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아주 우연히도 만난 책이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인연이 닿아 나의 무릎 틈에서 비비적 거린 책이다.

서명이며 표지 색깔도 참으로 독특하다. 세련되어서 라기보단 뭔가 최근 출판물의 세련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이고, 서명도 좀 저돌적이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의 저자 '세실 앤드류스'는 커뮤니티 교육 전문가이다. 거기에 미국 전환운동 활동가, 지속가능한 공동체 시애틀 피니 에코빌리지 설립자이다. '자발적으로 단순하게 살기', '당신의 시간을 되찾아라', '공유경제' 등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간략한 약력만 보더라도 낌새 빠른 독자라면 대충 짐작 할 것이다. '커뮤니티, 전환운동, 지속가능한 공동체, 자발적, 단순하게 살기, 공유경제' 자본주의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와는 반대의 언어들이 난무하다. 민족의 해방을 맞고, 육이오 동난을 경험한 우리 부모세대들은 굶주림에 죽기 살기로 살아왔다. 굶주림을 벗어나 먹는 것은 해결 되었으나, 2013년 현재는 무한경쟁과 상대적 박탈감, 빈부의 격차, 무직자에 비정규직, 독거노인과 교육의 편향성 등은 굶주림과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와 적대감을 품은 시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시장경쟁과 교육을 이어받은 한국 역시 저자가 말하고 있는 인간성 상실과 경쟁 스트레스, 공공성의 정체, 돈과 계급상승에 대한 목표만이 판을 치는 사회와 닮아있다. 영민한 시민들은 자본이 만들어 놓은 사회를 재구성하기 위해서 '대안'의 영역을 구축하기 시작함을 이야기 하고 있다. 대안의 시민사회를 거대한 담론과 실현하기에 벅찬 계획을 논했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읽어내지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첫 단추를 '대화'라는 소박한 우리의 일상에서 권하고 있다. 우리 삶의 불평등과 존엄한 인간성에 대해, 인간의 최고 목표인 행복한 삶과 서로에 대한 정중함, 자유로움에 대해 이야기 하듯이 전하고 있다. 거대한 집단과 대항하기 위해서 깃발을 대걸기 보다는 자신의 집 거실에서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고, 휴대전화의 비밀작전과 플래시몹으로 아프가니스탄 전쟁 반대에 참여하는 등의 전환운동(Transition movement)을 거론한다.

 

이 글을 읽는 동안 우리들의 '촛불시위'가 생각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02년 미군장갑차에 깔려 죽음을 맞이한 미선효순양의 사건이 무죄로 인정되면서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전국에 열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깃발을 내리 꽂고, 체류탄이 오고가는 무력의 긴장감이 아닌, 촛불을 마주하며 여고생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각인 시켰던 집회는 현재는 시위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으니 말이다. 저자가 말하는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삶이란 이런게 아닐까?

 

저자는 책을 통해 많은 진보적 학자의 글을 인용하고, 대화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받은 예술가들의 사례를 담고 있다. 진보적 발언에 서슴없는 '노암촘스키', 자유적 삶을 지향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 나와 너의 관계를 설판한 '마르틴 부버' 등 이 남긴 명언들을 한구절씩 음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라면 재미였다. 유독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나니아 연대기> 저자 C.S. 루이스와 <반지의 제왕> 저자 J.R.R. 톨킨의 만남 이었다. 이들이 역사에 남을 대작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대화 모임에서 영감을 얻었고, 상상력에 자극을 받아 탄생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대'라는 속성은 단순히 이야기를 한다는 행위를 넘어 관심을 유도하고, 생각을 일으키고, 변화를 꿈꾸고, 실현하는 유기적 과정을 경함하게 한다.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엘리트 계층이 주도했던 사상은 굳어버렸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이 단점을 안고 있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창조적으로 자신의 삶과 사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세상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의 시작은 오프라이든 온라이든 '대화'를 통해 지금 당장 유쾌한 삶을 논하는데서 시작된다. 우연히 집어든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에 공감의 한표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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