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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하는 약 한 시간 동안은 자연 속에서 완전한 무방비 상태가 된다. 빨래에 집중하느라 내게 관심을 보이는 암컷 모기들에 일일이 거절 의사를 전할 수가 없다. 다만 나의 경계심이 풀어지는 만큼 그 짧은 시간 동안은 자연에 깊숙이 동화된다.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 냇가의 진흙을 찾아오는 아름다운 나비들의 군무와 근처의 화밀을 찾아 날아다니는 초록의 벌새, 바로 옆 나무의 높은 가지에 앉아 쉬던 청록색 새를 벗 삼을 수있다. 카메라를 두고 온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순간들이다. 모기의 주삿바늘 세례에 몸이 움찔움찔하기도 했지만 자연의 친구들 덕에 썩 즐길 만한빨래였다. - P60

저녁을 먹고 바로 잠자리로 향했다. 내일은 새벽부터 조류 팀을 따라나서야 한다. 발전기는 다시 고장이 난 모양이었다. 당분간밤에 불이 들어오지 않을 거란다. 또 전기 부족이라니. 정말 큰 문제다. 수억 살 열대우림보다. 백 년 남짓한 발전기의 나이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 오랜 시간 축적된진화의 힘으로도, 짧은 기간 폭발한 문명의 힘을 뛰어넘을 재간이 내겐 없는 걸까. 원시의 자연 속에서도 나는 어쩔 수 없는 현대인인가보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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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사람이 시련을 겪는 것이 자기 운명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그 시련을 자신의 과제, 다른 것과 구별되는 자신만의 유일한 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시련을 당하는 중에도 자신이세상에서 유일한 단 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감사해야 한다. 어느 누구도 그를 시련으로부터 구해낼 수 없고, 대신 고통을 짊어질 수도 없다. 그가 자신의 짐을 짊어지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그에게만 주어진 독자적인 기회이다. - P139

살아 돌아온 사람이 시련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체험은 모든시련을 겪고 난 후, 이제 이 세상에서 신(神) 이외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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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수용소에 있었던 우리들은 수용소에도 막사를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거나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물론 그런 사람이 아주 극소수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다음과 같은 진리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에 충분하다. 그 진리란 인간에게 모든것을 빼앗아갈 수 있어도 단 한 가지, 마지막 남은 인간의 자유.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하고, 자기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만은 빼앗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 P120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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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19104번이었다. - P32

한번은 한 무리의 죄수들이 우리 앞을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있다. 그때 그들과 비교해서 우리의 고통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커보였는지! 우리는 그 죄수들이 누리는 상대적으로 잘 규정된 안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부러워했다. 저 사람들은 틀림없이 정기적으로 목욕을 할 거야 하고 생각하니 내 신세가 처량해졌다. 분명칫솔 옷솔을 갖고 있을 거야. 매트리스도 각자 하나씩 있겠지.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은 편지를 받을 거야. 가족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니 적어도 그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알 수 있는 그런 편지 말이야. 우리는 아주 오래 전에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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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의 큰 주제 두 개
1. 생물의 존중과 보호
2. 좋은 방향(?)으로 뇌 기능 조정

첫 주제는 책 읽기를 시작한 10살 이후 지금껏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는 영역이다. 두말하면 잔소리 같은 주제! 인간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은 불가능하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이유가 여러 생명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로빈의 아버지 시오는 우주생물학자다.
현실의 우주생물학자 케빈 피터 핸드의 <우주의 바다로 간다면>를 읽으면, 우리가 다른 생명체를 얼마나 열심히 찾으려 노력 중인지 자세히 알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생명체를 찾으려 돈, 시간,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우리 주변의 생물을 지키지 않는 것은 인간의 치명적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번째 주제는 작년과 최근 읽은 SF 소설과 같은 주제를 공유하고 있다. 완독 후 생각해 보니, 그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우리 중 다수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으로의 향상을 꾀하는 인간이 무섭고, 밉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향이라는 것 또한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의문이다.

비슷한 주제의 책들

대니얼 키스 <앨저넌에게 꽃을>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돈 드릴로 <화이트 노이즈>

세부 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넓게 본다면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최근 읽은 책이고, 비슷한 책들을 만나면 지겹다기 보다는 운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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