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걸 미미양의 모험
오현종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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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작은 본드걸의 모험을 끝낸 미미양이 007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모습. 그저 평범한 한국 아가씨인 미미와 집에서 티비 보며 뒹굴기 좋아하는 평범한 007이 참 신선했다. 그리고 미미의 눈으로 본 007의 비루함은 웃기기 그지없었다. 

미미양은 달콤한 휴가가 끝난 후 바로 007에게 차이고, 본격적인 스파이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스파이 훈련을 받고 스파이가 되어 007과 첩보작전을 수행하는 중후반부는 전반부에 비해 재미가 좀 덜했다.   

전체적으로 풍자적인 소설이지만 대중적인 요소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다. 오현종 작가의 책 중에서는 동화와 풍자를 결합한 <사과의 맛>과 함께 묶을 수 있을 것 같다. 좀더 사실적인 소재를 차분하게 다룬 <거룩한 속물들>,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과 대비된다.  

   
 

그는 내게 무슨 까닭으로 스파이가 되려 하냐고 물었습니다. 여자들은 모험을 싫어하지 않느냐고도 했지요. 나는 그의 말에 여자가 모험을 싫어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남자의 영혼만이 세상을 자유롭게 헤매고 싶은 것은 아니다, 라고 반박해주었어요.
"누나는 무섭지 않아요?"
"난 권태호운 일상을 견디는 게 더 끔찍해."
어렸을 적 읽은 이야기 중에 내가 가장 무서워했던 건 달걀귀신이 나오는 전래동화도 아니고, 아기 잡아먹는 호랑이 얘기도 아니었답니다. 그것은 결혼 첫날밤 집을 나가버린 신랑을 늙도록 그 방에서 기다렸다는 색시 이야기였답니다. 어떻게 그 긴 세월을 꼼짝 않고 한 사람을 기다리며 보낸단 말인가요. 시간의 무게만큼 무섭도록 끔찍한 것도 없습니다. 나는 침묵 속에서 인고의 세월을 견디느니 차라리 사자의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어 내 운을 시험하고 싶어요.
– 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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