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때마다 친구들 해외여행 가는거 부러워하던 아이들을 데리고 드디어 우리도 여행을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남편과 심사숙고 여행사 상품을 고른 끝에 7박 8일 서유럽(프랑스, 스위스, 이태리)으로 정했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비수기를 골랐고, 항공사도 모스크바를 경유해서 가는 러시아 항공으로 했더니 1인당 50만원 정도는 절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내식이 너무 입맛에 안 맞았고, 첫 날과 마지막날 호텔이 형편없어서 돈 아끼려면 역시 고생을 해야 한다는걸 뼈저리게 느꼈다!!
첫 날과 마지막 이틀은 대부분 비행기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모스크바에서 비행기를 갈아탈 때 두 시간 반 정도 기다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모스크바 공항을 둘러보고 나니 우리나라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얼마나 깨끗하고 잘 지어진 공항인지를 알았고 새삼 자랑스러웠다.
모스크바공항의 화장실 모스크바 공항내에서, 공항 안이 전체적으로 어둡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인형들이 전시된 면세점. 남성정장매장. 곰이 예뻐서 한 컷.^^
둘 째날 - 파리
흔히들 파리를 낭만과 예술의 도시라고들 부르곤 한다. 사실 공항에 도착했을때는 밤이었기때문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아침이 되어 거리를 누비고 다니니 그때서야 내가 파리라는곳에 있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있어서 거리는 모두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의 행렬과 온갖 화려한 장식 불빛들로 생기가 넘쳤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역시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앞에서.
모나리자 그림은 생각보다 작았다. 미술책에서만 보던 숱한 명화들 앞에서 한 컷.
옛날에 궁전이었던 흔적을 보여주는 화려한 천정. 미켈란젤로의 조각작품 <노예>. 미완성
파리지엔들이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카페. 온갖 한국말로 관광객을 웃게 만들던 웨이터
몽마르뜨언덕 사크레쾨르 성당 앞에서 수많은 화가들이 초상화 그려주는 곳
개선문 앞에서 모처럼 가족 모두^^ 에펠탑을 배경으로 남편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밤에는 반짝이는 에펠탑과 샹제리제 거리를 즐길 수 있다. 그 환상적인 야경을 카메라에 담아왔어야 하는데 우째 이런일이....!! 개선문 앞에서 사진을 찍고나니 디카 배터리가 다 되는 바람에 더 이상 카메라가 작동이 안 되는 것이었다. 결국 에펠탑 사진은 일회용 카메라로 찍었다. 여분의 배터리를 가져가지 않은 준비성 없는 와이프를 타박하지 않고 열심히 일회용 카메라 필름을 돌리며 셔터를 누른 우리 남편에게 감솨!!! 어쨌든 일회용 카메라의 한계때문에 화려하게 빛나는 에펠탑은 찍지 못했다. 흑흑~
저녁을 먹은 후 바로 에펠탑 야경과 세느강 유람선 투어가 옵션이었는데 옵션 가격이 1인당 80유로였다. 우리 가족이 모두 선택하면 320유로...얼른 계산해보니 40만원 정도가 드는 것이었다. 유럽이건 한국이건 사람사는데는 다 비슷비슷할텐데...에펠탑 한 번 올라가고 유람선 한 번 타는데 1인당 10만원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을 먹으며 남편과 함께 의논을 했다. 결국 우리 가족만 용감하게 빠져나와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기로 결정! 마침 저녁식사를 하러 간곳이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이었고, 그곳으로 오는 길에 에펠탑이 걸어서 가도 될만한 거리에 있다는 것을 남편이 보았다고 하길래 저녁을 먹고 에펠탑까지 걸어가서 구경을 한 후 콜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우리가 옵션에 참여하지 않고 따로 에펠탑에 가겠다고 했더니 현지 가이드와 인솔자가 우리를 겁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자기네는 단체로 가니까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지만 개인이 가면 1시간도 넘게 기다려야 하며, 콜택시로 숙소(호텔은 파리 외곽에 있었다)까지 갈 경우 요금이 200유로도 넘게 나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파리 택시는 3명만 타게 되어 있어서 4인 가족이 탈 경우 추가 요금까지 내야 하고, 가장 큰 문제는 크리스마스 시즌인데다 주말까지 겹쳐 콜택시 부르는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순간 불안감과 함께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파리까지 온 이상 에펠탑에서 야경은 꼭 보고 싶은데 터무니 없는 요금을 지불하기는 싫고... 고집을 피웠다가 추운 밤에 미아가 되지는 않을까 겁도 나고... 그 때 마침 남편이 지나가는 식당 주인에게 조용히 부탁을 하는 것이다.
"저...여기서 에펠탑까지 걸어갔다가 오려고 하는데 나중에 저희가 여기로 다시 오면 택시 좀 불러 주실 수 있나요?"
"아~ 물론이죠. 다녀오세요.^^"
그 순간 남편이 어찌나 지혜롭고 현명해 보이던지!!! 너무나 흔쾌히 부탁을 들어주신 식당 주인 덕분에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행과 헤어져 파리 시내를 우리끼리 걸어다니며 상점안을 구경도 하고 건물 감상도 하면서 잠깐이나마 파리지엔이 될 수 있었다.^^ 에펠탑 앞에서는 가이드 말대로 한시간 정도를 기다려 입장을 했는데 기다리는 동안 온갖 국적의 사람들로부터 온갖 나라말들을 들으며 서 있어야 했다. 제일 힘들면서도 웃겼던 것은 우리 바로 뒤에 서 있었던 젊은 연인들의 키스하는 소리!!! 5초마다 한 번씩 쪽쪽쪽 소리를 내는 그들의 애정행각에 무심하기란 엄청 힘든 일이었다는거...나중엔 그 젊은이들 입술이 없어진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으니까.^^ 아.. 글로벌과 에로틱과 추위가 난무하던 에펠탑 앞의 줄서기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 ㅋㅋ
아무튼 기다림 끝에 꼭대기까지 올라간 에펠탑은 생각보다 무지무지 높았는데 밑으로 펼쳐진 파리 야경은 환상 그 자체였다. 나는 사실 좀 무섭기까지 했다. 너무 높아서...^^;; 그래도 보석이 흩뿌려져 있는것처럼 반짝이는 도시를 320M 높이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니 무서움쯤은 당연히 참아야 했다.
에펠탑에서 내려와 다시 한식당으로 향했을때는 밤 9시 30분 정도였는데, 식당 주인이 콜택시를 불러주었는데 가이드 말대로 좀 기다려야 하긴 했다. 하지만 15분정도 기다렸을 때 택시가 도착했고, 식당 주인이 운전사에게 1명 더 타는것에 대한 추가요금을 받지 말아달라고 당부까지 해주는 친절함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호텔에 도착했을 때 미터기에 나온 요금은 28유로! 나는 현지가이드가 파리 택시가 비싸다고 누누이 강조한 말이 떠올라 50유로 정도는 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을 때 운전사가 미터기를 가르키며 더 달라고 요구한 요금은 5유로!!! 우리는 기분좋게 35유로를 주고 내렸다. ㅋㅋ 추가요금을 안 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깎아는 준것이었다. 결국 에펠탑 입장료 45유로에 택시요금 35유로. 우리는 에펠탑 야경 투어를 90유로에 해결할 수 있었고 밤 10시에 숙소에서 편히 쉴 수 있었다.
세느강 유람선은 타지 못했지만 내가 워낙 추위를 많이 타 추운 강바람 맞으며 유람선 타는것에 대해서는 그닥 아쉬움도 없었다. 나중에 옵션 관광을 하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세느강 유람선에서 내렸을 때 일행이었던 중학생 남자아이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바람에 그 아이를 찾아 헤매느라 경찰에 신고까지 하는 난리법석을 피웠다는 것이다. 결국 늦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아이를 찾았고 다들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 그 얘기를 해 주시며 우리를 어찌나 부러워들 하시던지 지금도 그 때 용감하게 우리 갈 길을 갔던 선택이 뿌듯하게 느껴진다!*^^*
잭과 애니가 1889년 파리의 만국박람회에 가서 에디슨, 에펠, 파스퇴르, 벨을 만난다는 내용이다. 에펠탑의 꼭대기에는 구스타프 에펠의 방이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 만국박람회때 에펠과 에디슨이 여기서 만났다고 한다. 책에서는 잭과 애니가 에펠탑 꼭대기에 모여있는 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에펠탑의 계단 1652개를 걸어서 올라가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도 그 높이와 매서운 바람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렸던 나로서는 어린 주인공들의 배짱이 놀라울 뿐이다. 마지막 부연설명에서 벨이 전화를 발명하게 된 경위, 에디슨이 발명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파스퇴르의 업적, 에펠이 에펠탑과 자유의 여신상을 세운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