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의 본명은 이유미, 서른여섯 살의 여자예요. 내게 알려준 이름은 이유상이었고, 그전에는 이안나였죠.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여자라는 사실까지 속였으니 이름이나 나이 따위야 우습게 지어낼 수 있었겠죠. 그는 평생 수십 개의 가면을 쓰고 살았어요. 내게 이 책과 일기장을 남기고 육 개월 전에 사라져버렸죠.”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소설가인 줄 알았던 남편이 사실은 여자였고, ‘진’을 만나기 전부터 거짓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다. 문제의 인물 ‘이유미’는 합격하지 못한 대학에서 교지 편집기자로 활동했고, 음대 근처에도 가본 적 없으면서 피아노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자격증 없이 의사로 활동했다. 또한 그녀는 각기 다른 세 남자의 부인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았다. ‘나’는 점점 ‘이유미’가 살아온 삶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이유미’의 행적을 추적해나가면서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할 수 있으리라 예감한다.
“지난주에 당신을 만나고 나서, 일주일 내내 마치 뭔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궁금한 것이 점점 더 늘어나는 거예요. 저는 그 사람의 반복된 거짓과 위증이 무엇에 기인하는지 그 시작과 끝을 알고 싶어요. 단순한 흥미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저는 이것이 일종의 수수께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생의 어떤 순간마다 ‘이유미’와 스쳐갔던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이유미’의 뒷모습을 좇기 시작한다. 그녀의 발자취가 끊기는 곳에서 ‘나’는 그녀의 실체와 그녀가 감추고 있던 진실에 가닿을 수 있을까? 모든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순간,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목도하고 만다.
자신의 과거를 거짓으로 만들고, 거짓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인 ‘이유미’와 자신의 과오로 가정은 무너지기 직전 ,
소설은 몇 년째 매너리즘에 빠져버려 바닥을 걷고 있는 작가 ‘나’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됩니다.
이유미의 거짓된 이야기가 작가의 '나'에게도 눈에 뛰게 되어 소설의 소재로 그녀의 삶을 추적하게 만들죠.
글을 읽어 가면서도 이유미의 삶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있을까. 이 여자의 삶은 어떻게 흘러가는 것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걸까. 들키진 않을까? 등등 여러가지 상상을 하는 아슬아슬함도 있고
인물을 이해하려고 뚫어지게 봤던거 같아요.
거짓으로 자신을 만들어 낸후 , 탄로나면 또 다른 극중의 역할을 하듯 카멜레온 처럼 허물을 벗는 그녀
혹은 그.(마지막 스토리에선 남성을 가장하기도 함)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것을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러다 '이 유미'의 모습이 일상생활중 겹치는 모습은 나에겐 없을까?
현대 사회에서 거짓된 꾸며냄으로 때론 누군가에겐 (병원에서 만난 노인에겐 젊은 아내 모습으로 바라던 이상형을 줌으로서)
그 거짓의 힘으로 누군가에겐 삶을 선물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유미는 그저 누군가를 기만한 사기꾼인걸까요? 누군가를 삶으로 인도한 구원자인걸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에서 우리는 어떠한 가면도 쓰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 현대사회의 복잡다단면 처럼
여러부분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스토리도 재미있었지만 우리는 '이유미'에게 손가락질 할 자격이 있을까 할정도로
우리가 하기 싫었던 부분을 그녀가 해줘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도 묘하게 있었던거 같구요.
한 부분만 꼬집을수 없던 그녀의 묘한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