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나는 김혜진 작가의 <딸에 대하여>와 김금희 작가의 <나의 사랑, 매기>를 완독하지 못했다. 김애란 작가의 <비행운>도 수록된 첫 단편만을 읽고는 그대로 책장에 보관 중이다. 조해진 작가의 <여름을 지나가다>는 겨우 다 읽긴 하였으나 중간에 책을 덮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는 게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네 권의 책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을 혹시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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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바로, 이 소설들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는 불편함과 어두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게 이 작품들은 인물들의 처절하고 절박한 사연들을 그저 나열하기만 한 듯한, 그래서 소설에서 흔히 볼 법한 ‘기승전결’의 구조와는 거리가 있는 듯이 느껴졌다. (혹은 서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그보다 인물들의 사연이 나의 감상을 압도하여 ‘기승전결’의 구조가 미미하게 느껴진달까.) 그래서인지 지금껏 많은 소설을 읽으며 깨우친 나의 취향 중 하나는 바로 ‘어둡기만 한 이야기는 싫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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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미>를 읽는 동안 위 소설들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작품 역시 정말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절박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몸이 아픈 엄마를 부양해야 하기에 자신의 허벅지를 훑는 거래처 직원의 손길을 강하게 뿌리칠 수 없는 여성, 1년 가까이 연체된 월급 때문에 보증금 빼앗기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겨 사장에게 한달치라도 달라고 하자 옆에 끼고 있는 아이를 내다 팔아버리라는 말에 홧김에 그를 죽인 남성 등등… 이 남성은 더이상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는 체념 끝에 자신의 아이와 함께 호수에 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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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아이가 앞선 한줄평에서 언급한 ‘곤’이다. 곤은 양쪽 귀 뒤에 생긴 아가미 덕에 살아날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난 곤의 이야기가 바로 이 작품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작품의 극초반에 해당할 뿐,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물론 곤이 살아돌아왔다고 해서 이 작품의 분위기가 따뜻하거나 밝은 것은 아니다. 곤을 거둬 들인 사람들의 서사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도 들고고, 여러모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이 버겁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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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다 읽은 뒤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그 이유를 나조차도 잘 모르겠다. 결말이 꽉 찬 해피엔딩이었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그래도 조심스레 추측해보면, 주인공 ‘곤’의 순수함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따뜻함’ 덕분인 것 같다. 이 글의 분량이 넘칠 듯하여 소개하지 않은 인물들이 몇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살아나온 곤을 거둬준 ‘강하’와 그의 할아버지다. 특히 강하의 경우, 방식은 잘못되었지만 곤을 위하는 마음이 소설 곳곳에서 드러나 독자의 마음을 애잔하고 뭉클하게 하는 인물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강하를 떠올리니 왠지 코 끝이 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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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는 이쯤이면 충분한 같다. ‘어두운 분위기의 소설은 절대 읽는다 사람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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