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성과 광기
필리스 체슬러 지음, 임옥희 옮김 / 위고 / 2021년 9월
평점 :
주먹을 꽉쥐었다가 다시 펼쳐들었다. 제대로 집중하기 위해선 (여성이라면 더더욱)맨정신으로 이 책을 다 읽을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순간들이 떠올려진다.
고대 아마존 여전사들을 떠올려보며, 재능이 있음에도 사회적 그늘(남편)에 묻혔었던 실비아 플라스, 젤다 피츠제럴드 , 마릴린먼로 등 뛰어난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채 스스로 죽음으로 마감했던 그녀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무거워진다.
저자 페미니스트, 정신분석학자 필리스 체슬러는 여성’과 ‘정신건강’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시작으로 ‘여성’에 대한 정신과 치료 과정들 그리스신화, 심리학적 요소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잘 설명해준다.
섭식 장애, 항우울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 중독, 성욕, 산후 우울증 등을 포함한 여성에 있어 정신적으로 영향이 되는 부분들에 관해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광기'라는 것은, 남자에게서든 여자에게서든, 과소평가된 여성 역할을 수행하거나 혹은 개인에게 부과된 상투적인 성역할을 총체적, 부분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 여성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남성, 즉 의존적이고 수동적이며 무기력한 남성들 역시 정신병적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들은 여성에 비해 스스로 '병든' 것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하지 않고서도 상투적인 성역할을 좀 더 오랫동안 거부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은 남성에게 봉사하도록 조건화가 너무 잘되어 있기 때문에 '수동적이고', '의존적이며', '실직한' 남성을 보다 기꺼이 돌봐준다. 남성들이 '지배적이고', '독립적이며', '취직한' 여성들을 전혀 돌봐주지 않는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p. 183)
여성은 세계를 구하기 앞서 남편 아들을 구하기 전에 자신의 딸을 구하기에 나서야 한다. 여성은 오로지 배우자나 생물학적 자녀를 갈망하고 보로하고 =, 보살피는 외골수의 보자비함을 자기 보전과 자기 개발에 집중하는 무자비함으로 바꾸어야 한다. 440p
페미니즘이 개인적인 이데올로기라기보다 공동체적인 이데올로기로 인식되는 한, 개성적이고 영웅 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집단적이고 쾌락 지향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한, 남성들뿐 아니라 여성들도 페미니즘을 '야만적'이고 '원시적'이며 '파시즘적'인 것으로 여기고 두려워한다. 페미니즘의 '의례'가 진실되고 대담하지 않다면, 개성과 다양한 행동과 상상력의 작업이 아니라 평범함과 순응을 강요한다면, 그런 페미니즘은 나 역시 두렵다.
미국 페미니즘 운동은 '억압된 것의 회귀'인가? 과거의 종교, 과거의 정치조직이 비밀리에 회귀한 것인가? 아니면 기술적으로 이루어져 그 결과를 아무도 알 수 없는, 진정 새로운 신화인가? 여성이 성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즉 여성들이 직접적으로 생산과 재생산의 수단을 통제한다면 인간심리의 구조는 변치 않고 남아 있을 것인가? 남성들이 사회적이고 생물학적인 어머니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여성들이 탄생의 정신-생물학적인 표상이기를, 따라서 결과적으로 죽음의 표상이기를 그만둔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여성이 생물학적인 어머니이자 사회적인 아버지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혹은 젠더가 더 이상 중요한, 정체성의 차원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