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3'(파리 리뷰)의 줄리언 반스 편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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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좀 들어봐』는, 제가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지만 그 친숙한 이야기에 꼭 맞는 형식을 파악할 때까지 그건 그저 하나의 일화, 가능성, 아이디어를 위한 아이디어에 불과했죠.

- 삼각관계를 다룬 『내 말 좀 들어봐』가 영화로 제작됐잖아요. 괜찮았나요?

「사랑, 그리고」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죠.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샤를 베를링이 연기했어요. 커즌 영화관에서 일주일 동안 상영됐어요. 영화는 꽤 괜찮았습니다. 책을 충실하게 각색했다기보다는 그 자체로 제대로 된 영화죠.  

- 내 말 좀 들어봐』는 몇 명의 인물이 카메라에 대고 번갈아 말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드러냈죠. 거의 10년이 지나고 몇 권의 책을 낸 뒤에 같은 핵심 인물들로 그 이야기를 다시 시작하셨잖아요. 그리고 영화 제목이던 ‘사랑, 그리고’를 제목으로 붙이셨고요. 이야기의 끝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독자에게 궁금증을 남겨요. 3부작의 두 번째 부분처럼 보이던데, 세 번째도 있나요?

모르겠어요. 저는 『내 말 좀 들어봐』의 후속편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사랑, 그리고』가 위기 국면을 맞은 인물로 끝난다는 말씀은 맞아요. 그 위기는 곧 이런저런 방식으로 해결되겠죠. 분명 내일이라도 자리에 앉아서 그 해결책을 생각해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래 봤자 새로운 소설의 몇 장을 쓰게 되겠죠. 그 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인물들이 제게 소재를 제공하도록 그들의 삶을 몇 년 더 연장해야 해요. 어쨌든 지금 생각은 그렇습니다. (줄리언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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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만화의 고전 '유리가면'] https://v.daum.net/v/20100604060116281




지금은 그 무덤도 이웃한 무덤들만큼 겉면이 고르고 파릇파릇하답니다. 바라건대 그 안에 누운 이도 더불어 고이 잠들겠지요. 그런데요, 동네 이웃들한테 여쭤보면 아시겠지만, 다들 성경에 맹세코 그가 무덤 밖을 배회한다고 믿고 있어요. 교회 부근에서 봤다고도 하고, 황야에서 봤다고도 하고, 심지어 이 집 안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허튼소리라고 생각하시죠? 저도 그렇게 말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부엌 화덕 가의 저 노인네는 그가 죽은 뒤로 비 오는 밤마다 그의 방에서 두 사람의 유령이 창밖을 내다본다고, 자기가 똑똑히 봤다고 하거든요.

나는 좀 더 머무르며 그 온화한 하늘 아래 무덤 주변을 거닐었다. 히스와 실잔대 사이사이로 팔락대며 날아다니는 나방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풀잎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 고요한 땅속에 누운 이들이 고요히 잠들지 못한다니,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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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 '유리가면'에서 천재 배우 마야가 연극 '폭풍의 언덕' 캐서린을 연기한다.



당신이 내가 가는 걸 미리 알게 해 줘야겠지. 캐서린에게 내가 가도 되냐고 미리 물어보는 거야. 캐서린이 내 이름을 한 번도 말한 적이 없고 집 안에서도 내 이름을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했지. 아니 그 집에서 나에 대해 말하는 게 금기시됐는데 대체 어떻게 캐서린이 내 이름을 입에 올리겠냐고? 캐서린은 식구들 모두를 다 첩자로 여기는 거야. 세상에나, 그러니 거기가 지옥일 수밖에!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말 한마디도 안 하는 캐서린의 심정을 알기냐 하냐고. 자주 불안해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고 말하면서 어떻게 캐서린이 편안하게 있다고 지껄인단 말이야?

캐서린이 불안해질 수 있다고 했지. 끔찍하게 갇혀 있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게다가 그런 멍청하고 하찮은 인간이 그저 인정에 끌려 의무적으로 간호한답시고 옆에 있는데 말이야! 연민과 동정심이라고! 그런 어설픈 간호로 캐서린의 기력을 되살리려고 하느니 차라리 화분에다가 참나무를 심고 잘 자라길 기다리는 게 낫지 않겠어? 자, 결정하라고. 당신이 여기 있을 동안 내가 가서 린턴과 그 하인 놈들을 때려눕힐까? 아니면 이제껏 해 왔듯이 내 편이 돼 내가 시킨 대로 할 거야? 선택하라고! 당신이 고집스럽게 버틴다면 나도 이렇게 지체할 시간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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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e of Carson at the Museo Rocsen in Nono, Córdoba, Argentina By LFSM - Own work, CC BY 3.0, 위키미디어커먼즈


올해 4월 말에 개정증보판이 나왔다.



카슨은 인간이 환경에 가할 수 있는 피해를 강조하기 위해 이 책의 제목을 ‘자연에 맞선 인간’이라고 지으려 했지만, 새들에 대한 장의 제목을 전체 책의 제목으로 선택했다.

존 키츠의 시 〈무자비한 아름다운 아가씨The beautiful lady without mercy〉의 한 구절, "호숫가의 사초도 시들었고, 새들도 노래하지 않는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 5부. 1900년대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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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의 '폭풍의 언덕'(황유원 역)에는 언니 샬럿 브론테(필명 '커러 벨')가 편집자로서 쓴 서문이 실려 있다. 저자 에밀리의 필명은 '엘리스 벨'이다. 아래 옮긴 글은 그 서문의 마지막 부분. 

Heathland at Woodbury Common, Devon (England) By MPF - CC BY-SA 3.0, 위키미디어커먼즈



《폭풍의 언덕》은 거친 작업장에서 간단한 도구와 가정적인 재료로 깎아 만든 작품이다. 그 조각가는 외딴 황야에서 화강암 덩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을 응시하며, 그는 그 울퉁불퉁한 바윗덩어리에서 어떻게 야만적이고 거무스름하고 사악한 머리 하나를 이끌어낼지를 보았다. 적어도 하나의 장엄한 성분(힘)으로 주조될 형상. 그는 아무런 모델 없이 자신이 명상하는 가운데 본 것을 투박한 끌로 작업했다. 노동하며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 화강암 덩어리는 인간의 형상을 띠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곳에 거대하고 어둡게, 눈살을 찌푸린 모습으로, 반은 조각상이고 반은 돌덩이인 모습으로 서 있다. 전자의 의미에서 보면 소름 끼치는 마귀 같고, 후자의 의미에서 보면 그윽한 잿빛과 황야의 이끼가 입혀진 색으로 인해 거의 아름다울 지경이다. 그리고 히스가, 종 모양의 꽃을 활짝 피우고 온화한 향기를 가득 내뿜으며, 그 거인의 발치까지 충직하게 자라나고 있다. - 1850년판 편집자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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