Cemetery Wiener Zentralfriedhof, CC BY-SA 2.0





결국 4중주로 돌아오다
 
베토벤은 연속해서 7월에 <현악 4중주곡 제15번 A단조>, 11월에 마지막 악장과 원곡의 피날레를 뺀 <현악 4중주곡 제13번 Bb장조>(Op. 130)와 <대푸가>(Op.133), 1826년 7월에 <현악 4중주곡 제14번 C#단조>(Op. 131), 10월에 <현악 4중주곡 제16번 F장조>(Op. 135), 11월에 <현악 4중주곡 제13번>의 새로운 피날레를 완성한다. - 제6장 인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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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이 쓴 단편소설 '나는 사랑한다'의 주인공은 앙리 푸앵카레의 책을 읽고 있다. 찾아보니 추측대로 김명순 본인이 푸앵카레를 독서했다. 김별아 작가가 김명순에 대해 쓴 장편소설 '탄실'에 나오기를 김명순은 이병도의 집에 기거하며 열심히 독서와 공부에 매달렸다고 한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60830000610


[네이버 지식백과] 프왱카레 [Jules Henri Poincaré] (인명사전, 2002. 1. 10., 인명사전편찬위원회)

Fac-similé de la théorie analytique de la propagation de la chaleur d'Henri Poincaré publié en 1895 By Henri Poincaré


근대 첫 여성소설가 김명순 “가부장제 도전 대항문학의 기수”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422





영옥의 동무 순희는 영옥이가 건넌방으로 무엇을 가지러 간 동안에 영옥이가 읽던 안리 포앙카레*의 《만근의 사상(輓近의 思想)》이라는 책장을 뒤척였다. 그 책 속에는 책장마다

‘너희들 어떻게 곤란하더라도 희망하여라.’ 하는 포앙카레의 격언이 연필로 쓰여 있었다. 감각이 민활한 순희는 그 동무가

"무엇을 이렇게 희망하누."

하고 그 심경을 암연히 헤아려 보았다. 그는 생각하였다. - 나는 사랑한다

* 앙리 푸앵카레(Henri Poincaré).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수학과 물리학의 전 방면에서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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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01-14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건이 되면 운동과 독서만 하고 싶어요. 운동은 건강을 위해 하는 것이니 싫어도 해야겠고...
독서만으로 산다면 좋을 듯합니다. 오늘은 또 무슨 반찬을 해야 하나, 장 볼 때 뭘 사야 하나, 이런 고민하지 않고 말이죠. 이런 여건이 된다고 해도 대작을 쓰지는 못하겠지만ㅋㅋ... 사는 게 즐겁지 않을까 싶어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사는 것의 행복 같은 것 말이에요.
어제 화초에 물을 주면서 이런 건 왜 사 가지고 성가신 일을 만들었나, 그랬네요. 한때 화초에 빠져 지냈는데 이젠 없애고 싶을 때가 있어요. ㅋㅋ

서곡 2023-01-14 12:58   좋아요 1 | URL
네 일상이 요구하는 노동들이 만만치가 않습니다 화초키우기에도 시간과 정성이 많이 필요하겠지요 뭐든 일단 하려면 다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잘 하려 하지 않아도 말이죠 주말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ㅎㅎ
 

https://youtu.be/zYH5xHIb8M8 1981년 방송 TV문학관 '무진기행'을 유튜브로 보았다. 박근형 배우가 윤희중, 김미숙 배우가 하인숙을 연기한다. 윤희중은 무진에서 찻집을 틈나는 대로 찾는다. 원작에 없는 인물 찻집 주인장은 반효정 배우가 맡았다. 윤희중이 떠나는 기차역에서 하인숙과 마주치도록 하여 원작과 달리 대화의 기회를 준다. (원작은 서울과 광주는 기차, 광주와 무진은 버스로 다닌다.) 원작자 김승옥이 직접 각색한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가 원작에 충실하면서도 현란하게 표현한 문예영화라면, 드라마는 원작에 없던 디테일들을 적극적으로  창작하여 이야기를 변주한 매력이 있다.

사진: UnsplashWes Hicks


순천만(2020년 8월) 사진: UnsplashClark G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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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3-01-13 2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울이 무진이네요! 안개가 자욱합니다~~

서곡 2023-01-13 20:36   좋아요 2 | URL
네 ㅎㅎ 그래서 나비부인 어떤 개인 날 듣고 또 이 드라마 본 게 생각났답니다 금요일밤 잘 보내십시오!!!

공쟝쟝 2023-01-13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오늘의 안개는. 아주.

서곡 2023-01-13 23:30   좋아요 2 | URL
헤.결.에도 쓰인 노래 안개가 어울리는 날이로군요...굿밤되십시오~

페크pek0501 2023-01-14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진기행, 미문에 밑줄을 그으며 읽었던 기억이...
적군처럼 쳐들어왔다, 에서 안개가 그렇다고 표현한 것이었나요?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배우들 보면 젊었을 때 보면 꽤 미남, 미녀였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배우들도 세월의 힘을 못 당한다 싶어요. 그러니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겠죠.

서곡 2023-01-14 19:0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안개가 적군처럼......여기서 반효정 배우가 너무 멋있어요 위풍당당하고 카리스마 있고 우아하고...누구나 다 결국 늙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