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2107"사람이 사람에게 반하게 되는 이유는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스웨터에 난 작은 구멍이라던가, 담배를 피울 때의 미묘한 손의 위치라던가."말들의 흐름 시리즈를 가끔 읽는다. 책이 얇아서 우주점에 가면 조금씩 읽었었는데, 그때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커피와 담배>를 중고로 구매해서 읽었다. 나의 경우 취미는 독서와 음악듣기 이지만 (북플 하시는 분들의 공통 취미가 아닐까? ㅎㅎ) 기호품은 커피와 담배다. 그래서 이 책은 소장할 수 밖에 없었다."정은" 작가님의 작품을 읽어본적이 없는데 이번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작가님 정말 영화 저럼 다양하고 힘든(?) 인생을 사신거 같은데(순례길도 가고, 절에도 사시고, 영화도 찍고 ㅋ), 저런 분이 옆에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커피와 담배에 대한 작가님의 생각에 완전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왜 커피를 마시는지, 담배를 피는지에 대한 이유가 이 책에 모두 설명되어 있었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나에게 주는 작은 사치이고, 담배를 피는 시간은 일상에서 벗어나 고독을 즐기는 순간이다. 세상에 대한 잠시동안의 침묵 같은?(담배를 같이 피는 것보다 혼자 피는 걸 좋아한다.) [커피를 마시는 허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담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커피는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완벽하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낸 '커피를 마시는 나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이다. 커피는 내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P.58[담배에 불을 붙이면 그것들은 안정감 같은 특수한 감정의 형태로 몸에 잠시 내려앉는다. 그것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유다. 담배를 피우는 것은 단순히 담배를 피우는 것만이 아니라 어떤 기억을, 감정을 잠시 소환하는 의식에 가깝기 때문이다.] P.67[커피와 담배는 고립을 고독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커피와 담배는 내가 나 자신과 함께 있게 해준다. 각자의 안에는 결코 들여다볼 수 없는 블랙홀 같은 부분이 있고 그것이 일으키는 중력의 힘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스스로에 대해 모든 것을 이미 다 알고 있다면 더 알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내면의 어떤 부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인간은 성숙해진다.] P.96요즘처럼 금연이 대세인 시대에 적당한(?) 책은 아니어서 추천하기는 좀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오늘도 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면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