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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남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1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정명자 외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평점 :
여기 "벨차니노프"라는 40살 가량의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젊은 시절 키가 크고 대단히 건장한 사나이였으며 화려한 삶을 살았던 남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업무에 따른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었으며, 실제 나이보다는 10살은 늙어 보인다. 그러던 그의 앞에 어떤 사나이가 계속 눈에 띈다. 어디서 분명히 본 사나이 같은데,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 "벨차니노프"는 자신의 주위를 맴돌고 있던 그 남자와 자기 집 문앞에서 마주치게 되고, 그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 남자의 이름은 ""빠블로비치"로 약 9년전 쯤 T시에서 알고 지내던 남자였다. 문제는 주인공인 "벨차니노프"는 9년만에 만난 "빠블로비치"의 아내와 애인사이 였던 것이다. 아내의 이름은 "나딸리야"로 그녀는 얼마전에 폐병에 걸려 사망했다.
"빠블로비치"는 갑자기 왜 그를 찾아왔을까? 혹시 자신과 그의 부인 사이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복수하기 위해 온 걸까?
사실 "나딸리아"는 주인공인 "빠블로비치"말고도 여러 남자와 애인관계를 맺고 있던 여자였다. 이사람에게 실증이 나면 다른 남자를 만나고 또 실증이 나면 다른 남자를 만나던 여자였다. 주인공인 "벨차니노프"역시 그녀와 밀회를 즐기다가 어느 순간 그녀가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그렇게 해어졌다.
그녀가 그에게 말한 이별의 이유는 그녀가 주인공의 아이를 임신 했기 때문이고, 남편이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 만나지 말자고 하며, 주인공에게 빼제르부르그로 돌아가도록 한다. 그렇게 주인공은 빼제르부르그로 돌아가고, 그 후 "나딸리아"로부터 편지를 받는데, 사실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은 거짓말이고, 그녀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으며, 다시는 T시로 오지 말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그녀를 잊고 지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남편이 나타난 것이다. 사실 남편인 "빠블로비치"는 당시 T시에서 주인공과 아주 친하게 지냈으며, "빠블로비치"는 주인공을 아주 신뢰하고 있었다.
그런데 "빠블로비치"는 페테르부르그에 혼자 온게 아니었다. 딸인 "리자"와 함께 왔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딸인 "리자"는 시기상 주인공이 "나딸리아"와 헤어지고 나서 9개월 후 출생한 아이였다. 그럼 "리자"는 주인공의 딸인 걸까?
여기서 잠깐 왜 이 작품의 제목이 <영원한 남편>인지 설명하자면, <영원한 남편>은 바람기가 다분한 여성에게 어울리는 남편의 유형을 말하는 것으로, 부인의 바람기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부인을 너무 사랑하지만, 부인에게는 무시당하며, 그저 허울뿐인 남편으로 남아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그러한 남편들의 본질은 말하자면 <영혼한 남편>, 아니면 다르게 말해서 평생토록 오직 남편이 되기만 할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기 위한 것에 있다는 것이다.] P.55
결코 긍정적인 남편을 의미하는 제목이 아니다. <영원한 남편>은 단지 바보같고 둔한 남편의 유형이다. 하지만 "빠블로비치"는 부인이 갑작스럽게 죽고난 후, 그녀가 남기고 간 수많은 연애편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그녀의 실체를 알게 되고 "영원한 남편"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빠블로비치"는 부인의 애인 중 한명이었던 주인공 "벨차니노프"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죽게 되고, 이후 그 사람의 실체를 알게되었을때 받을 충격은 어느정도 일까? 세상이 무저니는 기분? 게다가 내가 신뢰한던 사람과 내가 사랑하던 사람이 내연관계였다면 충격은 배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주인공인 "벨차니노프"와 "빠블로비치"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펼쳐지게 된다. 과연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면 지금 <영원한 남편 외>를 장바구니에 담으시길~!!
<영원한 남편 외>에는 이 작품을 포함해서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영원한 남편은 약 230페이지의 중편이고, 그 외에는 다소 짧은 6편의 단편들이다. 이 책에 실려있는 작품들은 도선생님이 <죄와 벌>, <악령>, <백치>와 같은 대작들 이후 쓰여진 것으로, 도선생님이 작가로서 최전성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던 후기시대의 작품이어서 그런지 <영원한 남편> 뿐만 아니라 다른 단편들 역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혹시 도선생님의 장편들이 그 두께 때문에 부담이 된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든다. 번역도 잘 되어 있고, 무엇보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일단 재미있다.
이렇게 해서 도선생님 작품 완독까지 <미성년> 한 작품이 남았다. 아까워서 어떻게 읽을지 벌써부터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