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은 짧은 글
- 나보코프 단편전집
- 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
- 몽테뉴 <에세 2>

시는 ‘찰나‘를 옮긴 것 같다가도
그 짧은 몸에 긴 시간을 붙잡아 두는 것 같다 생각했다.


🔖오늘의 밑줄 : 안희연의 시 [수진의 기억] 중에서


울기 위해 숨어드는 고양이에게나
옥상에서 빨래를 걷다 말고 노을에 붙들리는 사람에게나
공평하게 도착하는 편지, 그것이 저녁이라면

나는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벽, 무수한 이름들의 주소지,
이삿짐 트럭이 떠나가고 가로등 불빛이 켜진다
작별은 언제나 짧고 차마 실어가지 못한 사랑이 남아 있어서

누군가 두고 간 안부를 화분에 옮겨 심는다
파란 대문을 열면 놀랍도록 무성해져 있다
나는 불 꺼진 창을 서성이는 온기, 모든 것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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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짧은 글

- 나보코프 단편선
- 안희연 시집 <당근밭 걷기>
- 몽테뉴 <에세 2>

책을 읽을 때 작가 소개나 연보를 꼭 읽는다.
먼 시간 속을 살아간 사람, 그의 글을 이해하기 위한 행동.
현시대나 가까운 시기를 살아온 글쓴이에게도 적용된다.

언제 태어나고, 어떤 나라와 문화 속에서 살았으며,
결혼을 했는지, 자녀는 유무, 어떤 영광과 굴곡을 거쳤으며, 인생의 마감은 어떠했는지...

옛날에 친구가 했던 말 :
책 보기 전에 작가 소개 읽으면 김 바빠지지 않냐?
미리 알고 읽는 거니까.
뭘 쓸지 예상 할 수 있잖아.

그러나 나는 준비 운동을 해야
훅 들어오는 글의 충격파를 조금 줄일 수 있다.
좋은 글에서 오는 혹은 어려운 것에서 오는 모든 충격파를.

나보코프의 연보는 슬프다.
러시아 귀족에서 망명객으로 떠돌다 갑자기 떠났다.
나보코프의 연보를 소설로서 읽는다.

오늘의 밑줄 : 나보코프 단편선 [날개의 일격] 1923년

마음이 묘하게 가벼워졌다.
정오에 총으로 자신을 쏠 텐데, 어쨌든,
자살을 결심한 인간은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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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2-11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싱글오이님 나보코프 저 책 읽다말고 다 읽을지말지 고민하던 책인데요 겸사겸사 인사 댓글 남깁니다 입춘대길하시고요~
 

오늘 읽은 짧은 글

1. 마거릿 애트우스 소설집 <스톤 매트리스> 중
[루수스 나투라], [동결 건조된 사랑]
2. 장석주 시집 <꿈속에서 우는 사람> 중 [노스탤지어]
3. 몽테뉴 <에세 1> 중
[10장 재빨리 또는 굼뜨게 말하는 것에 관하여]


오늘의 밑줄, 장석주 [노스탤지어]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까지 오감을 사용하여 읽은 시.

강물이 보고 싶고
햇살을 쬐고 싶고
바흐, 브람스, 브라스 밴드의 연주가 듣고 싶고
오랜만에 실로폰을 뚱땅거려 보고 싶고
호밀빵의 향과 거칠거칠한 맛도 삼키고 싶다.
지난 여름 녹음해둔 빗방울, 매미 소리 파일을 찾아들고
벵갈호랑이는 도감을 뒤지고
아르헨티나는 인터넷 세상에서 이미지 검색.

오늘의 독후활동, 이 중에서 딱 세 가지 해보기 :-)


노스탤지어 -장석주-

호밀빵의 주원료는 강물과 햇살이다.
음악은
바흐보다는 브람스가 좋았을 것이다.

한낮엔 불꽃이 쏟아진다.
바위의 이마팍이 깨지도록 매미가 울고,
브라스밴드 연주가 울리는 광장,
소년의 여름방학은 끝난다.

빗방울이 파초 잎을 두드리면
실로폰소리가 난다.
벵갈호랑이를 키우고 싶다던 친구는
생물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떠났다.

소년은 아침마다 호밀빵을 먹고
밤엔 등불 아래 엎드려서
아이헨도르프 시집을 읽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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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6~01.12 주간 독서

오랜만에 주간 독서 기록을 남긴다.
24년 11~12월은 개인사도 복잡하고, 나라는 깜깜.
글을 남길 마음의 여유가 한 톨도 없었다.
지금도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일상을 찾아가려는 노력은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기록을 한다.

이번 주 읽고 있는 책은 아래와 같다.

1. 한강 소설집 <여수의 사랑>
2. 장석주 시인의 <꿈속에서 우는 사람>
3. 미셸 드 몽테뉴 <에세 1>

시절이 수상하고, 내 개인사도 복잡하여
이럴까 저럴까 하는 갈팡질팡을 줄이려고
당분간 단순한 읽기 생활을 하려고 한다.

[매일한편 100일 챌린지] 로 읽기 생활을 하겠다.

1. 단편 소설 매일한편
2. 시 매일한편
3. <에세> 한 꼭지 읽기
4. 여유가 된다면 인문사회 및 과학 도서 중 한 챕터 읽기

2023년에 3개월 간 매일 단편 소설 한 편씩을 읽어 본 바 꽤 좋았다. 하루 한편 단편 소설을 읽으니, 빠르게 읽고 작품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 괜찮은 챌린지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런 혼란한 시절에 나처럼 긴 글을 읽을 정신이 없다면 해 볼만한 챌린지다.

2024년 여름부터 계속 매일 시 한 편을 읽고 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전혀 모르겠다 싶은 시가 훨씬 많지만 우격다짐하듯 읽는다. 읽다보면 시를 향한 길도 생기겠지. 길은 내가 닦는 것이니! 길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심정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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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09.29 읽는 생활
기다리던 추석 연휴가 끝나고 본업으로 돌아왔다. 이제 연말을 기다려야 쉴 수 있겠구나. 슬프지만 할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것! 요즘 기온 차가 극명하여 연신 콧물이 줄줄 흘러 민망하다. 코 닦으니 피부가 헐어 딸기코가 되었다. 짝꿍이 벌써 루돌프 부를 준비 중이냐며 놀린다.

1. 책 읽다 절교할 뻔
두 명의 책방지기가 교환한 편지를 책으로 냈다. 나는 처음 들어본 책방들인데 꽤 유명한 듯. 이럴 때마다 SNS를 해야하나 생각해본다. SNS를 통한 홍보나 정보 교환이 많다보니 가끔 나만 구석기 시대에 사는가 싶다. 책 속에 나오는 <아독방>은 약국과 책방을 겸한 곳이다. 중학교 다닐 때 우리 학교 앞에 있던 책방도 약사님이 약국과 책방을 겸해 운영하셨다. 약사님이 바쁘시면 내가 다른 손님들 책도 찾아주고, 매일 가서 진열된 책 구경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그 때 참 좋았는데 하며 웃음이 났다. 어릴 적에 책을 읽으며 나도 이런 사람이 될까 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아~나도 그때 그랬는데 한다. 지나온 시간도 그간 읽어온 책도 참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2. 영원한 천국
24년도 기대작이 막 쏟아져 나온다. 그 중 내가 얼른 집어든 책. 추석 연휴 넉넉한 시간을 두고 슥슥 읽어내렸다. 슬프기도 하고,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된다면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멸종한 거라 봐야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곧 바쁜 일이 끝나면 재독할 생각이다.

3. 프랑스 중위의 여자 (상), (하)
61챕터까지 있는 책인데, 60~61챕터를 반복해서 몇 번을 봤다. 이거 무슨 결론인데...혼란스럽다. 시의적절하게 민음사 버전의 <존재와 무> 출간 알림이 들어왔다. 내가 실존주의 소설 읽는 줄 어떻게 알았는가! <존재와 무>는 무기급 두께를 가진 철학서라 ˝오~ 진짜 철학자들은 수다스럽구나˝ 했다. 일단 도서관에서 빌려서 서문이라도 손에 잡고 읽어봐야겠다.

4. 마법사 (상)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읽으면서 존 파울즈 이 사람 뭔데 싶어서 다른 책을 검색했다. 번역서는 딱 한 작품 더 있네. 그래서 읽는 중이다. 재미난 것은 집에 사둔 <마법사> 상, 하가 있었다는 것. 생각해보니 아들 녀석이 초4 때쯤 꼭 마법사라는 저 책을 혼자 읽을 수 있게 실력을 쌓을 것이라 했었던 기억이 났다. 제목만 보면 애들이 읽고 싶게 생기긴 했다. 표지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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