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디치는 조니를 찾기 위해 자신의 차에 펠리시아를 태우고 먼 거리의 산업 단지를 함께 방문해 주고, 조니가 근무할지 모르는 군부대를 수소문하며 그녀를 돕는다. 조심성이 많은 펠리시아는 겁을 먹고 경계하지만,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잃어버리고 갈 곳마저 없게 되어 거리를 헤매게 되자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돈을 빌리고자 힐디치에게 다시 도움을 구한다.
『펠리시아의 여정』을 쓴 윌리엄 트레버는 '사람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연히 일어난 일들에 의해 인생이 바뀌었을 뿐이라고, 펠리시아와 힐디치 역시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합의된 관계였지만 혼전임신마저 여성에게 오롯이 사회적 낙인이 찍혀 비난을 받고 낙태마저 불법이던 보수적인 아일랜드에서 펠리시아는 조니를 다시 만나는 것 말고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녀의 인생은 임신으로 인해 송두리째 바뀌었고, 또 거리에서 힐디치를 만나 예측하지 못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1994년 초, 영국에서 열두 명 이상의 젊은 여성을 고문하고 살해해 자기 집 지하실과 정원에 묻은 살인사건의 범인이 붙잡혔다. 범인은 이 집의 주인 프레드와 로즈마리 웨스트 부부로 밝혀졌는데, 이웃들은 이들을 무척 친절하고 가정적인 사람들로 기억했다. 통념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은 일상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 살인 후에도 욕망이 충족되지 않기에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다고 한다. 힐디치 역시 지극히 평범해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중년 남성이지만,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안정적인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며 성장하여 자신의 삶이 망가져버린 인물이다.
결국 펠리시아는 범죄 성향을 가지고 있는 그로 부터 탈출하게 되고 그녀는 새롭게 시작된 그녀만의 여정을 이어지는데 예상외로 닫힌 결말이 아닌 열린 결말을 독자에게 제시한다.
그녀의 여정은 어떻게 될까?
그녀에게 최선의 선택이란 무엇일까? 조니를 만나고 결혼하는것 ? 노숙자의 삶을 계속 이어가는 것? 아일랜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
인간의 선함과 악함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지만, 트레버는 작품을 쓰고 인간의 삶을 탐구하면서도 인간의 선한 본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았다. 단지 고통스러운 순간에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라져버리는 희망과 위안의 부스러기라도 찾아 헤맬 뿐이라고 여겼다.
모든 일에는 다 처음이 있기 마련이라고 말하며 노상의 잠자리에 자리 잡는다. 한동안은 실종으로 처리되지만 나중에는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다. 밑바닥 인생, 이제 그들은 그렇게 불린다._p.306
피로감 섞인 동정 한 조각이 거리의 사람을 향해 던져지고, 눈길은 서둘러 다른 데로 옮겨간다. 자선단체와 보호소가, 자비와 경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어디에나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을 가르는 운명이 존재할 것이다. 그녀는 두 손을 뒤집어 다른 쪽도 햇볕을 쬐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얼굴의 반대편도 따뜻하게 한다." _p.321
그녀는 떠오르는 생각 속에서 굳이 의미를 찾지 않고, 목적 없는 여정에서도 더이상 의미를 찾지 않으며, 시간과 사람이 뒤죽박죽 섞인 가운데서도 어떤 규칙을 찾지 않는다. 혼자서, 더이상은 아이도 소녀도 아닌 것을 감사한 일이라 굳게 믿으며, 그녀는 이거리에서 저 거리로 돌아다닌다." _p.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