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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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탈한 일상이 고마운 줄 모르고 지내다 평범하게 여기며 지냈던 일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타인과의 거리를 두고 지내는 팬데믹 시대에 책은 길동무로 자리한다. 세 자매와 부모로 구성된 가족은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추억을 새기느라 한정된 시간을 헛되이 보낼 수 없었다. 서로 좋은 점을 담은 쪽지, 사진, 편지, 작은 보물들, 함께한 삶의 조각들이 담긴 추억 상자를 공원의 그늘진 구석에 묻었다.

   ‘나중에 다시 오자.’

    던 엄마의 말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다. 공원에 추억상자를 묻고 돌아오는 길 가족은 자동차 사고를 당하였다. 찰나의 사고로 엄마와 언니, 동생을 잃고 남은 둘째 아이에게는 세 자매와 엄마가 함께한 추억만이 남았다.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를 잃고 두 딸을 떠나보낸 아빠는 남은 딸과 함께 새로운 길에 섰다. 가족으로 묶인 이들을 잃어버린 상실은 온 가족이 정을 나누며 지낸 공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나와 지내는 방법을 찾게 하였다. 아빠와 딸이라는 호칭 대신 로데오와 코요테라는 새 이름을 지어 부르며 길 위를 달렸다. 일정한 시간, 학생들 등하교를 돕는 스쿨버스를 구입하여 방을 꾸미고 좋아하는 책들도 함께 뒀다.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일들과는 결별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길, 주유소에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또 다른 주유소를 찾아 이동하였다. 스쿨버스 예거에 기름을 넣고 휴게소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등 기본적인 삶의 욕구를 채우며 새로운 길동무를 만나 동행하였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반

   을 좋아하는 코요테는 선물 받은 고양이에게 아이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코요테 속마음을 알아차린 로데오는 내걸었던 조건을 해제하고 딸에게 아이반과 함께 하는 시간을 허락하였다.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 법을 소중한 존재를 아끼며 더불어 살아가는 방랑하는 사람들을 태워 목적지에 닿게 하였다. 휴대폰으로 엮이고 싶지 않은 로데오였기에 코요테는 매주 토요일 공중전화로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였다. 손녀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할머니와 통화하며 코요테는 집 근처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접하였다.

 

   아픔의 눈물이 일렁거리는 과거와는 단절한 채 앞으로 나아갈 길만 생각하며 지내자던 로데오의 뜻을 코요테는 존중하였다.

   ‘너희 집 블록 끝에 있던 작은 공원이 없어질 거란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은 코요테는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비밀과 추억을 간직한 숲이 사라지기 전 숲 그늘 아래 묻은 추억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집으로부터 멀리멀리 달려온 길에서 우회하여 진정한 목적지 포플린 스프링스로 가는 길은 동승한 이들과의 공조가 필요했다. 상실의 아픔이 남긴 참혹한 슬픔을 떠올리며 마주하기 힘든 줄 알면서도 코요테는 엄마의 딸로, 동생이자 언니로 세상을 뜬 이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했다.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온 살바도르와 그의 엄마, 사랑 대신 음악가로 살아가는 꿈을 선택한 레스터, 동성애자를 이해 못하는 부모를 피해 나온 밸은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제1바이올린 수석으로 자리하는 살바도르의 연주회가 예정된 날, 그의 엄마는 휴가까지 받았지만 아버지의 폭력으로 연주회에 참석은커녕 낯익은 곳을 떠나야 했다. 살바도르와 코요테는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며 친구의 바람을 들어준다.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목적지로 가는 길에서 코요테는 일행과 함께 기지를 발휘하여 살바도르가 그의 엄마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할 수 있게 도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아빠와 딸로 부르지 않으며 오 년 전 먼저 떠난 가족과 과거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을 깨뜨려야 하는 때가 와버렸다. 로데오에게는 비밀로 부치고 엄마와 세 자매의 추억이 묻힌 곳을 찾아가는 여정에 돌발 상황은 복병처럼 자리하여 공사 시행일을 넘기고 말았다. 레스터와 로데오가 교대로 버스를 운행하는 도중 브레이크 결함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였지만 브레이크를 손 봐서 다시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 밤새 달리면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집 근처 공원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세상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듯 또 다른 걸림이 자리하였다. 보안관 지시에 따르며 조사를 받고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지체할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을 때에는 남은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최선이 되는 것이라는 아빠는 딸에게 운전을 가르쳐주었다. 속력을 내어 예거를 몰고 보안관을 따돌린 코요테는 살바도르와 함께 공원에 도착해 공사가 시작된 숲 그늘 아래 구덩이로 들어가 삽질을 하였다. 진정한 눈빛으로 추억상자를 찾아야 한다는 소녀의 간절함은 인부들 마음까지 움직여 함께 구덩이를 파게 되었고, 마침내 묻었던 추억을 꺼내었다. 오 년 전 아픔이 자리하는 공간에서 꺼낸 추억상자를 열어 가족의 마음을 확인한 아빠와 딸은 지금껏 기억을 떠올리는 것조차 거부하던 삶을 수정하였다. 추억을 들추며 하늘의 별이 된 이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소중히 여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집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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