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 유홍준 잡문집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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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집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에서 선생은 '나는 글쟁이다. 옛날식으로 말하면 문사(文士)이다.' 스스로 칭하고 있습니다. 저는 유홍준 선생을 뵈면 '유쾌한 개구쟁이'를 떠올립니다. 한 강연장에서 성별도 연령도 아우르며 몰입시키는 문화이야기에 무척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창비에서 출간된 잡문집 역시 뭉클한 감동에 유쾌한 웃음, 몰랐던 문화 전반의 성과, 시대를 함께한 예술가들의 스토리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 사람이 맺은 인연의 뿌리가 다양하게 뻗어나가 많은 이들의 삶에 영감을 준다는 것을 말입니다.

책에는 많은 문화예술 인사들의 인연을 담고 있지요. 너무도 유명한 백남준 작가, '타는 목마름으로' 시인 김지하, 얼마전 떠나신 김민기 선생과의 사연을 풀어냅니다. 잘 몰랐던 신학철 화가나 판화가 오윤님에 대한 글과 그림은 놀라웠습니다. 신학철 화가의 <모내기>는 '공안비평'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과정이 참 어처구니 없습니다. 유홍준 선생은 재판이 진행되는 전 과정을 한 번도 빠짐없이 방청했다고 기록합니다.

미술평론가로서 '비평적 증언'의 중요성 때문이라는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비평가'로서의 책임감, 한 예술가의 삶과 사상을 배제시키지 않는 중요함을 또 느꼈습니다. 책에는 작가들의 작품 사진도 볼 수 있어 좋습니다. 신학철의 <마지막 농군>, <되새김>, <질경이>에 대한 해석과 작가의 세계관을 느낄 수 있어요. 저는 <지게꾼>이라는 그림에 넋을 놓았습니다. 원본의 그림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판화가 오윤에 관한 이야기에 홀라당 빠졌습니다. 40세라는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하셨다네요. '민중미술'가로 이오덕 선생의 책 표지도 제작하셨고, 벽초 문학세계를 미술세계로 이어왔다는 글에 눈이 번쩍 했습니다. '벽초 홍명희, 임꺽정'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오윤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유홍준 선생의 이런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영감을 톡톡 던져주는 매력이 좋네요.



잡문집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2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써온 글중 시의성 있는 글만 한 권으로 편집했다고 합니다. 다섯 장으로 나누어 개인사를 말하는 듯 하지만, 다 문화예술 혹은 역사적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1장<인생만사>, 2장<문화의 창>, 3장<답사 여적>, 4장<예술가와 함께>, 5장<스승과 벗>으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부록으로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 <나의 문장수업>,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이력서가 제공되어 글쓰기에 관심있는 독자에게 아주 유용 할 것 같습니다.

자료로 <감옥에서 부모님께 보낸 편지>, <대학 3학년 때 시험 답안지>, <김지하 형이 옥중에서 지도한 글쓰기>를 읽다보면 청년시절 저자의 모습도 상상이 되고, 본인의 학문이나 글쓰기에 대한 애정과 노력의 청순함이 기특해 보이도 했네요. 청년시절의 유홍준은 어떤 사람이었나? 떠올려보며 혼자 키득거려도 보았습니다. 감옥에서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며 맏이로서 남동생으로 아들로서 갖는 책임감과 자신의 상황을 또렷하게 인지하는 내용들이 또 깨침을 줍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출소하는 날, 리영희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참으로 신기했어요. 그 인연으로 유홍준 선생의 결혼 주례를 하셨다는 사연은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혼인서약' 내용에 '나라'를 '사회'로 고쳐쓴 사진을 보면서 언어의 쓰임이 얼마나 무게가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리영희 선생님 참 대단한 분이셨어요. 언론을 통제하는 현정권에 더욱 생각나는 분입니다. 저서들 찾아 읽어 보고 싶어집니다.



이 책 읽기 시작하면서 연필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내용에 줄을 긋고, 되새김하고, 한자도 찾아보고, 따라 쓰기도 했습니다. 곁에서 작가님이 이야기 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재미가 철철 넘치네요. 담배와 헤어지는 이야기며, 영감님 관객의 작품평까지 기록하고, 지랄같이 꽃이 피었다는 시골 할머님의 말도 글로 풀어내어 웃음을 짓게하는 글쓰기의 유쾌함이 독자에게 즐거움입니다. 통문관 이겸로 선생님의 편지글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터치 감상을 위한 관심과 노력, 달항리와 사소하게 보았던 정자에 대한 설명에서는 정말이지 눈이 확 뜨였네요. 조선왕조실록을 대중들이 다 이용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위한 문화재청장 시절의 성과도 처음 알았습니다.

밑줄을 긋고 읽으며, 영남대 교수로 학생들과 허수아비를 만들어 민속원 농장에 설치한 사연에 그 시절을 떠올렸습니다. 진작에 교수님을 알았더라면 영남대로 도강이라도 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대구에 살면서 놓친것이 참 후회가 됩니다. ㅎㅎㅎㅎ


스터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는 저의 책꽂이에서 생각나면 펼쳐보는 책이 되었습니다. 내가 사는 이땅의 역사와 사람의 이야기가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는지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통해서 좀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긴 인생사를 읽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이득이 될까 싶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는 그 유명한 말.

'꽃'을 그냥 '꽃이네'로 끝나는 사람도 있지만, 그 꽃에 이름 붙이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춤과 문학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미술평론가로 가르치는 교수에 강연자, 글쟁이로 우리나라 구석구석 문화의 내력을 알리는 강연자로 이땅에 유홍준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합니다.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에는 민중과 함께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와 작품들의 서사가 전부입니다. 저자가 만났던 인연들, 작품들, 사소하게 스쳐지나간 우리 땅의 곳곳에 일상의 예술을 기록한 것이 너무 좋습니다.





"그게 그거일 수 있으나, ‘나라‘라는 말에는 파쇼 냄새가 나지만

‘사회‘ 라는 말에는 인간의 윤리가 살아 있다는 차이 아니겠어."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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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처음 식물공부 - 식물과 함께 행복해지는 맨처음 공부
안도현 지음, 정창윤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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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흔적이 사라져 가는군요.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연초록의 물결이 저물면 곧 짙은 초록이 더위와 함께 찾아오겠죠. 5월 끝자락의 아쉬움을 달래는 저녁 따뜻한 식물 그림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연어>라는 어른 동화집을 읽으면서 참 좋아했던 시인 안도현님이 벌써 할아버지가 되셨더라구요. 외손녀 슬라와 또래 친구들에게 낯선 식물의 세계를 눈높이에 맞춰 안내하고 있습니다. 식물도감처럼 정창윤 작가님의 그림이 식물 하나하나에 색감을 더해주어 흥미가 더합니다.



중년이 되면 꽃 사진이 그렇게 많아진다더니 공감이 너무 됩니다. 휴대폰 앨범엔 온통 꽃과 나무, 풍경 사진들이 가득합니다. 색감이며, 모양, 향까지 신비롭기도 합니다. 늘 바쁘게 살면서 자연은 당연히 주어진다 여겼던 시절이 있었죠. 몸이 아프고, 마음에 힘듬을 겪다보니 무심코 자연에서 치유를 하고 있는 자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무와 꽃, 바람, 돌멩이, 구름, 흙의 느낌까지 자연만한 에너지가 또 있을까 싶을만큼 산을 돌아 다녔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안도현 시인이 외손녀 슬라에게 전하는 <맨처음 식물공부>는 1장에서 4장으로 나눠서 안내합니다.

<안녕, 식물!> <동네에서 만나는 식물> <산과 들에서 만나는 식물> <강과 바다에서 만나는 식물>은 난잡하게 흩어져있던 식물의 분류를 도와줍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라일락 #메타세쿼이아 #산수유 #이팝나무 종류는 4~5월에 마을공원에서 쉽게 만날 수가 있죠. 라일락이 '수수꽃다리'라는 우리말 이름이 따로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어요. 참 이쁘네요. #은행나무 생명력이 대단해요. 공룡이 살았던 쥐라기 시대부터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다니 놀랍죠.


시인 외할아버지를 둔 슬라 너무 부럽네요. 책 초입엔 식물 관련한 기본적인 내용들이 나옵니다. 설명이 詩의 운율로 다가옵니다. "잎은 식물의 코야. 꽃은 식물의 얼굴이야. 열매는 식물의 아기야. 뿌리는 식물의 발이야 ~ " 잎, 꽃, 열매, 뿌리를 이렇게 표현하는 언어의 따뜻함이 너무 좋습니다.



식물은 밥이고, 집이고, 놀이터이고,

숨기 좋은 곳이야.

<맨처음 식물공부 / 15쪽>




책 부록엔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어울려 할 수 있는 식물놀이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식물악기만들기 #식물이름빙고 #강낭콩키우기 #식물관찰일기 활용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식물인형만들기 참 좋아합니다. 아이들과 꼭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보조서명이 참 마음에 들어요. '식물과 함께 행복해지는' 느낌적인 느낌!

그 즐거움에 빠지면 헤어나 올 수가 없죠. 저두 마흔 중반에 찾아온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걷기를 했었죠. 그러다 자연에 흠뻑 빠져서 주변에 이렇게 많은 꽃과 나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지 알았습니다.

너무 흔해서 눈여겨 찾지 않았나 봅니다. 걷기를 계속하다 자주 만나고, 그 이름이 궁금해지고, 이름을 알면 더욱 친근해지더군요. 아이들을 위한 식물공부 그림책이지만, 어른의 눈에도 꽃이름 외우는 것은 쉽지가 않았어요. 조팝나무와 이팝나무도 비슷하고,

수련과 연꽃도 제 눈엔 똑같은 것 같아요. #맨처음식물공부 옆에 끼고 다니면서 열심히 식물에 대한 이름을 불러보고 싶네요. 식물에 대한 공부를 생각하는 중이신 모든 분들께 안도현 시인의 <맨처음 식물공부> 추천 드려요.

알면 보이고, 보이면 더욱 사랑하게 될테니깐요.^^

식물은 밥이고, 집이고, 놀이터이고, 숨기 좋은 곳이야.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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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이너스 2야 - 제21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141
전앤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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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속도감 있게 소설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읽는 이'의 호기심은 '첫 문장'에서 작품을 읽는 속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고 생각한다. 열여덟 살인 '나'라는 주인공은 "양파는 만만한 생명체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오프닝 문장은 독자에게 '왜?'를 제시하고, 스토리의 궁금증을 발열한다. 열여덟 살과 양파의 상관관계는 무엇이지? 등교 전, 양파 백 개를 까야하는 이유는 도대체 뭐지? 덫에 걸린 독자는 그 의문을 찾아 <우리는 마이너스 2야>라는 스토리의 길에 들어선다.


청소년 또래의 갈등 관계를 재미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가볍게 읽고자 했었다. 여느 작품처럼 부모의 이혼이나 왕따를 극복하는 과정기를 그렸다고 짐작하며 읽다 멈칫 했다. 중국집 '미주홍'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딸 '홍미주'는 태어나 9살까지 윤택한 이모네에서 성장했다. 이후, 장사하느라 바쁜 부모 곁에서 살기 시작하며 자아 정체감에 혼란을 겪는다. 늘 스스로 외롭게 살던 시기를 지나, 고등학교에서 호감가는 친구 '윤이서'와 어울렸지만 배신의 상처로 예전의 고독을 자처하며 학교 생활을 한다.


엄마의 카드를 몰래 빼내 흥청망청 쓴 댓가로 아버지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등교 전 양파를 까야했던 미주. '빚 청산의 마지막 날' 신호등 앞에서 한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등교해서 같은 반 '김세아'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날 부터 '세아'의 혼령이 미주에게 '빌려준 500원을 갚아'라며 붙어 다닌다. 귀신의 등장이라니 '이 무슨 허무맹랑한 호로장르?'인지.

뜬금없는 영혼의 등장은 스토리의 에너지를 저해하나 했는데, 작가는 참 영리하다. 귀신의 등장으로 관심을 확 끌며, 묘하게 키득거리는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를 인물을 통해 담아낸다. '세아'의 혼령은 전생에서 할 수 없었던 행위들을 마음껏 펼친다. 미주의 치매 할머니와 고스톱을 치며,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들어준다. 미주를 힘들게 했던 '윤이서'를 놀려주고, 이란성 쌍둥이 남매 '세아'는 동생 '세정'과 친구가 되어 달라며 '미주'에게 부탁한다. 늘 혼자였던 '미주'는 죽은 '세아'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며 자신의 존재성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우리는 마이너스 2야>라는 작품은 1318문고판으로 분류되어 있다. 주인공 '미주'를 중심으로 이란성 쌍둥이 '세아&세정', 친구들 무리속에 외로운 '윤이서'를 통해 청소년들의 혼란스런 감정, 관계 맺기의 어려움을 공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문학 작품에 있어 나이의 분류가 어디 있을까? 읽는 동안 나의 청소년기도 보이고, 그 시절의 감정이 '미주'를 통해 투영되는 것 같았다.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가정에서 불운한 상황을 겪어내고, 내 탓도 아닌데 억울한 누명을 쓴 것 같이 풀 죽어 살아가는 삶일 경우 청소년기는 더 없이 자아 존재감에 상처를 입는다.

이 작품은 가볍게 읽다가도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아동 폭력으로 인한 성장기 후유증, 가정폭력, 학교폭력, 교내 따돌림 등의 시대적 문제를 이야기 하고 있다. 현직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고 있는 작가의 활동 범주를 짐작하면 작품 속의 대화 내용이 생활 밀착형이라 문제의 접근이 유연하고, 생각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힘이 있다.


주인공 미주가 양파를 좋아하는 이유는 끝없이 까도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인생도 껍질이 중요하지 보이지 않는 마음 따위가 무슨 대수인가. 양파 껍질 까듯 인생을 살고 또 살아도, 관계를 맺고 또 맺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연결이 삶의 존재성이고, 관계 속에 내가 보이는 아이러니를 열여덟이 지나고 한참을 살아내야 깨닫는 지점이 오는 것을 미주도 알게 되겠지? 오랜만에 보잘 것 없는 마이너의 삶들도 함께하면 서로의 존재를 채워 줄 수 있다는 따뜻한 작품을 만났다.



껍질과 껍질과 껍질이 쌓여 갔다. 벗겨 내도 알맹이는 없다. 그게 바로 내가 양파를 좋아하는 이유다. 인생에 있어 중요한 건 언제나 껍질. 마음 따위 볼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데 어쩌라고.

<우리는 마이너스 2야 ㅣ 목격자 8쪽>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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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 2022.여름 - 53호
자음과모음 편집부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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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 모음>은 계간지로 2008년 가을에 창간호를 시작으로 2022년 여름호까지 발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소설, 시, 평론을 중심으로 진행 되다 특별 게스트 코너를 마련해 분야의 다양한 의견을 제공하는 특징을 보인다.

이번 여름호의 특집은 다양한 그림책 전문가들의 입문과정, 작업과정, 기획의도에 대한 고민, 독자들과의 만남, 작가로서의 고민, 예술로서의 그림책에 대한 접근 등... 독자로서 늘 궁금했던 점을 공유 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시와 소설 공모작에 대한 의견, 중단편 소설&시 를 오랜만에 접하며 잊고 있었던 내 안의 문학적 감성도 느꼈던 시간 이었다. 과학자의 마음을 담은 '기록' 도 재미있게 읽을만 하다. 단순하게 주관적인 접근을 넘어 소설과 시 응모작에 대한 비평가 대화는 작품에 이해도를 높여서 좋았다.



지금, 여기 그림책

이지원

그림책을 좀 읽었다는 독자라면 알 것 같은 이름 '이지원' 게스트 에디터.

파주 출판단지에서 그림책 강연을 듣기 시작하며 만났던 것 같다. 덕분에 폴란드 #이보나흐미엘레프스카 작가를 만나기도 했던 추억.

이지원 에디터는 '자음과 모음' 특집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그림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이 그림책의 창작자, 번역가, 평론가, 큐레이터, 공모전 주최자와 심사위원, 테라피스트, 블로그와 플랫폼 운영자, 그림책 책방 주인의 이야기들을 통해 그림책이라는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지점을 인식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자음과모음, 2022 여름호, 그림책 14쪽


그림책 애독자 나는 의도에 100% 공감했다.

삼십대 초반 '김동성 #엄마마중 '을 통해 그림책 독자로 입문하여, 육아와 주부의 삶 속에 더욱 위안을 받는 쟝르로 그림책을 선택한다. 독자로 이렇게 까지 깊이 읽어야 하는가? 에 대한 의문도 가져본다. 평론가도 아니고, 작가는 더더욱 아니고, 그저 마음 내키면 바라보는 독자는 복잡한 기획자나 번역가, 큐레이터 등등의 전문가들의 마음까지 읽어야 하는지.

단순한 독자로 산다는 건 싶지 않은 것 같다. 어떤 분야든 지속적으로 파고들다보면 궁금해지고, 작가는 뭘 말하는지?, 왜 이걸 기획했지?

독자 평론가로 접어들기 시작한다. 지금의 시대는 일상의 전문가가 곳곳에 숨어있고, 관심은 파고들면 전문가의 영역속에 접속되는 것 같다. 그리하여 특집을 읽으며, 그림책 애독자로 좀 더 전문적인 그들의 이야기는 내가 15~6년간 만나며 의문을 품었던 그림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 행복했다.



어린이는 한계가 아니라 자유: 그림책이라는 예술

이수지, 자음과모음 57쪽~65쪽

이수지 작가의 그림책을 들여다보면 따뜻하면서 명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까우면서 멀게 느껴지는 묘한 느낌이 뭘까? 작가는 어떤 생각 속에 작업을 할까? 늘 궁금했었다.

이 글을 읽으며 알 수 없는 감동이 밀려왔다. 작가의 마음이 이런거 였구나!

단호한 여백미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계속 사고의 틀을 벗어나게 하는 마법.

미술 대학을 졸업하고, 가깝고 친밀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희망처럼 우연히 종로서적에서 그림책을 만났다는 작가.#존버닝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그림책 분야의 수상이력도 남다른 작가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작가로서 고민을 멈추지 않는 것 같다. 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작가의 작품을 좀 더 이해 할 수 있었고, 작품 속 아이들을 어떤 마음으로 그렸을지?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아이는 맑고 또렷하다. 내가 그림책에 원하는 것은 실은, 세계의 불가능한 명료성에 대한 나의 갈증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하고 명쾌하고 가닿을 수 없는 어떤 정수. 하나의 생명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경이로운 세계, 그 생의 초반을 온몸으로 부딪쳐서 살아내는 어린이라는 존재에 경의를 표한다. '너는 중요하다'라고 말만 하면서 정작 어린이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 세계에서,

오로지 그들을 향해 열린 매체가 있다는 사실이 위안을 준다. 나는 그림책을 만든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한다. 온 마음으로 집중하여 손끝, 발끝에서 짜릿하게 이 기쁨이 다 뻗어나가도록 자유롭게 그린다. 그게 이 그림책을 볼 어린이에 대한 나의 경외를 담는 방식이다. 이수지, 자음과 모음, 64쪽


그림책 속의 여성

김지은, 자음과 모음, 105쪽~117쪽

정기관행물 코너에서 내가 읽다 '자음과 모음, 여름호' 소장의 욕구를 맛보게 한 주제였다. #엄마의의자 #감기걸린날 은 개인적으로 소장하며 즐겨보는 그림책이다.

늘 따뜻한 가족애, 환경문제를 오리털로 이야기하는 참신함.. 그 정도까지 이해정도.

김지은의 글을 읽으며, 그림책 속의 여성의 주체성 해석은 전혀 다른 에너지로 다가왔다. 특히 #베라윌리엄스 작가의 사적 스토리와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엄마, 할머니,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이해되는 계기를 나에게 전해주었다. 늘 보던 그림책에 마법을 풀어준 것 같은 즐거움을 느끼며 감사함을 전한다.

역시 그림책은 혼자보면 딱 자신이 느끼는 그 시선을 벗어나지 못한다.

전문가적 해석과 그림책을 함께보는 친구들을 통해서 전혀다른 지점을 발견하는 색다른 해석의 즐거움. 책을 통해 또 느꼈다.




Picture books for adults: 그림책테라피가 뭐길래?

김보나, 자음과 모음, 127쪽~139쪽

몇 년 전, 파주도서관에서 '그림책테라피'의 설립자인 #오카다다쓰노부 저자를 만났다.

그때 일본 #에혼테라피스트협회 를 알게 되었고, #그림책테라피가뭐길래 (나는별, 2018)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건축가였던 저자는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다 그림책테라피 프로그램을 고안했다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그림책테라피 교육과 그 과정을 교육중인 테라피스트이 권하는 그림책을 소개하고 있어

정보로 의미있어 보인다.



신인문학상

제12회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 발표

당전작: 김이숲 '관객'

자음과 모음, 166쪽~206쪽

진짜 오랜만에 읽었던 단편소설이다.

가독성이 좋았다. 화자인 '누리'를 쫓으며, 문제를 인지 하지 못하는 유년기에서 예민한 청소년기를 지나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는 청년기까지를 엮어내는 의도가 분명해서 읽는 동안 호기심이 생겼다. '가난의 내음'이란 말에서 #기생충 을 연상하기도 했고, '부자의 내음'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왜 인지? 생각도 해보았다.

젊은 작가의 폐기도 느껴졌다. 예전은 <별산동 프로젝트>라는 가난한 달동네 사람들을 촬영하는 다큐를 통해 성장하는 동안 겪는 우울함으로 현실에 적응했다면 '김이숲 <관객>'은 좀 달랐다. 제목에서 보여주듯 자신의 삶을 '누리'는 제3자들의 반응으로 가난을 촬영한 '테라장'의 모순이나 고민, 프로젝트를 통해 가난을 현실적으로 겪는 자들에 대한 태도 등을 좀더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싶어한다.

시선의 변화가 마음에 든다. 늘 피사체를 작업의 대상자로 보는 당사자들의 태도에 대한 연구는 사실 아무도 하지 않거나 피사체 당사자들은 그럴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소설을 통해 입장차를 분명하게 말해주는 것 같아 살짝 통쾌감을 느꼈다고 할까? 독자로 하여금 입장에 대한 고민을 끌어내는 작가의 의식이 소설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한다.

아쉽다면, 심사평 처럼 지면의 한계 때문일까? 테라장의 메일의 내용이 무엇일까.. 너무 궁금했다. 누리는 테라장의 메일을 어떻게 해석할지????? 후속편이 궁금하네 ㅋㅋㅋ


자음과 모음에서는 기성작가는 물론 신인작가 발굴하는데 노력하는 것 같다.

문학 작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견해를 특집으로 구성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소통의 장을 마련해 주는 것 같다. 다양한 매체가 일상화된 시대에 소설이나 시를 읽는다는 것. 인쇄된 글을 읽는 것은 참 쉽지 않고, 그것을 권하기도 쉽지 않다.

출판시장도 현재 만만하지 않다는 소식을 계속 듣는다. 이 와중에 시와 소설을 말하고, 비평을 쓰고, 그림책이라는 대중적이면서 대중적이지 않은 영역을 여름호 지면에 과하게 기록한 태도. <자음과 모음>에 독자로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ㅎㅎㅎㅎ


편집자의 글을 옮기며,

<자음과 모음, 2022 여름호> 의 서평을 마무리한다.

덕분에 나도 그림책을 펼치면 만끽했던 묘한 해방감의 근원을 발견한 기쁨의 감사를 전한다.

해방은 홀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무위로 있어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자유이기도 하다. 잡지를 만들면서 좋은 시와 소설과 비평을 싣고 읽는 일뿐만 아니라, 이 글들이 '무엇으로부터'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질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잡지에 싣는 글 바깥에서 무엇이, 어떻게, 왜 일어나고 있는가를 묻고 답하는 자리를 통해서 문학이 문학으로부터 해방되기를 바랐다. 해방이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떠올리지 않았지만, 우리는 자주 관계와 공존, 함께하는 일의 의미를 논의했고 현실적으로 문학 외적인 작업이라 칭해지는 지점들에서 그것을 확인하려는 일련의 기회을 꾸려왔다.

그런 과정에서 몇 계절 전부터 잡지를 기획하는 우리의 관심 가운데 '그림책'이 있었다. 그림과 글이 동등하게,때로는 그림이 글을, 글이 그림을 대신하기도 하면서 시각과 언어라는 장르를 허무는 모험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시도하는 예술로서의 그림책을 누군가와 함께 들여다보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그림책을 여닫을 때마다

만끽하게 되는 이유 모를 묘한 해방감의 근원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다.

자음과 모음, 김나영, 해방에 대하여 4쪽~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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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 컬러링북 빨강 머리 앤 컬러링북 1
더모던 편집부 지음, 장율리아 그림 / 더모던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너무 좋아했다는 여사친 엄마의 말씀.
색칠하며 앤의 세계로 빠졌다나요 ㅋㅋ
여사친 소유는 앤을 너무 좋아해서~~ 선물했는데.
너무 행복하게 즐긴다고 합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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