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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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밀린 책을 읽는 달이다.
읽다 멈춘 책이 꽤나 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법의 바다>는 처참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모셔두었던 책을 다시 꺼냈다.

1월은 긍정 신호를 쏘는 책을 좀 읽고 싶은데,
대기 중인 책들이 죄다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함정.
내가 고른 책들을 보니 한숨이 난다. 나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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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박미옥
박미옥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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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독서 동아리 활동 10년차다.
활동 초반에 많은 분들이 내게 한 질문.

˝어떻게 그렇게 감정적으로 평온하지 궁금하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더 그런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동안 생각해 보고 말씀드렸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기대 정도가 낮다.
그러니 감정적으로 폭발 하는 상황이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사람이 좋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냉정하고, 차갑다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돌이켜 보면 어릴 적에는 나는 사람이 무서웠다.
서로 싸우고, 동식물을 괴롭히고, 감정 기복이 심해 맞추기 매우 까다롭고, 한 순간에 적과 동지를 오가는 존재들. 그래서 지금도 사람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

좋은 책을 읽으면 갑자기 인간에 대한 애정도가 쓰윽 올라간 경험을 꽤나 했다. 뭐 한순간이긴 했으나.

이 책이 그런 책이다.
형사라면 범죄자를 많이 만나는 직업이니까 나보다 인간에 대한 기대감이 더 낮지 않을까 했다.
박미옥 형사는 반대인 것 같다.
나쁜 사람을 잡는 것보다 좋은 사람들을 지키고 싶어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최악의 상황에서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고 실망만 했다면 포기하고 편한 길을 갔을텐데

지구 위의 생명체 중 가장 미스터리한 존재, 인간.
그들에 대한 긍정의 신호를 많이 잡아보고 싶은 마음은 충만하나, 읽을 책으로 골라둔 것을 보니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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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두렵지만, 너도 두렵다는 것을 안다. 
우리가 진작 서로의 두려움을 알았더라면 세상이 좀 바뀌었을까? 현장에서 나의두려움은 항상 억눌려 있다가 범인을 체포한 후 자동차 액셀 위에서 터져나왔다. 달달 떨고 있는 발을 보면서 나의 두려움과 긴장을 인정했고,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평정심을 찾은 후에야 다음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럼 범인은 언제 가장 두려울까?
형사의 두려움은 예견되어 있고, 법인의 두려움은 자초한 것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두려움은 난데없다. 왜 겪어야 하는지모를 세상 억울한 두려움이 될 수 있다. - P182

우리 삶은 각자의 것이지만, 
인간이 인간으로서, 내가 나로서 그다음을 장담할 수 없는 영역도 있다는 것을 나는 마약수사를 할 때마다 실감한다. 마약의 중독성보다 강인한 인간의 의지는 없으며, 마약은 인간의 의지를 희미하게 하고 한 인간을 한낱 마약의 숙주로 전락시킨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삶의 영역도 있다는 것을, 인생엔 언데나 겸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마약에 휘둘린 사람들을 보면서 늘 되새긴다. - P200

범인들을 검거할 때마다 그의 가족관계가 쓰인 글자를 천천히 읽어본다. 그리고 경악 속에 달려온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하기도 한다. 가족이란 어찌 그리 본능적인 사랑을 눌러버릴 정도로 무겁고 버거운 감정을 안겨주는 걸까. 그토록 가까이 있는 사람이건만 왜 내 아픔밖에 보이지 않을까. 우리는 왜 아픔을 합리화해야만 견딜 수 있을까. 도대체 인간의 이 나약함은 무엇때문이고 어디까지일까.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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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로 살면 살수록 나는 세상과 사람에 대해 점점 더 모르는사람이 되어간다. 점점 더 아는 게 많아지고 매사에 명확한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온갖 사건들은 내게 사람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세상은 그렇게 흑백으로 선명하게 갈리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모르기 때문에 나는 점점 더 낮은 자세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 P48

형사의 일은 경청이 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정을 섞지 않는 것은 그나마 쉬운 편이지만, 내 경험치와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는 것은 조금 더 어렵다.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판단하지 않고 섬세하게 듣는 일, 이것은 인질극을 벌이는 범인과협상할 때는 한 사람의 생사를 가르는 결정적 포인트가 되기도한다.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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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꿈은 실상을 잘 모른 채 계산 없이 덤벼야 한다고 나는 믿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P11

그때 나는 사회가 어떤 곳인지 몰랐고, 어른들의 세상이얼마나 거칠고 험한지 알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상상해본 적없는 낯설고 위험 서린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임을 미처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도 없는 때였다. 부모님의 안온한 울타리 안에서 살던 내가 이런 거친 세계를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그러나 밤잠 못자고 사회의어둠을 쫓은 지 석 달 만에 나는이 세상의 밑바닥을 적나라한 민낯을 마주하고 있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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