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과학동아 2008.1.15 - 26호
과학동아 편집부 엮음 / 동아사이언스(잡지) / 2008년 1월
품절


환경부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공동 주최한 제 1회 "대한민국 10만가지 보물이야기 사진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국 고유 생물종의 사진이 화보로 실려있다. 하늘, 땅, 물속의 아름답고 진기한 동물 사진이 생생!!

26호 특집은 <바이오인식>에 대한것이다. 우리몸의 어느 부분이 생체정보로 이용되는지, 바이오인식으로 미래사회가 어떻게 바귈것인지 궁금하다면 특집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여러가지 다양하고 풍부한 과학상식을 이용해 친구들과의 대화를 즐겁게 이어가려면 과학 뉴스를 꼭 볼것!

"제임스 허턴"이라는 과학자의 이름은 어린이 과학동아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과연 이 과학자가 연구한 부문이 어떤것인지는 책을 통해 확인하시길^^

겨울철의 불청객 정전기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 있는 "과학탐정 닥터고글"

겨울방학동안 체험학습으로 뭘 해야 할 지 고민이라면 여기서 도움을 받아도 될 듯! 한겨울에 곤충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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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거의 없는 편이다. 친가쪽이나 외가쪽 할아버지 두 분 모두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에 어쩌다 한 번 뵐 일이 있어도 어렵게만 느껴질 뿐, 할아버지께 어리광을 부리거나 해 본 기억이 없다. 어릴 때는 여름방학동안 곧잘 할아버지댁에서 지내곤 했는데, 그 때도 그저 난 방에 틀어박혀 책이나 읽고 지내는 정도였고, 할아버지께서는 그런 나를 공부 열심히 한다고(?) 기특해 하시곤 했었다. 

정작 할아버지로서의 진한 애정은 장손이었던 내 동생에게만 갖고 계셨기에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나 나나 서로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딱 피붙이로서 필요한만큼의 애정만 지닌 채 지내온 것 같다. 할아버지께선 내가 결혼하고 얼마 안 있다 돌아가셨는데 어른이 되도록 할아버지와 내가 같이 만든 추억 하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더 쓸쓸하게 했었다. 하긴...어쩌면 그런 추억이 없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별로 없었기때문에 할아버지의 죽음앞에서도 나는 의연할 수 있었던것이겠지. 

리버보이를 읽고 제일 먼저 떠올린것은 이렇듯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우리 아이들이기도 했다. 어떤 한 사람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슬픔과 충격의 크기는 분명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시간과 애정의 깊이에 비례할것이고, 그 만큼 죽음이라는것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터... 15살 제스와 엇비슷한 나이의 우리 아이들에게 만약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죽음이 찾아온다면 그 애들은 어떤 방식으로 그 상실을 극복해 나갈것인지...그 후에 자신들 앞에 놓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그리고 그런 모습을 나는 또 어떤 마음으로 지켜보게 될 것인지... 나도 모르게 마음은 착잡해지고 제스가 겪고 있는 온갖 심정의 변화가 나에게도 똑같이 찾아든 듯 싶었다.

리버보이는 어찌 보면 매우 심심하게 보일 정도로 별다른 변화가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극적 요소가 없는 내용을 단순한 등장인물들이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이렇게 지루한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계속 읽어나가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독자로 하여금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소녀 제스를 자꾸만 응원하게 만드는 저자의 이야기 솜씨때문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유하고 싶었던 듯 하고, 이를 위해 끊임없이 흘러가며 순환하는 강물을 인생의 시작과 끝에 비유하며 소설의 배경으로 선택했으리라. 또한 할아버지에겐 그림을 통해, 제스에겐 수영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게 함으로써 주인공들 모두 삶과 죽음에 대해 의연한 태도를 보이도록 하는데 이 또한 독자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들을 응원하게 만드는 이유중의 하나다.

죽음을 앞두고 움직이기조차 힘든 몸으로 마지막 그림 "리버보이"를 완성하려는 할아버지의 고집스러운 의지는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제스에게, 그리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손을 움직일 수 없어 결국 그림을 포기했을 때 제스가 할아버지를 설득해 함께 그림을 완성하는 장면은 잔잔하게 흘러가던 내용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한 사람은 생을 마감하면서, 또 한 사람은 삶에의 도전을 시작하면서 완성한 그 그림은 할아버지와 손녀를 이어주는 매개체요, 삶의 끝과 시작이 만나는 접점, 그리고 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손녀가 대신 이루기를 바라는 희망이었다.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게 되지만, 제스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경험했던 슬픔, 연민, 좌절, 깊은 애정까지 수많은 감정들을 할아버지와의 추억으로 마음속에 담아둘 수 있게 된다.

제스가 할아버지와의 이별여행에서 만난 리버보이는 살아가면서 늘 되새겨야 할 <꿈>이자, 삶에 대한 <정신>이다. 바다까지 흘러가는 강물에 동화되어 유려하게 헤엄쳐갔던 리버보이는 바로 죽음을 앞두고도 삶에 자긍심이 있었던 할아버지요, 또한 할아버지의 죽음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 앞에 놓인 삶에 도전하는 제스 그 자신이었다. 리버보이는 또한 수많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다. 끊임없이 삶을 시작하고 도전하고 끝을 맞이하는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리버보이는 늘 이렇게 말할것이다.

삶이 항상 아름다운건 아냐. 강은 바다로 가는 중에 많은 일을 겪어. 돌부리에 채이고 강한 햇살을 만나 도중에 잠깐 마르기고 하고. 하지만 스스로 멈추는 법은 없어. 어쨌든 계속 흘러가는거야. 그래야만 하니까. 그리고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지. 그들에겐 끝이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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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1-14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뉴베리 수상작이던가요? 읽고 싶은 책인데... 제목 때문에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이 생각나네요. ^^

책향기 2008-01-14 14:40   좋아요 0 | URL
해리포터를 제치고 카네기 메달을 수상했다고 광고하더군요. 해리포터를 제쳤다는 말에 내용이 굉장히 역동적일거라 생각했는데 잔잔하고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어요^^

미즈행복 2008-01-16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할아버지나 할머니와의 추억을 만들어주기 싫어하는 엄마가 대부분 아닌가요? ^^ -시댁 다들 안가려고 하잖아요-

책향기 2008-01-17 14:46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추억을 만들어주기 싫어한다기보단 생활이 바쁜것도 이유중 하나일거 같은데요...저는 결혼해서 시아버님이랑 8년가까이 살다 분가했고 지금도 2주에 한번씩은 찾아뵈요. 근데 아버님이 움직이는걸 싫어하셔서 아이들과의 추억이란게 그저 집에서 TV시청하는것밖에 없을거 같아요.ㅋㅋ
 
<그늘의 계절> 서평단 알림
그늘의 계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그늘의 계절>이라는 제목에서는 어쩐지 사랑에 실패한 사람의 상처입은 마음이나 구비구비 삶의 신산함을 견뎌온 노년의 쓸쓸함같은게 느껴져 나는 이 소설이 추리소설일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었다.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 없었고, 이 소설이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돼 인기가 높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이 책을 받아든 나는 일단 산뜻하고 유머러스한 책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제목에서 풍기는 우울하고 가라앉은 느낌과는 다르게 책표지의 일러스트는 인물의 과장과 생략이 과감하고, 색감이 원색인데도 튀지않게 적절히 조화되어 있다. 게다가 차 안에 앉아 있는 세 사내의 웃음기 없는 표정들은 그들 사이에 뭔가 비밀스러운 파워게임이 진행중일것이라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묘한 힘이 있는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표지의 장면이 <그늘의 계절>에 등장하는 세 인물을 묘사한 것이라는것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고 그림을 다시 보니 세 남자의 표정을 어쩜 그렇게 캐릭터에 딱 맞게 그려냈을까 뒤늦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 소설은 네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태로 진행되는 추리소설이다. 그런데 요코야마 히데오의 추리소설은 묘한 감흥을 자아낸다. 그가 모티브로 삼은 네 가지의 사건은 미스테리의 요소도 물론 있지만  그저 살다보면 어쩌다 겪을 수도 있는 에피소드라고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D현경 본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의 이야기 솜씨는 양념을 맛깔나게 버무릴 줄 아는 숙련된 살림꾼의 솜씨처럼 딱 적당한 흡입력을 가진 듯 하다.

<그늘의 계절>에서는 경무과에 근무하는 인사 담당자 후타와타리 신지가 사건을 풀어 간다. 경찰계의 거물로 퇴직과 동시에 경무과에서 마련한 자리인 "산업폐기물불법투기감시협회" 전무이사에 3년을 약속하고 취임한 오사카베 미치오. 그는 무슨 이유에선지 약속된 임기 3년을 마치고도 전무이사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폭탄선언을 한다. 승진과 징벌등을 표나지 않게 인사이동 시기에 맞춰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깔끔하게 처리하고 퇴직경찰의 재취업도 알선해주는 것이 경무과의 힘이고 후타와타리의 능력이었는데, 오사카베의 느닷없는 선언때문에 그를 뒤이어 전무자리에 취임하려 했던 방범과장의 자리가 붕 뜨게 되고 경무과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게 될 위험에 처한것이다. 오사카베의 진의를 알기위해 그를 찾아간 후타와타리는 그가 흰 머리의 운전사를 대동하고 산업폐기물 현장을 수도 없이 누비고 다녔으며 그 지점을 표시한 지도 꾸러미를 발견하게 된다. 과연 오사카베는 산업폐기물투기 현장을 잡으러 그 많은 곳을 누비고 다니는 것일까?

<땅의 소리>는 경무부 감찰과 감찰관으로 일하는 신도 다카야시가 어느 날 Q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소네 가즈오에 대한 밀고를 받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네 가즈오는 성실하고 사람 좋지만 오래도록 승진을 못하고 있는 사람인데 밀고 내용은 "PUB 무무의 마담과 호텔에서 밀회한다"는것이다. 마지막 승진기회를 남기고 "하늘의 소리"만을 기대하고 있는 소네에 대해 날아든 이 밀고는 내부자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외부인에 의한것인가? 

<검은 선>은 여경에 대한 이야기다. 순사로 임명받은 지 5년째인 스물 둘의 여경 히라노 미즈호가 어느 날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게 된다. 그 전날 범인의 몽타주를 완벽하게 그려 범인검거에 공을 세워 기뻐했던 그녀가 바로 다음 날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여경 담당 계장 나나오 도모코가 그녀를 찾아 나서고, 그녀의 기숙사 방에서 향수냄새와 차 안의 담배꽁초만이 단서로 드러나게 되지만 히라노는 평소 향수를 뿌리지도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기에 그녀의 행방은 더욱 더 묘연하기만 하다.

<가방>에서는 경무부 비서과의 과장보좌로 "의회 대응" 직무를 맡고 있는 쓰게 마사키가 등장한다. 정기 현의회에서 오고 갈 의원들의 질문과 경찰의 답변에 대해 미리 사전조사하고 준비하는것이 그의 일이다. 그런 그에게 우가이 현의원이 "폭탄"질문을 하나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날아든다. 질문을 미리 알아내지 못할 경우 답변이 궁해 D현경 본부장이 진땀을 흘릴 것은 뻔한 일이고 그러면 의회 담당인 자신의 목이 날아갈 것은 자명한 일일 터....사방팔방으로 질문의 내용을 알아보려다 결국 우가이의 호텔 방까지 찾아간 쓰게는 우가이가 자리를 비운 사이 서류들이 들어있는 가방을 보게 된다. 미친듯이 가방 속 서류를 뒤진 쓰게는 "폭탄 질문"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가이는 있지도 않은 "폭탄 질문"을 왜 흘린것일까?

네 가지 이야기를 다 읽고 나니 문득 의학드라마로 인기를 끌었던 <하얀 거탑>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을 다루었지만 병원이라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치열한 암투까지도 불사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의사보다는 조직내 한 개인, 인간을 느끼고 많은 공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 나라나 그렇겠지만 일본국민의 저 깊은 정서에는 아무래도 조직과 개인간의 관계에 대한 불문율 같은것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것 같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조직은 지켜져야 한다는 암묵의 약속....

저자 요코야마 히데오는 경찰이 범인을 잡는 사건이 아니라 경찰이라는 조직내에서 한 개인이 어떤 식으로 경쟁하고 어떤 식으로 살아남는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 도태되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해 낸다. 그러한 경쟁속에서도 조직은 결국 지켜내야 한다는 신념이 곳곳에 보이는 것은 아마도 그가 일본인이고 또한 기자출신이기 때문일까?

어찌됐든 추리소설을 표방하고 있음에도 어떤 이야기에서는 애틋한 부정을,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페미니즘을 느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야기에서는 출세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남자의 서글픔을 나는 느꼈고, 그 점이 바로 이 작품이 발산하는 묘한 매력이 아닌가 싶다.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호기심을 채워나가다 보면 어느 덧 인생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안고 나오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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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8-01-01 0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재미있겠는걸요?
일본 추리소설을 겨우 몇권 읽었으나 아직 땡기는 것을 발견 못했는데 이번에는 한번 기대를 다시 걸어봐야겠어요.

책향기 2008-01-02 12:02   좋아요 0 | URL
일본 소설들은 어떤 장르이던간에 일본 특유의 느낌이 있는거 같아요. 미즈행복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제아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11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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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위에 번져있는 분필 글씨 "문제아"를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공교육 시스템인 학교를 못 견뎌하는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나이 정도의 청소년과 그를 끝없는 사랑과 인내로 감싸 안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겠거니 지레 짐작하고 말았다. 아마 선생님과 부모님 둘 중 하나는 주인공에 대해 이해해 보려는 시도조차 않는 기성세대로 나오겠지 하는 추측만으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꽤나 오랜 시간 망설여 왔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 끝에 책을 펼쳐들고 만난 징코프는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도 이제 막 밝고 넓은 세상을 향해 달리기를 시작하며 "야호"소리치는 꼬마아이가 아닌가!! 그 꼬마 징코프가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할 때까지의 모습을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문체로 보여주고 있었다.

징코프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보여주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는 때로는 키득거리는 웃음을 참지 못하게도 하고 때로는 마음 한 구석에 따뜻함을 선물하기도 했다. 확실히 징코프는 이 세상 사람들과 어울려 무난히 살아가기에는 힘든 구석이 많은 녀석이다. 입학식때 엄마가 쓰고 가지 말라고 50번은 넘게 말한 기린모자를 쓰고 가서 바로 담임선생님께 눈도장을 찍는 징코프. 글씨는 개발괴발인데다 운동능력은 거의 전무한터라 서로 자기팀에 올까봐 두려워하게 만드는 징코프. 거기다 위까지 약해 툭하면 먹은것을 토해내곤 하는 징코프.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징코프는 이미 어릴 때부터 패배자의 조건을 모두 갖춘 아이였다. 징코프의 마음 속 가득히 들어차 있는 자신의 삶과 가족, 친구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교에 대한 맹목적일정도의 사랑을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능력만으로 그 아이를 패배자로 규정짓고 마는 친구들과 비즈웰 선생님....자신을 패배자로 여기고 비웃는 친구들의 마음을 눈치채지도 못하는 징코프는 그래도 늘 주어진 삶에 열정적으로 다가가고자 애쓴다. 결과가 좋게 나온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다행인것은 담임선생님 중에 이런 징코프의 순수함을 인정해 주는 미크 선생님, 얄로비치 선생님이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남다른 아들을 끝까지 응원하는 부모님이 있다는 사실이다. 교실에 쓰고 온 기린모자를 벗게 하면서 혹시나 마음상해 하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미크 선생님. 엉망으로 기어다니는 징코프의 글씨를 보고 "Z선생, 선생께서 종이위에 연필을 움직일 때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군요."라고 야단은 치지만 다른 선생님과 달리 웃으며 그 말을 해 주는 얄로비치 선생님.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도 "천번 축하해"라고 말하는 엄마. 자신때문에 운동회에서 져서 의기소침해 있는 아들과 함께 가스만 많이 낭비하면서 드라이브를 해주는 아빠.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징코프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던 징코프의 마음과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손을 내밀 수 있었던 힘은 바로 이분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리라.

남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아이 징코프. 글쎄....아마도 나는 징코프를 책 속 주인공으로 만난 터라  "남과는 약간 다른" 아이라고 여길 수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만약 징코프가 우리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에 실제 다니는 아들 친구였다면, 아니 실제로 내 아들이었다면 징코프를 그저 '남과 약간 다를 뿐이지....'라고 여길 수 있었을지 자신할 수는 없다. 아니...부끄럽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을 읽기전 나였다면 분명 나도 그 아이를 약간 모자라는 아이로 여겼겠지... 하지만 책의 첫머리에 "우리는 그 아이와 함께 자란다."라고 했던 저자의 말대로 나 역시 징코프가 자라는 동안 내  마음이 함께 자랐음을 말하고 싶다.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놓고 천 번 축하해 주기보다 잘잘못을 따지며 야단치는 엄마였던 나. 그런 내가 징코프와 미크선생님, 얄로비치 선생님, 그리고 징코프의 부모를 만나고 나서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깨닫게 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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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11-3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아라는 일본 소설로 생각했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고 싶네요.

책향기 2007-12-01 10:05   좋아요 0 | URL
아.. 같은 제목의 일본 소설도 있나보죠? 몰랐네요. 저도 애들 보고 읽어보라 했답니다^^

뽀송이 2007-11-30 2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괜찮죠.^^
전 이 책이 유쾌하게 읽혔답니다.^^
그게 매력인 작품이기도 하다고 생각했지요.^^;;

책향기 2007-12-01 10:08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저도 이 책 읽으며 많이 웃다가 찡하다가 그랬어요. 마지막에 본스라는 친구가 징코프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너무 좋았구요^^

미즈행복 2007-12-0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말씀대로 책 속의 주인공일때는 이해가 가고 공감이 가는데, 만약 내 아이라면 아니면 내 아이의 친구라면 그런 반응을 보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내 안의 이중성이겠죠?

책향기 2007-12-11 16:22   좋아요 0 | URL
미즈행복님 책 읽고 저도 그런 이중잣대때문에 약간 마음이 불편하달까...우리 애가 징코프같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순오기 2007-12-15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향기님 축하드려요.
저는 이 책이 참 가슴 아픈 독서였어요. 우리 아들이 생각나서...

책향기 2007-12-24 09:4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뭘 축하하신다는 말씀인지....? 저 열흘동안 여행갔다가 지금 들어왔거든요.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님의 리뷰 읽고 저도 참 마음이 짠했더랬어요.

책향기 2007-12-24 13:05   좋아요 0 | URL
에공... 찬찬히 둘러보고 나니 순오기님 축하의 의미를 알겠군요. 저는 그저 다른 분들이 리뷰를 많이 안 쓰셔서 올라간 듯 싶은데요^^;; 정작 축하받으실 분은 님이시던걸요. 늦었지만 많이많이 축하드려요!!!

순오기 2008-01-14 00:44   좋아요 0 | URL
제가 그동안 님의 서재에 안 왔었나 보군요. 님의 댓글을 이제서 보는걸보니...여행후기를 보니 부럽군요. ^^
 
위그든 씨의 사탕가게 - '이해의 선물' 완전판 수록
폴 빌리어드 지음, 류해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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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위그든씨의 사탕가게>를 다 읽고 나서 떠오른 단어는 바로 추억이라는 단어였다. 저자 폴 빌리어드가 담담한 필체로 묘사하는 그의 어린시절과 청년시절의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사람만큼 추억이 많은 사람이 또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살짝 부러운 마음이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어릴때부터 컴퓨터게임, TV프로그램등 영상매체에 길들여지고, 학교와 학원 오가다 보면 노는것이라곤 부모따라 콘도나 펜션에 가서 노는게 대부분일 우리 아이들에겐 과연 어떤 추억이 남겨져 있을까....? 나만 해도 어릴 때 혼자 해돋이를 보겠다고 겨울 새벽 바닷가 등대에 가서 오돌오돌 떨던 시간, 여름방학 할아버지댁 평상에 누워 쏟아질것 같은 별무리를 바라보던 시간, 아침에 일어나 동생 손잡고 엄마 아빠 가게까지 가서 밥먹고 등교했던 시간등...꽤 많은 아날로그적 추억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는 세대인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 폴 빌리어드가 풀어놓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읽어보면 문명이 발달할수록 추억은 점점 사라지는것이 아닐까 하는 염려가 생길정도로 20세기 초에 보낸 그의 유년시절은 온갖 재미있고도 기발한 장난으로 가득차있고 또한 마음 훈훈해지는 정이 넘쳐흐른다.

<이해의 선물>은 사탕을 사며 은박지로 싼 체리씨로 값을 지불하려 했던 어린 소년에게 거스름돈까지 내어주었던 위그든씨에 대한 이야기로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이야기다. <사랑에는 끝이 없다>는 첫사랑 담임선생님께 선물한 야생화환에 독이 든 담쟁이가 섞여서 선생님이 입원까지 하게 되지만 선생님은 "아들을 낳으면 꼭 너처럼 키우고 싶어."라고 위로해주는 내용이다. 바지에 오줌을 쌌다고 일학년 아이를 세시간이나 교실 한 구석에 세워놓았다는 어떤 선생님께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안내를 부탁합니다>는 전화교환원과의 교감이 감동적이고, <양배추머리>는 이웃집에서 양배추농사를 짓는 아저씨의 드러나지 않는 배려가 따뜻하다.

이렇듯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내 아들이었다면 정말 속 꽤나 끓였겠다 싶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개구장이로서의 면모도 다분하다. <방화범>에서는 공원에서 감자를 구워먹다가 불을 냈던 추억(?)이 나오고 <감기약 도둑>은 사탕처럼 맛이 좋은 감기약 드롭스를 훔쳐서 한꺼번에 먹고 토해버렸다가 들킨 내용이다. <위험한 불장난>은 이모부네 집 4층에서 이종사촌과 쓰지않는 세면대위에다 불을 지펴 감자를 구워먹으려다 소방차가 출동하게 된 이야기다. 진상을 알게 된 소방관은 매우 언짢은 표정으로 돌아갔고 저자는 어머니에게 단단히 꾸중을 들었고 이종사촌은 이모부에게 두들겨 맞았다고 한다. ㅋㅋ 게다가 <롤러코스터>에서는 형과 함께 집 마당에 나무로 롤러코스터를 설치해서 직접 탔다가 속력을 이기지 못해 석탄광에 나가떨어져 다리가 부러지고 만다. 결과는?? 형이 아버지에게 두들겨 맞는다...^^;; 이 외에도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완고했던 아버지를 결국 이해하는 모습과 생활력 강했던 어머니에 대한 추억은 위트넘치면서도 마음 한 켠이 따스해지는 힘을 갖고 있다. 

저자 폴 빌리어드는 열네살의 나이에 세상에 나와 공학자, 수의학자, 생태연구가,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다방면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힘은 분명 어릴적 그가 자라온 환경과 무관치 않을것이다. 숲속을 다니며 벌레와 식물을 관찰하던 일, 늪지대에서 낚시를 하던 일, 형과 롤러코스터를 만들었던 일등이 차곡차곡 그에겐 경험으로 쌓여 그가 가잔 여러가지 달란트의 바탕이 되었을테니까... 광활한 자연, 부모님의 사랑, 형제애, 그리고 주변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소년을 둘러싼 이런 환경들은 어린 소년의 넘치는 호기심과 에너지가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 사고들이 개구장이의 말썽이 아니라 좀 더 성숙한 어른으로 커가는데 필요한 성장통으로 여겨지도록 하는 이유이다.

며칠 전 컴퓨터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자신의 아이디가 해킹당해서 그동안 모아온 무기며 돈이 다 사라졌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났던 아들을 바라보며 참 심란했던 적이 있다. 살아 숨쉬는것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 저장되어 있던 것들이 사라졌다고 마음상해 하는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가 그렇게나 마음 둘 데가 없는것인가 얼핏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던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밤마다 다리만 아프고 마는 육체적 성장통만 느끼며 자라는것은 아닌지 문득 걱정이 된다. 저자가 소년이었던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점점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오늘날의 사회는 우리 아이들에게 성장통을 느끼며 커 가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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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11-0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악! 이해의 선물은 제 인생 최고의 감동깊었던 소설이에요. 이 책이 안 나와서 상심했는데 출간됐군요. 너무 기뻐요^^

책향기 2007-11-06 14:31   좋아요 0 | URL
음 마노아님은 이 책 알고 계셨군요. 전 신문에서 보고 구입했는데 우리 딸도 이해의 선물을 알고 있더라구요^^

미즈행복 2007-11-06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그래도 저는 낙관적입니다. 기원전에도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고 했다니까 말예요.
환경은 우리가 보기엔 각박하게 바뀌어가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자생적으로 커간다고 믿습니다. 하긴 그렇게 생각 안하면 너무 절망적이겠지요?

책향기 2007-11-06 14:3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미즈행복님의 믿음처럼 우리 아이들이 잘 클거라고 생각해요.^^

뽀송이 2007-11-10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해의 선물' 이 이야기는 중학생인 아들녀석 국어책에 있었는데 꽤 감동적이었어요.^^
저런... 아들아이 마음이 무지 안좋았겠어요.ㅡㅜ
중학생인 저희 아들도 작년에 해킹당해서 현금으로 육십만원정도 되는 무기들을 잃어버려서 꽤나 마음 상해 했었는데... 많이 달래 주셔요.^^;;
아이들에겐 게임공간도 나름 소중한 것 같아요.^^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괜찮을듯 합니다.

책향기 2007-11-10 22:35   좋아요 0 | URL
사실 게임공간에 있던 것들이 없어졌다고 속상해 하는게 이해는 잘 안가는데... 뽀송이님 말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