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쪽
지구와 달의 공전은 천문학적으로 실증된 사실이지만 
역법은 인간의 발명품으로, 여기에는 그것을 발명해낸 사회의 이해와 우선순위가 녹아 있다.

역법 체계는 천문 현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신학과 농경, 정치적 이해의 타협을 거쳐 발전해왔다. 
이런 이해관계의 전모는 카이사르가 반포한 율리우스력에서 오늘날 국제 표준이 된 그레고리우스력으로 이전하는 과정이 비교적 잘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달이 차고 기울어지는 주기와 1년의 길이가 근본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하동지점과 춘·추분점이 달의 변화 주기에 맞춰 항상 같은 날에 표시되는 ‘완벽한‘ 달력이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 P59

순환 주기의 이런 불일치 현상은 역법을 설계할 때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적어도 태양과 달의 주기 중 하나는완벽하게 들어맞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 결과 사계절에 맞춰 살아야 하는 농경사회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했으므로, 어쩔 수 없이 달의 움직임을 무시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 P67

그래서 음력을 사용하는 여러 문명에서는 자신들의 역법과 계절을 일치시키기 위해 이른바 ‘윤달‘이라는 기법을 이용했다. - P69

이슬람 역법
히브리 역법
로마력
율리우스력
그레고리우스력 - P68

로마인들은 매우 종교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성향이 강한사람들이기도 했다. 윤달을 추가하는 시기를 결정하던 폰티펙스 막시무스(Pontifex Maximus), 즉 대제관은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최고 권력을 지닌 자리였다.  - P74

율리우스력이 공식적으로 채택된 해는 기원전 45년이며,
기원전 8년에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대에 
윤년을 채택하며 약간의 조정을 거친 이후에는 
로마 제국의 전 기간과 유럽의 로마 이후 시대에 걸쳐 공식적인 역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것은 계절 감각이 안정되어야 하는 절실한 필요에 따른것이었다. 따라서 천문학이나 농경과 관련된 중요한 사건을 상용력의 달과 일치시켜 종교적 제의를 적합한 계절에 치를 수 있게 되었다. - P75

각각의 역법은둘 중 어느 것을 더 중요시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드러나는데, 

이슬람력은 달의 위상을 가장 중시하므로 1년 중의 달과 계절의 오차가 매년 조금씩 벌어진다. 

율리우스력은 계절에 가장 큰 우선순위를 두므로 봄과 여름은 항상 같은 달에 시작하지만, 하늘에 떠 있는 달의 위상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다. 

히브리력은 이 둘의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각종 기념일은 항상 음력 주기의 해당 시점과 일반적인 계절과 맞추려면 때때로 한 달씩 추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 P76

지구와 달의 공전은 천문학적으로 실증된 사실이지만 역법은 인간의 발명품으로, 여기에는 그것을 발명해낸 사회의 이해와 우선순위가 녹아 있다.
역법 체계는 천문 현상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신학과 농경, 정치적 이해의 타협을 거쳐 발전해왔다. 이런 이해관계의 전모는 카이사르가 반포한 율리우스력에서 오늘날 국제 표준이 된 그레고리우스력으로 이전하는 과정이 비교적 잘 기록되어 있으므로 이를 살펴보면쉽게 알 수 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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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그레인지의 속성은 인류가 언제나 시간과 시간 측정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런 모든과학적 활동이 결국 시계의 발명으로 이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식물과 동물의 계절별 순환에 의존하던 신석기 문명에서 해가 바뀌는 시점을 표시하고 예측하는 역량은 인류의 생사가 달린 일이다. 그러므로 가장 오래된 과학의 증거가 시간 측정 분야에서 발견되는 것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닌 셈이다. - P40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해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고배웠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것은 1년에 단 이틀만 맞는 말이다. 태양은 3월 말과 9월 말, 즉 춘분과 추분에만 ‘정동‘ 방향에서 떠서 ‘정서‘ 방향으로 진다. 낮이 짧아지는 겨울에는 남동쪽에서 떠서 남서쪽으로지고 낮이 긴 여름이 되면 북동쪽에서 떠서 북서쪽으로 진다. - P44

이 세 종류의 역법(히브리력, 이슬람력, 그리고 미국이 채택한 그레고리우스 상용력)은 수천 년에 걸쳐 신학과 정치에 따라 분화되었으나, 그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결국 천문학에 이르게 된다. 역법의 차이는 하늘에 보이는 불빛들의 제각각 다른 순환 주기를 수용하는 방법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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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역법체계를 육두정부 권역 전체에 투사하는 일은 일련의 연결체 요새들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핵심 고리가 되는곳이 바로 산개하는 바늘 요새다. 그런 곳을 대체 어쩌다 함락당한 거지? 게다가 슈오스는 어째서 하고많은 사람 중에서 하필 나를, 그것도 거미줄 말로 원하는 것일까?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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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8~1.14. 주간 독서
토요일 퇴근 후 산책을 갔는데 갑자기 눈이 내렸다. 염색 효과가 떨어져 허연 파뿌리들이 올라온 머리카락 위에 소복이 눈이 쌓였다. 짝꿍이 사진을 찍어줬는데 가관이네ㅋㅋ 지나가는 젊은이들은 눈을 맞으니 풋풋하니 싱그러워 보이던데. 그 흔한 말 ‘야속한 세월이여!‘ 가 생각나네. 옛날에는 참 많이 들었는데 요즘은 쓰는 사람이 없는듯하다. 이것도 연식이 나오는 표현이다. 세대별 유행이 다르듯 말이다. 그래도 함박눈이 내리는 영상을 촬영한 것에 만족한다. 힘든 날 두고두고 볼 영상이다.

1. 나인폭스 갬빗
겨울에 읽을 장편 소설을 이제야 찾았다. 짝꿍이 추천한 SF 소설. 짝꿍이 맨날 바쁘고, 직원들이 일을 안 한다며 툴툴거리는 것을 보니 이번 책은 조용히 읽고 끝내야겠다. 골치아픈 짝꿍에게 내 수다가 해로울 수도 있다.

2. 1초의 탄생
시간에 대한 책이다. 어릴적엔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설레고 좋았다. 지금은 하루 차이로 해가 바뀌고 그것을 기념하는 행동에 감흥이 없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는 좋다. 계절에 따라 즐길거리가 다르고, 자연의 변화를 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와중에 시간 측정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즐거울 것 같아 고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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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페이지다!
-99쪽-
바로 그 순간, 그가 말했다.
엘레나, 당신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네요.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되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제가 엄마인가요, 신부님?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엘레나?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를 뭐라고 부르죠?
저는 미망인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에요.
저는 대체 뭔가요?

엘레나는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대답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한다. 

제게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신부님, 만약에 신부님이나 성당이 제게 붙일 이름을 찾아낸다면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또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할 권리를 앗아가버리는 것일 테니까요. 
아니면 내가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권리마저도 말이죠
그러니까 이름을 찾는 건 포기하시는 게 좋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가 다시 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어머니요, 엘레나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예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고요. 

자식을 먼저 앞세운 여자를 뭐라고 부르죠? 
저는 미망인도 아니고 고아도 아니에요.
저는 대체 뭔가요? 

엘레나는 여전히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대답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한다. 

제게 아무 이름도 붙이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신부님, 만약에 신부님이나 성당이 제게 붙일 이름을 찾아낸다면 앞으로 제가 어떤 사람이 되고, 
또 어떻게 살아갈지 결정할 권리를 앗아가버리는 것일 테니까요. 
아니면 내가 어떻게 죽을지 결정할 권리마저도 말이죠
그러니까 이름을 찾는 건포기하시는 게 좋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가 다시 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어머니요, 엘레나 당신은 지금도 여전히 어머니예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거고요. 

아멘. 그녀가 짧게 답한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자리를 뜬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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