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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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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서서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유하는 시간은 표피적 삶을 잇는 일상에 본질을 더하는 시간이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한 사람의 삶을 규정하는 색깔로 인생을 물들이며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각성을 준다. 단음절의 단어가 풍기는 이미지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의견을 내재하고 있어 명징함을 함축한다. 하루 세 끼를 먹는 집의 휴일은 다른 반찬 한두 가지라도 만들어 따뜻한 밥을 마련해야 하는 힘듦을 토로할 때가 늘어난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지 않은 식구들은 집에서 먹는 밥을 고집할 때가 많아 푸념을 늘어놓을 때도 있지만 밥의 힘으로 산다는 말에 위로받으며 밥 짓는 일을 마다하지 않으려 애쓴다.

   점심때는 라면에 찬밥 한 덩이를 놓아먹을 때도 있지만 라면에 질려하는 식구들이라 그럴 수도 없어 떡국으로 대신할 때가 종종 있다. 음식은 재료의 조리 과정에서 배인 화학적 실체라기보다 정서적 현상이라 여긴 저자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옛날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추억을 불러낸다. 쌀밥을 배불리 먹고 싶었던 시절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그만이었던 라면을 작가는 자신만의 비법으로 끓여먹는 고난도 기술을 서술하며 서민적 음식으로 인간 가까이 다가서 서로를 달래줄 음식으로 꼽았다.

   시간 속에 슬픔의 깊이도 엷어져 살아남은 자는 살아가게 된다. 울분과 절망의 하중을 견뎌내지 못한 채 광기어린 삶을 살다 생을 마감해 안타까운 그리움의 결정체인 저자의 아버지를 회고하는 대목에서는 목울대가 시큰해진다. 망한 조국을 안고 이역만리에서 조국을 그리워하며 무협소설로 갈증을 풀어내던 아버지의 말없는 광야를 떠올리며 밖으로만 떠돈 아버지를 원망하는 대신 연민의 눈으로 보는 저자의 시선이 울림을 준다. 밥벌이를 위해 거센 파도를 감내하며 그물질하며 생선을 잡고 물고기를 털어낸 그물을 손질해 다시 바다로 나가 조업하는 어부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의식주 해결을 위한 개별적인 선택이면서 보편적인 의식을 치르는 일이었다. 진부하지만 일상성이 유지되는 밥벌이의 경건함이 새삼 떠올라 삶의 당위성을 부여한다.

   ‘난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

   딸과 함께 본 마션의 주인공이 불확실한 화성에서 생존의지를 불태우는 대사 중 하나다. 화성에서 540여 일을 보낸 주인공이 지구로 돌아와 우주 비행사 교관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평형을 잃고 뒤집히는 배안에서 아이들은 삶의 의지를 품었으나 결국 구조되지 못하였다. 돈을 아끼기 위해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고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 어린 아이들을 수장한 세월호 사건은 지금도 미증유의 사건으로 시간 속에 무덤덤해지길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치고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구조구난의 지휘체계를 바로 잡는 일로 개조해 가야할 텐데 여전히 책임을 전가하고 몇 사람 옷을 벗는 일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실물을 지배하는 돈은 인간의 판단과 정치적 이해까지 장악하고 있는 물신주의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자는 많지 않을진대 정당히 벌어 값지게 쓸 필요가 있다.

   사랑은 물가에 주저앉은 속수무책이다.’

   감성적 영역을 관장하는 사랑은 이성적인 사람의 마음까지 뒤흔들어 균형을 잃기 십상인 채로 몰고 갈 때가 있다.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이를 확인하고 싶어 하고 목소리로 상대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망을 품으며 여자는 화장으로 자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한평생 연필로만 습작한 작가는 애부에 자리한 결핍이 상상력으로 드러남으로써 내면의 소리를 내는 창작으로 이어짐을 놓치지 않았다. 연장을 써서 물건을 만들거나 수리하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손으로 도구를 제작하고 페달을 밟아 가고 싶은 곳으로 나가는 삶을 지속해왔다. 군 생활하는 아들이 평발이었음에도 현역으로 입대해 복무에 힘쓰는 동안 나라의 쪽박을 깨지 않는 일이 애국이라며 그를 다독거리는 아버지의 소리는 진중함을 더한다.

   고풍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높게 쌓은 돌담 안쪽에 있을 본질을 찾아 모퉁이를 도는 화자의 고독과 본질을 탐구하는 이의 실천적 노력이 떠오른다. 퇴색한 빛깔의 낡은 우체통 속에 깃든 사연을 궁금해 하며 걷던 시절의 낡은 지붕이 그리워지는 것은 나이 듦의 증거이리라. 화려한 것들을 실컷 누리고 나서야 밋밋함이 주는 담박함을 깨닫게 되는 것은 오랜 경험의 산물이리라. 칠장사를 배경으로 시작되는 벽초 홍명희 소설 속 두령들이 길 위에서 나누는 정의와 사랑 등이 서사처럼 펼쳐진다. 연어의 생로병사에 대한 관찰과 명상을 담은 글을 소개하며 모천 회귀성의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생물이 갖는 숭고한 사랑은 새 생명을 살리고 장렬히 죽어가는 의로움을 닮았다. 책을 읽고 사유하며 표현하는 생활을 즐기며 사는 독자에게 작가는 자발스러움 대신 진중함을 겸하는 이로 깨어있으라 일침을 가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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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임의 바다
팀 보울러 지음, 서민아 옮김 / 놀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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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생업 터전으로 삼고 어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경제적 능력을 축적하는 대가로 가장의 목숨을 제물처럼 바다에 바치게 된 경우가 있어 집어삼킬 듯 맹렬한 기세로 덤비는 파도를 볼 때면 섬뜩할 때가 있다. 지난봄 지인의 아버지는 이른 새벽 조업에 나섰다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남은 식구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산 사람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들어 상실의 아픔으로 비탄에 젖어 지냈던 시간을 상쇄해 갔다. 열다섯 살 헤티는 부모를 바다에 수장한 채 모라 섬이라는 작은 섬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바다를 응시하며 바다가 내는 속삭임을 듣는 시간으로 일상을 채워갔다.

 

   거주민이 100명도 안 되는 모라 섬의 몽상가라 불리는 열다섯 살 소녀 헤티는 바다 유리 속 흐릿한 형상을 볼 때마다 형상의 정체성을 찾고 싶은 갈망이 컸다. 다른 지역의 사람들과는 단절된 채 그들만의 소우주인 모라 섬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들의 자랑인 배는 섬사람들 모두 힘을 합쳐 건조한 작품이었다. 헤티에게 들려온 속삭임은 적막 속을 헤집고 다가오던 고요를 넘어 거친 소리로 변하더니 이내 거센 비를 뿌리며 폭풍을 몰고 왔다. 비교적 평온한 바다 유리 속과는 달리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던 소녀는 위험이 가까워졌음을 알아차렸다. 악의의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부서지고 만 모라의 자랑인 배가 난파되는 것을 보고 주민들은 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허사였다. 바다 유리를 만지면 평온함에 젖던 소녀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배를 발견하였지만 퍼 노인은 배 안의 정체는 악이라며 적대감을 드러냈다.

   거센 폭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 안에서 살아남은 노파의 기진맥진한 모습에 놀란 헤티는 할머니에게 노파를 돌봐주자고 간청하지만 모라 섬 주민들은 노파를 사악한 무리로 간주하고 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을 거역하였다. 섬사람들의 미움을 사면서도 바다유리에서 보았던 얼굴과 닮은 노파를 본 소녀는 온갖 어려움을 뚫고 자신을 찾아 온 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노파의 건강 회복을 도우려는 소녀에게 섬사람들은 모라 섬에 악을 가져 온 이를 돌봐줄 필요가 없다고 여기며 죽게 내버려두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생활해 온 이방인을 배척하고 동질성을 지닌 부류들끼리만 살아가려는 닫힌 사회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다. 다름을 수용하여 다원적인 삶을 형성하여 갈 열린사회로의 지향은 요원하여 보인다.

   퍼 노인은 바닷물과 함께 죽어갔고 바닷물을 거쳐 온 노파는 생존하여 사악한 이를 돌보아 준 헤티를 향한 증오의 눈길은 강하였고 소녀와 거리를 두려는 이들이 늘어났다. 자기 신념이 강한 헤티는 주변인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가운데 노파를 돌보며 바다유리 속 변화를 살폈다. 형상은 두 개로 나뉘어져 서로 다른 모습으로 분리되어 각기 다른 영역을 드러냈다. 회복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 노파를 향해 소녀는 모라 섬에 온 목적을 상기시키며 노파의 건강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노파의 얼굴에서 바다유리 속 얼굴을 떠올린 소녀는 노파 곁을 지키며 일상을 함께 하였다. 말문을 닫은 노파의 마음을 열리게 해 그녀가 온 곳을 찾아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밝히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답을 쉽사리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헤티는 노파를 죽게 방치할 수는 없다며 심원 속 본질을 찾아 바다로 향하였다. 작은 돌고래를 타고 창해를 항해하던 중 거센 파도와 맞서며 배가 부서질 것 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미지의 섬을 향하였다. 익사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했던 헤티는 노파와 함께 하가 섬 가까이 닿을 수 있었고 그곳의 주민들에 의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새 배를 완성한 기념으로 항해하던 중 사랑하는 딸 로사를 바다에 묻어야 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목도하며 노파가 헤티를 찾아 모라 섬을 향해 노를 저은 이유를 가늠할 수 있었다. 열다섯 살 소녀 헤티에게서 노파는 자신의 딸의 형상을 발견한 것이었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정상적인 생활까지 잃어버린 마리타 할머니는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며 사는 일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내면의 아픔을 투영하여 바다유리 속 형상으로 떠올린 얼굴이 환영이었든 상념이었든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했던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며 사는 일은 또 다른 우주를 향하는 길목에 갖은 시련을 배태하여 한 사람을 지난한 역사에 가두는 숙명의 고리로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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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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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년을 넘어서면 미혹됨 없이 소신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주변인들의 말에 휘둘리며 작은 오해의 불씨가 도화선 되어 상처를 주고받는 일로 괴로워하며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할 때가 많다.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으며 살 수 없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말을 들으면 미운 살이 박힌 이유 를 찾아 고민한다. 타인의 한마디에 신경쓰며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자책할 때 아들러의 가르침은 중심을 바로 잡고 살아갈 당위성을 일깨운다. 비록 타인의 기준에 반하는 행위이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용기를 돋우며 실천하는 일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완전 연소하는 삶을 잇는 일이기도 하다. 대중이 이끄는 관성대로 움직이지 않고 통념을 따르지 않는다며 주변인들이 뒷공론을 늘어놓더라도 그것을 감내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 걸어갈 때 자유로운 삶의 지도를 그려갈 수 있을 것이다.

   선택권 없이 세상에 태어난 후부터 겪는 일련의 일들은 개인의 크고 작은 역사로 기억되어 성장해서도 현재적 삶을 지배하는 과거의 트라우마는 존재한다. 이를 프로이트는 한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보았지만 아들러는 목적론으로 갈등 상황을 해결하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안을 풀어갈 수 있다고 보았다. 무늬만 인과법칙인 채로 불만스럽고 부자유스럽지만 지금 이 상태로 지내는 게 편하므로 생활양식을 바꿀 용기가 없는 만큼 열등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이상적인 자아를 발현하는 일에 능동적으로 살아갈 당위성을 드러냈다. 세 살 많은 형과 비교당하며 억압받아 온 청년은 사서로 일하는 동안에도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에 시달리며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여 왔다. 주어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활용해 갈 것인지 사유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자신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갈 때 진정한 자유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의 시선에 묶여 기존의 관계가 깨질까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는 부자유스러운 삶은 눈앞의 작은 공동체에 집착하며 살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마음이 너그럽다는 칭찬을 들으며 상대에게 조종당하는 수직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개체의 차이를 수용하며 대등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때 존재성을 회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가치를 일깨우며 용기를 내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낼 때 주어진 것을 수용하며 살아가는 삶의 묘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의견이 상충하여 합의를 끌어내지 못할 때면 서로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마음에 상처를 내기 일쑤였다. 바꿀 수 없는 것을 수용함으로써 타자의 성정까지 신뢰하여 갈등의 골을 메워가는 일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물질적인 재화를 쌓는 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일에 매달려 정신없이 지낸 시간을 회의하는 노년의 이웃을 볼 때마다 행복한 삶을 위한 요건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주인처럼 살지 못하고 타인이 의도한 대로 사느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추한다.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슬하에서 고생하느라 학습에 매진하지 못하였다며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비겁함에 위축되고 만다. 바꿀 수 없는 과거의 트라우마에 발목 잡힌 채 허우적거리며 살기보다는 지금 잘할 수 있는 부문을 찾아 매진하는 일은 찰나를 진지하게 사는 지혜로 비춰진다. 불편한 인간관계를 지속하느라 소진하며 살기보다는 기존의 관계망에 얽힌 이들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드넓은 공동체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새롭게 시작할 용기를 가질 때 인간관계의 축도 변화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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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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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숨은 소중하지만 한 번은 죽는 법이다. 조금 당길 때가 오거든 그리하는 것이 사내의 일이다.’

   누군가의 동무였고, 누군가의 아들·지아비·아비였던 이들이 죽어갔다. 알아주는 이들이 없어도 의협심 있는 그들은 밝은 세상을 꿈꾸며 맨주먹 붉은 피로 농기구를 들고 신식무기에 맞섰다. 탐관오리의 횡포와 일본의 주구 세력들에 대항하여 보국안민(輔國安民)의 기치 아래 들불처럼 일어난 동학농민 운동 세력들은 험난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또 다른 재를 넘어서는 일의 반복으로 대의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후대의 사람들이 그 뜻을 이어받을 것이라 여기며 중심 가치를 실현하였다. 부정한 관리들을 징치하는 일에 국한하지 않고 이 땅의 민중 중심의 민주적 세상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쇄국정책을 펼쳐오던 흥선대원군은 조선의 사직을 공고히 하는 일에 관심을 모았고 기존의세도 정치의 폐단을 개혁하여 왕권을 강화하려는데 며느리 민정왕후 일파의 개화당과 마찰을 빚어 시대적 고민이 많았다. 핍박받는 민중 중심의 개혁을 주장하는 동학군의 우두머리인 전봉준에게 나라의 명운이 덜려 있음을 명심하라고 당부하는 모습에서는 기존의 녹두장군을 다룬 소설과는 다른 개연성을 담았다. 개똥이로 불리는 김개남, 통찰력 있게 전세를 살피며 전략을 편 손화중과 의기투합하여 동학농민혁명은 민중 봉기로 한 획을 그었다.

    고부군수 조병갑은 불효와 불목, 음행 등의 죄목을 붙여 사람들의 재산을 늑탈하였고, 갖은 학정을 일삼아 민중들의 분노는 커져갔다. 전봉준이 제폭구민(除暴救民)을 역설하자 민중들은 짓눌린 채로 살 수 없다는데 뜻을 같이 하였다. 무고한 사람에게 죄목을 씌워 재산을 착취하는 등의 갖은 횡포로 동학농민운동은 발발되었다. 학정으로 부모를 여의고 전봉준 장군을 스승이자 아버지로 받아들이고 장군의 수족처럼 기민하게 움직인 을개는 장군의 딸 갑례의 뱃속에 씨를 뿌리고 대의를 위해 자기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호정이 순정을 바칠 뜻을 내비치었을 때도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면 큰일을 못한다고 판단한 이철래는 그녀를 가슴에 품고 민중들의 민주적인 삶의 초석을 마련하는 일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동학도들의 혁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권력을 기틀을 공고히 하는 일에 주안점을 두는 이들의 생각은 대화 속에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결핍은 채움으로써 갈무리되는 게 아니라 결핍은 더 큰 꿈을 꾸게 하는 근간으로 작은 안락함을 거부하고 고단한 길 위에 서게 하는 힘으로 작용했다. 부패와 결핍으로 균형을 잃은 조선의 형세를 간파한 청과 일은 조선을 좌지우지하려는 욕심을 내세워 조정과 밀착되어 야심을 관철하려는 야욕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에 맞서 전봉준은 도탄에 빠진 창생을 구제하기 위해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를 징치하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을 물리치려는 격문을 선포하고 민중들을 규합하였다. 전의를 모아 전략을 펼 때도 신중하게 대처하길 바랐던 전봉준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생명을 유린하는 일은 삼가도록 당부했다. 변방에서 강적에 맞서는 일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열세인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기에 민초들의 마음을 얻어야 하고 인내심과 치밀한 판단력으로 책임감 있게 행해야 했다.

   존엄한 개체인 생명체로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둘러싼 선택은 현재적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민주적인 세상을 꿈꾸며 비전을 실현하려는 뜻에 함께 하는 동학도들을 규합할 때, 전봉준은 신식 병기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 의지와 힘으로도 안 되는 일에 대하는 두려움은 공포로 자리할 수 있음을 간파하고 세력의 힘을 모아갔다. 청국에 지원병을 요청한 조선의 정세를 살피며 일본은 조선에서 주인 행세를 하려는 야욕을 드러냈다. 운현궁으로 들이닥친 스기무라 일파는 대원군을 설득해 일본의 뜻에 따르기를 종용하였지만 그는 일본의 만행에 맞섰다. 하지만 김홍집을 위시한 관료들은 평양 전투 이후 삼남의 동학당을 소탕하라는 일본의 요구를 받아들여 관군의 총격전은 맹렬했다.

   이노우에 공사가 지휘한 동학의병 토벌작전으로 일본군과 조선 관군의 조직적인 공세에 직면한 동학의병은 연이은 전투에서 패배하였고 우금치전투의 대패로 아래로부터 거세게 일어난 동학 혁명의 불길은 사위어갔다. 김개남, 전봉준, 손화중 등 동학의병 지도자들이 체포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이라는 표식을 유산처럼 남기고 떠난 을개의 뜻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갈 것이다. 갑례의 뱃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체로 자란 도치 역시 아버지 을개의 뒤를 이어 민중들의 음울한 삶을 거두는 희망의 빛으로 성장해 역사의 진보를 위한 먼 길을 향하는 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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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구름 사이로 동그란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달을 보면서 명절을 보내는

안타까운 마음을 날려 보내렵니다.

가족 간의 불화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사는 형제들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늘 그렇듯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며 언제나 이 일에서 벗어날까 의문을 품습니다.

한 집에서는 제사를 모시고 또 다른 집에서는 큰어른을 모시는 일상이

하나로 모아지면 좋을 텐데요.

다시 하나로 연대하며 살기는 어려워 보이는 어르신들이

상대를 배려하며 이해하는 가운데 서로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복귀하여 직장 일을 마치고 금요일 밤에는 푹 쉬고

그동안 읽은 책 서평을 작성하고 읽고 싶은 책을 보았습니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가면을 치우고 살의를

표현한 범인의 추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9월에는 읽고 싶은 수필류가 많이 나와 5권을 선정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창창한 햇살 아래 답사를 떠나고 싶은 날

20대 청춘 시절부터 함께 하였던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답사 길라잡이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언을 새기게 했고 보는 만큼 가슴에 남는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합니다.

 

 

 

 여름 방학 때 아이와 함께 강원도 영월로 답사 여행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호야 박물관에 끌려 박물관 고장인 영월을 찾았습니다. 숙부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내쳐진 단종의 슬픔을 단종의 능 옆에 있는 보리밥집에서 삭이고 펑령포를 돌아나왔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찾고 싶은 영월이라 남한강 유역을 둘렀나 답사기

들고 떠나는 여행을 꿈꿉니다.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이의 정성과 노력에 감동하며 지낼 때가 많습니다. 중화 요리로 명장의 자리에 오른 고향 친구가 있어서인지

사부의 요리가 남다른 느낌으로 자리합니다.

쉽게 식어버리는 열정을 바로 세우려는 움직임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합니다.

근성으로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밥 한 끼를 함께 하고 싶은 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별로 소통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는 밥을 먹고 싶지 않은 아집이

크게 자리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와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은 그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명사들은 누구를 그리워하며 밥을 나누고 소통하묘 교감하였을지

궁금합니다.

 

 

 

 

 

 필사하고 싶은 작가 김훈 님의 글은 가슴 속 잔잔한 울림을 전하는

정한수 같은 정성의 산물입니다.

라면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서민적인 음식입니다.

나이 듦에 라면을 먹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여 한 젓가락씩 후루룩 먹으며

서로 웃고 떠들던 아동기의 결핍이 떠오릅니다.

부족함이 많았어도 서로를 생각하는 정이 흘렀던 그 시절을

추억하면 골방에서 친구들이 함께 먹었던 라면이 있습니다.

 

 

 

 

 

 

 

 

 호불호가 갈리는 류시화 님의 인도 여행기를 읽고 인도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인도 여행의 시작은 환상이 깨지는 것부터일 것입니다. 빠하르간즈 관행대로 해오던 질서가 무너지고 아비규환 같은 길에서도 현지인들은 그들만의 질서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혹독한 여정에 몸과 마음은 지쳐갔지만 여러 곳을 떠돌아 다녀도 신기한 나라 인도만큼 이야깃거리를 주는 곳이 없어 보입니다.

'노 프라블럼' 한마디로 형통하는 그곳의 문화에 흠뻑 빠져들고 싶은 날 인도 여행을 꿈꿉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신간평가단 16기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는 소통하고 싶은 이웃들과

함께 하는 활동이라 공감대 형성에 이로울 것이라는 기대가 크기 때문입니다.

청아함이 가득한 가을에 까슬까슬한 마음을 달래 줄 에세이들이 있어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행복한 가을입니다.     

소소한 일상에 감동하고 감사하는 감성을 잃지 않고 살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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