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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 2012 뉴베리상 수상작 ㅣ 한림 고학년문고 25
탕하 라이 지음, 김난령 옮김, 흩날린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베트남전쟁. 미국에게 패배를 안겨준 전쟁 중 하나. 한국도 숱한 청년을 파병했던 슬픈 전쟁사.
나에겐 '월남전'으로 각인된 개인사가 있다.
월남파병을 경험한 아버지로 인해 전쟁후유증이 어떤 것인지 톡톡히 경험했으니 말이다.
톰크루즈가 연기한 '7월4일생'이 전형적인 베트남 파병군의 일상속 참상이었다.
그래서일까? '베트남'하면 전쟁에 대한 잔상이 압도적이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 는 서명에서 추측하듯 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른 가족사이다.
남베트남에서 탈출해 괌을 거쳐 앨라배마에 정착하는 과정을 열살 소녀 '하'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운문체소설이다.
베트남전쟁 끝무렵인 1975년 뗏(베트남 명절)에서 1976년 뗏까지의 기록은 간결하게 진행된다.
첫돌을 맞기 전, 아빠는 해군에 징용되어 끌려갔다. 온전히 엄마 홀로 '하'와 세 오빠를 키운다.
식량도 부족하고, 이웃 친구들도 피난을 떠나는 분위기 속에도 '하'의 일기는 열살 소녀의 천진함을 잃지 않는다.
집 앞 파파야 나무 이야기며, 베트남의 전통 먹을거리에 대한 기록, 낡은 인형에 대한 기억들이 참으로 따뜻하게 전해진다.
해전함을 타고 겪었던 난민시절에도 미국인 후원자를 만나 앨라배마에 정착해 겪어내는 차별과 멸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다른 피부색, 언어장벽, 편견으로 바라보는 시선... '하'와 그의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후견인 카우보이 아저씨와 이웃 아주머니의 영어 교육으로 '하'의 가족들은 점차 앨라배마에 적응해 나간다.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저자 '탕하 라이'가 베트남전쟁을 겪고, 미국으로 이주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잔혹한 현실을 겪으며, 고향을 떠나 이방인 치급을 받으며 살았을 작가의 어린시절을 짐작해본다.
이 작품은 2012년 뉴베리상을 수상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아마도 전쟁이라는 피폐한 상황에도 소녀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작품에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문학작품이나 영화, 연극을 떠올려보면 참으로 처절하고, 절망스럽다. 전쟁으로 인한 참상이 지배적이다.
그에 비하면 <사이공에서 앨라배마까지>는 전쟁의 참상 이후의 일상적인 삶을 극복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참신하다.
베트남이란 나라에 대한 편견도 살짝 무너뜨린다. '하'가 전해주는 파파야 나무가 궁금하고, 명절이나 생일에 먹는 음식도 먹어보고 싶다. 아오자이를 곱게 입은 어린 소녀의 모습도 그려진다.
아주 가끔 아버지로 하여금 월남전 이야기를 들었다. 밀림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빗물과 밥을 먹다 옆에 있던 전우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면 정신없이 총을 쏘아대었다고. 작년에 아버지는 암투병으로 돌아가셨다. 고통스런 투병생활 중에 엄마에게 그러셨단다 "월남전에서 사람을 많이 죽여서 고통 받는가보다"며.
전쟁은 겪지 않으면 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사이공에서 앨리배마까지>의 저자는 끔찍했던 그 시절을
어린 소녀의 감성을 투영하여 잔잔하게 그 상처를 다독여 작품으로 승화시킨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어 얼굴도 모르고, 고향을 떠나 인종차별의 장벽을 견뎌낸 숱한 세월이 걸러졌음이 마음으로 전해오는 작품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