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용서치 않을 거야.˝

˝세상이 아니겠지. 당신이 용서하지 않겠지?˝

조금 더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생각이 깊고, 타인의 말과 행동에 많이 흔들리며, 사소한 일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다자이 오사무˝ 그리고 그의 분신이자 <인간실격>의 주인공인 ˝요조˝는 매우 예민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일반사람 보다 조금 더 예민했을 뿐 그들의 인생 이야기는 결코 우리의 이야기와 동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에 읽은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읽기> 열두번째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이다. 예전에 이미 읽은 책이지만 읽을때마다 한 사람의 아픔이 문장속에서 처절하게 느껴진다.


자신을 감추기 위해 광대짓을 하고,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도 외로움을 느끼며, 인간의 거짓말에 대해 회의를 품고, 사람에 대한 공포로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지만 어쩌다 마음을 열었을때의 배신 등 다양한 아픈 경험을 통해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글의 첫부분에 ‘참으로 수치스러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라고 고백하고 있다.

[나는 과연 행복한 것일까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을 정말 자주 들었는데, 나 자신은 언제나 지옥 같은 심정이었고, 오히려 나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한 듯 보였습니다.]  P.14



이 책을 읽고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건 나 역시 ˝요조˝가 경험하고 느낀것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 역시 어느정도 가면을 쓰고 살고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상처를 받으며, 때때로 타인이 두려울 때도 있다.

[나는 인간에 대한 공포감에 늘 버들버들 떨면서, 또 인간으로서의 자기 언행에 조금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 채 온갖 고뇌를 가슴속 작은 상자에 숨기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기를 쓰고 감추며,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점차 광대 짓만 하는 기괴한 사람으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P.17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인간실격>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요조˝의 감정이 결코 특별한게 아닌, 우리 내면에 있는 일반적인 감정이며, ˝다자이 오사무˝가 ˝요조˝를 통해 매우 강력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우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아픔을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치유하지만, 너무나 예민했던 ˝요조˝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술과 약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결국 ‘인간실격‘으로 이어지게 된다.

[신에게 묻겠습니다. 저항하지 않는 것은 죄인가요? 호리키의 그 아리송하고 부드러운 미소에 나는 울었고, 판단도 저항도 잊은 채 차에 올라탔으며, 그리고 이곳에 따라와 미치광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지금 이곳에서 나간다고 해도 나는 역시 미치광이, 아니 폐인이라는 각인이 이마에 찍히게 되겠지요. 인간 실격. 이제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닙니다.]  P.137

‐---------------------------------------
지금 내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몸부림치면서 비명을 지르듯 처참하게 살아온 인간 세상에서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딱 한 가지는 그것뿐입니다.
<그저,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  P.140




누가 그의 옆에서 진심으로 도와줬다면, 그의 예민한 마음을 보듬어 줬더라면 과연 ˝다자이 오사무˝와 ˝요조˝는 ‘인간실격‘이 되었을까? 혹시나 내가 그들을 만난다면 이렇게 이야기해 주고 싶다.

‘당신들만 그렇게 수치스러운 삶을 사는건 아니라고, 나 역시 당신들과 똑같다고. 당신들은 조금 더 예민할 뿐이라고‘



PS 1. 이렇게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열두번째 읽기를 끝냈다. 이제 남은 건 여덟권인데, 이중 이미 읽은 책은 5권 이고, 처음 읽게 되는 책은 3권이다.(지킬 박사와 하이드, 타임머신,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

지금까지 읽은 책들 : 12권

MIDNIGHT(8권) : 도둑맞은 편지, 죽은 사람들, 비겟덩어리, 이방인, 변신, 6호 병동,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인간실격

NOON(4권) : 노인과 바다, 행복한 왕자, 토니오 크뢰거, 푸른십자가


Ps 2. ˝다자이 오사무˝의 책은 지금까지 총 네권 읽었는데 다른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찾아보니 그렇게 많지 않은것 같다.



댓글(24)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레이스 2021-10-10 08: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일본작가가 그리는 예미함은 결이 다른듯요
비수같은 느낌?

새파랑 2021-10-10 08:46   좋아요 4 | URL
그래서 그런 예민함이 궁금해서 계속 읽고 싶어지는 것 같아요. 감정 표현은 일본작가쪽에 공감이 갑니다 😅

독서괭 2021-10-10 08: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열두권 클리어!! 미드나잇은 거의 끝나가네요.
<인간실격>은 예전에 읽을 때 크게 감명을 못 잗았는데,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떨지 궁금해요.
남은 8권도 화이팅입니다^^

새파랑 2021-10-10 09:05   좋아요 4 | URL
전 Noon 보다 Midnight 취향인것 같아요 ^^
<인간실격>은 좀 우울한(?) 사람에게 맞는 취향 같아요 ㅎㅎ 독서괭님과 함께 20권 완독 가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1-10-10 09:2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소설을 읽어나가며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능력을 배우는 것 같아요^^
열린책들 시리즈 열심히 읽으시는 새파랑님, 완독을 향해서 묵묵히 가시네요^^


새파랑 2021-10-10 10:06   좋아요 5 | URL
책을 통한 간접경험은 살아가면서 많은 도움이 되는것 같아요. 어제는 밖에서 논다고 열린책들 세트를 읽었어요 😆

청아 2021-10-10 10: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말씀대로 누구에게나 어느정도씩 정체성의 혼란,가면의 삶에서 오는 괴리감이 있어서 요조가 고통스러울 수록 ‘나는 저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야‘이런 만족감을 느끼는 듯 하네요! 오늘은 저도 한 권 끝내야하는데... 😳🤷‍♀️🤦‍♀️

새파랑 2021-10-10 10:52   좋아요 4 | URL
저도 ˝요조˝를 보면서 딱 미미님과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
미미님 오늘 내일 해서 두권 끝낸다에 한표~!! 기계의 힘을 보여주세요^^

coolcat329 2021-10-10 1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인간실격을 읽어야 하는데요. 요조 이야기 나올 때마다 낄 수가 없어서요 😅😅😅

새파랑 2021-10-10 13:46   좋아요 4 | URL
아직 이책 안 읽으셨군요 ㅋ 쿨캣님은 좋아하실거 같은데~ 두껍지 않아서 하루면 읽으실 거에요 😆

페크pek0501 2021-10-10 13: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순간도 지나가고 있어요. ^^

새파랑 2021-10-10 13:47   좋아요 3 | URL
그저 지나갈 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세상의 많은 고민중 절반은 줄어들거라 생각해요 ^^

stella.K 2021-10-10 18: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건 딴 얘긴데, 가수 요조가 여기서 이름을 땃겠다 싶군요.
저도 이거 한 질 샀는데 도스토옙스키 하나 읽고
딴짓하고 있습니다.
저것들이 나는 언제 읽어 줄 거냐고 째려보고 있는데
어림도 없습니다. 내가 마음이 동해야 읽지 아무 때나 읽니?
그러고 있습니다.ㅎㅎ

새파랑 2021-10-10 20:53   좋아요 5 | URL
제가 알기론 가수 요조가 이 책을 읽고 이름을 딴걸로 알고 있습니다 ^^
일단 샀다는게 중요한거죠~!! 시작이 반이니 절반 읽으신걸로 😆

막시무스 2021-10-10 20: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주인공 이름이 생각도 안나네요!ㅎ 가수 요조가 인간실격에서 유래했다는 중요한 정보를 얻고 갑니다.ㅎ 즐독 하시구요!ㅎ

새파랑 2021-10-10 20:54   좋아요 4 | URL
주인공이 ˝요조˝ 입니다 ~! 막시무스님 주말을 아주 즐겁게 보내신거 같아서 기쁘네요 ^^ 남은 내일 연휴도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

붕붕툐툐 2021-10-10 21: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호불호 많이 갈리더라구요~ 저는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왜 주인공 이름이 요조인 줄도 모르는 거죠? 하~ 정말 이름 대충 읽기가 뽀록이 나는군요! 새파랑님 미드나잇 독파가 얼마 안 남았네요! 저도 미드나잇 시리즈가 더 취향이에요~ㅎㅎ

새파랑 2021-10-10 21:50   좋아요 2 | URL
호불호가 좀 갈리는데 저는 극호~!! 툐툐님도 야행성 이네요 ^^

서니데이 2021-10-10 21: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는 작품 말고 작가 생애도 소설 같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새파랑님, 좋은 하루 되세요.^^

새파랑 2021-10-10 21:51   좋아요 3 | URL
소설처럼 살다가 간 다자이 오사무~ 좀 안타깝긴 합니다 ㅜㅜ

mini74 2021-10-10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 요조 좋아서 강아지 이름 지을때 잠시 고민했었어요. 새파랑님 소세키와 오사무를 종횡무진 ! 👍

새파랑 2021-10-11 09:29   좋아요 1 | URL
오늘까지만 일본 투어를 하고 내일부터는 다른 나라로 ^^ 요조라는 이름이 예쁜거 같아요. 중성적인 느낌도 들고~!!

희선 2021-10-12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만날 책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한번 읽은 것도 있다니... 누군가 그 사람을 이해는 못해도 있는대로 받아들여준다면 좀 낫기는 할 텐데... 하지만 요조나 다자이 오사무나 자신을 다 드러내지 않았겠습니다 누구나 가면 쓰고 다른 사람과 사귀고 사는 거 힘들죠


희선

새파랑 2021-10-12 07:14   좋아요 1 | URL
다자이 오사무가 정신병원에 갖힌 적이 있는데, 이 책이 그때 느낀 충격과 배신감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하더라구요. 참 힘든 삶을 살아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ㅜㅜ 다음번에 뭘 읽을지 행복한 고민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