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무덤도 이웃한 무덤들만큼 겉면이 고르고 파릇파릇하답니다. 바라건대 그 안에 누운 이도 더불어 고이 잠들겠지요. 그런데요, 동네 이웃들한테 여쭤보면 아시겠지만, 다들 성경에 맹세코 그가 무덤 밖을 배회한다고 믿고 있어요. 교회 부근에서 봤다고도 하고, 황야에서 봤다고도 하고, 심지어 이 집 안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허튼소리라고 생각하시죠? 저도 그렇게 말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부엌 화덕 가의 저 노인네는 그가 죽은 뒤로 비 오는 밤마다 그의 방에서 두 사람의 유령이 창밖을 내다본다고, 자기가 똑똑히 봤다고 하거든요.
나는 좀 더 머무르며 그 온화한 하늘 아래 무덤 주변을 거닐었다. 히스와 실잔대 사이사이로 팔락대며 날아다니는 나방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풀잎을 스치는 부드러운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 고요한 땅속에 누운 이들이 고요히 잠들지 못한다니,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 제2권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