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마중 보림 창작 그림책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http://image.yes24.com/momo/TopCate43/MidCate04/4233550.swf

 ↗yes24 제작 플래시 동화 감상하기

 

 

 

 

 

 

 

 

 

<엄마 마중>을 처음 대면 했을때가 200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도서관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던 시절, 책을 분류하는 중에 김동성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저고리를 입은 아기 그림에 끌려 일손을 놓고 몇장 넘기다 급기야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후 <엄마 마중>은 김동성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각인 시켰고,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이 되었다.  <엄마 마중>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하다 월북한 이태준의 짧은 글귀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을 더해 상업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엄마 마중>이라는 그림책을 마주하고 있으면  많은 상념이 떠오른다. 전쟁의 폐허를 배경으로 한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과 기형도 시 <엄마걱정>이 읊어진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아야 했을 엄마의 그 시절을 상상해 보고, 급기야 그림책 속에 아이가 실존하는 인물처럼 가슴은 곤두박질 친다. 제발 억지 스럽더라도 해피엔딩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개인적으로 <엄마 마중>을 문학적 감수성의 터치와 고여있는 감정을 은근히 끌어내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추운 겨울 어느날, 남루한 저고리를 입은 어린 아이는 전차가 오고가는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주변 사람들 틈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기둥을 잡고, 기대고, 전차가 올때마다 차장에게 "우리 엄마 안 오?" 물어본다.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거리는 스산해지고, 하늘에는 눈이 날린다. 어느새 코가 빨갛게 익은 아이는 혼자서 우두커니 눈오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성은 동양적인 감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기다림에 대한 절실함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듯이 표현하고 있다.

 

전차의 오고가는 시간적 변화, 아이의 옷 매무새나 행동의 변화, 시대적 배경을 짐작 할 만한 이미지들은 정지된 그림책임에도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다른 그림책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하드커버 표지의 처음과 끝을 무심하게 넘기지 말기를 바란다. 작가의 세심한 구성은 독자의 바램을 염려하듯 엄마와의 재회 장면을

더해준다. 그러나 이것도 해석은 분분하다. 아직도 생생이 기억한다. 아이가 홀로 눈오는 거리에 홀로 있던 장면만 확인했던 난 울었고, 몇 달 후에 마지막 표지에서 엄마와 손을 잡고 골목길을 오르는 아이의 뒷 모습에 안도하며 난 또 울었다. 과연 아이는 엄마를 만났을까? 아니면 엄마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까?

 

이태준의 동화는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로 끝을 맺고 있다. 김동성 작가는 그 지점에서 반전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손을 잡고 걷는 모자의 뒷모습에 안도하며 '다행'임을 확인시켜주는 작가적 배려. <엄마 마중>은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어린 아이가 기다리는 '엄마'라는 존재성 때문에 독자들은 더욱 공감 할 것이다.

간절한 기다림, 간절한 그리움, 늘 대면해도 뭉클한 <엄마 마중>이다.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러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다 마법서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6
장자화 지음, 전수정 옮김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바다 마법서>

 

 

 

 

책을 덮고도 몽롱하다. 바다에서 유리 고래를 만난 것도 같고, 돌고래 그림자를 만나 바다로 보내준 것도 같고, 바다의 마음을 찾아 떠난 것도 같다. 아동문학을 전재로 교훈과 감동의 어우러짐을 기대했던 난 머리를 한대 얻어 맞은 것 같은 현기증을 일으켰다. <바다 마법서>는 일곱편의 단편과 한편의 중편으로 구성되었다. 부재명을 훓어 보아도 모든 이야기는 바다와 관련된다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첫 단편 '돌고래 그림자'는 공부를 위해 해변 근처가 고향인 수시안은 부모님을 두고 도시 학교로 전학을 왔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해 갈 즈음, 돌고래 환영을 보게 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돌고래를 고향의 바닷가에서 방생하여 준다는 감성적인 이야기다. 다른 단편도 계속 그렇게 진행되나 싶었지만, 다양한 직업군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각각의 단편은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긴장감으로 이끈다.

 

해양생물학자 부 선생과 '유리 고래'의 만남, '깊은 바다 세계'를 유작으로 남긴 화가 허시의 욕망, 사진작가 한창과 환초 요정의 만남, 안데르센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전개되는 '바다로 보낸 편지', 백화점 인테리어에 쓰인 배를 타고 떠난 두 형제의 모험담 '떠 있는 배' 등은 전혀 다른 인물을 설정하여 예상치 못한 스토리를 전개하는 저자의 상상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다에 대한 서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는가 싶으면, 험악한 바다의 폭력성도 보여주고, 생명의 환희 뒤에 무기력한 위협의 이중성을 판타지 요소로 표현하고 있다. 

 

<바다 마법서>가 이야기라는 문학적 감성만이 남았다면 흥미롭다는 느낌만 남겠지만, 여덟 편의 중단편은 '바다'와 '마법'이라는 소재로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모한 욕망, 핍박 받은 바다 생명체의 울부짖음, 핵무기 실험으로 세계 권력을 장악하려는 무모한 정부에 대한 일침이 숨겨져 있다. '바다의 마음'으로 읽어야 해석 할 수 있는 <바다 마법서>는 해양문학 이라는 이면에 인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있다.

 

 

 

 

 

여덟 편의 이야기

.

.

돌고래 그림자

유리 고래

바다 상상화

환초 요정

바다로 보낸 편지

떠 있는 배

밀림의 신기한 배

바다 마법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우연히도 만난 책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연이 닿아 나의 무릎 틈에서 비비적 거린 책이다.

서명이며 표지 색깔도 참으로 독특하다. 세련되어서 라기보단 뭔가 최근 출판물의 세련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서명도 좀 저돌적이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의 저자 '세실 앤드류스'는 커뮤니티 교육 전문가이다. 거기에 미국 전환운동 활동가, 지속가능한 공동체 시애틀 피니 에코빌리지 설립자이다. '자발적으로 단순하게 살기', '당신의 시간을 되찾아라', '공유경제' 등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간략한 약력만 보더라도 낌새 빠른 독자라면 대충 짐작 할 것이다. '커뮤니티, 전환운동, 지속가능한 공동체, 자발적, 단순하게 살기, 공유경제' 자본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와는 반대의 언어들이 난무하다. 민족의 해방을 맞고, 육이오 동난을 경험한 우리 부모세대들은 굶주림에 죽기 살기로 살아왔다. 굶주림을 벗어나 먹는 것은 해결 되었으나, 2013년 현재는 무한경쟁과 상대적 박탈감, 빈부의 격차, 무직자에 비정규직, 독거노인과 교육의 편향성 등은 굶주림과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와 적대감을 품은 시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시장경쟁과 교육을 이어받은 한국 역시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인간성 상실과 경쟁 스트레스, 공공성의 정체, 돈과 계급상승에 대한 목표만이 판을 치는 사회와 닮아있다. 영민한 시민들은 자본이 만들어 놓은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서 '대안'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안의 시민사회를 거대한 담론과 실현하기에 벅찬 계획을 논했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읽어내지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첫 단추를 '대화'라는 소박한 우리의 일상에서 권하고 있다. 우리 삶의 불평등과 존엄한 인간성에 대해, 인간의 최고 목표인 행복한 삶과 서로에 대한 정중함, 자유로움에 대해 이야기 하듯이 전하고 있다. 거대한 집단과 대항하기 위해서 깃발을 대걸기 보다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고, 휴대전화의 비밀작전과 플래시몹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반대에 참여하는 등의 전환운동(Transition movement)을 거론한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우리들의 '촛불시위'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2년 미군장갑차에 깔려 죽음을 맞이한 미선효순양의 사건이 무죄로 인정되면서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전국에 열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깃발을 내리 꽂고, 체류탄이 오고가는 무력의 긴장감이 아닌, 촛불을 마주하며 여고생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각인 시켰던 집회는 현재는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니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삶이란 이런게 아닐까?

 

저자는 책을 통해 많은 진보적 학자의 글을 인용하고,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받은 예술가들의 사례를 담고 있다. 진보적 발언에 서슴없는 '노암촘스키', 자유적 삶을 지향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나와 너의 관계를 설판한 '마르틴 부버' 등 이 남긴 명언들을 한구절씩 음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라면 재미였다. 유독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나니아 연대기> 저자 C.S.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 저자 J.R.R. 톨킨의 만남 이었다. 이들이 역사에 남을 대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대화 모임에서 영감을 얻었고, 상상력에 자극을 받아 탄생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라는 속성은 단순히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를 넘어 관심을 유도하고, 생각을 일으키고, 변화를 꿈꾸고, 실현하는 유기적 과정을 경함하게 한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엘리트 계층이 주도했던 사상은 굳어버렸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이 단점을 안고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창조적으로 자신의 삶과 사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세상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시작은 오프라이든 온라이든 '대화'를 통해 지금 당장 유쾌한 삶을 논하는데서 시작된다. 우연히 집어든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에 공감의 한표를 클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5
런룽룽 지음, 신영미 옮김 / 보림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상하이 출신의 '런룽룽'은 어린 독자들 사이에 인기있는 아동문학작가로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는 영화로도 제작된바 있다하니 이야기집이 궁금해졌다.145쪽 분량은 여섯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으로 구성되었다. 독자로 하여금 교훈적 메세지를 담고 있기는 하지만, 무겁지 않으며 지루할 틈이 없다. 모든 작품이 어딘가에서 읽어 봤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재치있는 유머가 은근한 중독성을 발휘한다.

 

이야기는 아주 단순하다. 깜빡이와 투덜이는 단짝이다. 단짝친구는 신선을 만나 어른이 된다. 건축가가 꿈인 깜빡이는 엘레베이터를 깜빡잊고 300층짜리 건물을 세운다. 연극배우가 꿈인 투덜이는 고집센 호랑이를 만나 쩔쩔매는 상황을 만난다. 결국 둘은 신선에게 '나 돌아갈래'를 외친다. 깜빡거리고 투덜거리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있다. <천재와 어릿광대> <할머니의 이상한 귀> <디얼의 주문> <사고뭉치 디덜> <네 몸속에 있는 요정을 조심해!>

중편 <다다다와 샤오샤오의 모험>은 읽다보면 독자들은 만화나 그림책의 한 장면들을 연상 할 것이다. 짧기 때문에 가볍다는 생각에 휘리릭 넘길 것 같지만, 의외다.

 

킥킥 거리면서 한방치는 묘한 메시지의 전달력이 매력적이다. <할머니의 이상한 귀>나 <네 몸속에 있는 요정을 조심해>는 자녀들에게 규칙을 가르칠 때, 대립되는 감정을 조율하는 방법의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편 <다다다와 샤오샤오>는 유명한 '걸리버 여행기'를 모티브로 작가의 또 다른 상상력을 더한 이야기다. 소인과 대인이 모험담속에 서로 상생하며 살아가는 교훈을 전하고 있다.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 또 하나의 재미는 각주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깜빡이 - 메이토우나오(뇌가 없다는 뜻)' '투덜이 - 부가오싱(기쁘지 않음)' 등의 중국어원을 맛보는 재미도 겸한다. 중국어를 이야기 속에서 마주하니 예상외로 쉽게 다가오는 느낌이라고 할까?

 

보림출판사의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을 서너권 읽으며 생각이상의 재미를 맛본다. 사회주의 국가라서 아동문학도 어둡고, 생기가 떨어질 거라는 편견이 누그러진다. 생각이상의 담백함, 자연스러운 유머, 우리 청소년들과 다름없는 사춘기의 꿈과 고민이 어우러진다. 사람살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문학인만큼 '중국 아동문학'에서 펄벅이나 위화에서 느꼈던 삶과는 또다른 흥미로 다가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