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2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수능 시험의 변별력과 체감 난이도 등을 둘러싸고 말들이 무성하지만 서울대 갈 놈은 어째도 서울대 간다는 말이 정설처럼 자리하는 교육 현실이다. 교육 현장에서 생활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학 진학을 위한 가교로 원하는 대학보다는 명문 대학 합격률을 높이는 게 진로 교육의 최선이라 여기며 내신 등급 불변의 법칙을 외치는 교사들이 산재한다. 교과 우수 전형을 제외한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대학을 가야 할 대다수 학생들의 고민은 내신 성적뿐 아니라 창의적 종합 체험 활동인 비교과 영역의 활동을 다양하게 꾸릴 필요가 절대적이다. 앞으로 사라질 전문직으로 의사와 약사를 꼽고 있지만 여전히 의대 열풍은 센 편이라 자연계 1등은 의대로 진학하는 경우가 흔하다.

 

    2015년을 한 달 앞두고 2016년도를 내다보며 교육의 흐름을 선도할 13가지 트렌드를 발표한 <<트렌드 에듀 2016>>은 이병훈 교육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글로 교육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라는 주문을 담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생활하는 학생들이 흥미롭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핵심인 코딩 교육이 이뤄져 문제를 구조화하고 관련 정보는 수집하여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이 자동화되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서비스 플랫폼을 선점하고 있는 코디 시스템에 사물인터넷이 더해져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분석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대를 열었다는 일간지의 보도와 맞물려 코딩 능력은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는 교육 시스템과도 상통한다.

 

   지식 축적 교육에 편중돼 등한시해온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은 내면을 바르게 가꿔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려는데 목적이 있다. 밥상머리에서부터 타인을 배려하며 존중하는 가운데 책임을 다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기반을 다져 내적 역량을 신장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학생 스스로 진로에 대한 치열한 고민으로 주도적으로 선택하여 책임 있는 성년으로 자리할 수 있는 근간을 이뤄 성년이 되어 방황하는 시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

 

   기존의 수업 과정과 활동 내용을 뒤집는 형태의 학습 유형인 플립 러닝은 교육 현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제로 작용한다. 교과 수업 시간 전 학습 내용을 미리 살펴보고 그 내용을 서로 토론하며 프로젝트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활발히 교류하는 시간에 학습 내용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축적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학습에 대한 적극성과 주도성, 책임감을 가짐으로써 수동적 강의 중심의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의 참여 수업으로 활성화돼 심화 내용을 스스로 찾아가는 수업 형태로 정착될 것이다. G2로 급주상한 중국을 제대로 알고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어 교육은 또 다른 어학연수 과제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인지적 영역에 치우친 교육으로 정서적 불균형이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음울한 아동기와 청소년 시기를 보내는 경우 대안으로 지덕체(智德體)의 조화를 위한 자연주의적 교육을 찾아볼 수 있는 교육 형태까지 실어 정보를 확대하고 있다. 2017학년도 대입부터 적용되는 수능시험에서 인문자연으로 분리된 국어 시험이 통합되고, 한국사 시험이 절대평가로 도입되어 시행될 것이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는 영어 수능시험이 절대평가로 시행됨에 따라 수학 성적으로 변별력을 높이려는 경향이 또렷해질 전망이다. 기본적인 원리와 계산식을 암기하고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어 문제 유형을 익힌 뒤 난이도 높은 문제까지 해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고민하여 문제를 풀어 정답을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학 학습을 포기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고등학교 현실에서 생각의 길을 터주는 수학 학습의 대안이 절실하다.

 

   수능 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정하고 학교생활 중심의 과정을 평가하는 학생부 종합 정형 중심의 수시 전형이 대입의 정형으로 자리하는 만큼 학생의 성장 가능성과 재능, 열정 등을 평가하는 정성 평가에 걸맞은 활동이 요구된다. 우리나 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의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수시 전형에 부합하는 입시 컨설팅으로 대입 전략을 수립하여 적용하고, 유명 학원의 수강생으로 자리하기 위해 새끼 학원에서 수강까지 해야 하는 사교육 시장의 현주소를 접하면서 고착화된 학벌 위주의 풍토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암울한 생각도 든다. 저자 역시 2016년 교육 트렌드를 다루면서 특목고 입시 전략을 제대로 수립하여 명문대학이나 세계적인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위한 토대 마련을 위한 안내자 역할에 충실한 듯이 보인다. 농어촌 지역에서 변화되어 가는 교육 패러다임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많은 점을 감안하지 않은 점은 소외된 지역의 교육 소외 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겨울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삿포로는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에 위치한 도시로 겨울에는 폭설과 추위가 지속되는 지역으로, 곳곳에서 눈과 얼음을 소재로 하는 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끈다. 해마다 열리는 삿포로 맥주 축제장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 동경하던 도시 삿포로는 익숙한 공간으로 자리한다.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 저자의 삿포로 여행은 달콤한 맛으로 미각을 자극하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컵케이크, 아이스크림 등의 전문점이 즐비하여 여행의 묘미를 더한다.

와플에 과일을 넣은 유제품을 얹어 먹는 즐거움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동안 서로를 향한 마음까지 두터워질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갖가지 모양을 한 도넛은 재료의 특성을 살려 폭신폭신한 도넛 속에 버커츠림을 듬뿍 담은 도넛에서

부드럽고 쫄깃쫄깃한 찹쌀 도넛, 커피 시럽을 돌돌 말은 커피 도넛 등을 맛보는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시간은 달콤한 일상의 맛을 연상케 한다.

속에나 있을 법한 골목길을 돌아서면 아기자기한 동화 속 빨간 지붕 쿠키 하우스가 나와 그곳을 들여다보면 콧등에 안경을 걸치고 앉은 할머니가 손녀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환상 속으로 이끈다. 골목마다 맛있는 가게들이 도열해 이방인의 발길을 끄는 이색적인 가게들에는 신선한 유제품으로 만든 스위츠 숍이 가득하여 여행 중의 피로를 풀면서 힘을 얻어 향긋한 음료를 들고 서성거리기에 그만인 공간으로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학 습관 - 나만의 업業을 만들어가는 인문학 트레이닝북
윤소정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처럼 비가 촐촐하게 내리는 날 들른 술집에서 만난 제자는 인사를 하면서 자연스레 동석하게 되었다. 술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을 때, 그는 면사무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위축되어 있었다. 술을 비운 뒤,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꿈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스스로를 답답해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제자의 처진 어깨를 토닥거리며 지금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것부터가 기존의 틀을 깨기 위한 몸짓으로 보인다며 경험 속에 길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이라는 피상적인 답으로 마무리 짓고는 우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공부는 대학을 가기 위한 자식을 전수받는 곳으로 고착화되어 다른 데 신경을 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오로지 내신 등급을 올리고 수능시험 고득점을 위해 질주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무한 경쟁 시대에 남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닦달하면서 동일한 스펙을 쌓느라 고군분투하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자신만의 인생을 기획하고 실현하기보다는 남들이 정해 놓은 것들을 취하기 위해 끌려 다니는 삶의 패턴으로는 현안을 해결하며 살아갈 대안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 인문학적 삶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고 여긴 인큐 대표인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수강생들의 후기를 통해 변화 양상을 드러내며 자신이 즐기는 일을 찾은 성공담을 곁들였다.

 

     ‘The book must be the axe for the frozen ocean within us.’

     (책이라는 것은 얼어붙은 나의 세상을 깨는 도끼와 같아야 한다.)

    카프카가 남긴 문장은 인문학 서적을 읽고 그 내용을 수용하는 수동적인 독자에서 벗어나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해답을 찾음으로써 책 속의 내용을 다르게 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실천력을 겸할 때 인문학적 소양은 깊어짐을 명확히 하였다. 남들이 정해놓은 길을 답습하는 행태에서 벗어나 선택한 길에 집중함으로써 선택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가는 일은 11글쓰기 훈련부터 시작해 습관화하여 갈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수백 권의 책을 읽더라도 가슴에 새기고 싶은 구절 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다면 그것은 체화한 독서라고 말하기 곤란할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자리하는 장단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장점이 단점이 될 때가 있는 것처럼 단점을 장점으로 치환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고 달갑잖은 직장 상사를 반면교사로 삼는 일 역시 인문학적 고찰로 여길 수 있다.

 

    인생이란 게 매뉴얼대로 움직여지지 않을 때가 더 많아 이런저런 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늘어난다. 양질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여러 사안을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 중 하나이다.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푸념하며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지도 모르겠다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자신을 공부하기 위해 빅 데이터를 수집하듯 나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끊임없는 관찰을 통해 스스로가 몰입하는 지점을 발견하여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상적이었다. 무의식적으로 끌리는 책을 선택하여 그 내용을 읽을 때 가슴에 와 닿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가며 그 이유를 찾아 정리하는 가운데 본질을 찾아 집중할 힘을 기를 수가 있다. 타인의 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 행동으로 옮기는 가운데 참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중시하는 인문학적 실천은 하나의 습관으로 정착될 것이다.

 

    정형화된 획일적인 공간을 벗어나 하늘을 학교 삼고 땅을 이론 삼아 경험을 확장해 나의 생각을 실현시키는 공부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실천은 전문성을 갖춘 인재로 자리할 힘을 얻는다. 관심 분야는 독학을 해서라도 자신을 무장하고 사유하는 가운데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에 능숙하여지도록 애쓰는 과정이 담보될 때 체계적인 글쓰기는 가능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주창하는 대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며 나만의 정체성을 갖추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몰입하는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질 때 우리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여기게 될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돈벌이에 나설 때 자신의 적성을 찾아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좀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생존력을 기르는 일은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을 다른 곳에 적용하는 능력인 전이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생활 속에 인문학적 트레이닝을 실천함으로써 현재적 삶에 충실할 때 의미 있는 시간은 축적되어 나만의 분위기를 형성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알타이 걸어본다 6
배수아 지음 / 난다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의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 미답의 공간으로 수평 이동하는 여행은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내밀한 행위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바람에 끌려 빈 시간이면 여행기를 즐겨 읽으며 가야 할 곳을 찾아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여 당위성을 부여한다. 노마드 풍에 끌려 모르는 사람들 틈에서 그동안 옥죄어 둔 규범과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이 자신을 풀어놓고 대자유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은 용기를 내야 하는 모험적인 일이다. 독일어로 소설을 쓰는 몽골 소설가 갈잔 치낙의 소설 귀향을 보고 몽골 서북부의 소수민족 투바의 추장이라는 사실에 끌려 저자는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알타이로 떠나게 되었다. 기존의 여행기가 주는 멋진 경관이나 관광 명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현실 속의 나로부터 도피하는 여행은 울란바토르 공항에 발을 내디디면서 시작되었다.

 

   사방이 스텝 초원으로만 둘러싸인 건조한 땅, 황무지에 가까운 사막에 도착해서야 몽골 특유의 냄새로 저자는 여행을 실감하였다. 여행자들 22명은 몽골과 중국러시아의 접경지역이며 카자흐스탄 국경과 인접한, 시베리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알타이로 향하였다. 제대로 된 화장실이 없는 공항에다 물 한 방울이 귀한 곳에서 생활하는 게 익숙지 않았을 텐데도 여행자들은 불평하기보다는 척박한 환경에 감내하며 유르테 안에서의 생활에 젖어갔다. 유르테와 유르테에 거주하는 인간들을 보호해주는 여신으로 숭배 받는 불을 꺼뜨리는 행위를 금기시하며 불을 소중히 다뤘다. 잘 마른 야크 똥을 연료로 삼아 보온에 힘쓰는 유테르의 생활은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지만 원시 본연으로 돌아가 미소 짓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물질적인 축적이 행복의 척도는 아님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알타이의 거칠고 투박한 자연이 고스란히 펼쳐져 위험을 수반하기도 하는 자연 환경이지만 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다른 행성에 있는 듯한 공간에서 절대 고독의 경지에서 자연에 눈길을 주는 여행자의 시선을 의식한다. 말을 타고 원승을 나갈 경우 예민한 말을 자극하지 않는 게 필요하고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말고삐를 잡아당겨 말을 멈추게 하는 요령을 터득해 미연에 사고를 예방하는 일 등은 유목민들의 생활에 동화되는 일련의 활동이다. 태어난 지 5년이 경과해서야 아이의 머리를 잘라주며 유목 사회의 일원으로 영입되었음을 입증하고 아이에게 말 타기를 배워주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안내하는 풍습은 의미를 지닌다.

 

   여행 중에 현지에서 만나는 이들과의 인연 중에는 강렬한 인상을 남겨 가슴에 들어와 추억하게 하는 이들이 있다. 저자가 만난 첼리스트 마리아는 조용하면서도 느림의 미학을 실현하며 언어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다양한 세상과 만나는 일에 열성적이었다. 갈잔의 알타이 여행에는 알타이-투바를 위한 지원금과 갈잔 치낙 재단의 몽골 조림사업 기부금이 포함되어 있기에 경비가 비싼 편이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한 일에 열정적인 마리아는 적극적으로 나섰다. 세상 소식과 단절된 공간에서 날 가는 줄도 모른 채 자신이 추구하면 살던 일도 잊고 무위의 상태로 돌아가 알타이의 천연에 빠져들었던 시간은 그동안 쥐고 있었던 것들을 내려놓음으로써 시작되었다. 향나무 계곡 사이를 비상하는 맹금류를 보면서 자유를 만끽하였고 책 한 줄도 안 읽고 시간을 보내는데도 불안하지 않았으며 느리게 움직이며 야크 똥을 모았을 뿐이었던 여행은 현지인 누르하치가 저자에게 건넨 치즈 한 봉지에서 감동을 더한다.

 

   오지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영양 섭취가 부실한데다 체력은 고갈되어서인지 병을 앓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나 역시 북인도 여행 중 몸살감기를 된통 앓으며 해뜨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엄동설한을 견뎠던 기억이 떠오른다. 저자 역시 호흡 곤란으로 가슴에 통증을 느끼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일행이 권했던 동종 요법으로 통증을 완화하며 느린 호흡법으로 가쁜 숨을 달래야 했다. 양고기 스튜 대신에 맨밥에 소금을 뿌려 먹음으로써 기운을 돋우며 서서히 생체 리듬을 회복하여 갔다.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외에는 거의 갖지 않은 유목민들의 검소한 생활은 구멍 뚫린 옷을 입어도 괘념치 않은 의복 착용은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수단일 뿐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페라 보기를 즐기는 마리아는 무대 맨 앞 입석표를 구하기 위해 서너 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 자신이 관람하고 싶은 공연을 보면서 예술적 취향을 분명히 하였다. 마리아를 만나러 빈으로 간 저자는 알타이 여행을 추억하며 유테르에서 함께 머물렀던 시간으로 회귀하여 유목민처럼 거처를 옮기며 피폐해진 영혼에 쉼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비처럼 나남신서 1834
김병일 지음 / 나남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낙동강이 휘돌아 흐르는 지형 한가운데에 위치한 만송정 숲을 거닐며 느릿느릿 움직이던 지난가을의 한나절이 그리워진다. 일상에 매달려 마음의 쉼을 주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다 하루를 십대 아들과의 말다툼으로 시작하여 마음이 개운치 않은 날 선현들이 삶의 지표로 삼고 지냈던 구절은 어른스럽게 처신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고 있는 듯하다. 퇴계 선생의 겸손공경헌신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움직임을 표본으로 지행합일을 구심점으로 삼고 있는 도산서원 선비문화원 수련원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는 저자는 <<선비처럼>>의 내용이 청소년들의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몸으로 가르치면 따라오고, 말로 가르치면 대든다.’

  조선 영조 때 정승을 지낸 이태좌의 가르침은 밥상머리에서 학업에 충실하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바로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하니 화를 버럭 내면서 볼멘소리를 하여 갈등이 증폭되었다. 차 한 잔을 마시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책 속 구절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부모는 말없이 책을 펴 들고 모범을 보이면 자식은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을 학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한다고 채근하였다. 경쟁이 불가피한 사회에서 타인 위에 군림하여 우위를 차지하여야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고 내세우기만 할 게 아니라 따뜻한 마음으로 남을 배려하며 선의의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어른이 모범을 보여 아이가 가슴으로 느끼어 자발적으로 실천할 때 의미는 살아나 가정에서부터 스스로를 살피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품성을 길러야 한다.

 

   퇴계 선생의 어머니 춘천 박 씨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7남매를 키우며 불우한 환경을 탓하지 않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였다. 어머니의 긍정적인 태도와 신실한 생활력 덕분에 올곧은 선비 정신을 새기며 학문을 닦아온 퇴계는 생활 속에서 인간 존중의 길을 저버리지 않았다. 첫 부인과 사별하고 얻은 둘째 부인이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그녀를 홀대하는 일 없이 살았던 일은 부부의 연을 소중히 여긴 증표로 남는다. 진실함으로 남의 처지를 헤아리고 배려할 줄 아는 충서(忠恕)정신은 자기중심에서 벗어나 함께 하는 공동체 의식을 근간을 이룬다. 학덕을 겸비하여 실천하는 사람으로 모두에게 존경받을 인격체인 선비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며,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실천을 근본으로 삼아 도덕적 리더십을 발현하여 왔다.

 

   생존을 위한 경제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성장 발전을 주창하며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중요한 정신문화를 도외시한 채 성과를 내느라 분주한 삶을 살았던 폐해는 패륜적인 사건 사고로 이어져 우리 사회를 음울하게 만든다. 문화적 콘텐츠로 나라의 경쟁력을 키워가는 브랜드 구축은 미래가치를 창출하여 가는 토대로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선비 정신을 들 수 있다. 조선 시대 선비는 검소한 살림살이에서 인성을 도야하며 선공후사(先公後私)하는 솔선수범으로 백성을 교화해 갔고, 나라가 어려울 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나섰던 의병 활동의 정신적 근간을 이루었다. 이른 봄 동토를 뚫고 나오는 매화를 사랑한 선비 퇴계는 매화 시를 모아 매화 시첩으로 엮을 정도로 매화의 암향(暗香)을 즐겼다. 자신을 낮추며 제자를 생각하는 참된 스승의 표상으로 남은 퇴계 선생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호남의 선비가 영남의 선비를 찾아 교류하며 지낸 역사 속 배움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사제 간의 정을 떠올리게 한다.

 

   지체를 겸비한 선비를 양성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 예의범절을 가르친 뒤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문에 나갈 수 있는 길을 택하였다. 선비들은 자신부터 치열하게 닦아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이웃과 백성을 감화시키는 단계로 나아갔고, 세상만물의 이치에 통달하기 위해 폭넓게 공부하였다. 하지만 근대화 과정을 거치며 현대로 오면서 인격을 도야하는 교육은 차치하고 지식을 축적하는 기능적인 교육에 편중되어 인성교육은 도외시되어 크고 작은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지도자들이 중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은 선비정신의 실천인 청렴 개결한 생활과 상통한다. 부자 3대 가기 어렵다는 시절에 경주 최부잣집의 성공 비결은 자기 절제와 타인 배려의 선비 정신으로 흉년에는 땅을 사지 않고 과객을 융숭하게 대접하는 등의 타인 배려의 삶을 이었기 때문이다.

 

   혼탁한 시대일수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며 고민하는 가운데 중심을 바로 세우고 살아갈 때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길을 걸을 수가 있다. 군자와도 통하는 선비는 자신의 영달보다는 국민과 국가를 먼저 생각하며 의를 숭상하여 실천하는 지도자로 나라의 근간을 세웠다. 후대의 지도자들이 지혜를 모아선비 정신을 발현하여 총체적인 난국을 풀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