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나 - 정신의학자이자 여섯 아이의 아버지가 말하는 스웨덴 육아의 진실
다비드 에버하르드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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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하철을 타고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예닐곱 살이 되어 보이는 아이가 의자에 신발을 올려 두드리고 있는데도 아이의 엄마는 아무런 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이 앉을 자리에 흙이 떨어지기 시작하였고 옆 좌석에 앉아 있는 사람도 눈살을 찌푸리고 앉았지만 아이의 엄마는 타인의 시선에는 무감각해 보였다. 보다 못한 어르신이 바로 앉으라고 말하자 겨우 자세를 고쳤다. 5~13세 미만 영유아 및 아동들의 출입을 업주의 자율대로 금하는 것으로 노키즈존이 등장할 정도로 공중도덕을 생각지 않는 아이들의 과도한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이다. 이상적인 복지 국가로 아이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는 아이들 중심의 스웨덴 육아의 원리에 대한 회의를 들어 책을 펴낸 저자는 아이 중심의 권력에 편중된 육아 사례를 들어 바람직한 육아를 생각게 한다.

 

   전통과 권위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서양 중에서도 스웨덴은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하고 있는데다 부모에게 육아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사회복지사업에서 아이를 맡아 길렀을 때 파생되는 문제점 역시 고려해야할 문제로 봤다. 상태로 지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결혼을 하여도 출산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많아 인구 출생률은 현저히 떨어지고 말았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어 아이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시대에 아이의 욕구는 충족되어야 하는 명분을 내세울 때가 있다. 공공의 선을 위반하는 사례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여야 할 때에도 미성숙한 아이가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 육아의 과정임을 망각한 채 사는 부모들의 태도를 바로 잡게 한다.

 

   정보 집약적인 사회에서 일련의 화제를 중심으로 한 토론이 자연스레 이뤄지는 자유가 늘어났지만 그에 걸맞은 의무가 따른 것은 아니어서 문제를 파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회 풍토 조성이 시급해 보인다. 아이는 부모가 자신에게 어떻게 대했는지를 기억하고 자신의 양육 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며 양육하는 것은 맞지만 필요 이상의 보호 본능으로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것까지 부모가 대신하여 아이가 학습을 통해 사회구성원으로 바로 설 수 있게 이들을 도와야 한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공동체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근간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길러주는 게 어른들의 역할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 질책을 받게 되더라도 아이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법을 학습하며 점진적으로 향상된 모습을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자식만큼은 뜻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이 세상에서 뜻대로 안 되는 게 있음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경우가 자식을 키우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들이 많은 만큼 자녀 양육은 부모들에게 큰 과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잘 키울 것인지를 고민하며 정서적 지지를 간과한 채 욕망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는 것으로 역할을 다했다고 여긴다거나 애착 이론에서 나온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아이들 비위를 맞춰주는 게 최선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 시행착오를 거쳐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 아이들 중심으로 살기보다는 부부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과 적정 거리를 유지할 필요도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아이의 뇌세포가 모순된 정보를 받아들여 종합적으로 치리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는 만큼 부모는 기다림으로 아이를 길러야 한다. 똑같은 정보를 수차례 받으면 기능이 원활해지는 것처럼 일관성 있게 반복함으로써 각인하는 과정을 거쳐 스스로 규범을 만들어 가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아이들을 액세서리로 이용하여 부모들을 두드러지게 하는 수단으로 삼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애착하여 부모가 원하는 대로 성취하며 자아를 실현하는 일에 골몰하기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충분한 시간 속에 인간관계를 좋게 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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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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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논쟁으로 이름 있는 작가인 이정명 님의 카뮈 사랑은 지대하여 보입니다.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촉발된 작품 세계를 융해해 놓은 작품이라 관심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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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 이른 봄 학교에 입학한 후로 줄곧 학교를 오가며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공부에서 벗어나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동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교사로 생활한 지 26년째에 접어들었다. 돌이켜보면 회한으로 얼룩진 날들이 많았지만 독서로 생각의 깊이를 더하면서 자기 성장을 도모하는 생활을 잇는 제자들을 보면서 희망을 읽는 날이 늘어났다.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읽기로 지평을 넓혀가는 공부의 본질에 가까운 독서는 내실 있는 인생의 고갱이로 자리하여 예기치 않은 문제들에 직면할 때마다 크고 작은 지혜를 주었다.

   ‘이대로 살아도 괜찮은 것인가?’

   ‘지금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언제까지 현역으로 일하며 살 것인가?'

   등의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리면서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살아가려고 실천한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지내서인지 매너리즘에 젖어 일상이 주는 달콤한 안락에 젖어 관성대로 살아가는 자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답답해질 때면 살던 곳을 떠나 색다른 공간을 찾아 나서기를 즐겼다. 가보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낯선 곳을 밟고 싶어 하는 마음은 단조로움에 변화를 시도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도 아들의 건강상 이유로 잠시 유예해두고 지낸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인생이라 여기면서도 왜 나에게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생겨 불행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며 푸념하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몫만큼만 고통도 오는 것이라 여기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3월은 유난히 길게 느껴져서인지 3월 31일이 되는 날 스스로 쾌재를 부르며 캔 맥주로

자축하며 청명한 4월이 훈풍을 타고 오기를 바랐다.  2학년 아이들과 함께 문학 시간에 만나 타자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살기를 바라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심드렁한 채로 발문에 답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질문의 질이 떨어져서 대답하지 않는 것은 아닌지 적이 신경쓰인다. 무엇이 아이들 입을 다물게 하였나를 떠올리며 호기심을 사로잡을 수 있는 질문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배경지식을 활용하여야겠다는 다짐이 앞선다.

신간 평가단으로 활동하며 신간 도서 중심의 책을 선정하는 즐거움을 생각하며

4월에 읽고 싶은 도서를 추천해 본다. 

 

 지난 토요일 중학교 동기회가 열렸다. 불원천리 멀다하지 않고 고향을 찾은 친구들은 화개장터에서 하동 악양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는 소리로 왁자하였다. 긴 시간을 도로 위에 서 있으면서도 고향을 찾은 마음은 어머니 품속을 그리워하는 마음의 발로였으리라.

반백의 나이에 주름살은 깊게 자리하고 머리 숱은 비어가는데다 뱃살은 늘어나 D형으로 변화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동시대를 살면서 비슷하게 나이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 나이가 들면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볼 수 있는 통찰력이 늘고 이해 안 될 것이 별로 없을 것이라 여겼건만 여전히 이해조차 안 된다고 항변하기 일쑤다. 젊은 나이에 부리던 객기도 잦아들고 서로를 입장을 고려하는 넉넉한 마음이 생겼다.

 

 

 

 1학년 아이들과 국어 수업을 하면서 글스기 단원 공부에 앞서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평소 귀찮아서 잘 안 썼던 글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메모하고 표현함으로써 표현력을 기르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아이를 만나는 시간은 반갑다. 자신을 돌아보며 성장하는 삶을 지향하는 실천 중 하나가 여행이라고 여기며 지낸다. 여행지의 감흥을 풍경에 실어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여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나도 언젠가는 여행 작가의 꿈을 실현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법을 익히기 위한 독서도 지속하여야겠지.

 

 

 

생물학적 나이를 먹고 순차적인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내면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흘러만 간다. 저자 자신의 유소년과 청년 시절의 경험을 써내려간 회고록이 눈에 띄는 이유는 평범함을 넘어서는 특별함이 자리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서이다. 지금의 자신을 형성하는데 토대가 되었던 어렸을 적 체험부터 지금의 부인이 된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기록한 사적인 글이라니 그의 내면이 자못 궁금해진다. 내면 보고서를 펴내기까지 용기를 낸 저자의 도전이 또 다른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이가 들어도 팔딱거리며 호흡하는 심장이 있다고 확인받고 싶을 때면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떠올린다. 청춘 시절 사랑했던 사람은 지금쯤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무탈하게 잘 살고 있기를 바라면서 그 때는 왜 그리도 용기를 내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 회한에 젖기도 한다. 제목이 내포하는 절박한 어구가 현실에서 성취하기 힘들었던 연애 이야기를 끌어내게 한다. 서로 다른 별에서 살다 온 이들이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끈을 이어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에 미쳐 해결해주고 싶은 숙제를 풀고 싶어진다.

 

 

 

 별반 다를 게 없는 일상에서 열심히 일할 것을 강요받으며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삶에서 비껴나 열심히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 저자의 결단이 눈길을 끈다.

명예퇴직자 수요 조사에 명퇴 수당이 얼마인지 계산하며 정년까지 남은 햇수를 헤아려보니 16년이다. 생일이 늦어 정년까지 일한다면 교직 경력 42년이 되는 셈인데 그 시간을 다 채울 수는 없을 것같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을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오느라 행복한 시간을 미래로 유보한 채 현재적 삶에 안달재신하며 사는 일이 어리석은 일임을 자각하며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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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핸드 타임 - 호모 소비에티쿠스의 최후 러시아 현대문학 시리즈 1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 이야기가있는집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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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의 극렬한 대립이 야기한 동족상잔의 비극은 분단의 고착화로 냉전 이데올로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흔한 나라에서 살아서인지 사상의 통제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잇고 있는 이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정부의 주도 하에 살아온 시간에 익숙한 이들에게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는 중심을 잃고 부유하는 인생의 표적을 곳곳에 남기고 살아야 할 운명에 놓이게 했다. 국가를 우주로 여기며 국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친 이들에게 남은 회한이 짙게 드리워져 있어 그 시절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증오로 바뀌는 순간이 고착화되었다.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상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살았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시장 경제로 전환된 세상에서 자유를 누릴 만한 상황이 아님을 절감하는 시간이 늘기만 하였다.

배급 쿠폰으로 생필품을 받아 사느라 냉전 시대의 사회주의가 와도 자본주의가 와도 평범한 사람들이 살기에는 별반 달라질 게 없다고 회고하는 민초의 푸념에 공감하며 숱한 희생자들을 떠나보낸 상처가 깊이 자리한 이들의 엄혹한 현실의 부조리함을 자명하게 드러냈다. 평범함 삶을 살았던 이들이 참혹한 전쟁을 경험한 뒤 달라진 세상에서 누리며 살 수 있는 형편이 아닌 상황에서 상대적인 박탈감은 컸지만 현재를 충실히 사는 방법은 딱히 보이지 않을 뿐이다. 첫사랑의 대상을 떠올리며 전쟁으로 맺어질 수 없는 인연을 생각하는 시간에는 전쟁에서 비껴나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는 낭만성을 드러내기도 하였지만 전쟁으로 무고한 이들이 죽어가 혈육을 잃고 애끊는 형제애를 토로하는 대목에서는 전쟁의 가혹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모두가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에 부풀었다가 무위로 돌아간 시간임을 절감한 이들의 냉전 체제 전후 별반 달라진 게 없는 일상을 돌아보는 시간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반문케 한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토로이카 정책으로 철옹성 같은 공산 정권은 무너지고 민중들은 자유를 얻은 듯했지만 극심해진 빈부격차로 자산가 중심으로 재벌이 들어섰고 극빈자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의 젊은이들은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모른 채 마르크스·레닌 티셔츠를 입고, 스탈린을 추앙하는 정치가로 꼽는 당대의 풍속도에 객관적인 정보 제공으로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넌지시 말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나눠준 쿠폰을 들고 국영상점에서 여러 생필품을 바꾸어 생활했던 국가 중심의 전체주의의 폐단을 개혁하기 위해 1985년 페레스토로이카는 시행되었다. 스탈린주의의 병폐를 극복하기 위해서였지만 이 정책은 사회주의의 붕괴를 촉발시킨 정책으로 평범한 이들이 살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결핍으로 이어진 생활에 익숙하게 만들었다. 정책이 시행된 이후 어떻게든 살아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고대 스파르타식 교육에 길들여진 이들이 달라진 체제에 순응하며 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스탈린을 닮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운전수, 당원증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갖은 핍박에 시달려야 했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던 점만 들어도 미래를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다. 공산주의 세상을 건설하여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이들에게 돌아온 허무감은 불행은 가장 좋은 스승이라는 말을 위안으로 지낼 뿐이었다. 러시아인들은 감옥소 생활과 전쟁으로 지우기 힘든 정신적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니 제국의 붕괴가 희생자들을 양산하였을 뿐이다.

어떻게 살았어? 그 모든 일을 겪고도 어떻게 살 수도 있어?’

라는 공포를 수반하는 질문은 대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목격한 참혹한 살상은 지울 수 없는 잔상을 남기고 가슴에 멍울을 남겼다. 선량한 사람들이 아르메니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어나갔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혔다. 어렸을 때부터 모든 게 정해진 대로 움직이며 따라야 했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은 서둘러 러시아를 떠나갔다. 공산주의 체제에서 스러져 간 영령들의 혼을 애도하며 숱한 주검을 초래한 환경을 탓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이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유기체의 존엄성을 인정하고 궁극적으로는 개체의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는 일로 귀결되어야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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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 -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
모린 코리건 지음, 진영인 옮김 / 책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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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한 만남이 쌓이면 필연한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삶에서 이별 뒤의 재회는 현실적 감각을 잃고 갈구하는 여인을 추적하는 심리적 격전에 빠져들 때가 있다. 데이지와 재회한 뒤 그녀의 사랑을 얻으려는 개츠비의 갈망이 자기 파멸로 이끈 이지러진 사랑으로 여겼던 <<위대한 개츠비>> 작품에 대한 재평가로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며 이 고전을 50번 이상을 읽은 저자의 해석은 스콧 피츠제럴드에 대한 생애를 관통하는 궤적을 넘나들며 베일에 가려진 한 사람의 본질까지 밝히고 있어 앎의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소설을 어떻게 읽었고 다시 어떻게 읽었는지를 밝히며 작품과 저자 속으로 흘러든다

 

   웨스트에그에 살면서 이스트에그에 사는 데이지에 닿기를 바라며 휘황한 불빛 아래 향락적 생활에 젖어 있는 그녀의 환심을 얻기 위해 골몰하지만 불안한 사회적 지위는 한계로 작용했다. 그는 범법 행위로 부를 축적하며 다른 사람을 짓밟는 일을 서슴지 않은 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었지만 종국에는 불행한 삶을 이었을 뿐이다. 계층적 갈등을 허물기라도 하듯 한데 잘 섞인 물을 좋아했던 개츠비는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마다 수면 밖으로 나오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속에 가라앉고 말았다는 결말은 공허함을 준다. 데이지를 되찾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함으로써 광란의 파티를 열었지만 모든 일이 물거품으로 사라져버렸다.

 

   ‘난 유령 도시에서 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젤다가 그런 도시가 되었어요.’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가 정신질환을 앓으며 투병하며 거액을 치료비로 써야 했고 그녀의 오랜 투병 생활로 지쳐가던 와중에도 아내를 돌보며 빚을 떠안고 생활하느라 힘겨운 생활은 지속되었다. 생활고에 시달릴 때마다 그는 술을 찾았고 지병이었던 결핵으로 노쇠해진 그는 마흔네 살에 심장마비로 요절한 작가라니 안타까웠다. 열아홉의 젤다와 스물 셋의 피츠제럴드는 양친 모두 참석하지 않은 채로 혼례를 치르고 가정을 이루었지만 평범한 가족의 화목한 생활과는 비껴나 있었다. 실제로 돈을 모으는데 관심이 많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좋아하였던 그는 개츠비를 통해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길게 손을 뻗어 건널 수 없는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개츠비의 수영장을 롱아일랜드 해협의 축소판으로 해석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데이지의 사촌인 닉은 소설 속 화자로 유복한 사람들의 상류사회와 하류층의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를 오르내리며 서사적인 구성을 이끌어간다. 녹색 불빛으로 물질적인 안정을 구가하는 데이지는 상류 사회를 표방하고 허영을 좇는 그녀에 대한 환상을 품은 개츠비만큼이나 닉은 개츠비에게 환상을 품고 현실 너머의 세상을 갈구하였다. 데이지네 부두 끝 녹색 불이 끝에 추가됨으로써 시작 부분에 배치된 녹색 불과 상응하는 장치로 낭만적인 가능성을 타진하고 싶었던 미국에서의 생활로 연결하고 싶었던 개츠비의 마음을 투영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정은 공감도가 컸다.

 

   영화와 오페라, 발레 등의 연출로 무대 위에서 재해석된 개츠비는 피츠제럴드 사후 성공으로 재발견돼 실력을 평가받으며 번역본이 새롭게 나와 세계적으로 읽히고 있다. 뉴욕 공교육 시스템의 영어 교과 교육과정 개발 지침에서 성공을 향한 미국인의 욕망단원에 추천하는 목록에 오를 정도로 소설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녹색의 불빛을 믿은 개츠비는 절정의 순간 같은 미래가 올 것이라 낙관하며 팔을 길게 뻗으면 된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닿기 힘든 환상이었음을 자각해야 했다. <<위대한 개츠비>>를 최고의 소설로 여긴 저자는 후학들과 만나 소통하는 수업을 이끌 때도 좋아하는 소설을 계속 읽으며 세밀한 부분까지 재발견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보편성을 얻고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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