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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중 ㅣ 보림 창작 그림책
김동성 그림, 이태준 글 / 보림 / 2013년 10월
평점 :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 하고 안전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 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오?"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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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중>을 처음 대면 했을때가 2005년 즈음으로 기억한다. 도서관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에서 일하고 있었던 시절, 책을 분류하는 중에 김동성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저고리를 입은 아기 그림에 끌려 일손을 놓고 몇장 넘기다 급기야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이후 <엄마 마중>은 김동성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각인 시켰고,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이 되었다. <엄마 마중>은 일제강점기에 활동하다 월북한 이태준의 짧은 글귀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을 더해 상업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엄마 마중>이라는 그림책을 마주하고 있으면 많은 상념이 떠오른다. 전쟁의 폐허를 배경으로 한 김원일의 <마당 깊은 집>과 기형도 시 <엄마걱정>이 읊어진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외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보아야 했을 엄마의 그 시절을 상상해 보고, 급기야 그림책 속에 아이가 실존하는 인물처럼 가슴은 곤두박질 친다. 제발 억지 스럽더라도 해피엔딩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다. 개인적으로 <엄마 마중>을 문학적 감수성의 터치와 고여있는 감정을 은근히 끌어내는 힘을 가진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추운 겨울 어느날, 남루한 저고리를 입은 어린 아이는 전차가 오고가는 정류장에서 엄마를 기다린다. 주변 사람들 틈에서 앉았다. 일어났다. 기둥을 잡고, 기대고, 전차가 올때마다 차장에게 "우리 엄마 안 오?" 물어본다. 점점 날은 어두워지고, 거리는 스산해지고, 하늘에는 눈이 날린다. 어느새 코가 빨갛게 익은 아이는 혼자서 우두커니 눈오는 하늘을 올려다 본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동성은 동양적인 감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수묵채색화 기법으로 기다림에 대한 절실함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듯이 표현하고 있다.
전차의 오고가는 시간적 변화, 아이의 옷 매무새나 행동의 변화, 시대적 배경을 짐작 할 만한 이미지들은 정지된 그림책임에도 한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다른 그림책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하드커버 표지의 처음과 끝을 무심하게 넘기지 말기를 바란다. 작가의 세심한 구성은 독자의 바램을 염려하듯 엄마와의 재회 장면을
더해준다. 그러나 이것도 해석은 분분하다. 아직도 생생이 기억한다. 아이가 홀로 눈오는 거리에 홀로 있던 장면만 확인했던 난 울었고, 몇 달 후에 마지막 표지에서 엄마와 손을 잡고 골목길을 오르는 아이의 뒷 모습에 안도하며 난 또 울었다. 과연 아이는 엄마를 만났을까? 아니면 엄마는 저세상 사람이 되었을까?
이태준의 동화는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로 끝을 맺고 있다. 김동성 작가는 그 지점에서 반전의 묘미를 더해주었다. 손을 잡고 걷는 모자의 뒷모습에 안도하며 '다행'임을 확인시켜주는 작가적 배려. <엄마 마중>은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어린 아이가 기다리는 '엄마'라는 존재성 때문에 독자들은 더욱 공감 할 것이다.
간절한 기다림, 간절한 그리움, 늘 대면해도 뭉클한 <엄마 마중>이다.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러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